은지가 생일선물로 책을 사줄테니 목록을 달라고 해서 고민없이 부탁 했던 책이다. 알라딘의 홈페이지에서 우연히 보았는데 그 표지에나와 있는문구가 내 속으로 거침없이 강하게 들어왔다.

나는 선한 사람은 아니고, 중간에서 선한 사람을 사랑하는 경계선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세상이 좀 더 따뜻해지는 건은 그 경계 어디선가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부담스럽지 않은 선의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 스스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작가 이소영 교수가 좋은 사람인 것 같아 책이 조금은 부담스러워 진도가 잘 안나갔다.

그러나 표지에 나와 있는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가장 작은 방법’ , ‘나는 냉소보다는 차라리 위선을 택하려 한다’ 이 문장에 계속 책을 읽을 힘이 났다. 이 문구가 거침없이 강하게 마음속으로 들어왔던 그 문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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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남은 구절, 내 맘대로 pick. 그리고 덧붙이는 내 느낌.

「 지친 몸을 잠시 의자에 누이도록 해준 것은 특별히 선하거나 자비롭지 않은 한 인간이 건넨, 별것 아닌 호의였다.
- P18 」
특별히 선하거나 자비롭지 않은 평범한 사람의 별것 아닌 호의가 모여 좀 더 따뜻한 세상이 될거라 믿는다. 정말 작은 호의를 기꺼이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내 모습이 감정과 상황과는 무관하게 앞으로도 지속되기를, 그리고 우리들이 계속 그러하기를 빌어본다.

「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자신에게만 고유한 의미를 갖는, 내가 살아 있음을 충만히 느끼게 해준 어떤 선율, 어떤 장면, 어떤 냄새나 맛을 생을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 찾아들 때 그 기억이 수호천사처럼 그대에게 깃들어 다음 걸음을 떼어놓게 해주기를 빈다.
- P62 」
다시 돌아가거나 의미가 있는기억들이 있다. 영화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에서 이상한 아이들의 집은 특정한 하루가 매일 반복이 되었다. 그 영화를 보고 난 후 나에게 하루가 무한히 반복된다면 어느 날을 할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내가 생각한 날은 생각보다 보람차거나 행복하거나 그런 날은 아니었다. 날짜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냥 벚꽃이 피어 있던 날이고, 그냥 어떤 걱정도 하지 않은 채 평온하게 길을 걷던 날이 었다. 얼마 전 아빠의 생신을 맞아 뷔페에서 저녁을 먹던 날도, 아빠의 소리없는 웃음과 혜민이의 수다, 가족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좋았다.얼마전 예전 친구들과 찍었던 사진들을 보며 이 날 참 행복했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 날들이 생을 그만두고 싶은 순간 수호천사 같은 날들은 아닌 것 같다. 아직 그런 날이나 장면이나 맛은 모르겠다. 그래도 그 날들의 추억이 나를 더 따뜻하게해줄거라 믿는다. 그리고 누구에게도 그런 날들이 있기를 바란다.

「 이렇듯 한심하고 불완전한 존재로도 누군가에겐 신의 사랑을 전할 수 있다는 사실. 그건 그가 자기 한계를 알면서도 사제의 길을 계속 걸어가게끔 하는 동인이 되었으리라.
- P69 」
완전한 사람만이 다른 누구를 구하거나 도울 수 있는 건 아니다. 한심하고 힘 없고 죄 만은 누군가도, 또 다른 누군가를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다행이고 위로가 된다.

「 다만 60이면서 90인 척 속이지 않는 정직함과 70, 80을 다시금 채워가는 지난한 길에서 이탈하지 않는 묵묵함을 지니려 한다. 길게 내다봤을 때 축복인 지금이 우리에게 항상 열려 있기를.
- P78 」
이 구절의 앞 뒤에 어떤 내용이 있었는지 기억 나지 않아 왜 이 문구를 기록해 두었을까 싶다. 그럼에도 척 속이지 않는 마음과 부족함을채워가는 묵묵함이란 말에 마음이 간다.

「 분노가 쉽사리 나의 힘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연민 없는 분노가 넘실거리고 예의 잃은 정의감이 너무 자주 목도되는 지금 이곳에서.
- P88 」
인터넷에서 잘못한 사람의 잘못보다 더 큰 분노로 매장하는 여론들을 자주 보게 된다. 그게 과연 정의감일까란 생각을 자주 해왔다. 그냥 나는 그렇지 않은 편이라는 안도감과 착한 사람이길 원하는 나쁜 분노감이 아닐까란 생각도 자주 해왔다.모든 사람이 그런게 아니겠지만, 연민 없이 예의 없이 나를 지키기 위한 이기적인 마음만 가지고 매장 시키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이소영 교수의 이 부분을 읽을 때 고마웠다.

「 이 글을 쓰던 중에도 또 한 건의 아동학대에 대해 들었다. 극악한 부모라는 자들에게 더 무거운 형이 언도되길 바라는 청원에 목소리를 얹기보다는 가정폭력을 겪은 아이가 ˝그러니까 집안 내력이 중요한 거야˝, ˝아무튼 화목한 가정에서 사랑받으며 자란 사람과 사귀어야 해˝라는 식의, 선량한 이웃이 무심코 던진 말과 시선에 상처 받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데에 손을 보태고 싶었다. 그게 더 옳아서가 아니라 단지 내겐 그게 더 절실하게 여겨져서다. 그 과정에서 분노가 쉽사리 나의 힘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연민 없는 분노가 넘실거리고 예의 잃은 정의감이 너무 자주 목도되는 지금 이곳에서.
- P92 」
읽진 않았지만 선량한 차별주의자란 책이 있다. 꼭 읽어 봐야지 하면서도 아직 못읽었다. 읽어 봐야지 했던 건 주위에 은근히 선량한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상처를 주는 모습을 주위에서 많이 보곤 했다. 예를 든다면 사람마다 판단이 다르고, 내 생각에 우려와 비판하는 지인들이 많을 줄 알지만... 동성애자들에 대해 사랑하니까 반대한다는 크리스찬의 시위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고... 도와준다는 말 뒤에 본인도 모를 만한 날카로움도 목격했다. 나는 그렇지 않은가 생각해 보았는데, 나 역시 은근한 무언가가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며 조심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대부분 본인이 그런 줄 몰랐을 거다. 나 역시도. 그래서 좀 더 예민해질 필요가 있다.

「 어디선가 읽은 명제가 떠올랐다. ˝연민은 쉽게 지친다. 잘 알지 못하는 대상을 향한 즉각적인 연민은 너무나 얕아서 저렇듯 세 번을 넘기지 못한다. 그럼에도 몇 해 지난 지금 드는 생각은, 타인을 위해 기도했던 그 아침의 몇 십 분이 더해진 세상이 그것마저 없는 세상보다는 따스하리라는 것이다. 따라서 얕음을 부끄러워하되 마음 자체에 대해서는 냉소하지 않으려 한다. 성자가 아닌 내가 고아와 과부의 얼굴로 온 타자‘에게 내어줄 수 있는 마음은 참으로 작고 비루할테지만 매번 조금씩 더디게 지치기를, 다음에는 세 번째 아닌 네 번째에, 그다음엔 다섯 번째에. 그렇게 생을 통해 ˝연민은 더디게 지친다˝는 명제를 만들어가고 싶다.
- P96 」
할 수 있는 게 작아서 어떤 변화가 있을 지 의문스러워도, 안하는 것보다 하는 게 좋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그리 대단한 사람들이 아니라서 큰 거를 하다가 지칠 수있지만, 작고 보잘 것 없어서 누구에게 잘했다고 말하기도 민망한 것들을 꾸준히 할 수 있기를. 그런 마음을 꾸준히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 가진 자들이 얼마나 더 소유했는지에 분개하지 않는 나는, 덜 가진 이들이 나만큼이나마 가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무얼 어떻게 할까 하는 고민을 놓지 않으려 한다. 말하자면 그건 ‘만족한 자‘의 윤리적 책무가 아닐까. 이를 저버리는 순간 나는 물욕 없음을 내세우며 안빈낙도 운운하는 배부른 한 사람에 지나지 않을 테니 말이다.
- P100 」
은근히 자본주의 적이고, 어쩌면 상당히 속물인 나는 내가, 내 가족이, 내 사랑하는 지인들이 더 잘살기를 바란다. .잘산다에는 여러가지 요소가 있겠지만 물질적인 것들이 상당하다. 내가 알지 못하는 이들에 대해 나아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든다는 건, 나이가 들면서 쉽게 가질 수 있는 마음이 아니었다. 그래도 그런 고민을 놓지 않는 사람이길 바란다. 대단하거나 엄청 선한 사람이 아닌, 나 같은 사람들이 무언가는 못해도고미을 놓지 않는 사람이기를.

「 인터뷰를 진행하던 기자도 비슷한 심정이었는지, 뒤이어 조금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불평등과 빈곤은 단발성 봉사로 해결할 수 없는 전 지구적인 문제인데, 잠시 동안의 선의는 어떤 면에선 무책임하지 않겠냐고 말이다. 그런데 이번엔 그분의 답변이 예상과 달랐다. 문구를 정확하게 복기할 순 없지만 이런 내용이었다. ˝맞아요. 이걸로 세상이 바뀌진 않아요. 체계적이고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한 거, 당연히 맞죠. 그렇게 되길 저도 진심으로 바라요. 근데 그건 제가 지금 당장 어떻게 못해요. 오늘 한 명 더 먹고 입게 하는 데엔 뭐라도 하나 보탤 수 있으니까 일단 저는 한 명 더 먹이고 입힐래요.˝ 차갑게 비웃는 나의 심장에 더운 물을 끼얹는 대답이었다.
- P102 」
당장 무언가가 되지 못한다고 해서 무책임한 걸로 몰지 말고, 할 수 있는 작은 것을 하나라도 할 수 있는 내가 되자. 물론 나는 지금까지 그런 나와 그렇지 않은 나가 묘하게 섞여서 살아왔지만.

「 빈곤과 부조리를 미담으로 덮으려는 사회가 문제적이란데에 동의한다. ‘신사와 노숙인‘으로 대비되는 이미지가 자칫 후자를 온정에 감사해야 할 수혜자로 박제화할 수 있음도, 아름다운 한순간을 이렇게나 많이 기억하며, 우리가 어제와 다음 날의 서울역은 마치 없는 것인 양 착각할 가능성도, 문제의 원인을 치열하게 파고들어 투쟁해야 할 사안에서 약자를 동정하는 데 그치게 만드는 ‘분노 없는 연민‘은, 문제의 원인으로 악인을 지목하고 그에게 분노를 터뜨림으로써 손쉽게 정의감을 얻는 ‘연민 없는 분노와 동전의 양면을 이룰 것이다. 그럼에도 난 이 ‘미담‘에 냉소할 수 없었다. 선의가 하나 더해진 세상이 그것마저 제해진 세상에 비해 그 크기만큼은 나을 거라 생각해서다. 설령 이를 통해 부당하게 가진 자들이 회개하거나 너무 많이 가진 자들이 호주머니를 열거나 서울역 노숙인을 향한 시민들의 시선이 당장 바뀌는 것은 아닐지라도 찰나의 선의는 그 자체로 귀하며,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낫다.
- P103 」
찰나의 선의에 대해 이렇게 설득력 있게 말할 수 있다니. 그 자체로 귀하고,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낫다는 말을 할 수 있다니. 찰나의 선의를 논리적으로 비판하여 똑똑하게 말하는 사람이 되진 말자.

「 환승역 계단에서 그녀를 보았다 팔다리가 뒤틀려 온전한 곳이 한 군데도 없어 보이는 그녀와 등에 업힌 아기 그 앞을 지날 때 나는 눈을 감아버렸다 돈을 건넨 적도 없다 나의 설부른 동정에 내가 머뭇거려 얼른 그곳을 벗어났다 그래서 더 그녀와 아기가 맘에 걸렸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했는데 어느 늦은 밤 그곳을 지나다 또 그녀를 보았다 놀라운 일이 눈앞에 펼쳐졌다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그녀가 바닥에서 먼지를 툭툭 털며 천천히 일어났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흔들리지도 않았다. 자, 집에 가자 등에 업힌 아기의게 백년을 참다 터진 말처럼 입을 열었다 가슴에 얹혀 있던 돌덩이 하나가 쿵 내려앉았다 놀라워라! 배신감보다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비난하고 싶지 않았다 멀쩡한 그녀에게 다가가 처음으로 두부사세요 내 마음을 건넸다 그녀가 자신의 주머니에 내 마음을 받아 넣었다 그녀는 집으로 돌아가 따뜻한 밥을 짓고 국을 끓여 아기에게 먹일 것이다 멀어지는 그녀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뼛속까지 서늘하게 하는 말 다행이다.
- 천양희, 다행이라는 말〉,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 창비, 2011 재인용
- P111~112 」
나라면 엄청나게 비판했을 텐데. 어떻게 다행이다란 말이 나올 수 있을까. 학생때에 많이 그런 말을 했던 것 같다. 동냥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실제 아는 게 없으면서도, 저 사람들 사실은 먹고 살만하다, 사람들을 속이는 것이다, 식의 말에 근거 없이 동의 했고, 한 술 더 떠 높은 수준으로 비난 했다. 그리고 그런 말은 안했지만 그런 마음을 오랜 시간동안 가졌던 것 같다. 그리고 지하철역이나 그런 분들을 볼 때 어느 순간엔 그런 마음도 없고 불편한 마음 반, 무심한 마음 반으로 지나 갔다. 그 때 마다 그들을 도와야 한다는 건 아니다. 사실 나 역시 경제적으로 많이도 힘들었던 때가 많았기에 돕겠다는 생각도 없었고 도울 마음의 여지도 없었다. 그래도 저런 상황에서 다행이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저 글을 보며 가져 보았다.

「 사람과 사람 사이에 파인 골을 뛰어넘어 더 다가가지는 않은 채 각자의 자리에 그대로 서서,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로써 상대의 아픔을 보듬어보려는 그것이 너일 수 없는 나와 ‘나일 수 없는 너‘가 서로에게 내어줄 수 있는 선물 아닐까.
- P117 」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로써 상대의 아픔을 보듬어 보려는 마음의 가치.

「 그럼에도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세심증을 앓고 있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어서다. 어서 만회하려 애쓰지 않고 매일의 주어진 일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관계가 제자리를 찾기도 하더라고 말이다. 마음대로 안 되는 조급함이 그대 안의 좋은 것들을 시들게 하지 않기를, 자책과 절망으로 그대를 몰아가지 않았으면 한다.
- P146 」
자책하고 절망하지 않기를. 부디 부탁하고 기도한다.

「 기뻐 어쩔 줄 몰랐던 찰나부터 작은 웃음 조각까지 하나도 버리지 않기를, 각별했던 관계가 더 이상 파도 더미처럼 자신을 휘감지 않더라도 그가 한때 새겨 넣어준 고유한 색채를 억지로 지우진 않기를.
- P162 」
관계는 계속 변하겠지만 한 때의 소중한 기억이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기를 예전 사진들을 보며 바래보았다.

「 관계의 밀도가 영원히 동일하지 않다고 해서 기억들이 휘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즐거움은 즐거움으로, 고마움은 고마움으로 영원히 남는다.
- P167 」
관계의 밀도라는 말을 쓰다니 너무나 딱 맞는 말이라 감탄한다. 관계의 밀도가 지금은 많이 달라졌겠지만, 기억들이 추억들이 다 휘발되지 않고 남아있기를.

「 아마도 나의 두 고양이는 언제가 되었든 인간인 나보다 일찍 세상 너머로 떠날 것이고, 그 친구들의 생명이 서서히 잦아드는 순간을 겪어야 할 것이다. 이는 내 애착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슬픔이다. 나는 법정스님 보다 조금은 더 강해서, 혹은 더 약해서, 애착의 고리를 끊어 내기보다 끌어안으려 한다. 깨어지는 고통이 뒤따르더라도 두려움 없이 그것을 끌어안을 것이다. 모든 것은 지나가는 것‘이라지만, 각별한 대상들과의 관계 안에서 매 순간 사랑의 기억을 하나라도 더 만드는 쪽을 택하련다. 아낌없이 사랑함으로써 도리어 애착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 그것이 고양이와 가족을 이루며 갖게 된 생의 지향이다.
- P171~172 」
상당히 동의하는 말이다. 얼마전 백만 번 산 고양이를 읽고 남긴 글에도 썼지만, 나의 네 야옹이들과의 이별이 엄청 힘들고 다신 야옹이를 키우지 않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매 순간 더 사랑하여 내 사랑과 책임을 더해야지. 무지개를 건너는 순간까지 아낌없이. 그게 내 사랑이니까.

「 돌이켜보면 늘 그랬던 것 같다. 사람을 막연히 동경하는 것은 상대의 매력과 장점 때문일지라도 그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우연히 보게 된 빈틈을 통해서였다.
- P182 」
이렇게 잘 설명할 수 있다니. 나 역시 그랬다 !

「 심지어 ˝그대 표정에 정 떨어졌소˝라는 말을 어디서 듣더라도 상처 받지 않을 것 같다. 정 떨어지는 표정을 두고 매력‘이라 말해준 속 깊은 우정을 한번 가져본 적 있으니 말이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선사한 이해의 선물은 이토록 값진 것이다.
- P187 」
저렇게 싶은 선물을 해 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그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내가 그렇게 해줄 수 있기를.

「 미래가 오래 지속되는 것이라면, 그 모든 비극에도 여전히 삶이 아름다울 수 있다면, 아픈 배움들이 너무 늦은 것은 아니기를, 오늘보다는 내일 더 사랑하며 살 수 있기를 소망한다. (루이 알튀세르.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를 인용하며)
- P192 」
모든 비극에도 여전히 삶은 아름다운 것일까.

「 갖가지 기억들을 길어내어 글로 쓰면서도 끝내 건드리지 못할 어떤 시기가 있었다. 버둥거리던 나는 어느 고래 등에 올라 그 시간을 횡단해 대지에 다시 발 디뎠다. 이제는 내륙 깊숙이 들어온 듯도 하다. 그렇지만 행여 큰 풍랑이 일어 나의 고래가 파도에 떠밀려오면, 해변에서 그를 발견할 수 있도록 내 마음이 바닷가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지지는 않기를 바란다. 나의 힘이 밀알보다 작음을 인정하고 큰 코끼리를 불러올 엽렵함을 갖기를 소망한다. 무엇보다 내가 은혜 갚은 생쥐 역할을 못해도 괜찮으니 그 고래는 일생 동안 풍랑 같은 것을 만나지 않기를 기원한다.
- P197 」
이 구절 앞에 생쥐와 고래의 동화가 있었다. 이 마음이 예쁘다. 내가 은혜를 못 갚아도 좋으니, 그 대상에게 풍랑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

「 그악스럽게 오늘을 살아내는 우리 역시 서로에 대해 그러리라. 그렇게 믿으려 한다. 약한 척하더니 생명력 하나는 끝내준다며 함부로 냉소하는 대신 안도의 숨을 내쉴 거라고 말이다.
- P217 」
냉소하지 말고 배신감 느끼지 않는 대신, 다행이라 생각하고 안도 할 수 있는 마음. 그런 마음이 아직 나는 없다. 앞으로 그럴 수 있을지도 자신이 없다. 그래도 그런 마음이 더 좋다는 생각을 이런 저런 일을 겪고 하게 되었다.

「 어두운 터널 끄트머리에 이르러서야 우리는 깨닫는 듯하다. 어떤 의미에서 그터널이야말로 찬란했음을, 그리움에 사로잡혀 뒤돌아보던 우리 머리 위로 반짝이는 순간들이 하늘의 별처럼 가득했었다는 사실을, 이 역시 훗날 또 다른 그리움으로 남을 것임을. 나는 안다. 끝이라 생각해온 어느 지점은 끝이 아니다. 거기에 빛나는 것들이 새로이 채워 넣어질 것이다. 두근거리며 기다릴 무엇이 더는 남아 있지 않을 것만 같은 시기에도 우린 저마다 아름다운 시절을 하나 더 통과하는 중일 수 있다. 어쩌면 오늘도 그럴지 모른다.
- P241 」
긍정적이고 밝은 모습으로 모두를 대하고 있지만, 사실 저 깊은 곳 불안한 마음이 있는 지금이 어쩌면 아름다운 시절일까. 아니러니하게도 가족들에게 정말 잘 하고 싶고, 친구들의 연락이 고마운 건 지금이기도 하다.

「 조력자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창 상담 모드로 들어서 있던 나는 무방비상태에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내가 선생인데, 뭐든 내 쪽에서 해주어야 하는데 하며 울먹였다. 위로의 순간은 도둑처럼 왔다. 도움과 조언을 내줄 태세를 갖추고 대기하던 중에, 뜻밖의 상대로부터 기습적으로, 손윗 사람의표정과 자세로 나는 아이처럼 울었다.
- P263 」
위로의 순간은 도둑처럼 왔다니.. 그러게. 위로의 순간은 도둑처럼 온다. 이 말로도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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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중고서점을 갔다가 이 책을 발견하고 망설임없이 골랐다.
일명 고구마 스토리라고 트위터에서 유명한 글/그림을 보았다. 짧지만 느껴지는 게 많았다. 그 고구마 스토리가 이 책에 있는 내용이었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작가님이 태수는 도련님 웹툰의 작가분이셨다. 태수는도련님은 오래 키운 멍멍이 이야기 였다가, 연재가 되면서 냥이도 합류한 아기자기한 작가님과의 이야기다.

https://www.instagram.com/p/B7DRPZ-J9fp/?utm_medium=share_sheet

이 책을 일었던 시기는 보도 셰펴 작가의 <멘탈의 연금술>을 읽을 때였는데, 이 두 책은 상반되는 경향이 있다. 결은 분명히 매우 다르다. 그런데 이 책 역시 나름대로의 멘탈을 지키는 연금술이 있다. 그래서 좋았다. 괜찮다고 말해주는 이 책이 좋았다. 책 전체적으로는 고구마 에피소드를 능가할만한 이야기는 없지만, 그건 워낙 고구마가 강했던거고, 다른 소소한 이야기들도 힘이 되고 응원이 된다. 이 책을 읽던 시절 <멘탈의 연금술> 뿐 아니라 다른 비즈니스, 경제 관련 책들을 읽었던지라, 그 반대되는 이 책이 나에겐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적당히 게으로고 소심한 작가님의 모습이 멘탈의 작가인 보도섀퍼 아저씨가 보면 한탄하겠지만, 그 자체로 나에게는 참 사랑스러웠다.

이 책의 장점은 하루 이틀이면 다 읽을 수 있다는 점도 있다. 뭔가 작은 성공을 하고 싶을 때, 완독의 기쁨을 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완독하더 시절 알게 된게, 한 게 없는 것 같을 때 서점에서 그림책 사지말고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리면 그달에 한 권을 추가할 수 있고, 무언가 뿌듯한 완성된 느낌이 아주 좋다는 것이었다. 작은 성공경험이 필요할 때 정말 쉬운어린이 책을 읽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그러나 하루 이틀에 다 읽을 수 있지만 천천히 읽어도 좋을 책이고, 시간 지나 다시 보아도 좋을 듯 하다.

고구마 에피소드를 독서모임에 소개해 준 적이 있는데, 반응들이 재미있고 공감갔었다. 고구마의 삶을 살려 노력하지만 실상 인삼의 마음가짐만 갖고 놓지못하는 것 같다며, 완성 고구마가 못되고 그냥 고구마에 머물러 있다는 애리의 말이 재미있으면서도 공감이 갔었다. 켈리는 인삼의 마음을 가졌던 것 같다며, 본인의존재를 인식하기 보다 고구마만 신경썼다는 간증?을 했다. 나 역시도 오랜시간 인삼의 세월을 살았었다. 나는 고구마는 아니고 앞으로도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감사하게도 고구마 같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고구마가 될 힘이 없거나 생각이 없다면, 고구마라도 만나야 한다 !

인상깊은 구절, 내 맘대로 pick. 그리고 덧붙이는 내 느낌.

「인생이 온통 실패한 것처럼 느껴진다면, 스스로에게 쏟고 있던 열띤 관심을 잠시 접는 게 좋다. 그리고 맛있는 것을 먹읍시다….
- P177 」
삶을 스스로 놓는 사람들이 식사는 혼자이거나 형편없다고 한다. 힘들 떄엔 좋은 사람들고 정성스런 음식을 좋은 곳에서 먹는 게 좋다. 힘들지 않아도 마찬가지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같이 식사를 하는 게 아닌 가 싶다.

「 기껏 복숭아가 되었으나 맛없는 복숭아도 있는 것이다. 복숭아의 삶도 그런 식이다. 사람의 삶과 다를 것이 없다. 저마다힘든 시기를 견디고 살아남아 무언가를 이루더라도 그게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 모두가 대단한 무언가를 이룰 수 있는 것이아니다. 결국 그게 삶이다. 나에게만 닥치는 유난한 시련이 아니라, 그냥그게 삶인 것이다.
- P179 」
기껏 복숭아가 되었는데 맛없는 복숭아라니. 사람으 삶을 살며 모두 다 성공할 수는 없겠고 그럴 필요도 없겠지. 너무 성취하는 것에, 더 나아지는 가족의 삶에, 알게 모르게 조직 내 인정받고 싶어 했던 삶에 엄청난 에너지를 쏟았었다.

「 알고 지내던 어느 분이 모든 일엔 의미가 있고 배울 게 있다. 지금 힘든 시기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라고 하셨다. 긴 얘길 나누고싶은 기분이 아니던 때라 네, 네 대답하고 말았지만.... 나는 모든 일엔 의미가 없을 수도 있으며 차라리 겪지 않는 편이 훨씬 나은 일도 많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럴 수도 있는 게 인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 이 시기가 나중에 돌아봤을 때아무 의미 없대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사실 비교적 최근까지도 내가 정말 그럴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들어 때로는 무섭기도 했지만, 이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일에 쏟은 내 시간과 정성과 노력이 아무 의미 없었다고 판명이 되더라도, 나는 그걸 받아들이고 다시 다음 일을 시작할 것이다. 실패했을 때 오래 기죽지 않고 흠, 그렇단 말이지‘ 하고 다음 일을 계속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 P182 」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삶의 의미를 많이 강조하는 책이고 공감했던지라, 지금 예전에 읽었던 이 부분을 보며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봤다. 꼭 반대되는 얘기는 아닌 것 같다. 일할 때에도 흔히 말하는 삽질을 할 때가 있다. 엄청 시간은 들였는데 알고보니 쓸데없는 일인 경우가 때로 있다. 그럴 떄마다 시간도 아깝고 에너지도 아깝지만, 그런 삽질이 떄로는 필요할 때가 있기도 하다. 모든 것에 의미를 찾기 보다 편안한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것 같다.중요한 건 작가님의 마지막 말이다. 실패해도 그렇단 말이지 하며 다음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용기와 지혜.

「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전혀 좋지 않은 상황에 있는 사람이 그럼에도 긍정적인 태도를 보일 때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긍정적이에요?˝라고 묻는다. 그러나 오히려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지않고는 버티기 어려운 시기가 있는 것이다.
- P219 」
어떻게 이만큼 왔어 할 때 나도 그냥 버티다 보니, 그럴 수 밖에 없다 보니 해다는 말을 할 때가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며 이런 생각을 했다. 하나는, 누구도 당연히 괜찮은 사람은 없다는 것. 저 사람은 저런 상황에서도 잘 견디니 원래 잘 그러는 게 아니라, 그 사람도 힘들게 힘들게 버티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 그러니 당연히 괜찮은 사람은 없다는 것. 다른 하나는, 전혀 좋지 않은 상황에도 긍정적으로 마음을 갖자는 것. 그렇지 않고는 버틸 수 없을 수도 있으니.

「 멀리서 봐야 빛나는 달과 별처럼, 우리는 멀리서 서로를 아름답다고 느끼며 위로받는다. 저마다 다른 슬픔을 가진 채, 단지 밤이라는 이유로 서로에게 빛나는 존재가 된다. 어느 밤 내가 서러운 일로 목 놓아 울고 있던 순간에도, 누군가는 내 방의 불빛을보며 위로받았을 것이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는 서로에게 반짝이는 위로가 되는 순간이 있는 것이다.
- P234 」
이 말이 아름다웠다. 서로에게 반짝이는 위로가 되는 순간이 있다는. 우리는 모두 고군분투하는 전우니까. 각자의 삶이 쉽지않지만 위로를 주고 위로를 받고, 힘을 주고 힘을받아야겠다. 조금 결이 다른 얘기지만, 그런 생각을 감히 하지도 못하다가, 어느 날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의 찬양이 정말 마음으로 와닿아 울어 버린 적이 있었다. 그냥 그렇다고..

「 그제야 깨달았다. 평소 나의 평온한 마음은 나 혼자서 유지하는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매일 마트나 식당을 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택배기사나 이웃들과 마주치면서도 그럭저럭 평온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건 그들이 예의 바른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일일이 의식하지 못하고 살고 있지만, 나의 평온한 일상은 누군가의 예의 바름 때문이다. 그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 P235p 」
나의 평온한 일상이 누군가의 예의바름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니... 작가님은 정말이지... 나도 그 사실을 잊지 않겠다. 그리고 다른 이들의 평온한 일상이 되기 위해 삶을 살아야겠다. 지금까진 그러지 못하는 것을 넘어서 다른 이들의 불안한 일상을 준 적도 많았겠지...

「 인생이라는 고단한 여정 가운데서도 어떤 사람들은 기어이 아름다운 것들을 남기고 죽는다. 아름다운 것을 찾고 보고 들어한다. 세상에 아름다운 것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 인간은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내는 존재란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 P238 」
고단함 속에서 아름다운것들을 남길 수 있다니. 무언가 정리가 안되어 느낌은 생략. 그러나 글은 마음 속에.

「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선생님 돌아가신 후에 보니 같이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는 거예요. 여러분, 좋은 사람이 있으면 찾아가세요. 좋은 사람들과 웃으면서 사진 많이 찍고 지내시길 바라요.˝
그 말을 듣고 울컥하고 말았다. 나도 미처 잘 나온 사진 한 장 함께 찍지 못하고 먼저 떠나보낸 사람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물론 사진이 없어도 떠난 이들에 대한 기억이야 잊지 않지만, 그럼에도 사진 한 장 찍지 않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안타까웠다. 그것은 어쩌면 사진이라는 물건에 대한 아쉬움이라기보다 사진을같이 찍는 행위를 함께하지 않았다는 아쉬움에 가까우리라.
- P239 」
사진 찍는 게 어색하기도 하고, 사진은 뭔가 일상이 아닌 특별할 때 찍어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저 글을 보고도 같이 사진을 찍지 못했다. 찍어봐야겠다. 얼마전 친구들과 찍었던 정말 예전의 사진을 보았다. 그 사진들을 보니 마음이 좋아졌다.

「 사진만이 아니라 아마도 우리는 서로가 사라진 후에 많은 것이 아쉬워질 것이다. 사진을 많이 찍을걸. 함께 여행을 갈걸. 고맙다고 할걸, 맛있는 것을 먹을걸, 또 저마다의 사연이 얽힌 아쉬움이 남겠지. 그중에는 그때 당근 케이크 한 조각을 사다 줄걸쳐럼 지극히 개인적인 아쉬움도 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대부분은 그렇게 사적인 사연의 아쉬움일지도 모른다. 살다보니 그렇다. 지금 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일들 대부분은지금 하지 않아도 사실 괜찮았다. 대체로 당시에 생각도 못한 일이 나중에 무척 아쉬워진다.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오늘도 사소하고 중요한 순간을 살아가고 있다.
- P240 」
정환이가 밴드에 남겨 놓았던 인생수업의 글이 생각 났다. 지금을 충실하게 살아야겠다는. 오늘도 사소하고 중요한 순간을 살고 있으니, 나중에 무척 아쉽지 않도록 좋은 사람들과의 약속이 있을 때 그 날을 소중하고 충실하게 해야겠다.

「 어려움을 이겨내는 사람들은 그저 자기 삶을 살아가고있는 것이겠지만,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용기를 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 P243 」
다른 누군가의 삶을 보고 내가 영향을 받는 것처럼, 내 씩씩한 삶이 누군가에게 용기를 줄 수 있도록.

「 바늘에 찔리면 바늘에 찔린 만큼만 아파하면 된다. 왜 내가 바늘에 찔려야 했나, 바늘과 나는 왜 만났을까, 바늘은 왜 하필거기 있었을까. 난 아픈데 바늘은 그대로네‘, 이런 걸 계속해서 생각하다보면 예술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사람은 망가지기 쉽다. 예술가들에겐 미안하지만 예술가는 망한 것이다.
- P250 」
격한 공감. 지인들 중엔 쉽게 자기 감정에 몰입되는 분들도 있다. 그런 성향이 좋은 점도 있지만 본인이 너무힘들다. 바늘에 찔린 만큼만 아파해줬음 좋겠다. 아울러 나 역시도.

「 우리는 서로를 꼭 완전히 이해해야 할 의무도, 이해시켜야 할 의무도 없다. 그냥 서로를 바라보며 각자의 삶을 살아가면 된다. 걔는 그런 사람인가 보구나‘ 하며,
- P253 」
사람마다 성향이 다른 걸 알면서도 얼마 전 그러질 못했다. 각자의 삶을 살되 때로는 응원하고 때로는 그게 아니라고 얘기만 해주면 된다. 감정적 흥분 없이. 그게 쉽지 않을 수 있지만.

「 해파리에 대해 찾아보니 헤엄치는 힘이 약하기 때문에 수면을 떠돌며 생활한다고 나와 있었다.
어쩐지 울컥했다. 헤엄치는 힘이 약하면 수면을 떠돌며 살면 된다. 죽어버리는 게 아니라.
- P255 」
해파리를 찾다가 저런 울컥함을 가질 수있다니. 하지만 그 말엔 동의한다. 힘이 약하면 수면을 떠돌면 되지. 죽어버리는 게 아니라.

「 그럴싸한 무엇이 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어릴 때 누군가 해주었으면 좋았을 테지만, 늦더라도 살면서 스스로 깨달았으니 괜찮다. 저 생각을 한 그 밤, 나는 펑펑 울었다. 서운한 감정 한편 무거웠던 마음이 가벼워지는 기분이었다. 남은 삶을 좀 더 가볍게, 그러나 착실히 살 수 있을 것도 같다.
- P257 」
나는 왜 그렇게 심각하게 무겁게 살았을까. 한참을 사는 게 버거워하며 매일매일을 사는 게 무서운 마음으로 어둡게 살던 때도 있고, 가족과 나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성취하고 돌진하고 독하게 너무나도 미련하게 열심히 살았던 때도 있고. 무슨 일이 벌어질 게 아닌데 나만 일하는 것처럼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면 살던 때도 있고. 나는 왜 그렇게 살았을까. 남은 삶은 좀 더 가볍게 살 수 있을 것도 같다.

「아, 별이 쏟아지는 곳에서 매일 밤 다른 모든 것들이 저 별들에 비해 얼마나 시시한지 떠올리며 살고 싶다.
- P265 」
이건 좀 안 될 것 같지만, 별이 쏟아지는 곳에서 그 만큼의 황홀함을 만끽하며 살고 싶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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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을 꾸리는 중입니다>

2021년 스물 여덟 번 째 책. (2021년 8월 읽음)
이명규
에이커북스토어,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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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를 대신하여 미영, 영주, 애리와 군산과 강화를 당일치기로 다녀왔다. 군산의 동네책방 ‘조용한 흥분색‘은 군산에 가면 꼭 들리기로 한곳이었고, 작정하고 책을 사야겠다고 결심한 곳이었다.

동네책방이라면 일반서적을 파는곳, 일반서적 중에서도 특정분야를 파는곳, 독립출판물과 섞어 파는 곳 등이 있는데... 조용한 흥분색은 완전하게 독립출판물만 독자에게 전달하는 곳이었다. 독립출판물에 대해서는 그냥 작가가 1인 출판사를 겸하고, 그러다보니 마이너 중 마이너이고, 비용적으로는 소량이다 보니 일반 출판물 보다 가격이 높을 가능성이 있다 정도만 알고 있었다. 그러다가 독립출판물만 제공하는 곳을 처음 방문하게 된 상황이었다.

정말 많은 책을 사고 싶었는데 독립출만물의 성향이 여행이나 지극히 개인적인 에세이 쪽에 취우쳐 있는 것으로 느껴졌다. 미안하게도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책을 만들고 책방을 운영하는 이야기를 쓴 책들이 놓여져 있는 칸을 다행히도(?) 발견하고, 그 중 이 책을 골라, 군산서 올라오는 차 안에서 완독을 했다.

동네책방을 운영한다는 건, 그냥 책을 사랑해서 할 수 있는 덕업일치의 일이거나, 그저 낭만적인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작가는 담담히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랬다. 쉽지 않다는 걸 아는것과, 실제 개인의 이야기를 듣는 건 또 다른 이야기였다. 지하에서 운영하다가 비가 새고, 간판도 보이지 않고, 적자를 매 달 걱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책방을 운영하며 사람을 만나고, 저자를 직접 만나기도 하고, 여러가지 행사를 꾸려본다. 어쩔 수 없이 책방을 접어야하는 안따까운 사연도 많을것이다. 다행히도 작가분의 책방은 현재도 운영이 되고있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손님이 있다면 그저 붙잡고 수다를 긴 시간 떤다는 책방지기님을 직접 만나고 싶어졌다.

몇 년 전부터 꼭 책방아줌마가 되고 싶단 생각을 했다. 망하기 쉽다는 것을 알기에, 충분한 직장생활을 하여 어느 정도 운영의 적자를 걱정하지 않을 준비가 되면 하겠단 생각을 했었다. 덕업일치를 이루고 싶었고, 좋은 사람들과 모여 살롱문화를 만들고 싶었다. 후배 켈리는 그건 책방이 아니라 제니 놀이터라 평해주고, 나도 웃으며 그 말을 부인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는 목표라기 보다는 막연한 꿈이기도 했다. 책방 아줌마와, ms/om을 전공하여 기존 무역에 플러스하여 조직 내 포지션의 확장을 목표 (너무 바빠 시도하지 못했던 이 목표는, 지금은 너무 건강이 나빠져 내려놓게 되었다..), 두 가지의 차이는 너무 크니까. 그럼에도 책방 아줌마는 낭만적이고 이루고 싶고, 버릴 수 없는 꿈이다. 그래서 이 책이 좋았다.

작가님의 책방을 방문해아 겠다.


마음에 남은 구절, 내 맘대로 pick.

어쩌다 책방을 하게 되었다
- 8P

물론 아주 큰 착각이었다. 책방지기만큼 활발하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시도해야 하는 일도 없다는 것을, 그 당시 초보 책방지기는 알 수 없었다.
-11P

불특정 다수의 공간,
이기를 바랐지만 소수의 공간이 되어버린 서점.
그래도 오늘은 누가 올지 기대되는 것은 무엇일까.
- 24P

사람이 무기력한 경우가 본인이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을 때라던데, 자연재해의 쓴 맛을 봐야 했다.
- 34P

누구나 문득 그런 생각을 한 적 있을 것이다.
하는 일이 힘들고 지쳐 자발적으론 못 하니 타의에 의해 쉬고 싶다는 생각.
-76P

어쩌면 에이커북스토어 시즌 2의 목표는 판매보다 생존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니면 득도하는 것이 더 빠를지도.
-117P

책을 좋아하는 것과 책방 운영은 별개의 일이다.
-15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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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행복‘이 화두다. 그만큼 우리 스스로 행복하지 못하다는 증거일 것이다. 파리에서 살 때 한 프랑스 친구가 내게 이렇게 물었다.
"왜 한국인은 휴가를 와서도 즐거워하지 않고 모두 화를 내지?"
- P4

내 인생에 대해서 스스로 어떻게 이야기하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똑같이 오래된 낡은 집에서 살면서 초라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과고풍스럽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인생이 같지 않다. 이사를 여러 번다닌 것을 ‘집 없는 자의 설움‘이라고 말하는 사람과 유목민같이 자유를 즐기는 라이프스타일‘ 이라고 말하는 사람의 인생은 분명히 다르다. 
- P6

최소한 내가 만난 프랑스인은 절대로 다른 사람이 자기 인생을 성공했다‘느니 실패했다‘느니 하는 정의를 내리도록 허용하지 않는,
‘나는 나라는 극도의 이기주의자였다. 그야말로 시크했다. 이에 비해 한국인은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스스로 남과 비교함으로써 자신이 불행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나는 프랑스 문화의 핵심을 이루는 이기주의적 주관‘ 또는 쌀쌀한 행복‘을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것이이 책을 쓰게 된 동기다.
- P7

사람은 누구나 편한 것을 좋아하고, 편하기를 바란다. 편하다는 것에는 두 가지 개념이 포함된다. 즉 ‘편리함convenien‘과 ‘편안함Comfortable‘이다. 편리하다는 말의 사전석인 정의는 ‘편하고 이로우며이용하기 쉬운 것‘이다. 편리함이란 내가 힘을 적게 들이고도 원하는것을 빨리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편안함이란 마음이편하고 걱정이 없는 감정‘을 말한다. 특히 모든 것이 익숙하고 예측가능하기 때문에 별다른 의식이 필요 없는 상태다.
그런데 사람들은 편리함과 편안함을 쉽게 혼동한다. 
- P13

파리에 살면 살수록 나는 무언가 할아버지 시대의 자명시계처럼 구닥다리 톱니바퀴가 고장이 날 듯하면서도 용케도 잘 돌아가는 것 같은 포근함을 느끼고 그에 동화되었다. 그 편안함의 정체는 바로 삶이예측 가능하다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프랑스식 편안한 삶의 정체다.
- P25

젊을 때 파리에서 조그마한 추억이라도 하나 만들어둔 사람은 오랜 세월이 지나 노년이 되어 파리에다시 간다면 아름다웠던 젊은 시절이 고스란히 살아나 가슴이 촉촉해질 것이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노벨상 수상 소설가 슈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가 파리를 영원한 젊은이의 도시‘라고 부른 이유도 그때문일 것이다.
- P29

미국의 정신의학과 교수인 마크 Marc Schoen 은, 현대인은 불편을즉시 해결하지 못하면 거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두려워하므로, 세상은점점 편리해지는데 우리는 갈수록 불편해진다고 했다.
- P32

죽음이 필연이라면 그 중간에 벌어지는 일들은 고통스러운 것이라도 숭고한 일이 된다. 또 인생이 죽기 전까지만 주어지는 것이라면 자기 감정과 느낌을 내일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항상 받아들이며 살아야 한다는 생활 태도를 가지게 될 것이다.
- P42

프랑스인은 ‘인간의 희로애락‘을 우리와 다르게 바라본다. 이는 메멘토 모리 전통과 관계가 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살아 있을때만 감정을 느낀다. 태어나기 전에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고 죽은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삶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는 제한된 시간이라면, 그것도 단 70~80년만 주어졌다면 슬픔, 절망, 우울같은 고통스러운 감정도 행복, 사랑 같은 감정만큼이나 아름다운 것이 된다. 그것이 삶의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면 다른 사람 앞에서 감출이유가 없다. 이것이 언젠가는 죽을 것임을 잊지 않고 사는 프랑스인의 인생관이다.
- P49

영원하지 않아 아름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지중해 문화의철학 즉 삶은 죽음이라는 엔딩이 있을 때만 의미가 있다는 것을 철학자들은 ‘메멘토 모리‘라고 하는데, 파리야말로 그 자체가 거대한 메멘토 모리라고 말할 수 있다.
- P57

그저 항상 같이 있었고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던 것처럼 그냥 헤어지기 바로 전날로 돌아간다. 한 번도 자리를비우지 않은 것처럼 내 빈 자리가 금세 채워지는 것이다. 나는 프랑스친구들의 이런 우정 표현을 ‘차가운 우정‘ 이라고 내 나름대로 이름 붙였다.
- P96

프랑스인은 친구라는 이름을 상당히 아껴 쓰며, 진짜로 친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만나서 술 한잔을 하면 호칭이 형 동생으로바라며 금세 친해지는 우리나라 사람은 어떤 우정이 진짜 우정이고,
어떤 우정이 ‘아는 사람일 뿐인지 구분하기 어렵지만, 프랑스인은 연인관계는 드라마틱하게 빨리 발전해도 진정한 우정은 천천히 익어가듯 발전시킨다. 저온 숙성하는 치즈 같다고나 할까? 프랑스인은 연애를 좋아하는 민족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남녀관계 속에서 찾기 어려운 영구적인 연민은 친구 즉 아미와 나누려고 한다.
- P107

반면에 프랑스인은 원근으로 사람을 구분하고 상대편이 원하는 거리 이상으로 다가가지 않는 것을 가장 중요한 예의로 본다. 이것은 프랑스 사람들이 좋아하는 고슴도치‘ 비유법으로 아이들에게 전수된다. 고슴도치가 멀리 같이 가려면 서로 찔리지 않을정도의 간격, 서로 잊히지 않을 정도의 거리를 지키면서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다.
- P109

이에 비해 프랑스에서는 ‘솔리대리테solidarite (유대, 결속, 상관성)가 넘치는 사회를 지향한다. 즉 모든 사람이 진정한 친구(아미)가 되어 프랑스 중세의 한 마을처럼 긴 테이블 위에 막 추수한 풍성한 음식과 와인을 차려놓고, 주위에 죽 둘러 앉은 사람들과 철학, 미술, 인생에 대해 상대편이 내 편인지 적인지 신경 쓰지 않고 열띤 토론을 벌일 수 있는 사회다. 이것이 프랑스인이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공생convivialit‘의 개념이다. 
- P112

하지만 프랑스 사람들은 예를 들어 며느리를 남에게 소개할 때 내며느리‘라는 식으로 나의‘ 즉 소유격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냥 ‘내 아들의 아내 또는 연인‘이라는 표현을 쓴다. 이 표현은 그 사람이 ‘내‘사람이 아니라 ‘내 아들‘의 사람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한다.
- P119

"너무 쿨하고 멋져…. 근데 난 죽었다 깨어나도 저렇게 굴할 수없어."
하지만 프랑스인의 그런 모습은 ‘쿨‘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꽉 차 있고, 심지어 배우자나 가족일지라도 타인을 자기 중심에 두지않는 이기주의‘ 철학에서 나온 것이다. 여기서 이기주의라는 단어는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다. 
- P127

하지만 전자는 남 신경 쓸 것 없이 자기 만족도가 높은 삶을 좋게 보는 태도를 의미한다. 프랑스인의 이기주의는 전자에 해당된다고 본다. 모든 사람이 서로 자기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사회는 나름의 균형과 질서가 있는 것 같다.
- P128

프랑스 아이들에게 어른이 되어가는 것은괴로운 인생의 무게를 짊어지는 여정이 아니라 인생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는 기대되는 일이 되는 것이다. 나는 누군가가 어떤 방식으로 어른이 되고 싶은지 묻는다면, 어릴 때 자유를 실컷 누리고 크면서 점차 하향곡선을 긋기보다는 어릴 때 조금통제를 받더라도 어른이 되는 것이 기대되고 기다리게 되는 편이라고 할 것 같다.
- P152

노라나 뱅상이 친구들과 나누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누가 성공했다느니 또는 실패했다느니 하는 분위기는 전혀 없었다. 그저 인생의어느 한 기간에 같은 배를 타고 여행한 친구지만 지금은 저마다 다른항구에서 내려 자기 갈 길을 간 사람들 같았다.
- P174

또 프랑스는 사회 계층이 오랫동안 정체되어 있어서 계층마다 즐기는 문화, 말투, 정서, 가치관이 너무나 다르다. 설령 학업을 통해 상류사회에 진입을 하더라도 음식, 복시, 문화적 식견 등 세밀한 부분에서 차별이 심해, 결국 지기가 살던 동네와 계층으로 다시 내려오는 사람도 많다. 사회적 성공의 비용이 너무 비싸고, 그것이 가져다주는 만족감이 워낙 낮기 때문에 성공을 위해 올인하는 것은 프랑스 사람에게 너무 ‘가성비‘가 낮은 선택이 된다.
- P178

미국이나 우리나라 같은 곳에서는 성취가 성공의 척도라면 프랑스인에게는 노동으로부터의 자유, 그리고 자기가 즐기는 레저 스포츠나식사 같은 이벤트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쓸 수 있는지를 성공의 척도로 본다고 생각하면 맞을 것이다.
- P189

어떤 목표를 이루는 것으로 내 인생의 성패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그 시간에 먹고 놀면서 느끼는 즐거움‘만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어떨까? 어쩌면 프랑스인은 진짜 성공한 인생이란 성공하려고 발버둥치지 않아도 되는 인생이고, 진짜 행복한 인생은 행복이란 것을믿지 않고 주어진 순간에 충실한 인생일 수 있다는 결론을 오랜 시행착오 끝에 얻은 것은 아닐까?
- P193

"그것이 미테랑과 올랑드의 차이지. 두 사람은 급이 달라."
이처럼 올랑드 대통령을 향한 프랑스인의 비판은 무슨 도덕성에관한 것이 아니라 미적인 감각에 대한 것이었다.
- P201

일국의 국가원수 중에 동거하는 여성이 바뀌는 경우나, 엄마뻘의이혼 여성과 결혼한 경력이 있는 경우는 프랑스 말고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프랑스에서는 나이 들 때까지 정치적 성공을 위해 독신으로살다가 ‘나는 나라와 결혼했다‘라고 주장하는 정치인을 더 이상하게바라볼 것이다. 사랑을 위해서 모든 것을 내던질 용기조차 없는 사람이 어떻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의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느냐면서 말이다.
- P202

나도 실연을 당하고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진 상태에서 로렐린을찾아간 적이 있다. 그때 그녀가 한 말이 기억난다.
"남자는 그 남자의 리브스토리의 합이지."
다시 말해 남자란 사랑의 기승전결을 여러 번 겪어보면서 차차 자신이 누구인지를 빌견하게 된다는 말이었다. 실연이란 하나의 러브스토리가 끝나고 다음 스토리가 시작하는 순간일 뿐이며, 자기에 대해서 가장 많은 것을 배우고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이다. 사랑이라는 것이어차피 영원히 갈 수 없다면, 그리고 어차피 연애란 엔딩이 있는 소설같음을 알고 시작했다면, 그 이야기가 얼마나 흥미롭고 멋진 이야기였는지가 중요하지, 새드 엔딩이 있다고 해서 나쁜 소설은 아니다.
- P208

연애에 목적이 없듯이, 인생은 즐거워서 사는 것이지 이유가 있어서사는 것은 아니다. 연애가 어떻게 끝나건 사랑하는 사람과 아름다운시간을 보내봤다는 것이 중요하듯이 인생도 살아봤다는 것이 중요하지 성공했는지 여부가 중요하지 않다. 그런 프랑스인은 더 큰 집, 더많은 편의시설, 더 많은 돈과 소비로 행복을 사려는 영미인과 그들의문화에 젖어 사는 사람들을 딱하게 생각한다.
-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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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내 생일선물로 무슨 책을 살까 하다가, 사노 요코의 책과 조승연 작가의 책 중 하나를 고민했었다. 조승연 작가의 책을 골랐으나, 사노요코의 책에도 미련이 있어 검색하던 중 원래 마음에 두었던 책이 아닌 그림동화책에 눈길이 갔다.

사노 요코 작가의 책을 한 번이라도 읽어봤던게 아니라, 온라인 누군가의 밑줄이 좋아 꼭 읽어 봐야겠다고 생각한거라... 그림동화책이 있는줄 몰랐다. 게다가 냥냥이라니..

주인공 냥님께선 죽다가도 다시 살아나며 여러사람을 만나고 어느 정도는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듯한 만남을 이어간다. 그러다가 하얀 야옹이를 만나고 아이들이 태어나고,하얀 야옹이가 무지개를 건너가고, 그리고 그길을 따라가듯 주인공 냥님도 그렇게 무지개를 건너간다.

간단한 줄거리지만 툭툭 내뱉는 츤데레 냐옹이와 그림, 그리고 결말을 보며 따뜻해지고 슬퍼지고 먹먹하였다. 우리 포냥이들 생각도 많이했다. 한냥이 두냥이가 2012년 1월생으로 추정되니 벌써 중년의 나이. 마당이와 룩이의 정확한 나이를 알 수 없지만 그냥 세네살 정도로 추정한다. 건강은 괜찮은건지 문득문득 불안한 마음도 든다. 또또를 보냈고, 또순이를 보냈다. 그리고 회사 아롱이를 보내며, 동료의 샤샤와 나르가 떠나는 모습을 보았다. 이별은 익숙한것이 될 수 없는거란걸 알면서도, 나보다 생명이 짧은 아이들과의 헤어짐을 받아들여야하는 순간을 때때로 생각한다.

어느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롱이 샤샤 나르가 같은 해 가던 때였나보다. 먼저 보내는 것이 감당하기 어려운 아픔과 슬픔에도 그런 멋진 멍멍이와 냥이들과 함께한건 행운이란 처음 생각. 그리고 사랑하니까 이별도 내가 감당할 몫이라는 이어진 생각. 이어서 내가 먼저 떠나서 혹여라도 불행해질지 모르는 삶을 주는것보다, 아픔도 이별도 내가 마지막까지 함께해주리란 약속.내가 이리 아프게 될줄은 몰랐지만, 냥냥이들과의 약속도,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나아야겠지만.

책을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다 읽고 이런저런 생각들이 정리되지 않은채 그저 먹먹하기만 했다. 그래도 마냥 슬픈 책은 아니다. 슬픔을 준비하지만 따뜻해질 수 있는 동화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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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21-09-07 12: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일을 맞아 기쁘고 들뜬 기분이어야 할 테지만 동고동락했던 고양이를 생각하며 측은지심과 희로애락을 넘나드는 글을 남기셨어요. 그저 지나치지 못하겠네요. 맞다… 생일 축하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