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라는 직업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때로는 예측할 수 없는 일들로 가득합니다. 환자들의 이야기 속에는 수많은 감정과 사연이 얽혀 있고, 그 속에서 저도 함께 울고 웃으며 하루를 보냅니다. 하지만어쩐지 저의 어리바리함이 때로는 그 복잡함을 조금은 덜어주는 것 같습니다. 
- P6

어쩌면 그곳에서는 ‘아맞다‘라는 말은 하나의 암구호로 통할 것 같다. ‘아맞다‘란 다른 사람들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우리만의 유대감을 형성하는 시그널일테니 말이다.
- P18

아 맞다! 하면서 그냥 자신의 숙명을 받아들인다. 포기하면 편하다 (?)
- P21

아파야 설움을 안다
- P22

20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이루어지는 진료를 위해 많은 번거로움과 수고가 필요한 것이었다.
- P23

우리는 모두 각자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그리고 삶이라는 여정은 서로가 써 내려간 이야기들을 서로에게 나누고 공감하는 과정이라 나는 생각한다. 바닷가에 밀려오는파도처럼, 우리의 이야기는 끊임없이 펼쳐지며, 서로의 마음에 여러 가지 모습으로 흔적을 남긴다.
- P46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냉소적인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점점 냉소적인 말들만 뱉으며 어두운 동굴 속으로 깊이 들어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냉소적인 태도를 보였던 주변 친구들은 여전히 세상을 향해 차가운 말들을 뱉을 뿐, 무언가를 위해 노력하거나 도전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 P67

어쩌면 우리가 바라는완벽한 삶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대신, 우리는 매 순간 충분히 좋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 ‘good enough‘라는 말은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고, 앞으로도 그 의미를 되새기며 살아가고 싶다.
- P78

Y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스스로를 위로하고 돌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것이 쉽지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어렵고 어색하더라도 조금씩, 천천히 시도해야 한다. 
- P99

염려로 인한 것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냉정한 말들이 서슴없이 가족 면담 중 튀어나왔다.
- P109

우리가 살아가는 삶은 한 가지의 정답만이 있는 것이 아닌, 복잡한 문제들의 연속이다. 삶의 문제는 각자의 상황과 감정, 그리고 경험들이 만들어내는 복잡한 퍼즐 같은 것이기에 우리는 그것을 헤쳐나갈 정답을알기란 쉽지 않다. 
- P110

삶을 살아가면서힘든 일을 마주할 때, 우리는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심리적 안정감을 얻고 정신적 좌절로부터 회복할 수 있다. 마치 정신의 고향으로 돌아가는것이다.
- P114

공감이란 무엇일까? 서로 다독여주는일? 힘들었겠다고 말해주는 것? 사전을 찾아보니, 공감은 남의 감정, 의견, 주장에 대해 자기도 그렇다고 느끼는 것, 또는 그렇게 느끼는 기분이라고 한다. 사전적 정의에서는 자신이 느끼는 것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말하는 이가 자신이 이해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 또한 공감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P130

어쩌면 우리 모두 다른 사람들의 상처와 힘듦에 점점 무관심해져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너무나도 쉽게 자신의 아픔을 밖으로 드러내고 다녀서 힘들다는 말이 그 힘을 잃어가는 것일까? 집에 돌아오는 길 위, 밝게 빛나는 저 보름달의 달빛마저 서글픈느낌이 드는 밤이었다.
- P134

용서란 내게 한 일을 마치 없었던 일로 하는 것일까? 아니라면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이해해 주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내 안에서 흘러 보내는 것일까?
- P147

용서는 충분히 미워해야 용서를 할 수 있는 걸까? 그 사람이 정말 진실되게 사과하면 용서를 할 수 있는 걸까?
아니라면 바다 같은 마음을 지녀야 용서를 할 수 있는걸까?
- P148

지난 일들을, 상대를 용서한다고 말하면서 사실은용서하지 못하고 있는 나 자신이 우습기도 하다. 왜나는 상처를 놓아주지 못하고 원망과 분노를 품고 있을까. 때로는 수동-공격(passive-aggressive)을 보이는 때도 있는 나를 마주 할 때면, 나도 한참 부족한 정신과의사라는 아니 부족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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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는 마음. 추운 겨울밤 가장 낮은 온도로 전하는 사랑. 나눠주세요. 당신의 추위를. 나는 지금 충분히 따뜻합니다.
- P337

겨울의 감기는 자연스러운 일
그러니 조금 더 아플 수 있다고 말해주세요.
- P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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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고 싶어. 집에서 죽고 싶어.
그 말은 지워지지 않고 내 안에 남아 씨앗이 되고 새싹이 되고 나무가 된다.
- P300

당신이 당신으로 살아온 그 모든 시간에 감사드립니다.
당신이 당신으로 살아갈 그 모든 시간의 일부이길 원합니다.
- P333

당신의 다정함을 당신이 터무니없는 일로 화를 내거나 나를 비난할 때, 의심하고 탓할 때 나는 등을 돌리고 앉아 벽의 모서리 어두운 곳에 그동안모아둔 다정함을 몰래 꺼내놓고 물끄러미 바라본다. 
- P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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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가 이슬과 얼음 사이라면
세월은 계곡과 바다 사이
가을은 충만과 비움 사이.
- P249

당신에게는 아주 쉬운 그것이 내겐 정말 어려워서 충분한 설명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올, 당신은 아는 그것을 나는 모를 수도 있음을 어째서 모르는가. 
- P257

누구에게나 말할 수 없는 비밀이있을 것이다. 나는 절대 알 수 없는 당신의 오래된 비밀 때문에나는 당신을 존중하고 존경한다. 예의를 갖춘다.
- P259

어른이 되어도 길을 걸으며 울일은 생긴다. 그래도 괜찮다. 네가 거기 있고 내가 여기 있으니까. 울 만큼 울었다면 이제 그만 집으로 가자.
- P263

소설 쓰기를 포기할 수도 없었다. 소설을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어떤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소설을 쓰는 동안에는 나를 똑바로 쳐다볼 수 있었다. 내마음을 남의 마음처럼 헤아릴 수도 있었다. 아무도 들어주지않는 내밀한 이야기를 얼마든지 쓸 수 있었다. 소설은 나를 버티는 힘이었다.
- P283

소설을 쓰다보면 나의 삶이 궁금해진다. 더 살아보고 싶어진다. 소설은 나를 살게한다. 그러므로 장래 희망은 계속 쓰는 사람.
-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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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흰 봉투가 날아와 계약 종료 통지서나 처음 들어보는 병명의 진단서를 덜컥 내놓는다면, 그때는 어떻게 되는 걸까.
- P133

 ‘메이드인 차이나‘는 역시.....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대륙의 저편에있는 금형 공장과 달아오른 기계, 기름때가 묻은 러닝셔츠를입은 중국인 혹은 중국인이 아닌 누군가, 그가 점심으로 건져올리는 이름 모를 하얀 국수가 떠올랐다. 젓가락을 쥔 손가락들을 상상하니 어쩐지 탓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 P141

초라하게 사라진 나라들조차 폐허 어딘가에는 영광을 남기는 것처럼 그 연애들에도 부정할 수 없는순간은 있었다. 연애가 망하더라도 사랑은 망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몰랐다.  - P142

 미래는 여전히 닫힌 봉투 안에 있었고 몇몇 퇴근길에는 사는 게 형벌 같았다. 미미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워 담았고 그게 도움이 안 될 때는 불확실하지만 원대한 행복을 상상했다.  - P143

 하지만 눈 내리는 12월 31일, 로나가 진부하지만 엄연한 가난 앞에발걸음을 멈췄을 때부터, 천 명의 손을 거쳐 붉은 도브가 제자리로 돌아갈 때까지의 이야기에는 효율성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메시지가 있다.
- P201

시계판 뒤에 무슨 장난과 음모가 있든 살아야 할 시간이 많았다. 어쩌면 서핑을 배울 수 있을 만큼 긴 시간이 있을지도 몰랐다. 왜 시도도안 해봤을까. 나도 파도를 탈 수 있지. 그래, 나는 파도를 탈수도 있어.
- P234

버리려면 들어야 했다. 버리는 것과 떨어뜨리는 것은 아주 달랐다.
- P249

여러 위험을 평가해보면 문을 열어두고 잔다고 아침을 맞이하지 못할 확률은 극히 낮았다. 낮음과 없음은 다르다. 낮음은없음이 아니다.  - P269

누구도 누구를 치유하기 위해서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은 마음의 상호확증파괴다.
- P295

‘규범‘ ‘정상‘ ‘평균‘ 같은 억압적 개념들에서 평범함을 떨어뜨려놓을수록, 평범함이 얼마나 다양하고 비일관적이며 풍부한 것인지 볼 수 있게 된다. 
- P307

따라서는 미학적이고, 문학은 정치적이지만 정치와 문학은 다법정에서 다른 태도로 평범함과 관계하는 것이다. 
- P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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