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서 오래 서성이며 차곡차곡 쌓아간 인터뷰가 100명을 향해갈 무렵, 이제는 누구를 만나도 고유한 이야기를 발견하고 언어화할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모든 사람에게 언제나 배울 점이 있다는 믿음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 P198

앞서 설명했듯 편집은 재료들 사이에 존재하는 미적·심리적. 논리적 거리와 간격을 조정하는 일이다. 
- P211

에디터는 어떻게든 관여하고 설득한다. 끝끝내 소통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나는 에디터 업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 P22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여자는 알까, 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의 이런 면을 알까.
스스로의 논리 속에서 자신의 입장이 완벽해지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면을 알까. 그것이 그의 내면 깊숙이 숨겨진 약한 마음에서 비롯된 강박인 것을 알까.
- P162

살다 보면 너한테도 언젠가 그런 날이 있을 거다..... 수많은 것들이 한꺼번에 후회되는 날이. 그날이 빨리 오면 좋은거고, 너무 늦게 오면 후회해도 늦은 거고.
- P170

겨울에는 견뎠고 봄에는 기쁘다.
- P174

어느 날 그는 빗방울이 전선에 맺혀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때까지 살아왔던 방식을 한꺼번에 바꾸었다. 그러니 정말 흥미 있는 이야기는 그 뒤에 비로소 시작되지만, 일단 이이야기는 그가 전선의 빗방울을 보기 전까지이다.
- P177

그러므로 애초에 길이라는 것은 결코 끝나는 법이 없으며 ‘끝‘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지어낸 생각일 뿐이라는 것이 그가 이 직장에 들어와 사년을 지내는 동안 깨달은 사실이다. 끝이라는 것이 지어낸 생각일 뿐이라면 길이라는 것 역시 지어낸 생각일 뿐일까? 아마그럴 것이라고 그는 짐작한다.
- P18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뒤이어 나에게 엄습해온 것은 더욱 뜻밖의 것으로, 마치 강한 파도가 가슴을 치는 듯한, 여름 한낮에 한 바가지 냉수를 뒤집어쓴 것 같은 후련함, 후련하다 못해 일말의 자유까지 느끼게 해주는 통쾌함이었다.
- P112

치밀한 성격의 그는 예상치 못했던 사소한 일로 평정이 무너져버리곤 했다. 그 무섭도록 철저한 성격의 내면에 어떤 불안이 도사리고 있었기에 그랬을까. 
- P127

믿기지 않는 일이었지만 나는 그의 흉터 때문에 그를 사랑한다고 생각했고, 이제 그 흉터 때문에 그를 혐오하고 있었다.
그의 흉터가 다만 한 겹 얇은 살갗일 뿐이라는 것을 나는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안다는 것이 내 마음의 얇은 한겹까지 벗겨내주지는 못했다.
- P13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집한 재료가 100개라면 100번의 가능성을 지었다가 부순다. 생략할 용기와 본질을 알아차리는 눈은 그냥 얻어지지 않는다. 경험치와 노력에 비례해 점진적으로 커진다. 나는 이 사실에 커다란 위안을 느낀다.
에디토리얼 씽킹에 왕도가 없다는 사실, 자기 자신에게 정직하려 애쓰고 실패와 좌절의 데이터를 통해 배우는 길 말고 별다른 요령이 없다는 사실이 좋다. 
- P19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질녘에 아이는, 여관방 창 너머로 아스라이 사위는 바다를 향해 걸어가고 싶어진다.
흙펄을 핥는 파도의 거품이 흰빛인지 황금빛인지 가까이서 보고 싶어진다.

- P43

세상은 차츰 어두워질 것 같지만, 그렇게 어두워지고 말 것 같지만, 해가 사라지기 직전 마지막 순간에는 깜짝 놀랄 만큼 환해진다. 마치 꿈속같이, 그 순간만큼 세상이 아름다운 때는 없다.
- P49

아이가 눈을 꿈벅꿈벅하는 동안 엄마는 아이의 가슴에 서늘한 금이 그어지도록, 그래서 그만 눈물이 날 만큼 매몰차게 아이의 어깨를 떠밀고는 돌아앉아버렸다.
- P83

다음날 아이가 잠에서 깨었을 때 엄마는 없었다. 아이는 울지 않았다. 엄마가 떠났다는 것에 대한 실감이 없었고, 그렇다고 아주 떠난 게 아니라 곧 돌아올 것이라고도 희망하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아이는 모든 일을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그저 생겨난 일대로 숨소리를 크게 내지 않고 견디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 P91

어린애처럼 들먹이는 아빠의 어깨를 올려다보면서 괜찮아요, 라고 말해주고 싶던, 그 찢어지는 것 같던 마음이었을까하고 생각한다. 이 마음을 계속해서 갖고 있는 것이 괴로와서 엄마는 이 마음을 버렸을까, 그래서 우리 둘을 떠나버린 것일까 하고 생각한다.
- P98

해질녘의 개들이 어떤 기분일지 아이는 궁금하지 않다. 너무 아팠기때문에, 오래 외로웠기 때문에, 아이에게는 이 순간 두려운 것이 없다.
- P9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