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물상자
한강 (지은이), 봄로야 (그림) 문학동네 2008-05-22, 71쪽, 동화

#빈칸놀이터프로그램
#문학을낭독하는 사람들
#문낭사

🐦 문낭사 2025년, 1월모임으로 추천한 책. 2024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 작품 중 이전 읽었던 소설 말고 동화도 궁금해졌다. 2024년 12월은 너무도 혼란했고 인간성, 인류애라는 걸 다른 때보다 느끼기 어려운 연말이었다. 2025년 새 해는 동화를 사랑할 수 있는 여유, 다른 사람의 아픔을 볼 수 있는 마음으로 낭독을 시작하고 싶었다.

🐦 이렇게 눈물 종류가 많은지 새삼 느꼈다. 읽으면서 연보랏빛 눈물은 어떤 걸까, 이런 색의 눈물은 어떤걸까 궁금했다. 점점 울 일이 많지 않은데, 최근에 무슨 일로 나는 울었는지도 잠깐 생각해봤다. 내가 보통 흘린 눈물은 어떤 눈물이었는지 궁금하다. 나를 위한 눈물일지 누군가를 위한 것인지. 자연을 보고 감탄해서 흘린 눈물일 수도 있고, 아니면 나의 음흉함을 들킬까 봐 겁나서 바들바들 떠는 눈물일 수도 있고.

🐦 흔히들 악어의 눈물이라고 하는데 악어가 어떻게 눈물을 흘리는지 궁금해졌다. 개인적으로 더 궁금한 눈물은 책에 나오는 붉은 눈물이다. 고통스러운 일을 겪은 뒤에, 울고 난 뒤에 그 눈물까지 마르고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 처음으로 다시 흘리는 눈물 이 붉은 눈물이라고 하는데... 이런 눈물은 경험하고 싶지 않다.

🐦 아이는 왜 피리소리를 듣고 울었을까. 알 것 같으면서도 잘 모르겠다. 아이가 세상을 이해 한 건가? 뭉클한데 이유를 모르겠다. 어른을 위한 동화가 맞다. 현대에서는 감수성이 깊고 감정적인 것들, 그런 모습이 사회생활하면서 약점으로 생각되기도 하는 듯. 그래서 감추게 되는 게 아닐까.

🐦 낭독을 하다가 김연수 작가의 ‘세계의 끝 여자친구(문학동네 2009. 9)‘ 소설집이 생각났다. 소설의 인물들은 지금이 아름다워서 주목하지 않고, 그 아름다움이 전부 없어지는 걸 아는 마음을 아는 사람들이다. 너저분한 것도 아는 사람들이다. 아무것도 몰라서 타인에게 친절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닌 바닥을 알기에 그럴 수 있는 사람들이다. 눈물상자와 결이 다르지만, 비슷한 무언가를 계속해서 느꼈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게 쉬워서 하는 게 아니라, 아프지만 애쓰고 노력하는 마음. 쉬워서 하는 게 아닌 바닥을 알아도 하는, 살아가는 것.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때로는 예측할 수 없는 일들로 가득합니다. 환자들의 이야기 속에는 수많은 감정과 사연이 얽혀 있고, 그 속에서 저도 함께 울고 웃으며 하루를 보냅니다. 하지만어쩐지 저의 어리바리함이 때로는 그 복잡함을 조금은 덜어주는 것 같습니다. 
- P6

어쩌면 그곳에서는 ‘아맞다‘라는 말은 하나의 암구호로 통할 것 같다. ‘아맞다‘란 다른 사람들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우리만의 유대감을 형성하는 시그널일테니 말이다.
- P18

아 맞다! 하면서 그냥 자신의 숙명을 받아들인다. 포기하면 편하다 (?)
- P21

아파야 설움을 안다
- P22

20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이루어지는 진료를 위해 많은 번거로움과 수고가 필요한 것이었다.
- P23

우리는 모두 각자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그리고 삶이라는 여정은 서로가 써 내려간 이야기들을 서로에게 나누고 공감하는 과정이라 나는 생각한다. 바닷가에 밀려오는파도처럼, 우리의 이야기는 끊임없이 펼쳐지며, 서로의 마음에 여러 가지 모습으로 흔적을 남긴다.
- P46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냉소적인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점점 냉소적인 말들만 뱉으며 어두운 동굴 속으로 깊이 들어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냉소적인 태도를 보였던 주변 친구들은 여전히 세상을 향해 차가운 말들을 뱉을 뿐, 무언가를 위해 노력하거나 도전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 P67

어쩌면 우리가 바라는완벽한 삶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대신, 우리는 매 순간 충분히 좋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 ‘good enough‘라는 말은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고, 앞으로도 그 의미를 되새기며 살아가고 싶다.
- P78

Y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스스로를 위로하고 돌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것이 쉽지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어렵고 어색하더라도 조금씩, 천천히 시도해야 한다. 
- P99

염려로 인한 것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냉정한 말들이 서슴없이 가족 면담 중 튀어나왔다.
- P109

우리가 살아가는 삶은 한 가지의 정답만이 있는 것이 아닌, 복잡한 문제들의 연속이다. 삶의 문제는 각자의 상황과 감정, 그리고 경험들이 만들어내는 복잡한 퍼즐 같은 것이기에 우리는 그것을 헤쳐나갈 정답을알기란 쉽지 않다. 
- P110

삶을 살아가면서힘든 일을 마주할 때, 우리는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심리적 안정감을 얻고 정신적 좌절로부터 회복할 수 있다. 마치 정신의 고향으로 돌아가는것이다.
- P114

공감이란 무엇일까? 서로 다독여주는일? 힘들었겠다고 말해주는 것? 사전을 찾아보니, 공감은 남의 감정, 의견, 주장에 대해 자기도 그렇다고 느끼는 것, 또는 그렇게 느끼는 기분이라고 한다. 사전적 정의에서는 자신이 느끼는 것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말하는 이가 자신이 이해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 또한 공감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P130

어쩌면 우리 모두 다른 사람들의 상처와 힘듦에 점점 무관심해져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너무나도 쉽게 자신의 아픔을 밖으로 드러내고 다녀서 힘들다는 말이 그 힘을 잃어가는 것일까? 집에 돌아오는 길 위, 밝게 빛나는 저 보름달의 달빛마저 서글픈느낌이 드는 밤이었다.
- P134

용서란 내게 한 일을 마치 없었던 일로 하는 것일까? 아니라면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이해해 주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내 안에서 흘러 보내는 것일까?
- P147

용서는 충분히 미워해야 용서를 할 수 있는 걸까? 그 사람이 정말 진실되게 사과하면 용서를 할 수 있는 걸까?
아니라면 바다 같은 마음을 지녀야 용서를 할 수 있는걸까?
- P148

지난 일들을, 상대를 용서한다고 말하면서 사실은용서하지 못하고 있는 나 자신이 우습기도 하다. 왜나는 상처를 놓아주지 못하고 원망과 분노를 품고 있을까. 때로는 수동-공격(passive-aggressive)을 보이는 때도 있는 나를 마주 할 때면, 나도 한참 부족한 정신과의사라는 아니 부족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 P14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돌아보는 마음. 추운 겨울밤 가장 낮은 온도로 전하는 사랑. 나눠주세요. 당신의 추위를. 나는 지금 충분히 따뜻합니다.
- P337

겨울의 감기는 자연스러운 일
그러니 조금 더 아플 수 있다고 말해주세요.
- P34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집에 가고 싶어. 집에서 죽고 싶어.
그 말은 지워지지 않고 내 안에 남아 씨앗이 되고 새싹이 되고 나무가 된다.
- P300

당신이 당신으로 살아온 그 모든 시간에 감사드립니다.
당신이 당신으로 살아갈 그 모든 시간의 일부이길 원합니다.
- P333

당신의 다정함을 당신이 터무니없는 일로 화를 내거나 나를 비난할 때, 의심하고 탓할 때 나는 등을 돌리고 앉아 벽의 모서리 어두운 곳에 그동안모아둔 다정함을 몰래 꺼내놓고 물끄러미 바라본다. 
- P33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리가 이슬과 얼음 사이라면
세월은 계곡과 바다 사이
가을은 충만과 비움 사이.
- P249

당신에게는 아주 쉬운 그것이 내겐 정말 어려워서 충분한 설명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올, 당신은 아는 그것을 나는 모를 수도 있음을 어째서 모르는가. 
- P257

누구에게나 말할 수 없는 비밀이있을 것이다. 나는 절대 알 수 없는 당신의 오래된 비밀 때문에나는 당신을 존중하고 존경한다. 예의를 갖춘다.
- P259

어른이 되어도 길을 걸으며 울일은 생긴다. 그래도 괜찮다. 네가 거기 있고 내가 여기 있으니까. 울 만큼 울었다면 이제 그만 집으로 가자.
- P263

소설 쓰기를 포기할 수도 없었다. 소설을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어떤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소설을 쓰는 동안에는 나를 똑바로 쳐다볼 수 있었다. 내마음을 남의 마음처럼 헤아릴 수도 있었다. 아무도 들어주지않는 내밀한 이야기를 얼마든지 쓸 수 있었다. 소설은 나를 버티는 힘이었다.
- P283

소설을 쓰다보면 나의 삶이 궁금해진다. 더 살아보고 싶어진다. 소설은 나를 살게한다. 그러므로 장래 희망은 계속 쓰는 사람.
- P28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