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수녀에게 딩카어로 통역을 해달라고 하니, 수녀는 이곳에서는 식량이 부족해 하루 한 번 저녁에만 식사를 하기 때문에 ‘식후세번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해서 당황하는 거라고 설명했다. 그는다시 한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식량 부족으로 하루 한 끼만 먹다니…….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그는 아프리카 대륙의 많은 곳이 기아와 싸우고 있다는 뉴스를 떠올렸다. 결국 한참을 생각하다 해가 동쪽에 있을 때 한 번, 하늘 중간에 있을 때 한 번, 서쪽에 있을 때 한 번 먹어라"고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설명했다. 아이는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 P116

그가 그동안 어떤 사제, 어떤 선교사가 되어야 할지 기도하면서얻은 결론은 자신을 낮추고 톤즈의 청소년들과 주민들을 온전히 섬기고 사랑하는 것이었다. 그 모습에 어울리는 성화는 무엇일까? 그는 자신이 즐겨 부르던 갓등중창단 신상옥의 <내 발을 씻기신 예수)를 떠올리며 지거 쾨더 Sieger Köder(1925~2015)가 그린 <발을 씻어주시는 예수님>을 선택했다.
- P143

어머니의 사랑보다 더 크고 끝없이 자비로우신 하느님의 모습을 증거하는 사제요. 선교사에게 필요한 성경 구절은 무엇일까? 그는 기도 끝에 성령 여인들은 잊는다 하더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않는다" (이사야서 4장15절)를 자신의 사제 서품 성구로 선택했다.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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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현은 각각의 소품들이 의미를 갖기 때문에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식장을 보고 있으면 여행에서우연히 마주친 낯선 골목의 기억, 소품샵의 진열장과 무엇을 살지 고르던 순간의 두근거림이 떠오른다고 했다. 그런걸 기억해서 어디에 쓸모가 있겠냐마는, 나는 아마 ‘감정의 물성‘ 또한 그런 사소한 물건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상술이겠거니 하고 넘겨짚었다.
-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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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소한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만 하면 되었지. 하지만 삶이란 정말 예측할수 없더군.
- P161

한순간 웜홀 통로들이 나타나고 워프항법이 폐기된 것처럼 또다시 웜홀이 사라진다면? 그러면우리는 더 많은 인류를 우주 저 밖에 남기게 될까?
- P181

예전에는 헤어진다는 것이 이런 의미가 아니었어. 적어도 그때는 같은 하늘 아래 있었지. 같은 행성 위에서, 같은대기를 공유했단 말일세. 하지만 지금은 심지어 같은 우주조차 아니야. 
- P181

우리는 점점 더 우주에 존재하는 외로움의 총합을 늘려갈 뿐인 게 아닌가
-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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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모든 그림은 매번 다른 풍경을 묘사했지만 부분의 조합은 전체세계를 생생하고 치밀하게 직조했다.
"류드밀라, 그곳의 이름이 대체 뭡니까?"
- P101

 류드밀라의 행성을 볼 때 사람들은 무언가 놓고 온 것, 아주 오래되고 아득한 것, 떠나온 것을 떠올렸다.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그리워하는지 모르면서도 눈물을 흘렸다. 평론가들은 류드밀라의 작품이 어디에도 없는 세계를 묘사해내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모든 사람의 마음에 존재하는 세계를 자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P101

"아기들의 머릿속에 우리와 다른 지성적 존재가 있다는거야?"
"그렇게 설명하면 모든 것이 명쾌해요."
- P121

아주 이상한 가정 하나를 해보자.
수만 년 전부터 인류와 공생해온 어떤 이질적인 존재들이 있다고 말이다.
미토콘드리아가 세포 내로 들어와 핵과 별도의 DNA를가진 채로 수십억 년의 공생을 시작한 것처럼, 별개로 출발한 두 종이 서로의 이득을 위해 공생하는 일은 흔하다.
인간은 수많은 체내 미생물들과도 공생한다. 사람들은 외부에서 유래한 그들을 이질적 타자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미 인간의 일부이다.
- P128

하지만 만약 공생의 대상이 지구상의 생물이 아니라면어떨까? 지구에서도 유래하지 않은 것, 수만 년 전,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래전에 지구 밖의 어느 행성에서 온 것이라면, 그것이 우리의 뇌에 자리 잡았고, 우리의 유년기를지배했고, 우리를 윤리적 주체로 가르쳐왔다면, 인간을 비인간동물과 구분하는 명백한 특질들이 사실은 인간 밖에서 온 것들이라면.
"우리가 인간성이라고 믿어왔던 것이 실은 외계성이었군요."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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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 P7

괜찮다면 대신 이야기를 전해줄래? 여전히 그분들을 많이 사랑한다고 하지만 내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말야.
너도 내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궁금할 거야.
- P9

망각, 그것은 내가 순례의식에 대해 가진 최초의 의문이기도 해.
- P11

어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을까.
이 편지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이야. 동시에 왜내가 시초지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답이기도 하지. 편지를 끝까지읽고 나면 너도 나를 이해하게 될 거야.
- P12

나에게는 분명한 균열이었던 그 울고 있던남자와의 만남 이후로, 나는 한 가지 충격적인 생각에 사로잡혔어.
우리는 행복하지만, 이 행복의 근원을 모른다는 것.
- P19

그 시선들은 올리브를 경멸하거나 동정했다. 이게대체 무슨 문제라는 거지? 올리브는 이해할 수 없었다. 델피는 올리브와 마찬가지로 그게 무슨 문제인지 이해할 수없다고 말하는 단 한 명뿐인 사람이었다.
- P32

‘이로써 나는 태어날 가치가 없었던 삶임을 증명하는가?‘
릴리는 나에게서 스스로를 보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세상이 원치 않았던 존재로 태어난 릴리, 세계에서 배제된릴리. 그러나 악착같이 살아남아 어떤 방식으로든 삶의 가능성을 입증한 릴리 다우드나.
- P47

그녀의 결정에 대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아직도 나는모르겠다. 릴리는 자신의 삶을 증오했지만, 자신의 존재를
증오하지는 못했다.
- P47

아름답고 뛰어난 지성을 가진신인류가 아니라, 서로를 밟고 그 위에 서지 않는 신인류를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 아이들로만 구성된 세계를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지구 밖에 ‘마을‘이 존재하는 것은 그녀의 연구가 성공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 P49

올리브는 사랑이 그 사람과 함께 세계에 맞서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거야.
- P52

그때 나는 알았어.
우리는 그곳에서 괴로울 거야.
하지만 그보다 많이 행복할 거야.
- P51

 그림을 그리는 데에 삶의 모든 시간을 쏟기에는 루이의 수명은 너무 짧았다. 그렇다면그림은 그들의 짧은 생을 다 바칠 만큼의 의미가 있어야했다.
- P85

이전의 루이들이 희진을 돌보고 아꼈기 때문에 새로운 루이도 희진을 돌보기로 결정한다. 그 과정에는어떤 대단한 결단의 과정이 없다. 그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루이‘가 된다.
- P90

루이의 선량함을 생각할 때면, 나는 아직도 지구 어딘가에 남아 있다는 작고 단절된 마을을 상상한다. 할머니는 무력하고 유약한 이방인이었기에 환대받을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 P95

그러나 그중 잊히지 않는 한 문장만큼은지금도 떠오른다.
"이렇게 쓰여 있구나."
할머니는 그 부분을 읽을 때면 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놀랍고 아름다운 생물이다."
숨을 거두기 전 할머니는 연구노트의 처분을 나에게 맡겼다. 나는 기록의 사본을 남기고, 원본은 할머니와 함께화장했다. 찬란했던 색채들이 한 줌의 재로 모였다.
나는 할머니의 유해를 우주로 실어 보내 별들에게 돌려주었다.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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