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비탄과 우울은 지독히도 끈질겼지만, 아버지는 절망하지 않았다. 간혹 가다가 내가 살인 누명을 썼던 굴욕을 떨쳐내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자존심이란 얼마나 허망한지 모른다면서 날 일깨워주려 할 때도 있었다. - P251
빅토르, 이렇게 고백하지만 나는 너를 사랑해. 그리고 덧없는 장래의 꿈속에서 너는 언제나 변함없는 친구이자 동반자였어. 하지만 나 자신뿐 아니라 네 행복을 바라니까 네가 자유의사로 선택한 바가니라면 우리 둘의 결혼은 한없이 비참해질 거라고 확실히 말할 수있어. 참혹하기 그지없는 불행에 이토록 시달린 나머지, 네가 명예라는 말에 숨이 막혀 너를 원래대로 회복시켜줄 수 있는 유일한사랑과 행복의 희망마저 놓아버릴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난 지금도슬피 울어. - P254
그리고 이 편지 덕분에, 또 내가 한어떤 일 덕분에 네 입가에 미소 하나가 떠오른다면, 다른 행복은 필요치 않아. - P255
호변에 닿자 근심과 두려움이 새삼 되살아났다. 머지않아 나를 사로잡고 영원히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을 근심과 두려움이. - P262
내 심장은 사랑과 연민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졌다. 불행이 심장을 쥐어짜 죄악과 증오를 품게 만들었을 때, 당신이 상상도 할 수 없는 고문 같은 아픔 없이는 그 지독한 변화를 견뎌낼 수 없었다. - P299
죽음은 이제 내게 남은 유일한 위로다. 범죄에 더럽혀지고 쓰디쓴 회한에 갈기갈기 찢긴 내가 죽음이 아니라면 어디서 휴식을 찾겠는가? - P303
불경한 기술을 빌려 창조주를 사칭함으로써 멸절의 위기를 자초하는인류에 대한 경고를 일찌감치 원형적 서사로 풀어낸 메리 셸리는 분명 ‘과학소설의 어머니‘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 - P306
세상 누구와도 다르다‘는 이유로 절대 고독의 상태에 빠진 괴물의 고뇌는 그가저지르는 살육 행위를 정당화해주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납득시키기에모자람이 없다. 괴물에게는 무수한 얼굴들이 있고, 어떤 얼굴은 참으로 슬프다. - P310
자신이 창조한 텍스트에 대한 작가의 이 애증 섞인 감정 역시 괴물의 또 다른 얼굴이다. - P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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