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묻겠는데, 하나 씨는 정말로, 진심으로, 진짜로,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 P133

아버지 겐슈는 게이치로에게 말했다. 철저하게 감춘다는 것은 철저하게 거짓말을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일어난 일이 전혀 없었던 일인 양 행동해야 한다. 거짓은 거짓, 진실은 진실로 나누어 상대를 보아 가며 진실을 이야기하는 어중간한 짓을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한 사람의 귀에 진실이 들어가면 언젠가는 열 명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다. 열 명의 입에서 돌고 돌아 막부 밀정의 귀에도 들어가게 될지 모른다. 그러면 감추는 의미가 없다.
- P149

그런 것이다. 우사는 자신의 물음에 스스로 대답했다. 지금의 쇼군은 악령이나 저주를 몹시 두려워하는 분이니까. 두려워한다는 것은 깊이 믿고 있다는 뜻이니까.
결국 우사를 비롯한 마루미 사람들에게 그 생각을 받아들이는것 외에는 길이 없다. 그렇다면 순순히 믿어 버리는 것이 편하다.
- P174

두근거리던 가슴은 가라앉고 대신 조용하게 슬픔이 치밀어 올랐다.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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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사는 와타베 님의 충혈된 눈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눈을 이즈미 선생님의 차분한 눈빛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겉모습은 다르지만, 두 개의 눈빛은 그 속에 무언가를 감추고있다. 틀림없이 그렇다. 우사에게는 아무래도 그렇게 여겨진다.
- P111

어부 마을에서 태어난 우사는 알고 있다. 잔잔하고 온화해 보이는 바다에도 물살의 흐름이 있다는 것을 인간 세상도 마찬가지다.
조용한 파도 밑에 생각지도 못했을 정도로 강한 소용돌이가 몰아치고 있을 때도 있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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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의 눈앞이 빙그르르 돌았다. 아니, 그것은 착각이고, 주위 풍경은 그대로 있고 그저 호의 혼이 빙그르르 반 바퀴 돌고 만 것이리라.
하얀, 하얀 웃는 얼굴 순간적으로 생각했다. 하얀뱀이다.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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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여겨봐 두었던 낡은 가위를 손보자, 거의 예정한 시각이 되었다. 집을 나서며 힐끗 뒤돌아볼 때는 어쩐 일인가,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 P161

 그녀가 숙녀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매춘부도 아니었다는 것은 내가 확실하게 보장한다. 만약 보증서가 필요하다면 도장이야 열 번이든 스무 번이든 언제든 찍어줄 수있다. 그저 그녀는 나와 마찬가지로 왕복표에 매달리는 것 외에는 달리 재주가 없는 어리석은 여자였을 뿐이다. 
- P165

노예들의 구멍은 지금 길 오른쪽에 줄지어있다.……. 군데군데 삼태기를 끌고 가는 고랑의 곁가지가 있고, 그 끝에 묻혀 있는 닳아빠진 가마니가 구멍의 존재를 알려주고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웠다. 가마니에는 새끼줄 사다리가 걸려 있지 않은 곳도 있지만, 걸려 있는 가마니가 더 많은 듯했다. 이미 탈출 의욕을 상실한 사람들도 적지 않다는 뜻일까?
- P168

<라디오와 거울…… 라디오와 거울......>
마치 인간의 생활이 그 두 가지만 있으면 성립될 수 있다고 믿는 듯한 집념이다. 과연 라디오도 거울도, 타인과의 관계를 연결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다.
어쩌면 인간이란 존재의 근원에 관계되는 욕망인지도 모르겠다. 
- P178

「하지만, 순조롭게 성공한 사람, 없어요……지금까지단 한 명도……」여자는 눈물 어린, 그러나 마치 남자의 실패를 변호하듯 힘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아, 이 얼마나 비참한 친절함인가. 이 친절함이 아무런 보상도 받을 수 없다니, 너무 불공평한 것은 아닌가?
- P198

불현듯, 새벽빛 슬픔이 북받친다…... 서로 상처를 핥아주는 것도 좋겠지. 그러나 영원히 낫지 않을 상처를 영원히 핥고만 있는다면, 끝내는 혓바닥이 마모되어 버리지 않을까?
- P198

그 바늘의 춤에는 지구의 중심을 느끼게 할 만큼 무게가있었다. 반복은 현재를 채색하고, 그 감촉을 확실한 것으로 만들어준다. 
- P202

정말 생각해 보니, 언제 어떤 식으로 탈출의 기회가 찾아올지 전혀 앞을 내다볼 수가 없었다. 아무런 기약 없이 그저 기다림에 길들어, 드디어 겨울잠의 계절이 끝났는데도 눈이 부셔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구걸도 사흘을 계속하면 그만두기 어렵다고 한다…...
- P204

딱히 서둘러 도망칠 필요는 없다. 지금, 그의 손에 쥐어져 있는 왕복표는 목적지도 돌아갈 곳도, 본인이 마음대로 써넣을 수 있는 공백이다. 그리고 그의 마음은 유수 장치에 대해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은 욕망으로 터질 듯하다.
털어놓는다면, 이 부락 사람들만큼 좋은 청중은 없다. 오늘이 아니면, 아마 내일, 남자는 누군가를 붙들고 털어놓고 있을 것이다.
도주 수단은, 그 다음날 생각해도 무방하다.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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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이 자신의 의지에 의한 것임을 알리는 성명서를 일부러 남거두고 온 것이나 다름없다. 현장에 있는 것을 이미 목격당했으면서도 꼼꼼하게 지문을 지워 오히려 범죄의 증거를남기는 어리석은 범인의 수법과 똑같지 않은가.
- P99

탈출구라고 생각하고 몸을 던진 철책의 틈새가 실은 우리의 입구였다는 것을 간신히 깨달은 짐승……. 몇 번이나 콧잔등을 부딪히면서야 비로소 어항의 유리가 통과할 수 없는 벽이라는 것을 안 금붕어………. 다시금, 알몸으로 내던져진 것이다. 지금 무기를 쥐고 있는 것은 그들이다.
- P120

가령 의무란것이 인간의 여권이라 해도, 어째서 그런 놈들에게까지 비자를 받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인가! ......인생이란 그런 종잇조각이 아니지 않은가…... 반듯하게 덮인 한 권의 일기장이다...... 첫 페이지는 한 권에 한 페이지면 족하다. 앞 페이지에 이어지지 않는 페이지에까지 일일이 의리를 지킬 필요 따위 없다......설사 상대방이 굶어 죽어간다 해도, 일일이 상대하고 있을 여유는 없는 것이다…... 제길! 물! ……그러나 아무리 목이 마르다 해도, 죽은 사람 모두의 장례식에 돌아다녀야 한다면, 몸이 열이라도 남아나지 않는다!
- P124

막상 일을 시작해 보니, 생각했던 것만큼의 저항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이 변화의 원인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물 배급이 중단될까 봐 두려워서인가, 아니면 여자에 대한 자책감 때문인가, 아니면 또 노동 자체의 성격 때문일까?
과연 노동에는, 목적지 없이도 여전히 도망쳐 가는 시간을 견디게 하는, 인간의 기댈 언덕 같은 것이 있는 모양이다.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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