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에센스
한진수 지음 / 더난출판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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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토요일은 중국집에서 점심을 먹는 날이다. 혼자 시켜 먹기 참 힘든 중국음식은 다 함께 시키면 군만두 정도는 서비스로 나오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게 된다. 여기서 선택의 문제가 발생한다. 짜장면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짬뽕을 시킬까 하는 고민이 거의 없기는 하지만 아주 사소한 문제로 잠깐을 망설이는 동료들을 보면 웃음이 나곤한다. 저자는 덕분에 짬짜면 같은 메뉴가 등장했다고 하지만 떡복이를 먹으면서 순대도 먹고 싶고 여름철 물냉면과 비빔냉면 사이에서 마음을 정하지 못하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선택이라는 경제현상의 일종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쉽게 풀어쓴 나를 위한 경제학 경제학 에센스로 빠져 들고 만다.

 

세상은 빠르게 돌아가고 우리는 일부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그 안에서 물건을 바꾸어 써야 하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등 모든 것은 경제로부터 출발해 경제로 끝을 맺는다. 세계의 경제가 휘청거리니 나라의 경제도 흔들리고 그 여파는 가정에 까지 미쳐 매일 고물가 고유가로 가계부를 쓰는 손을 떨리게 만들고 있다. 빈익빈부익부 마냥 메꾸기 힘든 간극은 때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맥빠지게 만들기도 한다. 조금이라도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기를 원하고 그래서 공부를 한다. 서점가에 자기계발서나 경영 경제서가 베스트셀러의 목록에 올라있는 것도 다 그 이유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기초가 없는 일반인으로서 어려운 경제용어나 세계경제의 흐름을 읽는다는 것이 쉬운일이 아니다. 마치 수험공부를 다시 시작한 듯한 기분이 들어 유명한 경제학 책을 읽다 손을 놓은 것이 한두번이 아니다.

 

경제학 에센스는 한국인이 쓴 한국인을 위한 경제학 기본서가 아닌가 싶다.경제학에서 말하는 합리성에서 출발하여 기회비용, 매몰비영, 한계비용과 한계효용의 법칙, 비교우위와 가격차별까지 주요한 경제의 원리등이 가득 담겨있다. 일상생활에서 맞닥드리는 여러가지 상황을 통해 가정주부, 직장인, 학생, 택시기사, 운동선수, 기업가의 눈으로 누구나 고민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경제적 관점을 설명하고 있기에 조금 더 쉽게 다가설 수 있다.  물론 한 권의 책으로 갑자기 대학시절 들었던 경제학 개론의 모든 내용이 떠오르는 것은 아니다. 때론 이해를 하기 위해 숨을 고르기도 해야 하고 내 상황에 맞는 이야기가 나오면 올커니 하고 무릎을 치기도 한다.

동일한 물건이지만 소비자 마다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 전략, 대량구매시 할인이라는 달콤한 유혹의 맹점, 가까운 거리면 여러 명이 함께 택시를 타는 부분에 대한 비용의 효율성, 안오는 버스를 계속해서 기다리거나 오래된 연인과 헤어짐에서 고민하게 되는 매몰비용을 잊으라는 경제학적 조언 등이 생활이 응용력을 높일 수 있게 한다.

 

매일 일상에서 선택해야 하는 물음에 대한 합리적이고 후회없는 선택에 대한 TIP을 얻을 수 있다.  어떤 선택이 옳고 그른가가 아니다. 개인의 상황에 맞는 선택에 대한 기준을 제시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사회적 이슈인 대운하 공방이나 한미 FTA에 대한 맹목적인 비판의 시각이 아닌 좀더 객관적이고 경제학적인 찬성과 반대의 이유에 대한 견해와 판단의 접근이 가능해질 것이다. 사회현상들이 경제와 맞물려 있는 만큼  현대인의 필수 경제를 공부하는데 이 책이 큰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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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책
클라이브 바커 지음, 정탄 옮김 / 끌림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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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공포영화를 즐겨 보지 않는다. 피가 난무하고 공포스럽고 괴기스럽기만 한 영화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오싹거림을 뒤로 하고 속을 메스껍게 할 정도의 역겨움을 만들어 내는 경우가 많기에 유명했던 영화들 몇 편을 제외하고는 기억속에 남아 있는 것이 없다. 반면에 물론 개인적인 취향이긴 하지만 공포나 스릴러 소설은 즐겨 읽는 편이다. 상상으로만 이어지는 장면들은 영상과 효과음을 통해 머리속을 어지럽히던 공포에서 벗어나 나름 적당히 수위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2008, The Midnight Meat Train) 이란 영화를 통해 먼저 알게 된  피의 책클라이브 바커가 지은 9편의 단편이 모여있는 공포물이다. 예고편을 보면서 여름이고 공포물이 대세를 이룰 때고  그저 그런 영화가 또 하나 나왔구나 하는 마음이었다. 흥미를 끌 요소가 보이기도 했지만  "한밤중의 열차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살인 뭐 이 정도면 대충 줄거리가 나오는 군"  하는 생각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영화보다는 그 강도가 덜하리란 생각으로 집어 든 책이 한밤 중 다시 한번 창문잠김을 확인하고 불을 키고 눈을 동그랗게 뜨게 만들도록 나를 조정할 줄은 몰랐다. 책을 읽다 상상속의 역겨움이 책을 덮기를 수차례 그러면서도 다시 책을 들어 눈동자를 굴리는 일을 반복하게 만드는 마력이 피의 책 안에 있었다. 90%의 공포가 10%의 반전으로 마치 톰 크루즈 주연의 <<우주전쟁>>의 마지막 피날레를 보며 허탈하고 씁쓸해 하던 그 기분을 들게 한다. 영화가 보고싶어지는 이유는 피 튀김을 강조한 잔혹함 보다는 반전처리를 어떻게 했을까 하는 궁금함이었다.  

 

좀비나 살인마 등을 말하기에는 상상력 한번 기발하다. 신체를 절단하거나 가득히 느껴지는 피의 냄새,냉혹함과 잔인함으로 이어지는 살육, 관음증적 성향까지  너무나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표현하는 당연한 공포의 정석이다. 하지만  클라이브 바커의 소설은 무언가 좀 다르다. 피그 블로드 블루스 를 읽다보면 메슥거리는 속을 다스리기가 힘들다. 돼지가 인육을 먹는다.   사람들의 피와 살로 만들어진 거인 이야기인 언덕에 두도시 또한 믹과 저드의 철저히 다른 선택에 갈라지는 두 사람의 미래가 오싹해 진다. 현란한 수식어로 묘사가 되지 않았음에도 할 수 있는 현장에 대한 상상은 공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기묘한 짜릿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나처럼 비위가 약한 사람은 그 소름끼침에 딴 생각을 잠시 해야만 한다. 이 세상이 무섭고  더럽게 느껴져 아름답고 신성한 인간의 몸과 마음이 통채로 유린당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영국 판타지 문학상>, <세계 판타지 문학상> 수상자이며 <캔디맨>의 영화감독자라는 것을 보니 이 작가 참 유명하다. 잔혹한 이야기를 충격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힘이 탁월하다. 공포영화나 소설을 좋아하는가. 그럼 새로운 시각을 피의 책 에서 발견하게 될 것이다. 영화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에서 느꼈던 치밀한 공포가 9편의 단편 전체에 흐르고 있다고 한다면 구미가 당길 것이다. 이 여름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밤 한번 그 공포를 확인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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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고래
김형경 지음 / 창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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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경이란 작가를 만나게 된 것은 천 개의 공감 통해서였다. 방황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여행을 떠나던 내게 친구가 슬며시 배낭 안으로 넣어준 그녀의 심리 치유 에세이는 짧은 여행기간 동안 내 마음을 다스리는 데 참 많은 도움을 주었다. 고집스럽고 스스로를 잘 다스리지 못해 사람들 사이에서 어울리는 법에 익숙치 못하던 나 자신을 인정하기와 사회와 악수하기를 권해주어 편안한 마음으로 일상으로의 복귀가 가능하게 만들어 주었던거 같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 석자 김형경이란 작가는 그렇게 다가왔었다.

 

아이들은 그냥 자라는 줄 알았다. 너무나 쉽게 잊어버린 사춘기의 방황과 고민은 어른이 되어 이젠 이해할 수 없는 청춘들의 치기와 반항으로 다가왔었다. 성장소설을 즐겨읽게 된 것은 기억 어딘가에 묻혀져 있던 그 시절에 대한 아련한 향수가 기지개를 피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돌아갈 수 없는 그리움도 담겨 있었고 나 자랄 때와 너무나도 다른 당당한 그네들이 부러워 질투가 나기도 했었다. 세상에 항거하는 패기가 가득찬 가슴 설레는 흥분된 만남이 성장 소설속에는 있었다. 그런데 꽃피는 고래는 다르다. 시작부터 머리속을 복잡하게 만들더니 자꾸만 가슴을 아리게 한다.

 

"고래가 작살을 맞으면 쉽게 죽지 않고 도망치면서 물속에 숨었다 숨쉬러 나왔다 하거든 . 그러면서 두 시간, 세 시간씩 고래배를 끌고 다니다. 그러다가 고래가 지치면 배를 고래 가까이 붙이고 정확하게 급소에 작살을 쫒는다. 급소를 맞은 고래는 죽기 전에 마지막 숨을 내뿜는데, 그 숨에는 피가 뿜어져 나온다. 핏빛 물뿜기가 공중으로 솟구쳤다가 온 바다 가득 퍼진다. 그걸  꽃핀다 한다." p103

 

니은이는 교통사고로 한순간에 부모님을 잃게 된다. 모든 것이 순간 변해 버린다. 견딜 수 없던 니은이는 아빠와 할아버지의 고향인 처용포 마을로 가지만 모든 것이 무기력하게 느껴질 뿐이다.

처용포란 공간이, 고래잡이 이야기가 내게는 낯설기만 했다. 열 일곱 살의 니은이가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들어 있는 모습이 또한 그렇다. 세상을 향한 방향키를 잃어버리고 헤메이는 모습이 안쓰럽기는 하지만 제 나이보다 성숙한 듯한  말투와 생각이 그리고 세상에 무관심한 듯한  태도가 익숙하지가 않았다. 울어야 한다. 방황해야 한다. 터져나가는 억울함에 소리질러야 한다. 그게 열 일곱살 아이의 모습인거다. 하지만 니은이는 평범한 삶에 찾아온 치명적인 상처로 인해 조용히 그러나 빨리 어른이 되려고 한다. 

니은이는 엄마 아빠가 없는 세상에서 혼자 어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담배를 피고 술을 먹는 친구들과 어울려 본 것도 그런 이유에서 였다.

 

평생 고래잡이로 살았고 그 삶을 그 시간을 그리워하며 고래배를 손질하고 배를 띄울 날을 기다린 장포수 할아버지와 열 다섯에 시집와 일찍 어른이 되어 버린 왕고래집 할머니가 상실감에 젖어 있는 니은이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무언가를 가르치려 하지도 애써 보여주려 하지도 않는다. 담담한 듯 일상을 함께 하지만  따뜻하고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이 알 수 있다. 할아버지의 고래배의 물품을 정리하면서 할머니의 한글 공부를 도와드리며 아빠 엄마를 떠나보내며 뻥 뚫렸던 가슴 한 구석이 메워지는 것을 느낀다. 그분들이 살아오신 굴곡많은 삶을 통해 인생을 배워가는 것이다. 사촌언니의 전시회를 들리면서 사게된 경매품인 한달간의 받게 된 매일 한 통의 문자를 통해 슬픔을 위로받고 홀로 남겨졌다는 외로움을 조금씩 퇴색되어 감을 느끼고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행복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고래축제 전날 장포수 할아버지가 고래배와 함께 사라진다. 니은이는 섭섭했던 마음을 접고 할아버지를 이해하게 된다. 처용포에서의 생활은 니은이를 성숙하게 만들었다. 슬픔과 외로움을 이기고 원망을 버리며 어른이 되어가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왠지 고래가 있는 바다로 여행을 떠나고 픈 마음을 들게 한 독특한 소설이었다. 수채화마냥 잔잔한 내용에 가슴에 따뜻함이 퍼져간다.

멀리 바다를 보고 있을 니은이가 멋있는 어른으로 성장하는 상상을 하며 흐믓한 미소를 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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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비테의 공부의 즐거움 - 아이와 함께 읽어야 더 효과적인 자녀교육 바이블
칼 비테 지음, 남은숙 옮김 / 베이직북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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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들이 자녀에게 거는 기대는 점점 커져가고 있는 거 같다. 무계획적이고 밀어붙이기식 교육으로 남들이 시키니 나도 시켜야겠다는 시각에서 벗어나 특목이나 외고 그리고  좋은 대학을 보내기 위한 준비를 초등학교 부터 시작하고 연예, 음악, 미술이나 스포츠도 주먹구구식이 아닌 필요하다면 조기유학을 시킬 정도의 투자를 아이들에게 하고 있다. 역시 고학력 시대에 부흥하는 부모의 역할을 하고 있다.하지만 문제는 부모들의 이런 경제적, 시간적 투자와 더불어 과연 아이들이 제대로 따라 올 수 그리고 따라 오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아버지 칼 비테가 저능아란 판정을 받을 정도의 약하고 무기력했던 아들을 자신만의 독특한 교육법으로 이끌었지만 주니어 칼 비테의 노력 없이 가능했는가 하는 점에 주안점을 둔 것이다. 그래서 더욱 관심이 갔다. 아들 주니어 칼 비테의 공부의 즐거움 이제 어른이 되어 교육자의 입장에 서서 아버지의 교육에 대한 교육의 우수성을 입증하고 교육을 받았던 입장에 서서 즐겁지만은 않았던 갈등과 반목 그리고 성공까지의 길을 세세히 풀어 내었다니 교육하는자와 받는자 모두에게 중요한 교훈을 주지 않을까 해서다.

 

아버지 칼 비테의 자녀교육법 을 읽은 후 느끼는 것이 많았다. 교육이란 것이 너무나 이기적이게도 부모의, 선생님의 목표와 욕구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의 계기를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이미 아이의 능력에는 상관없이 목표치를 정해놓고 밖으로 보여지는 모습에 으쓱하여 윽박지르고 협박하는 형태의 가르침이 주가 되었던 것이 아닐까 내 자신의 교육관에 대한 되돌아봄의 시간이 되었다고나 할까. 사랑과 관용과 인내를 가져야 한다는 베이스에 조기교육과 영재교육이란 탑을 쌓아올려야 훌륭한 인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칼 비테의 가정교육과 자녀교육에 대한 어드바이스가 교육자의 입장에서 많은 도움이 되었음은 말할 필요가 없음이다.

 

자신의 성공으로 검증된 교육법을 선보인 아버지 칼 비테의 8대 교육법<공부가 잘 되는 환경을 만들어라. 공부에도 휴식이 필요하다. 배움을 즐겁게 유도하라. 학습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라.잘 노는아이가 공부도 잘 한다. 반복암기법의 효과. 공부에도 리듬이 필요하다.교차학습법이란?>을 아버지와의 일화를 통해 잘 정리하여 읽는 이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어떤 교육을 받느냐가 어떤 사람을 만들어 내는 가를 보여주는 색다르고 독특한 교육을 받았던 역사상 천재들을 소개하여 평범하거나 천재거나 결국은 교육이 사람의 인성과 능력을 결정하고 발휘하게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책 전체에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 담겨 있고 아버지의 교육이론으로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 준 교육자로서의 열정에 깊은 존경을 표한다. 

 

아무리 이성적인 사람이라도 자식 앞에서는 감정적이되고 팔은 안으로 굽게 되어 있다. 올바른 점과 잘못된 점을 정확하게 집어내고 무엇이 최선의 교육인지를 판단해 주는 이론과 실제 경험을 두루 가진 학자라 할지라도 내 아이라면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 된다. 역지사지. 아이들의 입장에서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공부란 것이 꼭 성적만을 위한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어른들이 인식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내 아이의 성공을 바라는가. 그렇다면 칼 비테의 자녀교육법과 Jr. 칼 비테의 공부의 즐거움을 정독하길 권한다. 이 세상에 부모만큼 좋은 그리고 영향력 있는 교사가 없다는 것을 여실히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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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1 - 청소년 성장 장편소설 아사노 아쓰코 장편소설 1
아사노 아쓰코 지음, 양억관 옮김 / 해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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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하면 생각나는 것은 공포의 외인구단의 오혜성과 떠돌이까치의 까치이다. 살짝 배터리와는 다른 느낌일 수도 있지만 야구가 배경이 되고 반항아적인 모습의 주인공 그리고 묵묵히 뒷 받침을 해 주는 조상구 백두산 등과 라이벌인 동탁을 떠올리면 이들의 나이를 어리게 만들어 중학생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했다. 너무 한가? 어쨌든 천재투수 하라다 다쿠미와 그의 배터리 넉넉한 마음의 포수 나가쿠라 고가 펼치는 야구와 우정의 세계를 살짝 들여다 보고자 했던 마음이 6권이나 되는 이 청소년 성장소설의 세계로 이끌어 밤을 세우고 말것이라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야구가 반가워서 일까. 어린시절 프로야구의 출범과 함께 시작된 야구에 대한 관심은 이제 나이를 먹어 흥미도 잃고 사는데 지쳐 TV의 중계나 해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 소식을 듣는 정도에서 멈추게 되었다. 농구관련 만화 슬램덩크 이래로 이렇듯 빠져들어 스포츠와 청소년의 세계에 몰입해본 것이 오랜만인 듯 싶다. 
 

모든 스포츠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단체로 경기를 해야 하는 경우에는 팀플레이가 개인플레이보다 중요할 때가 많다. 세상사도 그런거 같다. 나의 능력이 뛰어나서 인정을 받고 쭉쭉 뻗어나가는 듯 싶지만 그것은 한 부분의 모습일 뿐 주위의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없이는 가능할 수 없다. 하지만 경험하기 전에 깨닫기는 힘들다.이제 13살인 다쿠미도 그랬다. 그저 공을 잘 던지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야구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의 전근으로 시골로 가게 되고 자신과는 너무나도 다른 성격의 고를 만나 배터리를 짜게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자만에 빠져있던 다쿠미에게 중학교 야구부의 생활은 그리 녹녹치 않다. 선배들과 부딪치게 되고 심지어는 야구부 감독인 오토무라이와도 갈등을 빚게 된다. 성장이란 것은 그런 것이다. 내 눈앞에 보이던 나만의 세계가 우리라는 공간으로 확장되어 가고 부딪치고 깨지면서 둥글둥글 자신을 다스리는 법을 배워가는 것이다. 어울리는 법을 배워가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사춘기도 그러지 않았을까. 기성세대란 타이틀을 달기 전까지 우리도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덤비던 하룻강아지와 같은 성격을 보이곤 했었으리라.

 

배터리는 80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 셀러다. 노마아동 문예상, 일본 아동 문학자협회상, 쇼각칸 아동 출판문화상 등 각종 상을 수상하며 일본 청소년들에게 진실한 우정에 대해 일깨워준 책이다. 영화 만화 드라마로 재탄생되었다는 것을 보면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청소년들은 어른의 숨가쁜 세계의 소설을 읽으며 느끼는 희열보다는 자신들의 이야기속에 더욱 열광하고 동감을 하게 된다. 작가인 아사노 아쓰코가 초등학교 교사여서 그랬을까? 사춘기 소년들의 야구에 대한 열정과 고민들 그들의 눈높이에서 그들의 언어로 너무나도 잘 표현하고 있다. 일본의 교육이 우리와 그리 다르지 않아서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기 힘든 모습도 있고 부모와 아이들의 갈등 또한 심화됨이 보여진다. 하지만 가장 크게 부각되는 것은 믿음이다. 우정과 경쟁과 질투의 사이에서 서로에게 필요한 믿음과 신뢰가 6권 전체에 배치되어 다쿠미와 고를 야구를 통해 서로에게 꼭 필요한 배터리가 되어가는 과정을 멋지게 그려내고 있다. 

살짝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무언가 큰 줄거리를 만들어 낼 듯한 할아버지 요조의 존재감이 점점 상실되어 가고 연약하고 아프기만 했던 다쿠미의 동생 세하의 형에 대한 도전이 유야무야 묻혀 버린 것이다. 역시 6권만으로 등장인물들의 면면을 묘사하기는 어려웠던 것일까. 1권이 발간되고 독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10년만에 6권으로 완간되었다 하나 할아버지와 세하의 이야기로 7권 이후를 기대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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