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스키, 변화의 길목에서 미국을 말하다 - 누가 감히 '한다면 하는' 나라 미국을 막아서는가
아브람 노엄 촘스키 지음, 장영준 옮김, 데이비드 버사미언 인터뷰 / 시대의창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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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정말 안 읽히는 책이었다.


내용은 어렵지 않다. 문장도 평이하고 번역도 괜찮게 되어 있다.
그렇지만 더럽게 안 읽혔다. 북다이어리를 보니 2월 28일에 등록하고 거의 그 즈음에 읽기 시작했던데...


촘스키는 대단한 학자다. 
무엇보다 생성문법이론의 창시자이다.
언어학과는 아니지만 언어학관련 교양을 몇 번 들어서 노엄 촘스키에 대해 알고 있었다.


언어학 뿐이 아니라 여기저기에 자기 의견을 말하고
옳지 못한 것을 밝히는 사회학적인 시각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언어학자로서의 촘스키가 아닌
디번킹을 하는, 사회학자에 가까운 촘스키의 면모를 나타내는 책이다.



이 책에서는 주로 미국의 비리(?)를 밝혀낸다.


이 책에는 몇 가지 주요한 주제들이 있는데
가장 큰 주제는 아랍권 국가와 미국과의 대립, 협력에 관한 것이다.



미국은 몇몇 아랍권 국가와는  친 동기처럼 행세하고, 몇몇은 악의 축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이란, 이라크가 나쁘기에 악의 축이라고 칭하는 건 아니다.
이란과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어서도 아니다!


미국이 비호하는 이스라엘 등의 나라, 또는 전에 비호했던 나라(심지어 이란 이라크도)는
민주주의, 인권과 전혀 상관없는 길을 간다. 
독재자가 국민을 탄압하고 미국의 요구를 순순히 들어준다,
그런 나라들이 자치를 선언하는 순간 '악의 축'내지는 그 비스끄무리한 것이 되어 버린다.


인권탄압은 독재할 때가 더 심했지만 전혀 부각되지 않는다.
자치를 하려는 지도자는 독재자로 명명된다.(물론 포퓰리즘의 문제점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의 영토분쟁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어린 시절, 나에게 이스라엘의 이미지는 순박한 목자의 이미지, 이집트에 독일에 당하고 산 불쌍한 민족의 이미지였다. 기독교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데 커 가면서 
그 이스라엘사람들이 똑같이 영토를 빼앗고 토착민들을 죽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얼마나 혼란스럽던지. 


전 세계 사람들이 아는 홀로코스트. 그러나 그건 사실 조금은 미국의 주도하에 부각되어버린 이미지였다. 물론 홀로코스트는 끔찍한 일이다. 
그러나 이런 피해자의 이미지를 부각시켜줌으로서 팔레스타인을 빼앗고 있다는 점을 희석시키고, 말 잘듣는 군사대국 이스라엘을 곁에 둔다.
동시에 미국이 자행한 인권탄압, 원주민 학살 등이 별거 아닌 것으로 묻혀버린다.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된 것은
미국이 이스라엘을 그렇게 아끼고 감싼 것도 어느 순간부터였다는 것!
1967년 전에는 관심도 없었다고 한다. 
이스라엘이 쓸만하다는 것이 드러나자 급 싸고 돌았던 거지.



독재니, 학살이니, 인권탄압이니 하는 
모든 것들은 실제와 다르다. 그냥 미국 마음이다.



우리는 민주주의에 대해 특별한 개념을 가지고 있어요. 민주주의란 말은 '미국이 시키는 대로 하라'는 것을 의미하지요. 그렇게 하는 나라는 민주적이고, 그렇게 하지 않는 나라는 비민주적인 것입니다. 즉 어떤 국가가 자국의 국민이 원하는 것을 행한다면 (미국이 볼 때) 그 나라는 민주적이 아닙니다. 놀라운 것은 사람들이 이러한 미국의 논의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페이지 : 81,83
그들에게 '자유언론'이란 우리 미국의 독점 그리고 입 다물고 미국이 하는 말을 들어야 하는 것을 의미하지요.
 
페이지 : 103  
 



민주주의와 함께, 미국이 수호한다고 주장하는 '신자유주의 질서'
주류 경제학은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무역이 모든 나라를 잘 살게 해 준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상대적 빈곤이 갈수록 심해질 뿐이다.
(사람들은 절대적빈곤보다 상대적빈곤에 민감하다)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룬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이 말하는 신자유주의와 완전 반대 길을 갔다. 국가주도형산업정책, 보호무역.

실제 신흥공업국들 대부분이 그러했다.


그런데 정말정말 재미있는 사실은
미국이야말로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고 난리를 치고 있다는 것.
이 사실을 이 책을 보고 알게 되었다. 
팔아먹을 때는 신자유주의를 운운하고 수입할 때는 관세를 높게 매기고 자국산업을 보호한다.


미국 기반의 경제학자들은 대체 뭐냐
미국이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것을 모르면서(혹은 무시하면서) 분석하니 그렇게 현실과 동 떨어진 분석이 나오지=ㅁ=!



촘스키는 내내 비판적인 어조를 유지하지만
쿠데타를 원하지 않는다. 
밑에서부터의 점진적인 변화, 일반 사람들의 행동을 보고 싶어하며 가능성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이 서평을 읽은 분들은
보니까 꽤 괜찮은 책인데 왜 별이 세 개밖에 안 될까 생각하실 것이다.



이유는!
앞서도 말했듯이 읽히지 않는 이유,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이유는!



이게 글이 아니기 때문이다.

책인데 글이 아니라고 하면 아이러니지만
여기 저자 명에 노엄 촘스키라고 써져 있는데 
아니다.


저자는 데이비드 바사미언이라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데이비드 바사미언은 한 대안 라디오방송의 진행자인데
그는 유명한 학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그걸 정리해 책으로 출간했다.


이 책도 마찬가지, 데이비드 바사미언이 촘스키를 인터뷰하고 그 논의가 책으로 출간된 것.



그러나 별로 만족스럽지 못하다.


아무리 인터뷰 내용이라고 하지만
조금 더 현안별로 정리해서 낸다던지 했으면 좋았을 것을
그냥 두서없는 문답 형식을 그대로 옮겨적은 것 뿐이다.


따라서 이 책은 글이 아니다. 어떤 일관된 논리와 짜여진 형식을 가지고 나에게 정보를 주거나 무언가를 주장하기위한 좋은 글이 아니다.
그냥 말하는 순서대로 적혀있다. 말이 문자로 옮겨진, 속기록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리 촘스키지만 
말이다 보니 논리가 완벽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또 주제는 이리갔다가 저리갔다가 하고 감정이 격해져 자극적인 어구를 내뱉기도 한다.

어떤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지 않으면 이 들의 대화를 쫓아가기 어렵다. 


이 책이 글인 것 처럼, 또 촘스키가 그것을 직접 집필한 것 처럼 보이게 한
마케팅과 저자 이름... 어떻게 보면 성공이다.
만약에 이게 그냥 인터뷰록에 지나지 않으며
촘스키가 직접 쓴 것도 아니란 걸 안다면 구매하려다 생각이 바뀌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 들이 논의하는 현안에 대해 기본지식이 있고
자투리 시간에 부담없이 잡지 읽는 기분으로 읽는다면 이 책이 좋을지 모르겠으나
나에겐 따라가기 힘들고 논의를 이해하기 어려운 책으로 남았다.
일관된 주장과 올바른 논리, 논거를 갖춘 '글'이 었다면 더 좋았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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