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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소한 것까지 알려주는 내 몸 상식사전
마크 레이너.빌리 골드버그 지음, 이한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아주 사소한 것까지 알려주는 내 몸 상식사전.
북피니언이 뽑으면 뜬다 이벤트 당첨되어 받은 책이다.
뉴욕 타임즈 베스트 셀러 1위를 25주간이나 했던
’남자는 왜 젖꼭지가 있을까?’라는 책의 2탄이라고 한다.
(이 책이 그랬단게 아냐 ㅋㅋㅋ)
음. 재미있었다.
아주 사소한 것까지 알려준다는 제목에 걸맞게
정말 사소하고 자질구레한 여러가지들에 대해 알려준다.
하지만 한 번쯤은 궁금해 봤음직 한 것들.
이 책은 유머작가인 마크 레이너와 의사 빌리 골드버그가 함께 썼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재미있고, 유용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 책 별점을 아주 짜게 줬다. 재미있긴 하지만 단점도 많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장점, 단점 나누어서 살펴보자.
일단,
1. 장점
- 정말 한 번쯤은 궁금해 봤음직한 자질구레한 질문들에 대한 좋은 답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가끔 눈 앞에 떠다니는 먼지들의 정체라든지
천연색으로 꿈을 꾸는 사람 중 정신이상자가 많다는 말도 안되는 심리학의 속설이라든지!
(심리학은 오류가 많은 학문임이 분명하다...)
사실 이렇게 발끈하는 이유는, 내가 총천연색 꿈을 꾼다고 말했을 때 그건 정말 희귀한 일이라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신이상자가 많다는 소리도 들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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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색 꿈은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이다. 과학자들은 사람들이 천연색과 흑백으로 꿈을 꾼다고 줄곧 말해 왔다. 꿈이 주로 흑백이라는 개념은 1950년대에 나타났다. 당시 텔레비전, 영화 등은 거의 전부 흑백이었고, 아마도 그 때문에 꿈도 단색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퍼졌을 것이다.
1962년 [사이언스]에 칸, 디멘트, 피셔, 바맥은 ’즉시 회상한 꿈에서 천연색의 비율’이라는 논문을 실었다. 이 연구자들은 대상자들이 렘수면에 빠졌을 때 깨워서 천연색으로 꿈을 꿨는지 물었다. 그 중 83퍼센트가 천연색으로 꿈을 꿨다고 답했다. 아마 그 말이 끝나고 곧장 다시 잠에 빠졌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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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 3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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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한테 천연색꿈을 꾸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우겼던게 부끄러워지는 순간이구나...
- 재미있다!
의학상식들로 채워져있지만 재미있다. 유머작가가 써서 그런가. 피식피식 웃으면서 훌훌 넘길 수 있는 책이다.
- 음...장점일지는 모르겠지만 빨리 읽힌다.
빨리 읽혀서 머리 아프지 않다. 머리 복잡할 때 읽을 수 있는 즐거운 책.
2. 그치만 왠지 아쉬운 점이 너무 많단 말이다.
- 일단 제목부터. 아주 사소한 것까지 알려주는 내 몸 상식사전?
나는 이 책의 제목만 듣고선 건강지침서인 줄 알았다. 이렇게 웃긴 책일지 누가 알았겠어?
이 책의 전작이 ’남자는 왜 젖꼭지가 있을까?’ 였던 것과 비교하면 무지 지루한 제목이다.
전혀 마음에 와닫지가 않는 그냥 그런 제목.
알고 봤더니, 이 책의 원작은 이러하다.
"남자는 왜 섹스를 하자마자 곯아떨어질까?"
(33~38페이지 사이의 저자 두 명의 대화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다)
제목이 좀, 동방예의지국에서 책 제목으로 내걸기엔 자극적인가?
그래서 제목을 저렇게 바꾼걸까? 그치만 뭔가 아쉽다.
- 재밌긴 한데.... 니들 뭐라는 거니? 미국식 유머로 가득가득.
문화권이 다른 나는 대체 못 알아 듣겠다.
마크와 빌리는 뭔가 재치가 넘치는 사람들인것 같다.
것 같다고 한건, 정말로 그런지는 모르겠어! 자기들은 재미있게 얘기를 하겠지, 미국 사람들도 이 책 사서 보면서 키득키득 웃겠지, 하지만 왠지 나는 이나중 탁구부 따위를 보는 느낌!
얘들 뭐라는 거니! 이런 느낌!
어쩔 수 없는 문화의 차이가 재미를 반감시킨다.
여기서 드는 아쉬움.
우리나라는 이런책 진작 안 만들고 뭐하는 거냐 ㅠㅠ
우리나라식으로 재미있게 만들면 좀 히트쳤을지도 몰라.
☆ 가장 심각한!! 번역의 문제.
앞서 말했듯, 문화의 차이 때문에 도통 알아먹을 수가 없다.
이 문제를 심화시킨건 번역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번역은 ’이한음’이라는 분이 하셨는데, 매끄럽게 되기는했으나 내가 심각하게 느끼는 문화의 차이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를 안 했다.
예를 들어, ’마라스키노 체리의 붉은 색소가 정말로 몸에 나쁠까?’라는 질문이 있다.(49쪽)
근데 마라스키노 체리가 뭐냐.........
또 다른 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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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하이힐 세계에는 상호 환상이 존재한다.(중략) 그리고 캐리 브래드쇼를 꿈꾸면서 명품 구두를 신는 여성들이 있다면, 흔들리는 전철에서 그녀를 잡아줄 빅의 후보들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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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사실 좋은 글귀는 아니지만.... |
페이지 : 2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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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귀에서, 미국 사람들은 대부분 캐리 브래드쇼와 빅을 알테지만 이 책을 읽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많이들 모를거다.
캐리와 빅은 미국에서 아주 인기가 많았던, 섹스앤더시티의 주인공 이름이다.
나는 안다. 섹스앤더시티를 봤으니까. 우리나라 사람들도 몇몇은 알겠지, 하지만 이 책은 섹스앤더시티를 본 20~30대 싱글 여성들을 노리는 책이 결코 아닌 것 같은데!
또 정말 내가 바보가 된 것만 같은 페이지가 있었는데, 바로 2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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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너: 내 올림픽 대회에 셔플보드는 당연히 들어갈 거야....... (중략)내 조부모는 피노클, 커내스터, 마종을 즐겨하셨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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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뭔 말인지? |
페이지 : 2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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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다.
내가 바본겨? 알아야 되는 겨? 딴 사람들 다 아는겨?
(알고봤더니 마종이 '마작'의 미국식 발음인데 그걸 그냥 그대로 쓴 거라는;)
흠=_=
내가 바보인 게 아니라면,
대한민국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처럼, ’대체 뭔 소리야 이게’라고 수 없이 생각할 거다.
이게 단지 미국에서 나온 책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문제인가? 아니다.
역자가 조금만 설명해줬더라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데.
캐리 브래드쇼(미국에서 유명한 TV 드라마의 주인공:역자 주) 이런 식으로, 조금만 배려를 해줬더라면 좋았을 걸.
책 내용 중에 초록색 페이지로 나오는 레이너(마트)와 골드버그(빌리)의 대화는 뭔가 어색한 점이 많았는데, ’인스턴트 메신저’로 주고 받기 때문이었다. ’인스턴트 메신저가 뭐지, 근데 대화 참 이상하게 이어지네’하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게 네이트 온 같은 메신저를 말하는 거였다. 그냥 한국사람들 잘 쓰는 말로 ’메신저’라고 써줬더라면 빨리 이해했을 텐데.
피노클, 커내스터 이런 걸 하나도 모르는 나도 이 책을 더 즐겁게 볼 수 있었을 텐데.
이렇게 농담으로 가득찬 책에 역자 주가 하나도 없는 건 처음 본다.
(원래 농담이 많은 책들은 그게 언어유희든,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든 간에 번역자의 설명이 없으면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다.)
번역자가 귀찮아서 그랬을까? 아님 자기는 아니까 딴 사람도 다 알거라고 생각했을까?
마감에 무진장 쫓겼을까? 아직 번역 덜 했는데 빨리 책 내야 된다고 성화였을까?
유익하고 재미있었던 책 내용보다
역자와 그 배경에 대한 상상만 머릿속에 가득가득 남았다.
이 책의 여파로 다른 책을 읽고 있는 지금도
번역에 엄청나게 신경쓰게 된다.
역시 외국에서 나온 책은 번역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모습이 완전 달라지는 것 같다.
원작을 망치는 번역이 있는가 하면, 원작보다 나은 번역도 있으니까.
물론 이 책의 경우 ’망치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책의 느낌을 온전히 살리지는 못했다.
그 점이 너무너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