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동안 돌아가신 외할아버지가 자주 생각났습니다. 평소에는 잘 지내다가도 문득 기억이 떠오를 때가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그 마음이 조금 더 선명해져서 몇 번이나 먹먹해졌습니다. 『이제는 만날 수 없는 당신이 생각나는 밤에』는 사별 이후의 슬픔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저자들은 오랜 기간 사별 이후의 슬픔을 연구하며 유가족 734명의 경험을 살펴보고, 그들이 슬픔에 대처했던 방식을 28가지로 정리했습니다. 책에서 계속 생각하게 된 부분은 사랑했던 사람을 잊는 것이 애도의 끝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슬픔을 빨리 없애려고 하기보다 떠난 사람과의 관계를 새로운 형태로 이어가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사진을 바라보거나 함께했던 물건을 간직하고, 마음속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그 사람에게 배운 것을 자신의 삶 속에서 이어가는 방식도 그중 하나입니다. 기억하는 방법에는 정해진 답이 없다는 점도 마음에 남았습니다. 사별한 뒤에는 주변에서 건네는 말 때문에 오히려 마음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내용도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래 살다 갔으니 괜찮다는 말이나 이제는 잊고 살아야 한다는 말이 남겨진 사람에게는 위로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슬픔의 크기와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고, 겉으로 평온해 보여도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그 사람을 그리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됩니다. 저 역시 외할아버지를 떠올리면서 이 책을 읽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고 생각했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어떤 날에는 아무렇지 않다가도 특정한 기억 하나 때문에 갑자기 보고 싶어집니다. 함께했던 시간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내 기억 속에서 다른 모습으로 남는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누군가를 영원히 마음속에 담아둔다는 것은 매일 슬퍼하는 일이 아니라 그 사람과 함께했던 시간을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사람이 남긴 말과 모습, 함께했던 순간을 기억하면서 지금의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누군가를 잊지 않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떠난 사람을 어떻게 마음속에 간직하며 살아갈 수 있는지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슬픔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슬픔을 품은 채 다시 일상을 살아가는 것. 이 책을 덮고 난 뒤에도 그 문장이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이제는만날수없는당신이생각나는밤에 #포텐업 #사카구치유키히로 #아카타지즈루 #북유럽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그림책은 오랜만이라 처음에는 편안한 마음으로 펼쳤습니다. 읽다 보니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히려 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는 어른에게도 잘 어울리는 이야기가 담겨있는 책이더라고요.책 속 세탁소에서는 옷이나 이불이 아니라 마음의 얼룩을 씻어냅니다. 친구의 말에 속상했던 마음, 눈물이 났던 순간, 혼자 간직하고 있던 서운함 같은 것들이 세탁소를 거쳐 조금씩 가벼워집니다. 이 설정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저도 하루를 보내다 보면 별일 아닌 것 같은 말 한마디가 계속 생각날 때가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는 괜찮다고 넘겼는데 집에 돌아와 혼자 있을 때 갑자기 서운해지기도 합니다. 이미 지나간 일인데도 머릿속에서 몇 번씩 다시 떠올리다 보면 괜히 마음이 무거워져요. 그럴 때는 ‘이 정도 일로 왜 이러지’ 하면서 제 감정을 스스로 작게 만들기도 했습니다.『달빛 세탁소』를 읽으면서 그런 마음도 굳이 없애려고 애쓸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에 얼룩이 생기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니까요. 속상하면 속상한 대로 잠시 머물러도 괜찮습니다. 충분히 쉬고 나면 어제와 같은 일도 조금 다르게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어요.특히 달빛과 세탁소라는 소재가 저에게는 특히나 포근하게 느껴졌습니다. 낮에는 해야 할 일이 많아서 내 마음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지만 밤이 되면 그동안 미뤄둔 감정이 하나둘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지우가 밤에 세탁소를 찾아가는 이야기가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나이가 들어가면서 괜찮지 않은 일을 괜찮은 척 넘기는 것보다 내 상태를 알아차리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사람을 만나고 일을 하고 여러 가지 책임을 챙기다 보면 정작 내 마음은 뒤로 밀어두기 쉽습니다. 『달빛 세탁소』는 그런 저에게 잠시 멈춰 마음을 살펴보는 시간을 만들어줬습니다.오늘 하루 마음에 남아 있는 얼룩은 무엇인지 생각해봤습니다. 꼭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더라도 그냥 알아주는 것만으로 편해지는 마음이 있으니까요.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푹 쉬는 것도 마음을 씻어내는 방법일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앞으로는 힘든 날을 무조건 견디려고 하기보다 제 마음을 조금 더 다정하게 돌봐주고 싶습니다.#달빛세탁소[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한글을 매일 사용하면서도 우리가 어떤 원리로 글자를 만들고 소리를 담아내는지 제대로 생각해본 적은 많지 않았습니다. 『가나다라: 세상 모든 소리를 적는 문자』를 읽으며 익숙했던 한글을 조금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됐습니다.책은 신라에 대한 기록에서 시작해 인류의 문자와 훈민정음의 탄생으로 이어집니다. 846년 바그다드의 관료 이븐 쿠르다지바가 신라를 기록한 내용도 등장하는데, 오래전부터 한반도가 외부 세계와 연결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습니다. 지금의 한류를 생각하면 과거와 현재가 전혀 떨어져 있지 않다는 느낌도 들었어요.가장 기억에 남은 부분은 훈민정음의 글자 수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세종이 만든 훈민정음은 28자였지만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은 24자입니다. 사라진 글자는 아래아(ㆍ), 반치음(ㅿ), 여린히읗(ㆆ), 옛이응(ㆁ)입니다. 지금은 거의 볼 수 없는 글자들이지만 당시에는 우리말의 소리를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특히 자음이 발음기관의 모양을 본떠 만들어졌다는 점과 소리가 강해지는 특성을 획을 더하는 방식으로 표현했다는 설명을 읽으면서 한글의 구성 원리를 새롭게 보게 됐습니다. 글자를 외워서 사용하는 것과 글자가 만들어진 원리를 알고 사용하는 것은 꽤 다르더라고요.책에서 흥미롭게 다루는 또 하나의 부분은 한글의 소리 표현 능력입니다. 영어의 Fashion과 Passion처럼 다른 소리가 한국어 표기에서는 모두 ‘패션’으로 적히는 사례를 통해 현재 한글이 외국어의 다양한 발음을 얼마나 세밀하게 담아낼 수 있는지 생각하게 합니다. 저자는 사라진 글자와 옛 표기 원리를 다시 살펴보면서 한글이 가진 소리 기록의 가능성을 이야기합니다.무엇보다 훈민정음이라는 이름에 ‘글자’가 아니라 ‘소리’라는 뜻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우리가 평소에는 한글을 읽고 쓰는 문자로만 받아들이지만, 책을 따라가다 보면 처음 만들어질 당시에는 소리를 표현하는 체계라는 성격도 중요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한글을 너무 익숙하게 사용해서 오히려 그 가치를 자세히 들여다볼 기회가 적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책을 읽고 나니 평소 아무 생각 없이 쓰던 자음과 모음 하나에도 만들어진 원리와 시간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문자에 대해 새롭게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꽤 재미있는 독서였습니다.[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요즘은 예전보다 할 수 있는 일이 참 많아졌습니다. AI를 활용하면 글을 쓰거나 자료를 정리하는 일도 빠르게 끝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다고 해서 시간이 여유로워지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하나를 끝내면 또 다른 일을 시작하게 되고, 어느새 하루가 해야 할 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더 많이 할 수 있지만, 다 하지 않습니다>를 읽으면서 평소 제 모습을 자연스럽게 돌아보게 됐습니다.책에서는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어느 순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이야기합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스스로 일의 속도를 높이고, 시간이 조금 남으면 새로운 일을 채우게 됩니다. 퇴근 후에도 업무를 확인하고 더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모습도 낯설지 않았습니다. 저 역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일단 해두려는 편이라서 읽는 동안 여러 장면이 제 일상과 겹쳐 보였습니다.특히 모든 기회가 나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좋은 제안이나 새로운 기회가 생겼을 때 무조건 잡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당장의 성과나 수입만 보고 선택한 일이 시간이 지나면서 부담이 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거절하고 나서야 내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AI에 관한 내용도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AI는 사람이 할 수 없던 일을 모두 대신해주는 존재라기보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 필요한 시간과 수고를 줄여주는 도구에 가깝습니다. 문제는 일이 빨라진 만큼 더 많은 일을 맡게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전 같으면 하루가 걸렸을 일을 몇 시간 만에 끝냈다면 남은 시간을 쉬는 데 사용할 수도 있는데, 우리는 그 시간에 또 다른 일을 넣곤 합니다.그래서 책을 읽으며 ‘하지 않는 것’에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모든 일을 할 필요는 없고, 모든 가능성을 따라갈 필요도 없습니다. 일부러 여백을 남겨두면 그 안에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생각할 시간이 생깁니다. 조금 덜 하는 것이 게으름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삶을 위해 선택하는 일이 될 수도 있어요.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일을 해냈는지가 아니라 내가 선택한 일에 얼마나 오래 집중할 수 있는지에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일을 더 얹기보다 지금 꼭 필요한 일인지 먼저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 선택도 때로는 꽤 괜찮은 선택이라는 것을 책을 읽으며 새삼 느꼈습니다.[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서른을 지나면서 예전보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직장이나 인간관계에서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다 보니 남들이 좋다고 하는 삶과 내가 편안하게 느끼는 삶이 꼭 같지는 않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그런 시기에 『니체 초인 수업』을 읽게 됐습니다.책에서 이야기하는 ‘초인’은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특별하고 강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니체가 말하는 초인은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삶의 가치를 만들어가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이미 정해진 기준에 맞춰 살아가기보다 자신에게 맞는 삶을 선택하고 그 선택에 책임지는 태도가 중요합니다.이 부분을 읽으면서 그동안 제가 얼마나 많은 기준을 의식하며 살았는지 돌아보게 됐습니다. 좋은 직장, 안정적인 생활, 적당한 나이에 해야 할 일처럼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기준들이 있습니다. 저도 모르게 그런 기준을 따라가면서 ‘나는 잘하고 있는 걸까’ 생각했던 순간이 많았습니다. 이제는 남들이 생각하는 정답보다 내가 실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니체가 삶의 고통을 바라보는 방식도 기억에 남습니다. 힘든 일을 무조건 없애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그것마저 삶의 일부로 받아들입니다. 살아가면서 실패나 후회, 상실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지나간 일을 계속 원망하기보다 그것까지 포함해서 지금의 나를 만들어온 시간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책에서 다루는 ‘운명애’라는 개념도 마음에 남았습니다. 내가 지나온 삶을 사랑한다는 것은 모든 일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후회되는 선택도 있고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도 있지만 그 시간을 없던 일처럼 만들 수는 없습니다. 결국 내가 살아온 삶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태도에 가까웠습니다.‘영원회귀’에 관한 이야기도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겼습니다. 지금의 삶을 똑같이 다시 살아야 한다면 나는 지금처럼 살 수 있을까 하는 질문입니다. 거창한 철학처럼 보이지만 생각해보면 꽤 현실적인 질문입니다. 오늘 하루를 대충 보내고 있는지, 미루고 있는 일은 없는지, 정말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해요.무엇보다 자기극복이라는 말이 오래 남았습니다. 완벽한 사람이 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의 나에 머물지 않고 계속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나를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것과도 조금 다릅니다. 남의 기준에서 벗어나 내가 원하는 모습에 가까워지는 일입니다.책을 읽고 나니 초인이 되는 일이 멀게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매일 대단한 결심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인생을 완전히 바꾸는 것도 아닙니다. 작은 선택 앞에서 내 생각을 들여다보고, 지나간 삶을 받아들이고, 다시 내가 원하는 쪽으로 선택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요즘은 ‘더 잘 살아야지’라는 말보다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고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니체 초인 수업』은 그 질문을 조금 더 오래 생각하게 만든 책이었습니다. 지금의 나를 부정해서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나를 인정하면서 조금씩 넘어서는 것. 저에게는 초인이라는 말이 그렇게 남았습니다.#니체초인수업[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