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을 매일 사용하면서도 우리가 어떤 원리로 글자를 만들고 소리를 담아내는지 제대로 생각해본 적은 많지 않았습니다. 『가나다라: 세상 모든 소리를 적는 문자』를 읽으며 익숙했던 한글을 조금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됐습니다.책은 신라에 대한 기록에서 시작해 인류의 문자와 훈민정음의 탄생으로 이어집니다. 846년 바그다드의 관료 이븐 쿠르다지바가 신라를 기록한 내용도 등장하는데, 오래전부터 한반도가 외부 세계와 연결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습니다. 지금의 한류를 생각하면 과거와 현재가 전혀 떨어져 있지 않다는 느낌도 들었어요.가장 기억에 남은 부분은 훈민정음의 글자 수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세종이 만든 훈민정음은 28자였지만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은 24자입니다. 사라진 글자는 아래아(ㆍ), 반치음(ㅿ), 여린히읗(ㆆ), 옛이응(ㆁ)입니다. 지금은 거의 볼 수 없는 글자들이지만 당시에는 우리말의 소리를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특히 자음이 발음기관의 모양을 본떠 만들어졌다는 점과 소리가 강해지는 특성을 획을 더하는 방식으로 표현했다는 설명을 읽으면서 한글의 구성 원리를 새롭게 보게 됐습니다. 글자를 외워서 사용하는 것과 글자가 만들어진 원리를 알고 사용하는 것은 꽤 다르더라고요.책에서 흥미롭게 다루는 또 하나의 부분은 한글의 소리 표현 능력입니다. 영어의 Fashion과 Passion처럼 다른 소리가 한국어 표기에서는 모두 ‘패션’으로 적히는 사례를 통해 현재 한글이 외국어의 다양한 발음을 얼마나 세밀하게 담아낼 수 있는지 생각하게 합니다. 저자는 사라진 글자와 옛 표기 원리를 다시 살펴보면서 한글이 가진 소리 기록의 가능성을 이야기합니다.무엇보다 훈민정음이라는 이름에 ‘글자’가 아니라 ‘소리’라는 뜻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우리가 평소에는 한글을 읽고 쓰는 문자로만 받아들이지만, 책을 따라가다 보면 처음 만들어질 당시에는 소리를 표현하는 체계라는 성격도 중요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한글을 너무 익숙하게 사용해서 오히려 그 가치를 자세히 들여다볼 기회가 적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책을 읽고 나니 평소 아무 생각 없이 쓰던 자음과 모음 하나에도 만들어진 원리와 시간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문자에 대해 새롭게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꽤 재미있는 독서였습니다.[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