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경일의 마음 트래킹 - 모순덩어리 한국인을 이해하는 심리 열쇠
김경일 지음 / 21세기북스 / 2026년 3월
평점 :
*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저는 이번 책에 대해서 제 마음을 재탐색하는 과정이라 표현하고 싶은데요. 심리학을 전공하며 사람의 마음이 작동하는 원리를 오랫동안 공부해 왔습니다. 하지만 정작 제 삶의 현장에서는 이론이 무색해지는 순간을 자주 마주해요. 분명 감정의 메커니즘을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정작 지금 내가 느끼는 이 답답함이 어디서 시작되어 어떤 경로로 흘러가고 있는지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나 자신의 마음조차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다는 사실에 무력감을 느끼던 중, 김경일 교수의 <김경일의 마음 트래킹>을 만났습니다. 이 책은 복잡하게 엉킨 감정의 실타래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언급되어있는데요.
책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겪는 심리적 오류와 인지적 편향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설명합니다. 특히 흥미로운 지점은 인간의 '인지적 구두쇠' 기질에 관한 이야기예요. 우리 뇌는 가급적 에너지를 아끼려 하기 때문에, 상황을 깊이 들여다보기보다 익숙한 방식으로 대충 결론을 내리려 하는데, 이런 습성 때문에 우리는 자신의 진짜 욕망이나 상처를 외면한 채 타인의 기준에 맞춰 살아가게 된다고 해요. 저자는 이런 오류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록'과 '관찰'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많은 책에서 기록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이유가 이러한 이유이지 않을까 싶어요.
심리에 관심이 큰 사람으로서 책 속의 모든 구절들에 공감이 되었지만, 그 중 가장 깊게 와닿았던 부분은 감정에도 '이름'이 필요하다는 대목입니다. 우리는 흔히 기분이 나쁘면 그저 '짜증 난다'나 '답답하다'는 포괄적인 단어로 퉁쳐버리지만 그 밑바닥에는 질투, 서운함, 소외감, 혹은 정당하지 못한 대우에 대한 분노 등 아주 세밀한 결이 숨어 있습니다. 책에서는 이 감정들을 세분화하여 들여다보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해요. 저 역시 심리학 전공자임에도 불구하고, 제 안의 감정을 그저 '불안'이라는 큰 주머니에 담아두기만 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구체적인 단어로 내 감정을 정의하는 순간, 비로소 그 감정을 다룰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해요.
또한,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명제는 언제 읽어도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줍니다. 우리는 인생을 바꿀만한 거대한 성취를 꿈꾸지만, 사실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은 점심시간의 짧은 산책이나 맛있는 커피 한 잔 같은 아주 작은 만족감들의 누적입니다. 김경일 교수는 이런 일상의 작은 보상들을 스스로에게 자주 허락하라고 조언해주었어요. 큰 성공을 기다리며 오늘의 즐거움을 유예하는 삶이 얼마나 위험한지 다시금 되새겨보게 되네요. 내 마음의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고, 적절한 휴식과 보상을 주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배웠습니다. 책의 제목처럼 '트래킹'은 단번에 정상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씩 지형을 살피며 걷는 과정이에요. 이 책은 혼란스러운 감정 속에서 내가 어디쯤 서 있는지, 그리고 다음 발걸음은 어디로 내딛는 것이 좋을지를 한 번 더 고민해보게 유도해주는 구성이 저에게는 이 책이 특히나 든든하게 느껴졌습니다.
나를 가장 잘 안다고 자부했지만 사실은 가장 낯설었던 제 마음과 조금은 더 친해진 기분입니다. 나 자신의 마음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해 스스로를 부정하고 비난하기 급급했었는데, 이번 책을 계기로 내가 지금 왜 이런 기분이 드는지, 이 감정의 뿌리가 어디인지 들여다보는 시간만으로도 마음의 짐이 한결 가벼워지는 듯 합니다.
#김경일의마음트래킹 #21세기북스 #김경일 #북유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