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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바라미 돈 관리의 기술 - AI 주식투자부터 저축 대출 연금까지 10년 차 은행원이 알려주는 현실 재테크
썬바라미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6년 6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통장 잔액은 늘 내 기대를 배신했다. 월급은 꼬박꼬박 들어왔고, 딱히 사치를 부린 기억도 없었다. 그런데도 연말이 되면 손에 쥐어진 것은 희미해진 계획과 텅 빈 저축 통장뿐이었다. 처음에는 '월급이 적어서'라고 생각했다. 그다음에는 물가가 올라서 라고 위안을 삼았다. 하지만 솔직히 들여다보면, 나는 돈을 관리한 것이 아니라 그저 돈이 지나가는 것을 구경하고 있었던 것이다.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그 이유를 명확히 마주했다. 문제는 수입의 크기가 아니었다. 순서였다. 저자는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축도 제대로 하기 전에 투자부터 시작한다고. 아기가 걷기도 전에 뛰려 하는 것처럼, 기초 없이 수익률부터 쫓는 재테크는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 말이 날카롭게 가슴에 박혔다. 나는 정확히 그 실패의 루트를 걸어왔기 때문이다.
책을 읽기 전, 나에게 재테크란 곧 주식이었다. 유튜브에서 흘러나오는 종목 추천 영상을 보며 소액을 넣었다가 빼기를 반복했고, 어느 날은 친구가 했다는 코인 투자 이야기에 솔깃해 무작정 따라 했다. 그렇게 몇 번의 손실을 겪고 나서야 나는 재테크를 완전히 포기했다. 아니, 정확히는 '나는 재테크와 맞지 않는 사람' 이라는 결론을 내려버렸다. 하지만 이 책은 그 것이 내 성격이나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순서의 문제였음을 알려주었다. 저자가 제시하는 올바른 순서는 간명하다. [돈 관리 + 저축 +투자] 이 세 단계는 단순해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놀랍도록 많은 사람들이 역순으로 움직인다. 투자부터 시작하고, 실패하고, 그제야 저축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결국 자기 돈의 흐름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모르는 채 허덕인 다. 나 역시 그 흐름의 한복판에 있었다. 저자는 재무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모든 재테크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 건강검진 없이 건강을 논하지 않듯이, 수입과 지출의 구조를 냉정하게 파악하지 않고 투자를 논하는 것은 지도 없이 낯선 도시를 헤매는 것과 같다. 가계부를 쓰고, 비상금을 마련하고, 고금리 부채부터 상환하는 것. 이 당연해 보이는 과정들이 실은 얼마나 중요한지를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특히 비상금에 대한 조언이 인상적이었다. 평소 월 생활비의 6개월치를 모아두라는 것. 단순한 수치이지만, 그것이 없을 때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를 생각하면 무게가 달라진다. 비상금이 없는 사람은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기면 신용카드 할부나 카드론에 손을 댈 수밖에 없고, 그 순간부터 재무 구조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결국 비상금은 재무 설계 전체를 보호하는 방어막인 것이다.
나는 오랫동안 대출을 금기어처럼 여겼다. 대출을 받는다는 것은 곧 경제적으로 실패했다는 신호처럼 느껴졌고, 빛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주변에서도 "빚은 없을수록 좋다", 대출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는 말 을 자주 들었다. 그러나 이 책은 그 고정관념을 정면으로 뒤집는다. 대출은 나쁜 것이 아니라, 잘못 쓰는 것이 나쁜 것이다. 저자는 적절한 대출이 자산 성장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무분별한 차입을 권정하는 것이 아니다. 금리 구 조를 이해하고, 자신의 소득 수준에 맞는 상환 계획을 세우며, 금리 변동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스스로 해보는 것. 그것이 대출을 두려움이 아닌 전략으로 다루는 방식이다. 특히 내 집 마련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시각 전환은 결정적이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주택 가격이 수억 원을 훌쩍 넘는 현실에서 대출 없이 내 집을 마련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문제는 '대출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라, 얼마를, 어떻게, 어떤 조건으로 받을 것인 가가 되어야 한다. 대출을 피하려다 정작 적절한 시기에 주택을 구입하지 못하고, 더 오른 집값 앞에서 좌절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숱하게 보아왔다. 그 안타까움이 이제야 다른 맥락에서 이해된다. 물론 이 책이 대출을 무조건 권장하는 것은 아 니다. 핵심은 '적절함'이다. 자신의 가처분 소득, 상환 여력, 금리 시나리오를 따져보고, 그 범위 안에서 레버리지를 활용하 는 것. 그것이 책에서 말하는 '제대로 빌리기'의 본질이다.
종합주가지수는 최고치를 경신하지만, 공포지수 또한 높은 것이 현재 우리나라의 수식시장이다. 초보자의 대부분이 떨어 졌을 때 겁에 질려 매도하고, 오르면 추격매수한다. 등이 서늘해졌다. 그것이 정확히 내가 해온 일이었기 때문이다. 시장이 떨어지면 더 떨어질까봐 팔았고, 오르면 뒤늦게 올라타다가 꼭지에서 물렸다. 논리도 없었고 원칙도 없었다. 오직 감정만 있었다. 행동재무학에서 말하는 현재 편향, 손실 회피, 과신 편향은 그저 학문적 개념이 아니다. 그것은 매일의 투자 결 정 속에서 살아 숨쉬는 심리적 함정이다. 우리는 이성적으로 '장기 투자가 맞다'는 것을 알면서도, 주가가 5% 떨어지는 순간 손가락이 매도 버튼을 향한다. 뇌는 알고, 손은 모른다. 이 괴리를 줄이기 위해 저자가 제안하는 것이 바로 '도깨비 포트 폴리오'와 같은 자동화•구조화된 투자 시스템이다. 하락 시 자동 매수, 상승 시 자동 일부 수익 실현, 그리고 평소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 이 단순한 구조가 오히려 감정의 개입을 막고 장기 복리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것은, 어쩌면 투자에서 가장 어려운 역설이다. 가장 좋은 투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투자라는 사실. 이것을 받아들이기까지 나는 꽤 많은 수업료를 냈다. ISA를 통한 절세 장기 투자, 퇴직연금의 구조적 활용, 적정 보험료의 비율 설정까지.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내용은 더욱 구체적이고 실용적이 된다. 20대에 읽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지금이라도 읽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