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투자의 핵심 엔진은 국가 대기금, 일명 '빅 펀드(Big Fund)'다. 2014년 1기로 출발한 빅 펀드는 2024년 현재 3기에 접어들었으며, 3기 규모만 3,440억 위안(약 74조 원)에 이른다. 여기에 중국 제조 2025 계획 자금, 지방정부 펀드를 합산하면 중국이 반도체 산업에 투입한 직간접적 지원 총액은 3,500억 달러(약 515조 원)에 육박한다는 추산이 나온다. 미국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ct)의 연간 투자액에 맞먹는 규모를 중국은 매년 집행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 방대한 투자에는 치명적인 맹점이 있다. 첫째, 중복 투자 문제다. 중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CXMT는 중앙 빅 펀드와 허페이 시 지방정부 펀드를 동시에 수혜하고 있으며, 공정 장비 업체 사이캐리어 역시 선전 시, 빅 펀드, 화웨이 클러스터 펀드에서 중복으로 자금을 받는다. 이런 구조에서는 지식재산권 분쟁, 부채 정리, 과잉 생산에 따른 수익성 저하 문제가 불가피하게 발생한다. 둘째, 기술 내실화의 지체다. CXMT는 글로벌 4위 DRAM 업체로 부상했지만, 양산 수율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보다 25~30%포인트 낮은 수준에 머문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분야에서도 3세대 HBM2 양산과 4세대 시험 생산 수준에 그치는 반면, 글로벌 상위 3사는 이미 6~7세대 HBM 양산을 준비 중이다. 장비 분야의 사이캐리어 역시 동세대 ASML 장비 대비 노광 성능이 40% 이하에 불과하다. 화려한 외형과 달리 기술 격차는 여전히 크다. 셋째, 빅 펀드의 기수별 오버랩 문제다. 1기·2기·3기가 각각 10년씩 투자-회수-연장을 거치며 겹치는 구조는, 이전 기수의 부실이 다음 기수로 이월되는 '좀비 투자'의 온상이 될 수 있다. 2기 빅 펀드 책임자가 부패 혐의로 낙마한 사건은 수익성 악화의 책임을 특정 인물에게 전가하는 공산당식 문제 해결의 전형을 보여 준다. 이러한 구조적 불투명성이 지속되는 한, 빅 펀드의 장기 지속 가능성은 2044년 최종 만기까지 불안 요소를 내포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