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분 걷듯이 달렸을 뿐인데
다나카 히로아키 지음, 나지윤 옮김 / 향기책방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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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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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랫동안 달리기를 두려워했다. 정확히는 ' 달려야 한다 '는 생각 자체를 회피해 왔다고 하는 편이 옳겠다. 운동이라면 으레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무릎이 욱신거리고, 다음 날 온몸이 굳어버리는 그 불쾌한 기억과 함께 떠올랐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 체육 시간의 오래달리기는 고문에 가까웠고, 헬스 러닝머신 위에서 몇 분을 버티다 내려온 기억은 부끄러 움과 함께 남아 있다. 그래서 달리기는 언제나 '나와는 거리가 먼 것’ 이었다. 그런 내가 슬로조깅(Slow Jogging)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말하면 반신반의했다. 천천히 달리면 무슨 운동이 되겠어. 그것은 그저 걷는 것을 달리 기처럼 포장한 것 아닐까, 하는 의심이었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 의심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슬로조깅의 핵심 개념은 단순하다. '니코니코 페이스', 즉 웃으면서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의 속도로 달리는 것이다. 숨이 차지 않는 속도, 힘들지 않은 속도. 이것이 스로조깅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제창한 사람은 후쿠오카대학교 스포츠과학부의 다나카 히로아키 교수다. 그는 스스로의 몸을 실험 대상으로 삼아 스로조깅의 효과를 증명해 왔다. 37세에 처음 풀 마라톤에 출전해 4시간 11분을 기록했던 그는, 9년 후 '니코니코 페이스'만으로 훈련해 3시간 30분으로 단축했다. 더 나아가 식이요절과 하루 5~7km의 슬로조깅을 병행해 3개월 만에 10kg을 감량하고, 마침내 50세에 2시간 38분이라는 놀라운 자기 최고 기록을 세웠다. 흥미로운 것은 그의 이력이다. 그는 대학 시절 심장에 구멍이 있다는 오진을 받고 격렬한 운동을 포기해야 했던 경험이 있었다. 그 시절 그가 만난 것이 '가벼운 강도의 훈련'이라는 개념이었고, 그것이 평생의 연구 과제가 되었다. 역설적이게도, 포기에서 출발한 연구가 오히려 수많은 사람들에게 달리는 기쁨을 선물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흔히 운동은 '힘들수록 효과적'이라고 믿는다. 땀을 흘리고, 근육이 타들어가는 듯한 고통을 견뎌야만 비로소 몸이 변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슬로조깅은 그 상식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빠른 달리기나 격렬한 무산소 운동은 속근을 주로 사용한다. 속근은 순발력은 뛰어나지만 피로해지기 쉽고, 젖산을 생성해 근육을 산성으로 만들며 몸을 탈진 상태로 몰아간다. 반면, 스로조깅에서 주로 사용하는 것은 지근이다. 지근은 천천히, 오래 수축할 수 있는 근육 섬유로, 젖산이 쌓이지 않아 피로감이 훨씬 적다. 그래서 슬로조깅을 시작한 사람들이 매일 달리고 싶어지는 것이다. 몸이 지치지 않으니 달리는 것이 괴롭지 않고, 괴롭지 않으니 계속하게 된다. 실제 참가자들의 체험이 이를 뒷받침한다. 단 3주간의 슬로조깅 체험 이후 체중이 3~4kg 감소했고, 공복혈당이 151mg/dl에서 109mg/이로 내려간 사례가 있었다. 유방암과 당뇨를 동시에 앓던 한 참가자는 당화혈색소가 7%에서 6.3%로 떨어지며 눈물을 흘렸다. 수치로는 설명되지 않는 감격이 그 안에 있었을 것이다. 또한 슬로조싱 꾸준히 실천하면 3개월에 약 3kg 감량이 가능하고, 식이 조절을 병행하면 5~6kg 이상도 어렵지 않다. 특히 현대인의 만병 근원이라 불리는 내장지방 감소에 탁월하다는 점은, 40대 이후의 건강 관리에 특히 주목할 만한 효과다.


무릎이 아파서 달리지 못한다는 사람들이 있다. 나 역시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스로조깅은 충격이 적고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관절에 무리가 훨씬 덜하다. 실제로 3km만 달려도 무릎을 부여잡던 한 참가자가, 스로조깅3개월 후에 는 한 달에 200km 이상을 달리게 되었다는 사례는 과학적 원리의 결과다. 처음부터 계속 달리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걷뛰뛰 방식도 있다. 1분 스로조깅 후 30초 빠른 걷기를 반복하며 시작해, 점차 달리는 시간을 늘려 가는 것이다. 1분이라는 짧은 시간이라면 노인도, 운동 초보자도 충분히 달릴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팔을 억지로 크게 흔들지 않는 것이다. 팔을 세게 흔들면 자연스럽게 속도가 빨라지고, 그러면 니코니코 페이스를 잃어버리게 된다. 지면의 반발력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나아가는 것, 팔은 그저 흔들리는 대로 내버려두는 것. 스로조깅은 몸의 자연스러운 리듬을 존중하는 달리기다. 다나카 교수는 말했다. "인간은 달리도록 진화해 왔다." 수렵 시대의 인류는 먹이를 쫓아 긴 거리를 자연스럽게 달렸다. 그것은 고통이 아니라 생존이었고, 삶의 방식이었다. 현대인은 달리기를 '힘든 것', ‘해야만 하는 것’으로 인식하지만, 어쩌면 그 인식 자체가 왜곡된 것일지도 모른다. 스로조깅은 달리기를 원래의 자리, 즉 인간의 본능에 가까운 행위로 되돌리려는 시도다. 웃으면서, 대화하면서, 억지로가 아니라 즐겁게. 메타볼릭 증후군을 진단받고 지팡이에 의지하던 50대 여성이 60대에 호놀룰루 마라톤을 완주하고, 70대가 된 지금도 달리며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하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느리게 달리는 것이 삶의 속도를 바꿀 수 있다는 증거다.


슬로조깅이 내게 가르쳐 준 것은 달리기 기술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지속 가능한 속도' 에 대한 새로운 철학이었다. 빠르게 달리다 지쳐 쓰러지는 것보다, 느리더라도 멈추지 않고 달리는 것. 한 번의 격렬한 노력보다, 매일의 작은 움직임이 몸과 삶을 바꾼다는 것. 어쩌면 이것은 달리기를 넘어,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도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닐까. 오늘도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웃으면서,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것이, 슬로조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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