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는 듣기 싫은 말 백배 활용법 - 그 어떤 피드백에도 휘청이지 않겠다는 다짐
이윤경 지음 / 한빛비즈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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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직장생활을 하며 가장 어려운 순간 중 하나는 예상치 못한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는 순간이다. 그 순간 마음속에서는 방어막이 올라가고, 상대방의 진의를 의심하며, 때로는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과연 모든 피드백이 나를 공격하는 무기일까? 이윤경 작가의 '피듣백' 개념은 이러한 고정관념에 도전한다. 피드백은 본질적으로 상대방이 나를 위해 투자한 시간과 에너지라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가장 무서운 것은 아무도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상황이라는 깨달음과 함께 말이다.


1단계: 통제력 - 감정의 주인이 되기다. 첫 번째 단계는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부정적인 피드백을 들었을 때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대신, 한 발 물러서서 내 감정 상태를 점검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핵심이다. 나는 이를 위해 '3-2-1 룰'을 적용하고 있다. 불편한 피드백을 들었을 때 마음속으로 3까지 세며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2초간 멈춰서 현재 내 감정을 인식한 다음, 1초간 이 감정이 지금 이 상황에 도움이 되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짧은 과정만으로도 감정적 반응과 이성적 판단 사이에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에픽테토스의 말처럼 우리는 상황 자체가 아니라 그 상황을 해석하는 방식 때문에 고통받는다. 같은 피드백도 '나를 깎아내리려는 악의적 공격'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 '내가 놓친 부분을 알려주는 정보'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최근 프로젝트에서 상사로부터 "이 부분은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했으면 좋겠다"는 피드백을 받았을 때, 처음에는 '내 능력을 의심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잠시 멈추고 상황 자체에 집중해보니, 실제로는 프로젝트를 더 완성도 높게 만들 수 있는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받은 것이었다.


2단계: 수용력 - 의도 너머 본질 찾기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피드백을 하는 사람의 의도를 배제하고 내용 자체의 가치를 찾아보는 연습을 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말하는 사람 바꿔보기' 기법이다. 예를 들어, 평소 신뢰하지 않는 동료가 "당신의 프레젠테이션은 핵심이 명확하지 않아요"라고 말했다면, 즉시 방어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말을 내가 가장 신뢰하는 멘토가 했다고 상상해보자. 갑자기 그 피드백이 다르게 들리지 않는가? 이 기법을 통해 나는 의도의 함정에서 벗어나 피드백의 순수한 내용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그 동료의 피드백을 받아들여 프레젠테이션 구조를 개선했을 때, 다른 팀원들로부터 훨씬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거의 모든 피드백에는 어떤 형태로든 일리가 담겨있다. 설령 악의적 의도가 있다 하더라도, 그 말 속에는 개선할 수 있는 단서가 숨어있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그 일리를 찾아내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최근 한 후배가 "선배님의 업무 지시는 너무 추상적이에요"라고 말했을 때, 처음에는 서운했다. 하지만 그 말을 곱씹어보니, 실제로 내가 업무를 전달할 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나 예시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후로는 업무 지시 시 더 구체적이고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려 노력하고 있다.


3단계: 수비력 - 진짜와 가짜 구별하기다. 모든 피드백을 무조건 수용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건강한 경계선을 설정하는 능력을 기른다. 작가가 제시한 네 가지 기준은 매우 실용적이다. 첫째, 화살의 끝이 일이 아닌 사람을 향하고 있는가? "이 보고서의 논리 구조를 개선해보세요"와 "당신은 논리적 사고가 부족해요"는 완전히 다른 성격의 말이다. 전자는 구체적인 개선점을 제시하지만, 후자는 인격을 공격한다. 둘째, 목표 자체가 다른가?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서로 다른 방향을 추구한다면, 그 피드백은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셋째, 전혀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끼는가? 심리적 안전감이 없는 상태에서 주고받는 피드백은 건설적이지 못하다. 넷째, 카더라 통신에 근거했는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나 소문에 기반한 피드백은 받아들일 가치가 없다. 나는 이러한 기준을 바탕으로 '5초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 피드백을 받으면 즉시 이 네 가지 기준으로 빠르게 점검해본다. 하나라도 해당되면 일단 거리를 두고, 그렇지 않다면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최근 한 회의에서 "당신 같은 사람이 이런 업무를 맡으면 안 되는 거 아닌가?"라는 말을 들었을 때, 즉시 첫 번째 기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일에 대한 피드백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공격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감정적으로 휘둘리지 않고 냉정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4단계: 지구력 - 지속가능한 성장 엔진 만들기다. 네 번째 단계는 앞의 3단계를 반복 연습하여 자연스럽게 체화하는 과정이다.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하지만, 계속 연습하다 보면 무의식적으로도 건강한 피드백 수용이 가능해진다. 나는 매주 금요일마다 '피드백 회고'를 하는 습관을 만들었다. 일주일 동안 받은 피드백들을 정리하고, 어떻게 반응했는지, 더 나은 방법은 없었는지 돌아본다. 이 과정에서 점진적으로 피드백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구하는 자세가 생겼다. 가장 중요한 것은 피드백을 준 사람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현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예의가 아니라, 상대방으로 하여금 앞으로도 솔직한 피드백을 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행위다.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혼자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네요"라는 간단한 한 마디가 상대방에게는 큰 공헌감을 준다. 실제로 이렇게 반응하기 시작한 후, 동료들이 더 솔직하고 구체적인 피드백을 주는 것을 경험했다.


5단계: 전도력 - 함께 성장하는 문화 만들기다. 마지막 단계는 개인의 변화를 넘어 조직 전체의 피드백 문화를 개선하는 것이다. 아무리 내가 피드백을 잘 받아들인다 해도, 주변 동료들이 방어적이거나 공격적이라면 건강한 소통은 불가능하다. 나는 우선 가까운 동료들과 '피드백 버디' 시스템을 만들었다. 서로 정기적으로 솔직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어떻게 더 건설적으로 소통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 과정에서 우리 팀의 전반적인 소통 품질이 향상되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개인의 브랜드와 목표를 바탕으로 피드백 문화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내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은지"에서 출발하여,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피드백이 필요한지를 함께 고민한다. 예를 들어, 나는 "신뢰할 수 있는 프로젝트 리더"라는 브랜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동료들에게 "제가 프로젝트를 리드할 때 부족한 부분이나 개선할 점이 있다면 언제든 말씀해주세요"라고 적극적으로 요청한다. 이렇게 구체적인 맥락을 제공하면, 상대방도 더 유용한 피드백을 줄 수 있다.

이 5단계를 실제로 적용하면서 가장 크게 변한 것은 피드백에 대한 근본적인 관점이다. 예전에는 피드백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여겼다면, 이제는 '찾아서 얻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최근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처음부터 관련자들에게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제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나 개선할 점이 보이시면 언제든 말씀해주세요"라고 먼저 요청했다. 그 결과, 프로젝트 중간중간 귀중한 조언들을 받을 수 있었고, 최종 결과물의 품질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었다. 또한 피드백을 받는 것뿐만 아니라 주는 것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상대방이 피드백을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더 신중하게 표현하게 되었고, 일에 집중하면서도 상대방의 감정을 배려하는 방법을 찾게 되었다. 피드백은 더 이상 피하고 싶은 불편한 존재가 아니다. 올바른 관점과 기술을 갖춘다면, 피드백은 나를 한 단계 성장시켜주는 가장 확실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완벽해지려 하지 않는 것이다. 때로는 감정적으로 반응할 수도 있고, 피드백을 잘못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경험조차도 다음 번에는 더 나은 반응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학습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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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리부트 - AI 시대, 성과와 혁신을 만드는 똑똑한 지식 활용법 8가지
라일라 마루프 지음, 서지희 옮김 / 더모던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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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력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현대 사회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정보의 양적 증가가 곧 지식의 질적 향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우리는 방대한 정보 속에서 진정으로 가치 있는 지식을 선별하고, 이를 실생활에 적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라일라 마루프(Laila Marouf)가 제시하는 'Knowledge Mindfulness'은 기존의 선형적이고 하향식 교육 모델을 넘어선 혁신적인 접근법을 제시한다. 마루프는 교육자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통적 교육의 한계를 날카롭게 지적한다. 시험, 강의, 교과서, 표준화된 평가로 대표되는 기존의 교육 시스템은 지식을 교수자에서 학습자로 일방향으로 전달하는 선형적 구조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실제 세계에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지식은 이렇게 깔끔하게 포장되어 전달되지 않는다. 오히려 복잡하고, 유기적이며, 얽혀있는 형태로 존재한다.

마루프가 제시하는 지식 활용법은 학습 방법론을 넘어선 포괄적인 프레임워크이다. 이는 세 가지 핵심 기능을 수행한다. 첫째, 이미 보유하고 있는 지식을 더욱 효과적으로 평가하고, 발전시키며,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한다. 둘째, 개인의 깊은 가치관과 핵심 신념을 포함한 모든 지식의 잠재력을 해제하고, 타인과의 더 깊은 연결을 통해 지식을 풍부하게 한다. 셋째, 궁극적으로 더 높은 수준의 지식 성숙도에 도달하여, 개인이 속한 전체 생태계에 도움이 되는 더 현명하고 충족감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정의에서 주목할 점은 지식 활용법이 개인적 차원에 머물지 않고, 관계적·생태적 차원으로 확장된다는 것이다. 이는 지식을 개인의 소유물이 아닌 공동체의 자산으로 인식하는 관점을 반영한다. 또한 지식의 활용이 단순히 개인의 성공이 아닌, '전체 생태계'에 대한 기여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내포하고 있다.

마루프는 지식 마음챙김의 핵심을 '3C 루프(3 C's Loop)'로 설명한다. 이 루프는 창조(Create), 연결(Connect), 활용하기(Capitalize)의 세 요소가 상호작용하며 지속적으로 순환하는 구조이다. 각 요소는 겉보기에 상반되는 개념들의 조합으로 구성되어 있어, 변증법적 사고의 특성을 보여준다. 첫 번째 C인 창조는 새로운 것을 만드는 행위에 그치지 않는다. 마루프는 창조성이 지식을 지속적으로 도전하고, 탐구하며, 재사고하고, 갱신하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기존 지식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며 새로운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현대의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적응과 진화의 능력은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되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창조성을 일회성 영감이나 타고난 재능으로 오해한다. 마루프의 관점에서 창조성은 학습 가능한 기술이자 지속적인 실천이다. 이는 기존의 지식과 경험을 새로운 맥락에서 재조합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며,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두 번째 C인 연결은 외향적 연결과 내향적 연결의 균형을 추구한다. 외향적으로는 타인과의 연결을 통해 지식을 풍부하고 다양화하며, 자신이 속한 생태계와의 연결을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내향적으로는 자기 자신과의 연결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자기 성찰과 내적 평화를 추구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현대 사회의 초연결성(hyperconnectivity) 시대에 이러한 관점은 특히 의미가 깊다. 소셜미디어와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지만, 동시에 진정한 연결과 깊이 있는 관계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다. 마루프가 제시하는 '분리'의 개념은 단순한 고립이 아니라, 의미 있는 연결을 위한 준비 과정으로서의 성찰과 재충전을 의미한다.

세 번째 C인 활용하기는 지식을 실제 성과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마루프는 성공이 일종의 '진정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성공에 안주하여 현상유지에 빠질 위험성을 지적하며, 지속적으로 성공의 정의를 새롭게 하고,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하며, 모든 이에게 충족감과 긍정적 영향을 가져다주는 새로운 행동 경로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전통적인 성공 개념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를 요구한다. 단순히 개인적 이익이나 조직적 성과를 넘어서, 지속 가능한 발전과 사회적 가치 창출을 포함하는 확장된 성공 개념을 제시한다. 이러한 관점은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 경영이나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한 현대적 논의와도 맥을 같이 한다.

마루프의 지식 개념은 현대 사회가 직면한 여러 도전에 대한 의미 있는 해답을 제시한다. 인공지능과 자동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일자리의 변화, 정보 과부하와 가짜 뉴스의 확산, 사회적 분열과 소통의 단절 등은 모두 새로운 형태의 지식 습득과 활용 능력을 요구한다. 특히 COVID-19 팬데믹은 원격 학습과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했으며, 이는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켰다. 마루프가 제시하는 지식 활용법은 이러한 변화된 환경에서 필요한 역량을 기르는 데 유용한 프레임워크를 제공한다. 또한 지속 가능한 발전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현재, 개인의 성공을 전체 생태계의 번영과 연결하는 마루프의 관점은 시의적절하다. 이는 경제적 성과만을 추구하는 기존의 접근법을 넘어서, 사회적·환경적 가치를 통합하는 새로운 성공 모델을 제시한다. 라일라 마루프의 지식 활용법은 삶의 철학이자 리더십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 3C 루프를 통해 창조, 연결, 활용하기의 동적 균형을 추구하며, 개인의 성장과 사회적 기여를 동시에 달성하는 통합적 접근법을 제안한다. 비록 구체적인 실행 방법에 대한 세부사항이나 다양한 맥락에서의 적용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하지만, 마루프의 개념은 현대 사회가 직면한 복잡한 도전들에 대응하기 위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특히 지식을 개인의 소유물에서 공동체의 자산으로 인식하고, 학습을 일회성 사건에서 평생에 걸친 과정으로 확장하는 관점은 교육과 조직 개발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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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밤의 뮤지컬 - 나만의 공간에서 즐기는 N차 관람 뮤지컬의 감동 Collect 37
윤하정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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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년 여름, 몇년간의 준비로 방문한 영국 런던 여름 휴가.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에서도 런던 극장가는 뜨거웠다. 휴가철이라는 핑계로 평소 미뤄두었던 문화생활에 몸을 맡겼고, 그렇게 두 편의 명작 뮤지컬과 조우하게 되었다. 바로 《오페라의 유령》과 《레미제라블》이었다. 처음에는 호기심이었다. 세계 4대 뮤지컬이라 불리는 작품들을 직접 체험해보고 싶었고, 무엇보다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 극장에서 시원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막이 오르고 첫 음표가 울려 퍼지는 순간, 나는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7월의 어느 무더운 저녁, 《오페라의 유령》의 객석에 앉아 있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그저 유명한 작품을 보러 온 관객 중 한 명일 뿐이었다. 하지만 무대 위로 떨어지는 샹들리에와 함께 나의 일상도 산산조각이 났다. 팬텀의 첫 등장부터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 유명한 하얀 가면, 검은 망토, 그리고 오르간 선율과 함께 울려 퍼지는 'The Phantom of the Opera'. 수십 번도 더 들어본 곡이었지만, 실제 무대에서 듣는 것은 완전히 달랐다. 음향이 객석 전체를 감싸며 진동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크리스틴과 팬텀이 지하 은신처로 향하는 장면에서는 숨을 멈췄다.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무대 위로 조용히 미끄러져 가는 보트, 그리고 그 위에서 펼쳐지는 환상적인 듀엣. 250킬로그램의 드라이아이스와 280개의 촛불이 만들어내는 장관이라고 했지만, 그 순간 내가 본 것은 단순한 무대장치가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의 가장 깊은 곳에 숨겨진 외로움과 갈망이 시각화된 공간이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팬텀이라는 캐릭터가 주는 복잡한 감정이었다. 그는 분명 악역이었다. 사람을 해치고, 크리스틴을 강제로 납치하며, 자신의 욕망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하지만 동시에 그 어떤 주인공보다도 애틋하고 가슴 아픈 존재였다. 마지막 장면에서 크리스틴이 팬텀의 추한 얼굴에 입을 맞추는 순간, 극장 안은 숨막히는 정적에 휩싸였다. 그리고 팬텀이 두 사람을 놓아주며 홀로 사라져가는 모습에서는 객석 여기저기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나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공연이 끝나고 극장을 나서는 길, 한참 동안 말을 할 수 없었다. 머릿속에는 여전히 'The Music of the Night'의 선율이 맴돌고 있었고, 가슴 한편에는 묘한 여운이 남아있었다. 팬텀의 가면이 상징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 모두가 어떤 식으로든 가면을 쓰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다음에는 《레미제라블》을 만날 차례였다. 《오페라의 유령》이 개인적이고 내밀한 감정을 다룬다면, 《레미제라블》은 사회적이고 집단적인 이야기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작품을 마주하고 보니, 그것은 규모의 차이만이 아니었다. 자발장의 첫 등장부터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어둡고 절망적인 무대, 굶주림과 가난에 찌든 사람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관통하는 무거운 현실. 《오페라의 유령》이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세계로 나를 이끌었다면, 《레미제라블》은 처절하고 적나라한 현실 앞에 나를 세워두었다. 하지만 이 작품의 진정한 힘은 절망적인 현실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인간의 의지에 있었다.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을 복역한 자발장이 미리엘 주교의 자비로운 마음을 만나면서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는 과정, 그리고 그가 평생에 걸쳐 실천해나가는 사랑과 희생의 여정은 감동 그 자체였다. 특히 1막 마지막에 등장하는 바리케이드 장면과 'One Day More'는 잊을 수 없다. 무대 위로 쌓아 올려지는 바리케이드, 그리고 그 위에서 결연한 의지를 다지는 학생들과 시민들의 모습. 혁명을 향한 그들의 열정과 의지가 노래를 타고 객석 전체로 퍼져나갔고, 나도 모르게 주먹을 쥐고 있었다. 2막에서 펼쳐지는 전투 장면들은 더욱 처참했다. 하나둘씩 쓰러져가는 젊은이들, 그리고 그들의 이상과 함께 산산조각 나는 꿈들. 하지만 그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자발장이 마리우스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하수구를 헤쳐나가는 모습에서는 인간애의 숭고함을 느꼈다. 무엇보다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은 개별 캐릭터들이 각자 품고 있는 슬픔이었다. 딸에 대한 사랑으로 몸을 파는 판틴의 'I Dreamed a Dream', 마리우스에 대한 짝사랑에 가슴 아파하는 에포닌의 'On My Own', 그리고 평생의 신념이 무너지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자베르의 고뇌까지. 이들은 모두 역사의 격랑 속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려 몸부림치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전체 캐스트가 등장해서 부르는 'Do You Hear the People Sing?'에서는 객석 전체가 하나가 되는 느낌이었다. 과거의 이야기이지만 현재의 우리와도 맞닿아 있는 메시지,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불굴의 의지가 그 노래에 담겨 있었다.


작년의 감동을 간직한 《오페라의 유령》과 《레미제라블》을 생각하면서 이번에 읽어본 윤하정님의 <30일 밤의 뮤지컬>을 읽으면서 다시한번 뮤지컬에서 생각해 볼 좋은 기회가 되었다. 같은 뮤지컬이라는 장르 안에서도 이토록 다른 감동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경이로움이었다. 《오페라의 유령》은 개인의 내면 깊숙한 곳으로 파고들어가는 작품이었다. 팬텀의 고독과 절망, 크리스틴의 갈등과 성장, 라울의 순수한 사랑이 만들어내는 삼각관계는 한 편의 서정적인 오페라 같았다. 화려한 무대와 의상, 그리고 무엇보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아름다운 선율들이 이야기를 더욱 몽환적으로 만들어주었다. 반면 《레미제라블》은 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거대한 서사였다. 개인의 구원과 사회의 변혁이 만나는 지점에서 펼쳐지는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는 한 편의 장대한 교향곡 같았다. 클로드 미셸 쇤베르크의 음악은 《오페라의 유령》보다 더 직설적이고 힘찼으며, 때로는 행진곡 같은 박력으로 관객의 가슴을 두드렸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랑이었다. 《오페라의 유령》의 팬텀이든 《레미제라블》의 자발장이든, 그들은 모두 완벽하지 않은 존재들이었다. 오히려 그 불완전함 속에서 더욱 인간적이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책을 읽으면서 새삼 깨달은 것은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갖는 독특한 매력이었다.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뮤지컬은 바로 내 앞에서 펼쳐지는 살아있는 예술이었다. 배우들의 숨소리까지 들릴 듯한 거리감,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조명과 무대, 그리고 객석과 무대가 함께 만들어내는 특별한 에너지다. 특히 《오페라의 유령》에서 샹들리에가 떨어지는 장면이나 《레미제라블》에서 바리케이드가 무너지는 장면에서는 영화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긴장감과 몰입감을 경험했다. 그것은 컴퓨터그래픽이 아닌 실제 물리적 현상이었고, 같은 공간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며 그 순간을 함께 목격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전율을 느꼈다. 또한 배우들의 라이브 노래와 연기가 주는 감동도 특별했다. 음반으로 들었던 익숙한 곡들이 무대에서는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배우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생생함, 그리고 그 감정이 객석 전체로 퍼져나가면서 만들어지는 일체감은 오직 극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이었다.


'30일 밤의 뮤지컬'이라는 제목이 주는 설렘이 좋다. 30일 동안 매일 밤 다른 뮤지컬을 감상한다면 얼마나 풍요로운 시간이 될까. 각 작품이 주는 서로 다른 감동과 메시지, 그리고 그것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인생의 파노라마다. 실제로 뮤지컬을 30일간 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꼭 극장에 가지 않더라도, 때로는 음반으로, 때로는 영상으로, 때로는 책으로도 뮤지컬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정말 뮤지컬을 현장에서 보는 듯한 실감을 느끼게 한다. 뮤지컬에서 중요한 것은 그 작품들이 전하는 메시지를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통해 조금 더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작년 여름, 무더위를 피해 극장으로 향했던 발걸음이 결국 나를 더 넓은 세계로 이끌어주었다. 《오페라의 유령》과 《레미제라블》이라는 두 개의 문을 통해 들어간 뮤지컬의 세계는 생각보다 훨씬 깊고 넓었다. 그리고 그 세계에서 만난 수많은 캐릭터들은 지금도 내 마음 어딘가에서 각자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나는 책을 통해서 새로운뮤지컬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정말로 30일 밤의 뮤지컬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 매일 밤 다른 무대에서, 다른 이야기와 만나면서, 조금씩 더 성장하고 깨달아가는 그런 시간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문화적 휴가가 아닐까.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의 무대에서는 배우들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내며 노래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딘가의 객석에서는 누군가가 나처럼 처음으로 뮤지컬의 감동에 빠져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무대와 객석이 만나 만들어내는 마법 같은 순간들이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세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 보인다. 화려한 30편의 뮤지컬을 볼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여름휴가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온 지 벌써 1년이 흘렀다. 하지만 그때의 감동과 여운은 아직도 생생하다. 가끔 힘든 일이 있을 때면 자발장이 코제트를 품에 안고 부르던 노래를 떠올리기도 하고, 외로울 때면 팬텀의 'The Music of the Night'을 흥얼거리기도 한다. 무엇보다 두 작품을 통해 깨달은 것은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우리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연기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때로는 팬텀처럼 가면을 쓰고 진정한 자신을 숨겨야 할 때도 있고, 때로는 자발장처럼 과거의 잘못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야 할 때도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서 사랑과 용서, 희망과 의지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배웠다. 책과 같이 30일 밤의 뮤지컬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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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사람은 바보가 아니다 - 동네 의사 30년의 결론
나가오 가즈히로 지음, 박현아 옮김 / 지상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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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현대 사회는 속도와 효율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자동차, 지하철, 엘리베이터가 우리의 발걸음을 대신하며, 걷기는 점점 '비효율적'이고 '시대에 뒤떨어진' 행위로 취급받는다. 하지만 나가오 가즈히로가 제기하는 도발적인 질문은 이러한 통념을 뒤흔든다. 과연 걷는 사람이 바보일까? 아니면 걷지 않는 사람이 자신의 건강과 삶의 질을 포기하는 것일까? 걷기는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가진 가장 기본적인 이동 능력이자, 동시에 가장 완벽한 전신 운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놀라운 능력을 당연시하며 그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걷기는 생명력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핵심적인 생활 습관이다.

걷기가 심장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수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다. 하루 30분 이상의 걷기는 심혈관 질환 발병률을 30-40%까지 감소시킨다는 하버드 대학교의 연구 결과는 걷기의 의학적 가치를 명확히 보여준다. 걷기는 심박수를 적절히 상승시키면서도 심장에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는 이상적인 유산소 운동이다. 규칙적인 걷기는 혈액 순환을 개선하고 혈압을 안정화시킨다. 특히 고혈압 환자들에게 걷기는 약물 치료와 함께 병행할 수 있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보조 요법이다. 혈관의 탄력성이 향상되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개선되면서, 장기적으로 동맥경화와 같은 심각한 혈관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현대인의 대표적인 질병인 당뇨병에 대한 걷기의 효과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걷기 운동은 근육의 포도당 흡수율을 증가시켜 혈당 수치를 자연스럽게 낮춘다. 이는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고 당뇨병 진행을 늦추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가오 의사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현대인의 치매 증가는 뇌의 당뇨병이라고 할 수 있는 현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과도한 당분 섭취로 인한 포도당 중독은 뇌 기능을 저하시키고 아밀로이드 베타의 축적을 촉진한다. 걷기는 이러한 악순환을 차단하는 자연스러운 해독제 역할을 한다. 걷기가 정신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기분 전환의 차원을 넘어선다. 규칙적인 걷기는 우울증 발병률을 20% 이상 감소시키며, 불안 장애와 스트레스 관리에도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햇빛 아래에서의 걷기는 세로토닌과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한다. 이러한 '행복 호르몬'들은 자연스러운 항우울 효과를 가져다주며, 정신적 안정감을 증진시킨다. 또한 걷기는 뇌로의 혈류를 증가시켜 기억력과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치매 예방에도 기여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중요한 점은 걷기와 수면의 관계이다. 적절한 걷기 운동은 자연스러운 피로감을 유발하여 수면의 질을 개선한다. 더 중요한 것은 양질의 수면 중에 뇌 속 노폐물인 아밀로이드 베타가 제거된다는 사실이다. 렘수면과 논렘수면의 정상적인 주기는 뇌의 자체 청소 시스템을 작동시킨다. 걷기를 통해 확보된 양질의 수면은 뇌 건강 유지의 핵심 요소가 되며, 이는 치매 예방과 직결된다.

걷기는 겉보기에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몸 전체의 근육과 관절이 정교하게 협력하는 복합적인 운동이다. 발목, 무릎, 고관절의 연동 움직임은 하체 근력을 고르게 발달시키며, 척추의 자연스러운 S자 곡선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팔의 스윙 동작은 단순한 균형 유지를 넘어 상체 근력 강화에 기여한다. 나가오 의사가 지적한 바와 같이, 손을 크게 흔들수록 골반의 회전이 증가하고 보폭이 넓어진다. 이는 걷기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전신 근력 발달을 촉진한다. 걷기는 체중 부하 운동(weight-bearing exercise)으로서 뼈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걸을 때마다 뼈에 가해지는 적절한 압력은 골세포의 활동을 자극하여 골밀도를 증가시킨다. 이는 특히 중년 이후 여성들에게 중요한데, 폐경 후 급격히 감소하는 골밀도를 유지하는 자연스러운 방법이 된다. 저자가 특히 강조하는 프레일티(노쇠) 예방에서 걷기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프레일티는 전신의 기능적 쇠퇴를 의미한다. 규칙적인 걷기는 근력 유지, 균형 감각 보존, 인지 기능 유지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외출을 기피하게 된 중장년층에서 프레일티가 급증했다는 관찰은 걷기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지팡이를 짚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50-60대에서도 조기 노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걷지 않는 생활의 직접적인 결과이다.

현대 사회는 빠름을 곧 능력으로 여긴다. 하지만 걷기의 속도는 인간 본연의 리듬에 가장 가까운 속도이다. 이 느린 속도에서만 포착할 수 있는 세상의 모습들이 있다. 자동차나 지하철로는 놓치게 되는 계절의 변화, 사람들의 표정, 도시의 숨겨진 모습들이 걸음을 통해서만 온전히 경험된다. 걷기는 일종의 이동하는 명상이다. 발걸음의 규칙적인 리듬은 마음을 안정시키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한다. 복잡한 문제로 머리가 어지러울 때 걷기를 통해 해답을 찾는 경험은 많은 사람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다. 걷기는 우리와 공간의 관계를 재정의한다. 단순한 목적지 이동이 아니라 경로 자체가 의미를 갖게 된다. 매일 같은 길을 걸어도 날씨, 시간, 계절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의 축적은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도시의 길거리는 사회의 축소판이다. 걸으면서 관찰하게 되는 불평등, 환경 문제, 공동체의 단절 등은 걷기를 사회적 성찰의 기회로 만든다. 걷기는 일상에서 잃어버린 자신을 되찾는 의식적 행위가 될 수 있다. 스마트폰과 각종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인 현대인에게 걷기는 진정한 '연결 해제'의 시간이다. 외부의 소음과 자극에서 벗어나 오로지 자신의 호흡과 걸음에 집중할 때, 내적 평화와 안정을 경험할 수 있다.

걷는 사람은 바보가 아니라 가장 현명한 사람이다. 복잡한 운동 장비나 고비용의 헬스장 회원권이 없어도, 걷기만으로도 충분히 건강을 유지하고 증진시킬 수 있다. 걷기는 의학적으로 검증된 효과와 철학적 깊이를 동시에 가진 유일무이한 활동이다. 심혈관 건강부터 정신 건강, 치매 예방부터 면역력 강화까지, 걷기가 가져다주는 이익은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광범위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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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삶을 위한 자신감 저축 - 하고 싶은 일을 해내기 위한 작은 시작
아리카와 마유미 지음, 윤경희 옮김 / 더페이지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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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끊임없는 불안과 마주하고 있다. SNS를 통해 타인의 화려한 성공담만을 접하며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고, 미래에 대한 걱정과 당장의 생계,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자신감을 잃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읽은 아리카와 마유미의 <단단한 삶을 위한 자신감 저축>은 거창한 성공 공식이나 화려한 자기계발론 대신, 일상에서 실천 가능한 작은 습관들을 통해 진정한 자신감을 키워나가는 방법을 제시한다.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저자의 풍부하고 다양한 인생 경험이다. 아리카와 마유미는 기모노 착용 강사, 의류점 점장, 학원 강사, 화장품 회사 직원, 웨딩 코디네이터, 프리랜스 편집자 등 50가지가 넘는 직업을 경험했다. 이러한 다채로운 경력은 단순한 이론이 아닌, 실제 현실에서 부딪치며 얻은 생생한 통찰을 바탕으로 한 조언임을 보여준다. 특히 주목할 점은 저자가 '결과보다 과정을 먼저 보고, 할 수 있을까보다는 일단 해 보자를 택했다'는 일관된 태도이다. 때로는 실패했고 후회도 했지만, 그때마다 다시 한 걸음을 내디딘 경험이 그녀를 수십만 독자의 공감을 얻는 작가로 성장시켰다는 점에서, 이 책의 메시지가 검증된 삶의 지혜임을 알 수 있다.

이 책이 기존의 자기계발서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자신감에 대한 접근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자신감을 타고난 성격이나 순간적인 용기 정도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감을 '마음의 저축'이라는 개념으로 재정의한다. 돈을 모으듯이 매일 조금씩 쌓아가는 과정이 있어야 하며, 단기적인 충동이나 열정으로는 지속 가능한 자신감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자신감과 자존감을 명확히 구분한 점이다. 자존감이 존재 자체를 긍정하는 감정이라면, 자신감은 행동을 통해 성취를 이끌어내는 동력이다. 이 구분은 매우 중요한데, 자존감이 흔들려도 작은 행동을 통해 자신감을 쌓을 수 있고, 그 자신감이 다시 자존감을 회복하는 힘이 된다는 선순환 구조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신감 저축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Do 저축'은 뭐든 하려고 했던 것을 '하면' 쌓이는 저축으로, 일상의 소소한 행동을 할 때마다 '나는 할 수 있어'라는 자기효능감이 생긴다. 'Feel 저축'은 아무것도 안 해도 '이대로의 내가 좋아'처럼 있는 그대로의 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호의적으로 '느끼면' 쌓이는 저축이다. 이러한 이분법적 접근은 매우 실용적이다. 행동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Feel 저축을, 감정적으로 위축된 상황에서는 Do 저축을 활용할 수 있어 상황에 맞는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 특히 '하기만 하면 무조건 1점씩 더해진다'는 Do 저축의 원칙은 완벽주의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큰 위안이 된다. 잘했는지 못했는지,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메시지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행동을 미루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준다.

이 책의 또 다른 강점은 실행 가능한 구체적 지침을 풍부하게 제시한다는 점이다. 발표가 두렵다면 사람들 앞에서 한 문장만 말해보기, 운동이 부담스럽다면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한 층만 걸어보기처럼 아주 작은 행동부터 시작하라고 제안한다. 특히 일이 괴로울 때 활용할 수 있는 '3S 접근법'은 매우 실용적이다. '한 가지 일을 한다(Single)', '시간을 짧게 나눈다(Short)', '작은 목표로 나눈다(Small)'로 접근해서 감정적 동요 없이 합리적으로 집중하라는 조언은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에게 즉시 적용 가능한 해법을 제공한다. 하나를 끝낼 때마다 "오케이, 종료!"하며 성취감을 만끽하라는 구체적인 실천 방법까지 제시하는 세심함도 돋보인다.

​책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인간관계에서의 자신감 형성에 대한 통찰이다. 저자는 '내가 책임져야 하는 것'과 '상대방이 책임져야 하는 것'을 확실히 구분하는 '바운더리(boundary)' 개념을 강조한다. 바운더리가 애매한 사람은 상대방의 짜증이나 미숙한 언동까지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 괴로움을 느낀다는 지적은 매우 예리하다. "상대방이 내뱉은 말에서 적개심이나 짜증이 느껴지면 '아, 그러시군요'라며 흘려버릴 뿐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저자의 태도는 감정적 경계 설정의 좋은 사례다. 상대방의 감정은 상대방의 책임이라는 명확한 인식은 불필요한 죄책감이나 자책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는 단순한 무관심이 아니라, 건강한 자신감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 태도라고 볼 수 있다.

저자가 제시하는 '진짜로 자신감이 있는 사람'의 정의는 매우 인상적이다. 특별한 능력을 갖췄거나 큰 성공을 경험한 사람이 아니라, "실패한 나, 좌절한 나, 인정받지 못한 나일지라도 그저 나를 믿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남들이 뭐라 해도 '나라서 좋다'라고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고, '나는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지닌 사람이 진정한 자신감을 가진 사람이라는 정의는 기존의 성과 중심적 자신감 개념을 뒤엎는 혁신적 관점이다. 이러한 관점은 완벽주의와 타인의 인정에 의존하는 현대인들에게 큰 해방감을 준다. 자신감이 외부의 평가나 성과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신뢰하는 내적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메시지는 진정한 치유의 힘을 가지고 있다.

책은 현대인의 자신감 형성에 대한 실용적이고 따뜻한 해법을 제시한다. 저자의 풍부한 경험과 솔직한 고백, 그리고 작지만 구체적인 실천 방안들은 독자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특히 완벽주의에 시달리거나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사람, SNS 비교 문화로 인해 자신감을 잃은 사람, 작은 변화부터 시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매우 적합한 책이다. 거창한 목표나 극적인 변화를 요구하지 않고, 일상에서 실천 가능한 작은 습관들을 통해 점진적으로 자신감을 쌓아나가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고 현실적이다. 자신감 부족으로 고민하는 모든 이들, 그리고 더 나은 삶을 위해 작은 변화부터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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