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어느 무더운 저녁, 《오페라의 유령》의 객석에 앉아 있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그저 유명한 작품을 보러 온 관객 중 한 명일 뿐이었다. 하지만 무대 위로 떨어지는 샹들리에와 함께 나의 일상도 산산조각이 났다. 팬텀의 첫 등장부터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 유명한 하얀 가면, 검은 망토, 그리고 오르간 선율과 함께 울려 퍼지는 'The Phantom of the Opera'. 수십 번도 더 들어본 곡이었지만, 실제 무대에서 듣는 것은 완전히 달랐다. 음향이 객석 전체를 감싸며 진동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크리스틴과 팬텀이 지하 은신처로 향하는 장면에서는 숨을 멈췄다.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무대 위로 조용히 미끄러져 가는 보트, 그리고 그 위에서 펼쳐지는 환상적인 듀엣. 250킬로그램의 드라이아이스와 280개의 촛불이 만들어내는 장관이라고 했지만, 그 순간 내가 본 것은 단순한 무대장치가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의 가장 깊은 곳에 숨겨진 외로움과 갈망이 시각화된 공간이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팬텀이라는 캐릭터가 주는 복잡한 감정이었다. 그는 분명 악역이었다. 사람을 해치고, 크리스틴을 강제로 납치하며, 자신의 욕망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하지만 동시에 그 어떤 주인공보다도 애틋하고 가슴 아픈 존재였다. 마지막 장면에서 크리스틴이 팬텀의 추한 얼굴에 입을 맞추는 순간, 극장 안은 숨막히는 정적에 휩싸였다. 그리고 팬텀이 두 사람을 놓아주며 홀로 사라져가는 모습에서는 객석 여기저기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나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공연이 끝나고 극장을 나서는 길, 한참 동안 말을 할 수 없었다. 머릿속에는 여전히 'The Music of the Night'의 선율이 맴돌고 있었고, 가슴 한편에는 묘한 여운이 남아있었다. 팬텀의 가면이 상징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 모두가 어떤 식으로든 가면을 쓰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