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밤의 뮤지컬 - 나만의 공간에서 즐기는 N차 관람 뮤지컬의 감동 Collect 37
윤하정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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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년 여름, 몇년간의 준비로 방문한 영국 런던 여름 휴가.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에서도 런던 극장가는 뜨거웠다. 휴가철이라는 핑계로 평소 미뤄두었던 문화생활에 몸을 맡겼고, 그렇게 두 편의 명작 뮤지컬과 조우하게 되었다. 바로 《오페라의 유령》과 《레미제라블》이었다. 처음에는 호기심이었다. 세계 4대 뮤지컬이라 불리는 작품들을 직접 체험해보고 싶었고, 무엇보다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 극장에서 시원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막이 오르고 첫 음표가 울려 퍼지는 순간, 나는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7월의 어느 무더운 저녁, 《오페라의 유령》의 객석에 앉아 있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그저 유명한 작품을 보러 온 관객 중 한 명일 뿐이었다. 하지만 무대 위로 떨어지는 샹들리에와 함께 나의 일상도 산산조각이 났다. 팬텀의 첫 등장부터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 유명한 하얀 가면, 검은 망토, 그리고 오르간 선율과 함께 울려 퍼지는 'The Phantom of the Opera'. 수십 번도 더 들어본 곡이었지만, 실제 무대에서 듣는 것은 완전히 달랐다. 음향이 객석 전체를 감싸며 진동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크리스틴과 팬텀이 지하 은신처로 향하는 장면에서는 숨을 멈췄다.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무대 위로 조용히 미끄러져 가는 보트, 그리고 그 위에서 펼쳐지는 환상적인 듀엣. 250킬로그램의 드라이아이스와 280개의 촛불이 만들어내는 장관이라고 했지만, 그 순간 내가 본 것은 단순한 무대장치가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의 가장 깊은 곳에 숨겨진 외로움과 갈망이 시각화된 공간이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팬텀이라는 캐릭터가 주는 복잡한 감정이었다. 그는 분명 악역이었다. 사람을 해치고, 크리스틴을 강제로 납치하며, 자신의 욕망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하지만 동시에 그 어떤 주인공보다도 애틋하고 가슴 아픈 존재였다. 마지막 장면에서 크리스틴이 팬텀의 추한 얼굴에 입을 맞추는 순간, 극장 안은 숨막히는 정적에 휩싸였다. 그리고 팬텀이 두 사람을 놓아주며 홀로 사라져가는 모습에서는 객석 여기저기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나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공연이 끝나고 극장을 나서는 길, 한참 동안 말을 할 수 없었다. 머릿속에는 여전히 'The Music of the Night'의 선율이 맴돌고 있었고, 가슴 한편에는 묘한 여운이 남아있었다. 팬텀의 가면이 상징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 모두가 어떤 식으로든 가면을 쓰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다음에는 《레미제라블》을 만날 차례였다. 《오페라의 유령》이 개인적이고 내밀한 감정을 다룬다면, 《레미제라블》은 사회적이고 집단적인 이야기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작품을 마주하고 보니, 그것은 규모의 차이만이 아니었다. 자발장의 첫 등장부터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어둡고 절망적인 무대, 굶주림과 가난에 찌든 사람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관통하는 무거운 현실. 《오페라의 유령》이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세계로 나를 이끌었다면, 《레미제라블》은 처절하고 적나라한 현실 앞에 나를 세워두었다. 하지만 이 작품의 진정한 힘은 절망적인 현실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인간의 의지에 있었다.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을 복역한 자발장이 미리엘 주교의 자비로운 마음을 만나면서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는 과정, 그리고 그가 평생에 걸쳐 실천해나가는 사랑과 희생의 여정은 감동 그 자체였다. 특히 1막 마지막에 등장하는 바리케이드 장면과 'One Day More'는 잊을 수 없다. 무대 위로 쌓아 올려지는 바리케이드, 그리고 그 위에서 결연한 의지를 다지는 학생들과 시민들의 모습. 혁명을 향한 그들의 열정과 의지가 노래를 타고 객석 전체로 퍼져나갔고, 나도 모르게 주먹을 쥐고 있었다. 2막에서 펼쳐지는 전투 장면들은 더욱 처참했다. 하나둘씩 쓰러져가는 젊은이들, 그리고 그들의 이상과 함께 산산조각 나는 꿈들. 하지만 그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자발장이 마리우스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하수구를 헤쳐나가는 모습에서는 인간애의 숭고함을 느꼈다. 무엇보다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은 개별 캐릭터들이 각자 품고 있는 슬픔이었다. 딸에 대한 사랑으로 몸을 파는 판틴의 'I Dreamed a Dream', 마리우스에 대한 짝사랑에 가슴 아파하는 에포닌의 'On My Own', 그리고 평생의 신념이 무너지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자베르의 고뇌까지. 이들은 모두 역사의 격랑 속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려 몸부림치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전체 캐스트가 등장해서 부르는 'Do You Hear the People Sing?'에서는 객석 전체가 하나가 되는 느낌이었다. 과거의 이야기이지만 현재의 우리와도 맞닿아 있는 메시지,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불굴의 의지가 그 노래에 담겨 있었다.


작년의 감동을 간직한 《오페라의 유령》과 《레미제라블》을 생각하면서 이번에 읽어본 윤하정님의 <30일 밤의 뮤지컬>을 읽으면서 다시한번 뮤지컬에서 생각해 볼 좋은 기회가 되었다. 같은 뮤지컬이라는 장르 안에서도 이토록 다른 감동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경이로움이었다. 《오페라의 유령》은 개인의 내면 깊숙한 곳으로 파고들어가는 작품이었다. 팬텀의 고독과 절망, 크리스틴의 갈등과 성장, 라울의 순수한 사랑이 만들어내는 삼각관계는 한 편의 서정적인 오페라 같았다. 화려한 무대와 의상, 그리고 무엇보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아름다운 선율들이 이야기를 더욱 몽환적으로 만들어주었다. 반면 《레미제라블》은 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거대한 서사였다. 개인의 구원과 사회의 변혁이 만나는 지점에서 펼쳐지는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는 한 편의 장대한 교향곡 같았다. 클로드 미셸 쇤베르크의 음악은 《오페라의 유령》보다 더 직설적이고 힘찼으며, 때로는 행진곡 같은 박력으로 관객의 가슴을 두드렸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랑이었다. 《오페라의 유령》의 팬텀이든 《레미제라블》의 자발장이든, 그들은 모두 완벽하지 않은 존재들이었다. 오히려 그 불완전함 속에서 더욱 인간적이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책을 읽으면서 새삼 깨달은 것은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갖는 독특한 매력이었다.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뮤지컬은 바로 내 앞에서 펼쳐지는 살아있는 예술이었다. 배우들의 숨소리까지 들릴 듯한 거리감,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조명과 무대, 그리고 객석과 무대가 함께 만들어내는 특별한 에너지다. 특히 《오페라의 유령》에서 샹들리에가 떨어지는 장면이나 《레미제라블》에서 바리케이드가 무너지는 장면에서는 영화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긴장감과 몰입감을 경험했다. 그것은 컴퓨터그래픽이 아닌 실제 물리적 현상이었고, 같은 공간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며 그 순간을 함께 목격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전율을 느꼈다. 또한 배우들의 라이브 노래와 연기가 주는 감동도 특별했다. 음반으로 들었던 익숙한 곡들이 무대에서는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배우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생생함, 그리고 그 감정이 객석 전체로 퍼져나가면서 만들어지는 일체감은 오직 극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이었다.


'30일 밤의 뮤지컬'이라는 제목이 주는 설렘이 좋다. 30일 동안 매일 밤 다른 뮤지컬을 감상한다면 얼마나 풍요로운 시간이 될까. 각 작품이 주는 서로 다른 감동과 메시지, 그리고 그것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인생의 파노라마다. 실제로 뮤지컬을 30일간 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꼭 극장에 가지 않더라도, 때로는 음반으로, 때로는 영상으로, 때로는 책으로도 뮤지컬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정말 뮤지컬을 현장에서 보는 듯한 실감을 느끼게 한다. 뮤지컬에서 중요한 것은 그 작품들이 전하는 메시지를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통해 조금 더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작년 여름, 무더위를 피해 극장으로 향했던 발걸음이 결국 나를 더 넓은 세계로 이끌어주었다. 《오페라의 유령》과 《레미제라블》이라는 두 개의 문을 통해 들어간 뮤지컬의 세계는 생각보다 훨씬 깊고 넓었다. 그리고 그 세계에서 만난 수많은 캐릭터들은 지금도 내 마음 어딘가에서 각자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나는 책을 통해서 새로운뮤지컬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정말로 30일 밤의 뮤지컬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 매일 밤 다른 무대에서, 다른 이야기와 만나면서, 조금씩 더 성장하고 깨달아가는 그런 시간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문화적 휴가가 아닐까.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의 무대에서는 배우들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내며 노래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딘가의 객석에서는 누군가가 나처럼 처음으로 뮤지컬의 감동에 빠져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무대와 객석이 만나 만들어내는 마법 같은 순간들이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세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 보인다. 화려한 30편의 뮤지컬을 볼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여름휴가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온 지 벌써 1년이 흘렀다. 하지만 그때의 감동과 여운은 아직도 생생하다. 가끔 힘든 일이 있을 때면 자발장이 코제트를 품에 안고 부르던 노래를 떠올리기도 하고, 외로울 때면 팬텀의 'The Music of the Night'을 흥얼거리기도 한다. 무엇보다 두 작품을 통해 깨달은 것은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우리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연기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때로는 팬텀처럼 가면을 쓰고 진정한 자신을 숨겨야 할 때도 있고, 때로는 자발장처럼 과거의 잘못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야 할 때도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서 사랑과 용서, 희망과 의지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배웠다. 책과 같이 30일 밤의 뮤지컬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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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사람은 바보가 아니다 - 동네 의사 30년의 결론
나가오 가즈히로 지음, 박현아 옮김 / 지상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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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현대 사회는 속도와 효율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자동차, 지하철, 엘리베이터가 우리의 발걸음을 대신하며, 걷기는 점점 '비효율적'이고 '시대에 뒤떨어진' 행위로 취급받는다. 하지만 나가오 가즈히로가 제기하는 도발적인 질문은 이러한 통념을 뒤흔든다. 과연 걷는 사람이 바보일까? 아니면 걷지 않는 사람이 자신의 건강과 삶의 질을 포기하는 것일까? 걷기는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가진 가장 기본적인 이동 능력이자, 동시에 가장 완벽한 전신 운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놀라운 능력을 당연시하며 그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걷기는 생명력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핵심적인 생활 습관이다.

걷기가 심장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수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다. 하루 30분 이상의 걷기는 심혈관 질환 발병률을 30-40%까지 감소시킨다는 하버드 대학교의 연구 결과는 걷기의 의학적 가치를 명확히 보여준다. 걷기는 심박수를 적절히 상승시키면서도 심장에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는 이상적인 유산소 운동이다. 규칙적인 걷기는 혈액 순환을 개선하고 혈압을 안정화시킨다. 특히 고혈압 환자들에게 걷기는 약물 치료와 함께 병행할 수 있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보조 요법이다. 혈관의 탄력성이 향상되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개선되면서, 장기적으로 동맥경화와 같은 심각한 혈관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현대인의 대표적인 질병인 당뇨병에 대한 걷기의 효과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걷기 운동은 근육의 포도당 흡수율을 증가시켜 혈당 수치를 자연스럽게 낮춘다. 이는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고 당뇨병 진행을 늦추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가오 의사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현대인의 치매 증가는 뇌의 당뇨병이라고 할 수 있는 현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과도한 당분 섭취로 인한 포도당 중독은 뇌 기능을 저하시키고 아밀로이드 베타의 축적을 촉진한다. 걷기는 이러한 악순환을 차단하는 자연스러운 해독제 역할을 한다. 걷기가 정신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기분 전환의 차원을 넘어선다. 규칙적인 걷기는 우울증 발병률을 20% 이상 감소시키며, 불안 장애와 스트레스 관리에도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햇빛 아래에서의 걷기는 세로토닌과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한다. 이러한 '행복 호르몬'들은 자연스러운 항우울 효과를 가져다주며, 정신적 안정감을 증진시킨다. 또한 걷기는 뇌로의 혈류를 증가시켜 기억력과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치매 예방에도 기여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중요한 점은 걷기와 수면의 관계이다. 적절한 걷기 운동은 자연스러운 피로감을 유발하여 수면의 질을 개선한다. 더 중요한 것은 양질의 수면 중에 뇌 속 노폐물인 아밀로이드 베타가 제거된다는 사실이다. 렘수면과 논렘수면의 정상적인 주기는 뇌의 자체 청소 시스템을 작동시킨다. 걷기를 통해 확보된 양질의 수면은 뇌 건강 유지의 핵심 요소가 되며, 이는 치매 예방과 직결된다.

걷기는 겉보기에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몸 전체의 근육과 관절이 정교하게 협력하는 복합적인 운동이다. 발목, 무릎, 고관절의 연동 움직임은 하체 근력을 고르게 발달시키며, 척추의 자연스러운 S자 곡선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팔의 스윙 동작은 단순한 균형 유지를 넘어 상체 근력 강화에 기여한다. 나가오 의사가 지적한 바와 같이, 손을 크게 흔들수록 골반의 회전이 증가하고 보폭이 넓어진다. 이는 걷기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전신 근력 발달을 촉진한다. 걷기는 체중 부하 운동(weight-bearing exercise)으로서 뼈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걸을 때마다 뼈에 가해지는 적절한 압력은 골세포의 활동을 자극하여 골밀도를 증가시킨다. 이는 특히 중년 이후 여성들에게 중요한데, 폐경 후 급격히 감소하는 골밀도를 유지하는 자연스러운 방법이 된다. 저자가 특히 강조하는 프레일티(노쇠) 예방에서 걷기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프레일티는 전신의 기능적 쇠퇴를 의미한다. 규칙적인 걷기는 근력 유지, 균형 감각 보존, 인지 기능 유지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외출을 기피하게 된 중장년층에서 프레일티가 급증했다는 관찰은 걷기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지팡이를 짚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50-60대에서도 조기 노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걷지 않는 생활의 직접적인 결과이다.

현대 사회는 빠름을 곧 능력으로 여긴다. 하지만 걷기의 속도는 인간 본연의 리듬에 가장 가까운 속도이다. 이 느린 속도에서만 포착할 수 있는 세상의 모습들이 있다. 자동차나 지하철로는 놓치게 되는 계절의 변화, 사람들의 표정, 도시의 숨겨진 모습들이 걸음을 통해서만 온전히 경험된다. 걷기는 일종의 이동하는 명상이다. 발걸음의 규칙적인 리듬은 마음을 안정시키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한다. 복잡한 문제로 머리가 어지러울 때 걷기를 통해 해답을 찾는 경험은 많은 사람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다. 걷기는 우리와 공간의 관계를 재정의한다. 단순한 목적지 이동이 아니라 경로 자체가 의미를 갖게 된다. 매일 같은 길을 걸어도 날씨, 시간, 계절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의 축적은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도시의 길거리는 사회의 축소판이다. 걸으면서 관찰하게 되는 불평등, 환경 문제, 공동체의 단절 등은 걷기를 사회적 성찰의 기회로 만든다. 걷기는 일상에서 잃어버린 자신을 되찾는 의식적 행위가 될 수 있다. 스마트폰과 각종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인 현대인에게 걷기는 진정한 '연결 해제'의 시간이다. 외부의 소음과 자극에서 벗어나 오로지 자신의 호흡과 걸음에 집중할 때, 내적 평화와 안정을 경험할 수 있다.

걷는 사람은 바보가 아니라 가장 현명한 사람이다. 복잡한 운동 장비나 고비용의 헬스장 회원권이 없어도, 걷기만으로도 충분히 건강을 유지하고 증진시킬 수 있다. 걷기는 의학적으로 검증된 효과와 철학적 깊이를 동시에 가진 유일무이한 활동이다. 심혈관 건강부터 정신 건강, 치매 예방부터 면역력 강화까지, 걷기가 가져다주는 이익은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광범위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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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삶을 위한 자신감 저축 - 하고 싶은 일을 해내기 위한 작은 시작
아리카와 마유미 지음, 윤경희 옮김 / 더페이지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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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끊임없는 불안과 마주하고 있다. SNS를 통해 타인의 화려한 성공담만을 접하며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고, 미래에 대한 걱정과 당장의 생계,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자신감을 잃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읽은 아리카와 마유미의 <단단한 삶을 위한 자신감 저축>은 거창한 성공 공식이나 화려한 자기계발론 대신, 일상에서 실천 가능한 작은 습관들을 통해 진정한 자신감을 키워나가는 방법을 제시한다.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저자의 풍부하고 다양한 인생 경험이다. 아리카와 마유미는 기모노 착용 강사, 의류점 점장, 학원 강사, 화장품 회사 직원, 웨딩 코디네이터, 프리랜스 편집자 등 50가지가 넘는 직업을 경험했다. 이러한 다채로운 경력은 단순한 이론이 아닌, 실제 현실에서 부딪치며 얻은 생생한 통찰을 바탕으로 한 조언임을 보여준다. 특히 주목할 점은 저자가 '결과보다 과정을 먼저 보고, 할 수 있을까보다는 일단 해 보자를 택했다'는 일관된 태도이다. 때로는 실패했고 후회도 했지만, 그때마다 다시 한 걸음을 내디딘 경험이 그녀를 수십만 독자의 공감을 얻는 작가로 성장시켰다는 점에서, 이 책의 메시지가 검증된 삶의 지혜임을 알 수 있다.

이 책이 기존의 자기계발서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자신감에 대한 접근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자신감을 타고난 성격이나 순간적인 용기 정도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감을 '마음의 저축'이라는 개념으로 재정의한다. 돈을 모으듯이 매일 조금씩 쌓아가는 과정이 있어야 하며, 단기적인 충동이나 열정으로는 지속 가능한 자신감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자신감과 자존감을 명확히 구분한 점이다. 자존감이 존재 자체를 긍정하는 감정이라면, 자신감은 행동을 통해 성취를 이끌어내는 동력이다. 이 구분은 매우 중요한데, 자존감이 흔들려도 작은 행동을 통해 자신감을 쌓을 수 있고, 그 자신감이 다시 자존감을 회복하는 힘이 된다는 선순환 구조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신감 저축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Do 저축'은 뭐든 하려고 했던 것을 '하면' 쌓이는 저축으로, 일상의 소소한 행동을 할 때마다 '나는 할 수 있어'라는 자기효능감이 생긴다. 'Feel 저축'은 아무것도 안 해도 '이대로의 내가 좋아'처럼 있는 그대로의 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호의적으로 '느끼면' 쌓이는 저축이다. 이러한 이분법적 접근은 매우 실용적이다. 행동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Feel 저축을, 감정적으로 위축된 상황에서는 Do 저축을 활용할 수 있어 상황에 맞는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 특히 '하기만 하면 무조건 1점씩 더해진다'는 Do 저축의 원칙은 완벽주의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큰 위안이 된다. 잘했는지 못했는지,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메시지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행동을 미루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준다.

이 책의 또 다른 강점은 실행 가능한 구체적 지침을 풍부하게 제시한다는 점이다. 발표가 두렵다면 사람들 앞에서 한 문장만 말해보기, 운동이 부담스럽다면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한 층만 걸어보기처럼 아주 작은 행동부터 시작하라고 제안한다. 특히 일이 괴로울 때 활용할 수 있는 '3S 접근법'은 매우 실용적이다. '한 가지 일을 한다(Single)', '시간을 짧게 나눈다(Short)', '작은 목표로 나눈다(Small)'로 접근해서 감정적 동요 없이 합리적으로 집중하라는 조언은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에게 즉시 적용 가능한 해법을 제공한다. 하나를 끝낼 때마다 "오케이, 종료!"하며 성취감을 만끽하라는 구체적인 실천 방법까지 제시하는 세심함도 돋보인다.

​책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인간관계에서의 자신감 형성에 대한 통찰이다. 저자는 '내가 책임져야 하는 것'과 '상대방이 책임져야 하는 것'을 확실히 구분하는 '바운더리(boundary)' 개념을 강조한다. 바운더리가 애매한 사람은 상대방의 짜증이나 미숙한 언동까지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 괴로움을 느낀다는 지적은 매우 예리하다. "상대방이 내뱉은 말에서 적개심이나 짜증이 느껴지면 '아, 그러시군요'라며 흘려버릴 뿐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저자의 태도는 감정적 경계 설정의 좋은 사례다. 상대방의 감정은 상대방의 책임이라는 명확한 인식은 불필요한 죄책감이나 자책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는 단순한 무관심이 아니라, 건강한 자신감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 태도라고 볼 수 있다.

저자가 제시하는 '진짜로 자신감이 있는 사람'의 정의는 매우 인상적이다. 특별한 능력을 갖췄거나 큰 성공을 경험한 사람이 아니라, "실패한 나, 좌절한 나, 인정받지 못한 나일지라도 그저 나를 믿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남들이 뭐라 해도 '나라서 좋다'라고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고, '나는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지닌 사람이 진정한 자신감을 가진 사람이라는 정의는 기존의 성과 중심적 자신감 개념을 뒤엎는 혁신적 관점이다. 이러한 관점은 완벽주의와 타인의 인정에 의존하는 현대인들에게 큰 해방감을 준다. 자신감이 외부의 평가나 성과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신뢰하는 내적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메시지는 진정한 치유의 힘을 가지고 있다.

책은 현대인의 자신감 형성에 대한 실용적이고 따뜻한 해법을 제시한다. 저자의 풍부한 경험과 솔직한 고백, 그리고 작지만 구체적인 실천 방안들은 독자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특히 완벽주의에 시달리거나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사람, SNS 비교 문화로 인해 자신감을 잃은 사람, 작은 변화부터 시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매우 적합한 책이다. 거창한 목표나 극적인 변화를 요구하지 않고, 일상에서 실천 가능한 작은 습관들을 통해 점진적으로 자신감을 쌓아나가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고 현실적이다. 자신감 부족으로 고민하는 모든 이들, 그리고 더 나은 삶을 위해 작은 변화부터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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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물러나 바라본 삶
이유재 지음 / 미디어스트리트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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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마치 시간과의 경주를 하는 듯 매일을 보낸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지하철에서도 책을 읽거나 영상을 시청하며 '생산적인' 시간을 보내려 애쓴다. 점심시간조차 빠르게 해치우고, 퇴근 후에는 자기계발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일정을 채워넣는다.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쉼 없이 달려야만 하는 존재가 되었을까? 언제부터 멈춤을 게으름으로, 여유를 무능력으로 치부하게 되었을까? 속도가 곧 성공이고, 바쁨이 곧 가치 있는 삶이라는 착각 속에서 우리는 정작 가장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유재 작가는 우리에게 "한 걸음 물러나 바라보라"고 권한다. 이는 속도만을 늦추라는 의미가 아니다. 우리가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고, 현재 서 있는 자리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거리감을 갖자는 제안이다. 화가가 캔버스에서 한 걸음 물러서야 전체적인 그림을 볼 수 있듯이, 우리도 삶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서야 비로소 우리 인생의 전체적인 모습을 파악할 수 있다. 너무 가까이 있으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적절한 거리에서는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깨닫게 된다. 그토록 중요하다고 여겼던 것들이 사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무심코 지나쳤던 순간들이 실은 가장 소중한 기억이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 사회는 실패를 과도하게 두려워한다. 실패하지 않기 위해 안전한 길만을 선택하고, 도전보다는 현상유지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한 걸음 물러나 바라보면, 실패야말로 우리를 성장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임을 알 수 있다. 실패는 우리에게 겸손함을 가르쳐준다. 자만하지 않고 끊임없이 배우려는 자세를 갖게 해준다. 또한 실패를 통해 우리는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성공했을 때는 보이지 않던 약점과 한계가 실패의 순간에는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실패의 경험이 우리를 좌절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단단하게 만든다. 넘어져 본 사람만이 일어서는 법을 알고, 아파해본 사람만이 타인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다. 실패는 우리를 더 깊이 있는 인간으로 성장시키는 소중한 자양분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우리는 종종 인간관계를 소홀히 하게 된다. 가족, 친구, 동료들과의 만남을 번거로운 일로 여기거나, SNS의 '좋아요'로 관계를 대신하려 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 걸음 물러나 바라보면, 결국 우리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함께하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진정한 관계는 말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때로는 침묵으로, 때로는 함께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서로의 마음이 닿는 순간, 그 순간이야말로 삶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이다. 우리는 완벽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다. 서로의 부족함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때로는 실망시키고 때로는 실망하면서도 계속해서 함께하는 것이 진정한 관계이다. 이러한 관계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존재의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우리는 항상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현재를 희생하는 경향이 있다. 더 좋은 직장, 더 많은 돈, 더 큰 성공을 위해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뒤로 미룬다. 하지만 한 걸음 물러나 바라보면, 진정한 행복은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현재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오늘의 작은 기쁨들, 일상의 소소한 행복들을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완벽하지 않은 현재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는 모두 부족하고 불완전한 존재이다. 하지만 그 불완전함이야말로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자기 수용이야말로 진정한 성장의 출발점이다.

우리가 잊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멈춤'의 가치이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때로는 그냥 가만히 있는 것도 필요하다. 멈춤은 게으름이 아니다. 오히려 다음을 위한 준비 과정이다. 활을 쏘기 전에 뒤로 당기는 것처럼, 더 멀리 나아가기 위해서는 때로 멈춤이 필요하다. 그 멈춤의 시간 동안 우리는 자신을 돌아보고, 방향을 재정립하며, 내면의 힘을 축적할 수 있다. 또한 멈춤은 우리에게 여유를 선사한다. 바쁘게 달릴 때는 보이지 않던 풍경들이 멈춰 섰을 때는 선명하게 보인다. 지나치기 쉬운 일상의 작은 행복들,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 자연의 아름다운 변화들을 온전히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결국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균형이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과 뒤돌아보는 것, 노력하는 것과 쉬는 것, 혼자 있는 것과 함께하는 것 사이의 균형 말이다. 이러한 균형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는 성찰과 조정을 통해 서서히 만들어가는 것이다. 때로는 너무 앞만 보고 달렸다면 잠시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고, 때로는 너무 안주했다면 다시 한 번 도전해보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균형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균형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과정 자체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이 모든 이야기의 핵심은 결국 '마음'이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고 세상이 아무리 빨리 변해도,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것은 여전히 마음이다. 진정한 소통은 많은 말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서로의 마음이 닿는 순간, 그 한 순간이 수많은 말보다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상대방의 아픔을 함께 느끼고, 기쁨을 함께 나누며, 때로는 말 없이도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다. 이러한 마음의 교감은 억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진정성과 따뜻함,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진심 어린 관심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마음의 교감이야말로 우리 삶을 진정으로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다. 한 걸음 물러나 바라본 삶은 더 깊고, 더 넓고, 더 따뜻하다. 속도보다는 방향을, 성과보다는 과정을, 소유보다는 존재를 중시하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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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없이 돈 주고받는 기술
염지훈.정현호 지음 / 서사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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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적 자산 이전 기술은 단순히 세금을 피하는 방법이 아니라, 가족의 번영과 지속가능한 부의 계승을 위한 필수적인 도구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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