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내가 되어가는 시간
조이연 지음 / 리프레시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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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빨리 읽기'에만 익숙해졌을까. 화면을 스크롤하고, 요약본을 찾고, 핵심만 추려내는 데 능숙해진 동안, 정작 우리 안에 남는 것은 점점 가벼워졌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사유는 메말라가고, 수많은 문장을 눈으로 지만 가슴에 새겨지는 것은 거의 없다. 필사는 이런 시대에 대한 조용한 저항이다. 타인의 문장을 그대로 베껴 쓴다는 행위는 단순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깊은 침잠의 시간이 담긴다. 손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옮겨 적는 동안, 우리는 그 문장의 속도로 느려진 다. 문장이 의도한 쉼표에서 함께 멈추고, 단어의 무게를 손끝으로 느끼며, 문장 너머의 침묵까지 함께 옮겨 적게 된다. 니 체가 말한 "운명을 사랑하라"는 문장을 그저 읽을 때와, 펜을 들고 한 글자씩 써 내려갈 때의 차이를 생각해 본다. 읽을 때 는 개념으로 스쳐 지나가지만, 쓸 때는 그 문장이 내 몸을 통과한다. '운명'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나는 나의 운명을 떠올리 고, '사랑하라'는 동사를 적으면서 그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문장은 더 이상 저자의 것이 아니라, 나 의 질문이 되고, 나의 과제가 되며, 나의 위로가 된다. 책이 제시하는 100개의 문장은 그저 아름다운 글귀의 모음이 아니 다. 그것은 100번의 멈춤이자, 100번의 질문이며, 100번의 자기 대면이다. 서두르지 않고 한 문장씩 천천히 옮겨 적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우리 자신의 속도를 되찾는다.

우리 사회는 '단단한 사람'을 칭송한다. 흔들리지 않는 사람,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 어떤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사람.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감정을 억누르고, 상처를 감추며,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애쓴 다. 마치 단단함이 견고한 돌처럼 꿈쩍하지 않는 상태라고 믿는 것처럼. 하지만 진짜 단단함은 무너지지 않음이 아니라, 무너진 후 다시 일어서는 힘에 있다. 폭풍에도 꺾이지 않는 떡갈나무보다, 바람에 휘어졌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대 나무가 더 오래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단단함은 경직성이 아니라 유연성이며, 고정됨이 아니라 복원력 이다. '잘 견뎌낸 하루보다 솔직하게 흔들린 하루가 더 의미 있을 수 있다'는 말은 그래서 중요하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견디기'를 미덕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견딘다는 것은 때로 자신의 감정을 외면하고, 상처를 인정하지 않으며, 도움을 요 청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반면 솔직하게 흔들린다는 것은 자신의 취약함을 인정하고,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 끼며, 필요하다면 무너질 수 있는 용기를 갖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흔들릴 때 더 깊이 배운다. 평온한 시간은 우 리를 안정시키지만, 흔들리는 시간은 우리를 성장시킨다. 슬픔 속에서 우리는 공감의 깊이를 배우고, 실패 속에서 겸손함 을 익히며, 불안 속에서 진짜 욕망을 발견한다. 흔들림을 거부하는 것은 결국 성장을 거부하는 것과 같다. 책이 말하는 '되 어 가는 시간'은 바로 이 흔들림을 허락하는 시간이다. 완성된 단단함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무너지고 다시 쌓이는 과정 자체를 받아들이는 것.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단단해진다. 돌처럼 굳어지는 것이 아니라,뿌리처럼 깊어지는 방식이다.

책의 목차를 훑어보면 하나의 여정이 보인다. 버림에서 시작해, 자기 탐험을 거쳐, 관계를 이해하고, 삶의 철학을 세우며, 결국 '계속 살아간다는 것'에 이른다. 이것은 단순한 주제별 분류가 아니라, 자기 이해의 단계적 심화 과정이다. 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어쩌면 쓰여진 문장이 아니라 남겨진 여백일지도 모른다. 페이지마다 마련된 빈 공간은 단순한 디자인 요소가 아니다. 그것은 독자에게 허락된 침묵의 시간이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유의 공간이다. 현대인들은 여 백을 두려워한다. 잠깐의 틈도 없이 일정을 채우고, 조용한 순간에는 즉시 스마트폰을 다. 침묵은 불안하고, 비어 있음은 낭비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진짜 사유는 여백에서 일어난다. 채워진 공간이 아니라 비워진 공간에서, 소음이 아니라 침 묵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다. 책 속 여백에 문장을 옮겨 적는 행위는 그래서 필사만의 의미가 아니 다. 그것은 능동적인 사유의 과정이다. 어떤 문장을 선택할 것인가, 그 문장을 어떤 속도로 옮길 것인가, 쓰면서 어떤 생각 이 떠오르는가-이 모든 것이 자기 이해의 과정이 된다. 때로는 문장을 쓰다가 멈추고 창밖을 바라볼 수도 있다. 때로는 한 문장을 쓰고 나서 책을 덮고 산책을 나갈 수도 있다. 그것이야말로 이 책이 의도한 속도다. 빨리 읽고 빨리 끝내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머물고 깊이 사유하는 것. 100개의 문장을 하루에 다 읽을 수도 있지만, 100일에 걸쳐 하루에 하나씩 읽 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권수가 아니라 깊이다.

진짜 변화는 느리다. 나무가 자라는 속도처럼, 상처가 아무는 속도처럼, 계절이 바뀌는 속도처럼. 우리는 결과만 보려 하지만, 진짜 의미는 과정에 있다. '되어 가는 시간'이라는 표현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것이 완성이 아니라 과정을 긍정하기 때문이다. 필사는 이 느린 변화에 딱 맞는 방법이다. 한 문장을 옮겨 적는 데는 몇 분밖에 걸리지 않지만, 그 문장이 마음에 스며드는 데는 훨씬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어떤 문장은 처음 쓸 때는 별 감흥이 없다가, 몇 달 후 어떤 경험을 하고 나 서야 비로소 그 의미가 와닿기도 한다. 책은 그런 의미에서 한 번 읽고 끝나는 책이 아니다. 곁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펼쳐 보는 책, 인생의 다른 단계에서 다시 돌아오는 책, 시간이 지나며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책이다. 스물다섯에 읽는 '용기의 정의'와 쉰다섯에 읽는 '용기의 정의'는 같은 문장이지만 다른 울림을 가질 것이다.

책은 빨리 읽혀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많이 읽혀지기보다 깊이 읽혀지기를 바란다. 한 번 읽히고 잊혀지기보다 계속 곁에 머물기를 희망한다. 펜을 들고, 책상에 앉아, 한 문장을 천천히 옮겨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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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의 길을 바꾸는 워드 시프트
최정숙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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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영어를 공부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단어장을 펼치고 'acquire = 얻다'라고 외운다. 시험 전날 밤,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으며 수백 개의 단어를 머릿속에 주입한다. 하지만 정작 독해 지문을 만났을 때, 분명 외웠던 단어임에도 문장의 의미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것이다. 왜 그럴까? 문제는 우리가 단어를 '고정된 의미의 조각'으로만 인식해왔다는 데 있다. 책은 바로 이러한 전통적인 어휘 학습 방식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단순히 새로운 단어 목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단어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와 접근법 자체를 재설계하자고 제안한다. 마치 지도를 보는 방식을 바꾸면 같은 길도 전혀 다르게 보이듯, 단어를 바라보는 관점을 전환하면 영어 독해의 풍경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단어 학습법은 단어를 박제된 표본처럼 다룬다. 하나의 단어에 하나 또는 몇 개의 고정된 뜻을 부여하고, 그것을 암기하면 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언어는 그렇게 정적인 것이 아니다. 단어는 문장이라는 생태계 속에서 살아 숨 쉬며, 주변 단어들과의 관계, 글의 전체적인 맥락, 저자의 의도에 따라 끊임없이 그 의미를 조정하고 변화킨다다. 'acquire'라는 단어를 생각해 보면, 중학교 수준에서는 '얻다'라고 배운다. 하지만 고등 레벨에 올라가면 이 단어는 '노력과 수고 끝에 획 득하다, '돈을 주고 인수하다', 심지어 '후천적인'이라는 형용사적 의미까지 품게 된다. 같은 단어지만 "acquire knowledge"와 "acauire a company", "acquired disease"에서의 뉘앙스는 각기 다르다. 이것이 바로 '워드 시프 트'의 본질이다. 단어의 의미가 맥락에 따라 이동하고 확장되는 현상을 이해하고, 그것을 독해의 무기로 삼는 것이다.

우리가 영어를 어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품사 전환의 유연성 때문이다. 영어에서는 하나의 어근이 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로 자유자재로 변신한다. ' acquire '가' acquisition 이 되고, ' acquired 라는 형용사가 되는 과정을 단순한 변형이 아니라 의미의 확장으로 이해해야 한다. 품사가 바뀌면 단어가 문장에서 맡는 역할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전체 문장의 구조와 의미도 변화한다. "The company's acquisition of new technology"라는 표현에서 ‘acquisition'은 단순히 '획득'이라는 동작이 아니라, 하나의 사건이자 전략적 행위로 명사화된다. 이런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면 문장의 핵심을 놓치게 된다.

어원 학습은 단어의 계보학이라 할 수 있다. 라틴어' acquirere(ad-+ quaerere, ’~을 향해 찾다 ')'에서 유래한 ‘acquire '는 그 자체로 ' 목적을 향한 적극적 추구'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어원적 이해는 단어를 입체적으로 파악 하게 해준다. 어원을 알면 처음 보는 단어도 두렵지 않다. 'acquire'의 어근을 알면 'inquire(안으로 찾다 = 문의하다), require(다시 찾다 = 요구하다), 'quest(찾기 = 탐구)' 같은 연관 단어들이 마치 가족처럼 연결되어 보인다. 이는 단순 암기가 아닌, 단어 간의 유기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학습법이다. ’얻다'라는 의미를 가진 영어 단어는 'acquire' 외에도'get, 'obtain','gain','earn 등 여러 개가 있다. 초보 학습자는 이 들을 같은 것으로 취급하지만, 수능과 내신은 정확히 이 차이를 묻는다. 'get'은 가장 중립적이고 일반적인 표현이다. ‘obtain'은 공식적이고 절차를 거쳐 얻는 느낌이 강하다. 'gain'은 증가나 이득의 뉘앙스가 있고, 'earn'은 노력이나 자격 을 통해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얻는다는 의미다. 그리고 'acquire'는 앞서 말했듯 의도적이고 지속적인 노력 끝에 습득한 다는 느낌이다. 저자는 이런 미묘한 차이를 집중적으로 훈련시킨다. 단어 선택은 곧 표현의 정확성이며, 시험에서는 이 정 확성이 곧 정답과 오답을 가른다. 특히 빈칸 추론 문제에서 유의어 간의 뉘앙스 차이를 모르면 절대 정답을 고를 수 없다.


책은 개별 단어의 의미를 넘어, 그 단어가 지문 전체의 논리 구조와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파악하게 한다. 예를 들어 “Expertise is a reflection of acquired skis"라는 문장에서 'acquired'는 단순히 '획득한'이라는 의미를 넘어, 선천적이지 않은, 후천적 노력의 산물'이라는 개념적 대비를 만들어낸다. 수능 영어의 고난도 문제는 대부분 이런 개념적 이해 를 요구한다. 단어 하나하나의 뜻을 알아도, 그것이 글의 논리 전개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모르면 주제 파악, 제목 찾기, 빈칸 추론 같은 문제를 풀 수 없다. 저자는 바로 이 지점까지 학습자를 이끌어간다.

책의 가장 큰 강점은 이론과 실전의 간극을 메웠다는 점이다. 각 단어마다 실제 수능 기출 문항 정보를 제공한다. "2023 학년도 22번", 2025학년도 21번" 같은 구체적인 출처를 밝히며, 해당 단어가 실제 시험에서 어떤 맥락으로 출제되었는 지 보여준다. 학습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나침반이다. 학생들은 자신이 공부한 단어가 실제로 어떻게 쓰이는지 확인하면서 ’아, 이래서 이 단어를 이렇게 공부해야 하는구나'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또한 부록에서 제공하는 '수능 독해를 헷갈리게 하는 표현과 구조'는 실전 감각을 키우는 데 결정적 도움을 준다.


책은 비록 수능 대비용이지만, 토익을 비롯한 모든 영어 시험에 적용 가능한 보편적 학습 원리를 담고 있다. 토의 역시 단 어의 맥락적 의미, 품사 변화, 유의어 구별을 중요하게 다룬다. Part 5의 문법•어휘 문제, Part 7의 독해 문제는 모두 단어 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능력을 측정한다. 특히 토익은 비즈니스 영어를 다루기 때문에, 'acquire'처럼 '인수하다'는 의미로 자주 쓰이는 단어들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The company acquired a competitor"처럼 M&A 관련 표현은 토익 RC 의 단골 소재다. 따라서 『워드 시프트」에서 배운 단어 학습 전략은 토익 준비에도 직접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영어 교육의 트렌드는 계속 변화해왔다. 문법 번역식에서 의사소통 중심으로, 다시 실용 영어로. 하지만 어떤 방법론이는 기초는 변하지 않는다. 바로 정확한 어휘력이다. 다만 그 '정확함'의 의미가 바뀌었다. 과거에는 단어 하나에 뜻 하나를 정 확히 대응시키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맥락 속에서 단어의 기능과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는 능력을 뜻한다. 인공지능 시대, 기계 번역의 발달로 어휘 암기의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단어의 미묘한 뉘앙스, 맥 락적 적절성을 판단하는 인간의 능력은 더욱 중요해진다. 챗GPT가 아무리 발달해도, 특정 상황에서 acquire '와' Obtain ' 중 어느 것이 더 적절한지, 왜' acquired disease ' 라고 하는지, 이런 미묘한 차이를 완벽히 설명하고 가르치기는 어렵다. 결국 학습자 스스로 언어의 결을 느끼고 내면화해야 한다. 책은 바로 그 과정을 안내하는 훌륭한 가이드다.


제목에 담긴 '단어의 길을 바꾼다'는 표현은 이중적 의미를 품고 있다. 하나는 단어가 가는 길, 즉 의미의 경로가 맥락에 따라 바뀐다는 언어학적 사실이다. 다른 하나는 단어를 대하는 우리의 길, 즉 학습 방법과 태도를 바꾼다는 교육적 제안이다. 많은 학생들이 영어 단어 앞에서 좌절한다. 외워도 외워도 늘지 않는 것 같고, 시험 때만 되면 머릿속이 하얘진다. 하지만 문제는 기억력이나 노력의 부족이 아니다. 방향이 잘못되었을 뿐이다. 단어를 죽은 지식으로 쌓기보다, 살아있는 도구 로 활용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수능을 준비하는 고등학생에게는 실전 감각을, 토익을 준비하는 성인 학습자에게는 근본적인 어휘력 향상을, 영어를 다시 시작하려는 모든 이에게는 새로운 관점을 선물하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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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는 어떻게 부와 권력을 이끄는가 - 부의 흐름을 포착하는 풍수의 비밀
김두규 지음 / 해냄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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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는 ‘읽기‘의 기술이다. 땅을 읽고, 물을 읽고, 바람을 읽는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읽어낸다. 이것은 환경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는 생태학적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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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는 어떻게 부와 권력을 이끄는가 - 부의 흐름을 포착하는 풍수의 비밀
김두규 지음 / 해냄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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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린 시절, 할머니는 새집을 구할 때마다 반드시 동네 어르신 한 분을 모시고 가셨다. 그분은 대문 앞에서 한참을 서 계시다가, 집 안을 천천히 둘러본 뒤 고개를 끄덕이거나 저으셨다. 그때는 그저 미신적인 관습쯤으로 여겼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수천 년을 이어온 생존의 지혜였다. 햇빛은 잘 드는지, 바람은 어떻게 통하는지, 물은 어디로 흐르는지를 감각으로 읽어내는 행위. 그것이 바로 풍수의 시작이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도 풍수는 여전히 살아 숨 쉰다. 재벌 총수가 사옥을 옮기고, 정치인이 선산을 이장하며, 평범한 직장인이 새 아파트를 계약할 때조차 우리는 무의식중에 '기운'을 따진다. 이것이 미신일까, 아니면 현대 과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또 다른 차원의 지식 체계일까. 김두규 교수의 책을 읽 으며 나는 이 질문 앞에서 한동안 멈춰 섰다.


흥미로웠던 대목은 삼성 서초사옥에 관한 이야기였다. 직육면체 박스들이 맞물린 형태가 풍수적으로 '비어 있고 깨진 모양의 흉상이라는 분석. 그리고 그 이후 이어진 오너 일가의 시련들. 물론 이것을 단순한 인과관계로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건축물의 형태가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심리와 에너지 흐름에 영향을 미친다는 관점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현대 건축학에서도 공간 심리학이라는 분야가 있지 않은가. 천장의 높이, 창문의 위치, 복도의 구조가 인간의 감정과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 풍수는 이를 수천 년 전부터 직관적으로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그 설명 방식이 '기의 흐름'이라는 동양적 언어로 표현되었을 뿐이다. 강남역 부근의 물난리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복개된 물길, 막힌 수구. 풍수적 관점을 차치하더라도 이는 명백한 도시계획의 실패다. 하지만 풍수는 이를 단순히 토목공학의 문제가 아니라 "땅의 호흡'이 막힌 것으로 본다. 그리고 그 해법 역시 단순한 배수로 확장이 아니라 '옛 물길의 복원'이라는 자연 친화적 접근을 제시한다.

풍수와 회화의 관계는 신선했다. 중국 송나라 화가 곽희의 말처럼, 좋은 그림은 자연 그 이상이 될 수 있다. 나는 미술을 시각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로만 여겼는데, 풍수적 관점에서 보면 그림은 '기가 생동하는 또 다른 자연'이다. 황주리 화가의 '그대 안의 풍경' 분석은 흥미로웠다. 커피 잔이 수구이고, 비둘기가 기구라는 해석. 처음에는 다소 견강부 회처럼 느껴졌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림을 보는 또 하나의 깊이 있는 방법이었다. 우리는 왜 어떤 그림 앞에서 오래 머물고, 어떤 그림은 스쳐 지나갈까. 그것은 취향의 문제만이 아니라, 그림이 발산하는 에너지와 우리의 내면이 공명하는지 여부일 수 있다. 김병종 화가의 '화홍산수' 연작에서 붉은 꽃이 기구라는 설명도 그렇다. 그림 속 붉은 점 하나가 관람자의 시선과 상상력을 끌어들이는 입구라는 관점. 이는 미술 감상에 새로운 차원을 더한다. 우리는 그림을 볼 때 무엇을 보는가. 물감의 배치인가, 형태의 조화인가, 아니면 그 너머의 무언가인가.


사주와 풍수를 '시간의 학문'과 '공간의 학문'으로 구분한다. 인간의 운명은 태어난 시간(사주)과 사는 공간(풍수)의 합작품이라는 것. 융이 던진 질문,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나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동양적 답변이 바로 이것이다. 현대인들은 스스로 운명의 주인이라고 믿는다. 노력하면 성공하고, 계획하면 이를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얼마나 많은 것들이 우리의 통제 밖에 있는가. 어느 시대에 태어났는지, 어느 나라 어느 동네에서 자랐는지, 어떤 사람들을 만났는지. 이 모든 '우연'들이 모여 한 사람의 인생을 만든다. 대통령의 생가와 선영에 대한 풍수 분석은 흥미로우면서도 조심스러웠다. 폐쇄적인 지형, 강한 기운, 서쪽으로 흐르는 물. 이것들이 정말로 한 사람의 성격과 운명을 결정하는가. 아니면 그저 사후적 해석에 불과한가.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우리가 자란 환경은 우리의 세계관과 성격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 풍수는 이를 땅의 형세와 물의 흐름으로 설명할 뿐이다.

보석과 풍수의 관계는 책에서 가장 예상 밖의 주제였다. 보석을 장신구가 아니라 땅 속 깊은 곳에서 생성된 응축 기운으로 보는 시각. 중세 독일의 힐데가르트 수녀가 보석으로 질병을 치료했다는 이야기, 자수정이 술에 취하지 않게 한 다는 전설, 진주를 갈아 먹던 서태후의 미용법 등. 현대 과학은 이를 플라시보 효과나 미신으로 치부할 것이다. 하지만 보석이 특정한 진동 주파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과학적 사실이다. 수정 시계가 작동하는 원리를 생각해본다. 그렇다면 보석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박정희 대통령이 익산에 보석단지를 조성하려 했던 구상은 수출 진흥 차원을 넘어선 것이었을지 모른다. 보석 산업은 작은 부피에 큰 가치를 담는, 가장 효율적인 산업 중 하나다. 그리고 그것은 경제적 가치만이 아니라 문화적, 상징적 가치를 동시에 지닌다. 조선시대에 보석 문화가 쇠퇴한 것은 경제적 이유만이 아니라 '산을 중시하고 물을 경시한' 풍수관과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은 통찰력 있다.


책을 읽으며 내내 고민했던 질문은 이것이다. 풍수는 과학인가, 미신인가. 아니면 그 둘 사이의 무언가인가. 저자는 풍수를 '지성의 구조'라고 정의한다. 하늘과 땅의 관계를 사유하고, 그 안에서 인간의 삶을 재배치하려는 지적 체계라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풍수는 오히려 현대의 환경심리학, 도시계획학, 건축학과 맞닿아 있다. 다만 그 언어 체계가 다를 뿐이다. 현대 과학이 '통풍, 채광, '동선'이라고 말하는 것을 풍수는 '기의 흐름', '명당, '수구'라고 표현한다. 본질은 같되 표현이 다른 것이다. 물론 풍수의 모든 것이 과학적으로 검증 가능한 것은 아니다. 조상의 묘 자리가 후손의 운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동기감응설'은 현대 과학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무조건 배척할 필요가 있을까. 현대 물리학의 양자얽힘 현상도 한때는 '으스스한 원격작용'이라고 비판받지 않았던가.


풍수는 '읽기'의 기술이다. 땅을 읽고, 물을 읽고, 바람을 읽는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읽어낸다. 이것은 환경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는 생태학적 지혜다. 강남역 물난리의 해법이 복개된 물길의 복원이라는 것, 삼성 사옥의 문제가 건축 형태에 있다는 것, 좋은 그림이 공간의 기운을 바꿀 수 있다는 것. 이 모든 것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있다.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말고,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보이지 않는 것에도 귀 기울이라는 것이다. 책을 덮으며 문득 깨달았다. 현대인이 잃어버린 것 중 하나가 바로 '보이지 않는 것을 느끼는 능력'이라는 것을, 우리는 측정 가능한 것, 증명 가능한 것만을 믿으려 한다. 하지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 늘은 대부분 측정 불가능하다. 사랑, 행복, 평안, 그리고 어쩌면 '기운 ' 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풍수는 우리에게 묻는다. 내가 사는 공간을 얼마나 느끼고 있는가. 아침에 들어오는 햇빛의 각도, 창문 너머로 보이는 산의 모양, 집 앞을 흐르는 물의 방향. 이 모든 것이 당신의 하루하루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은가. 할머니가 새집을 구할 때마다 어르신을 모시고 가던 그 행위는, 어쩌면 단순한 미신이 아니라 삶의 터전을 선택하는 데 있어 최대한의 신중함을 기하려는 노력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신중함 속에는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바라는 간절함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풍수가 정말로 부와 권력을 이끄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풍수는 우리에게 우리가 사는 공간 을, 우리가 딛고 선 땅을,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자연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게 만든다는 것. 그리고 그 응시 속에서 우리는 어쩌면 잃어버렸던 무언가를 되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땅과 하늘과 인간이 하나였던, 그 오래된 조화의 감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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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FIT - 나를 잃지 않고 조직에서 성공하는 쓰리핏 전략
최경희 지음 / 비아북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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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회사가 정말 나와 맞는 걸까?" 입사 3개월 차, 나는 매일 아침 출근길에서 이 질문을 반복했다. 좋은 회사라는 평판, 안정적인 연봉, 괜찮은 복지. 객관적 조건은 충분했지만, 마음 한구석엔 늘 미세한 어긋남이 느껴졌다. 마치 잘 맞춰진 정장처럼 보이지만 어깨 부분이 조금씩 당기는 옷을 입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때는 몰랐다. 내가 찾던 것이 바로 '핏'이었다. 조직과 나 사이의 핏을 이해한다는 것은 회사를 고르는 기술만을 배우는 게 아니다. 그것은 나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 고, 내가 어떤 환경에서 꽃을 피우는 사람인지 발견하는 여정이다. organization Fit, Culture Fit, Personal Fit이라는 세 가지 렌즈는 이 여정을 위한 나침반이 되어준다.

대학 시절, 나는 늘 대기업을 꿈꿨다. 안정성, 체계적인 시스템, 사회적 인정. 그것이 성공의 정의라고 믿었다. 하지만 막상 대기업 인턴십을 경험하면서 느낀 것은 답답함이었다. 명확하게 분업화된 시스템 속에서 나는 톱니바퀴의 한 부품처럼 느 껴졌다. 내 아이디어는 수많은 보고 라인을 거쳐야 했고, 의사결정은 멀고 느렸다. 반면, 졸업 후 합류한 50명 규모의 스타트업에서는 전혀 다른 세계를 경험했다. 아침에 제안한 아이디어가 오후에 실행되기도 했고, 내가 맡은 프로젝트의 성공 과 실패가 회사 전체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다. 처음엔 혼란스러웠지만, 점차 이 환경이 나에게 맞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빠른 변화와 직접적인 영향력을 선호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책에서 말하는 조직의 생애주기 개념은 내 경험에 명확한 언어를 부여해주었다. 성숙기의 대기업과 성장기의 스타트업은 완전히 다른 생태계다. 전자는 안정성과 전문성을 원 하는 사람에게, 후자는 다재다능함과 도전을 즐기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성향과 맞는지의 문제인 것이다. 체크리스트를 통해 나 자신을 분석하면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나는 완전한 외향적 인간도, 완전 한 내향적 인간도 아니었다. 사람들과의 브레인스토밍에서 에너지를 얻지만, 깊은 집중이 필요한 개인 작업 시간도 필수적이었다. 이런 나에게 필요한 것은 협업과 독립 작업의 균형이 잡힌 조직이었다. 현재 내가 속한 팀은 주 3일은 사무실에 서 협업하고, 주 2일은 재택근무를 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운영한다. 이 구조는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팀원들 의 성향을 이해하고 의도적으로 설계된 것이었다. Organization Fit은 이렇게 개인의 특성과 조직의 구조가 조화를 이룰 때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전 직장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가치관이 충돌할 때였다. 그 회사는 "성과가 모든 것을 정당화 한다"는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목표만 달성하면 과정은 중요하지 않았다. 동료를 밟고 올라가도, 고객에게 과장 광고를 해도, 숫자만 좋으면 인정받았다. 나는 점점 출근이 두려워졌다. 높은 성과를 내고 있었지만, 매일 밤 거울 속 내 모습이 낯 설었다. 이것이 바로 Culture Fit의 부재가 가져오는 고통이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고 성과가 좋아도, 조직의 핵심 가 치와 나의 신념이 어긋나면 지속 가능한 행복은 불가능하다. 현재 회사로 이직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공정성'이었다.

면접 과정에서부터 달랐다. 모든 지원자에게 동일한 질문을 하고, 평가 기준이 투명하게 공개되었다. 입사 후에도 승진 기준, 보상 체계, 프로젝트 배정 원칙이 명확했다. 누가 더 상사에게 잘 보이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명확한 기여를 했느냐가 중요했다. 책에서 강조하는 청년 세대가 중시하는 공정성에 깊이 공감한다. 우리 세대는 더 이상 연공서열이나 개인적 친분으로 결정되는 조직문화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투명한 기준, 명확한 피드백, 공정한 기회. 이것이 우리가 원하는 조직문 화의 핵심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례는 특히 인상적이었다.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이라는 문화를 통해 실패를 학습의 기회로 재정의한 것. 우리 회사도 비슷한 시도를 하고 있다. 분기마다 '실패 공유회'를 연다. 각 팀이 지난 분 기의 실패 사례를 발표하고, 거기서 얻은 교훈을 나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이제는 가장 기대되는 시간이 되었다. 실패를 숨기지 않고 공유할 수 있는 문화. 그것이 바로 혁신의 토양이다. Culture Fit은 이렇게 조직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 고, 무엇을 격려하며, 무엇을 용인하는지에 대한 암묵적 합의다. 이 합의가 나의 가치관과 일치할 때, 비로소 나는 온전한 나로 일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깨달음은 '자기 주도적 성장'의 중요성이다. 회사가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주길 기다리거나, 상사가 기회를 줄 때까지 수동적으로 있어서는 안 된다. Personal Fit의 핵심은 조직 안에서도 나의 성장 방향을 내가 주도하는 것이다. 나는 매 분기 '개인 성장 계획'을 세운다. 회사의 목표와 별개로, 내가 개발하고 싶은 역량, 경험하고 싶은 프로젝트, 배우고 싶은 스킬을 정리한다. 그리고 이것을 상사와 공유하며, 회사의 니즈와 나의 성장 목표를 연결할 수 있는 지점을 찾는 다. 때로는 회사 밖에서 답을 찾기도 한다. 온라인 강의, 외부 네트워킹, 사이드 프로젝트. 조직이 제공하는 것만으로 부족 하다면, 스스로 기회를 만든다. 이것이 바로 퍼스널 핏의 정수다. 조직에 의존하지 않고, 조직을 활용하면서, 나만의 커리어를 설계하는 것. 책의 메시지가 위로가 되었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으로 나와 조직의 핏을 점검하는 것이다. 1년에 한 번,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여전히 여기서 성장하고 있는가? 이 조직의 가치에 여전히 공감하는가? 내 일에 몰입하고 있는가?" 세 가지 질문에 모두 '예'라고 답할 수 있다면, 나는 맞는 곳에 있는 것이다. 하나라도 '아니오'라면, 변화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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