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는 '읽기'의 기술이다. 땅을 읽고, 물을 읽고, 바람을 읽는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읽어낸다. 이것은 환경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는 생태학적 지혜다. 강남역 물난리의 해법이 복개된 물길의 복원이라는 것, 삼성 사옥의 문제가 건축 형태에 있다는 것, 좋은 그림이 공간의 기운을 바꿀 수 있다는 것. 이 모든 것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있다.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말고,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보이지 않는 것에도 귀 기울이라는 것이다. 책을 덮으며 문득 깨달았다. 현대인이 잃어버린 것 중 하나가 바로 '보이지 않는 것을 느끼는 능력'이라는 것을, 우리는 측정 가능한 것, 증명 가능한 것만을 믿으려 한다. 하지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 늘은 대부분 측정 불가능하다. 사랑, 행복, 평안, 그리고 어쩌면 '기운 ' 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풍수는 우리에게 묻는다. 내가 사는 공간을 얼마나 느끼고 있는가. 아침에 들어오는 햇빛의 각도, 창문 너머로 보이는 산의 모양, 집 앞을 흐르는 물의 방향. 이 모든 것이 당신의 하루하루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은가. 할머니가 새집을 구할 때마다 어르신을 모시고 가던 그 행위는, 어쩌면 단순한 미신이 아니라 삶의 터전을 선택하는 데 있어 최대한의 신중함을 기하려는 노력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신중함 속에는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바라는 간절함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풍수가 정말로 부와 권력을 이끄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풍수는 우리에게 우리가 사는 공간 을, 우리가 딛고 선 땅을,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자연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게 만든다는 것. 그리고 그 응시 속에서 우리는 어쩌면 잃어버렸던 무언가를 되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땅과 하늘과 인간이 하나였던, 그 오래된 조화의 감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