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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의 물결 - 자원 한정 시대에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
제임스 브래드필드 무디 & 비앙카 노그래디 지음, 노태복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 사회과학 저술에서 '물결'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등의 측면의 거대한 변화의 흐름의 변화를 상징하는 용어로 흔히 사용되어 왔다. 물론 '물결'의 본좌는 당연 앨빈 토플러다. 농업혁명(1차), 산업혁명(2차), 정보통신혁명(3차)로 구분되는 앨빈 토플어의 유명한 개념에 익숙한 나머지 우리는 제3의 물결 속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책의 타이틀 '제6의 물결'을 보고 처음 드는 생각은, '어느새 물결이 6번째나 왔지?' 였다. 저자는 물결의 구분을 '콘트라티예프 파동'의 싸이클에서 착안해온다. 콘트라티예프는 경기변동론을 처음으로 구축한 경제학자다. 그의 연구에 따라 과거의 경기데이터를 분석해보면 거시적으로 5번의 성장-쇠퇴의 싸이클이 등장한다. 이러한 싸이클의 변동은 어떠한 '혁신'이 존재하고, 이 혁신의 파급력에 의해 광범위 한 구조적변화가 각 파동의 원인이 된다. 저자의 물결분석에 따르면, 수력(1차)-증기력(2차)-전기 및 강철(3차)-석유(4차)-정보통신(5차)가 각 싸이클의 혁신의 원인이 된다. 물결의 구분이 어떻게 되었던지간에 앨빈 토플러나 저자나 현재시대를 정보통신혁명의 시대로 본 것은 거의 차이가 없는 듯 하고, 여기에는 별로 이견은 없는 것 같다. 사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이미 지나버린 물결이 아니라 향후 어떤 물결이 우리를 휩쓸어 갈 것이냐이다. 과연 현재가 정보통신혁명이 마무리되는 변곡점에서 다음 혁명을 준비해야 할 단계인지, 그리고 다음 혁명은 어디서 올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다.
■ 혁신이 작동하여 세상의 구조적 변화를 일으키는 메카니즘은 대단히 복잡하다. 우리가 변화속에서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는 이유이다. 저자는 이 메카니즘을 3가지 핵심축으로 분석하는데, 그것은 시장, 기술, 제도이다. 작동원리는 이렇다. 어떠한 환경의 변화에 의해 시장의 수요가 바뀐다. 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 일련의 기술적 혁신이 일어난다. 그리고, 시장의 니즈에 대응하는 기술혁신은 시장의 투자가 몰림으로 인해 가속화된다. 그래서 아울러, 시장과 기술혁신으로 나타나는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제도의 변화가 일어나고, 제도의 변화는 역시 시장과 혁신을 다시 가속화하게 된다. 이러한 3가지 핵심축의 변화는 순차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고 상호작용을 주고 받으며 복잡하게 일어나며, 처음엔 서서히 일어나던 변화가 임계점에 다다르게 되면 물결이라 불리울 만큼 거대한 변동으로 인지된다는 것이다.
■ 이러한 변화의 메카니즘에 따라 6번째 물결을 예측해보면 이 새로운 물결이 지향하는 바는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요약된다. 전 단계의 물결들의 공통점이자 취약점은 지구의 자원 - 에너지, 광물자원, 식량자원 등 총 망라 - 을 낭비적으로 소비한다는 것이다. 우리 문명은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소비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지만, 자원의 효율성 측면에서는 낙제점을 면할 수가 없다. 사용하지 못하고 버려지는 단순한 쓰레기는 물론이요 생산-소비과정의 비효율성이나 기술의 한계로 발생하는 부(-)의 외부효과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자원은 유한하다. 지금까지는 괜찮았으나, 자원의 고갈이나 환경의 문제는 일반인들도 인지할 수 있는 위기가 되었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로 인해 자원의 가격은 오르게 되고 이는 시장에 압력으로 작용한다. 최근 몇년간 휘발류나 광물류, 식량가격이 얼마나 올랐는지 보라. 그래서 소비자들은 보다 에너지 효율적이고, 보다 자원 낭비가 덜하고, 친환경적인 제품을 찾게 되었다. 그리고 자연히 이는 기술혁신의 동인이 된다. 각종 대체에너지 기술, 전기차,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기술, 생체 모방 기술 등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가장 효율적인, 그리고 순환적인, 공유하는, 친환경적인 것 즉 지속가능한 성장이다. 아울러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어 제도도 변한다. 각종 환경규제는 물론이요 탄소 배출권 거래 등의 정치적, 경제적 제도 뿐 아니라 로컬푸드를 소비하거나, 친환경제품을 선호하거나 하는 사회적 태도의 변화를 망라한 변화다. 저자는 혁신의 매커니즘이 시작단계에 있으며, 곧 6번째 물결이 임계점을 넘어 다가올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혁신, 선두적인 친환경기업, 소비자의 변화 등의 풍부한 실 사례를 제시함으로서 이를 증명코자 한다.
■ 우리 시대가 정보통신혁명의 피크에 있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아직 이 흐름도 진행중이며, 상당히 큰 힘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다. 그러나, 역시 다음 흐름의 싹이 크기 시작했다는 것은 분명한 듯 하다. 무엇보다도 현재의 자원낭비적 시스템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이고, 그 다음의 혁신은 이러한 자원의 유한성을 해결하는 '지속가능한 성장'의 방향으로 갈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런 변화의 시작단계에서 우리가 뭘 준비해야 할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와 같은 자원 빈국의 입장에서는 다가올 흐름에 대한 위기감이 더더욱 크다. 우리는 산업혁명의 후발주자로 시작했지만 적절한 캐치-업전략으로 잘 따라왔고, 현재의 정보통신혁명의 단계에서는 혁명을 주도하지는 못했지만, 선두그룹에 들어올 만큼은 적절히 대응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향후 우리 후손들이 먹고 살 다음 흐름에 대한 대응은 부족하지 않나 싶다. 캐치-업에 익숙한 우리에게 있어서 리스크가 큰 선도기술에 대한 투자는 쉽지는 않은 듯 하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의 인식제고와 선제적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 딱 지금일 거란 생각이 강하게 든다. 현 정부의 '창조경제' 주장도 이러한 것을 담고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여담이지만, 이 책은 이러한 큰 흐름을 굉장히 폭 넓게 보여주는 면에서는 좋지만 깊이는 좀 부족한 듯 싶다. 사실, 미래의 흐름을 더욱 자세히 분석해 주는 저서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제레미 리프킨의 저작들이다. 그의 저작 '수소 혁명', '3차 산업혁명', '소유의 종말', '엔트로피' 등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의 저서들은 이 책에서 다루는 개별의 주제들을 각각으로 다루며 깊이가 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