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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ㅣ 옛이야기 그림책 까치호랑이 15
조대인 글, 최숙희 그림 / 보림 / 1997년 6월
평점 :
팥죽할머니와 호랑이의 이야기는 고르기가 힘들 정도로 여러 출판사에서 좋은 작품들을 많이 선보이고 있다. 시공주니어의 <팥죽할멈과 호랑이>는 ‘구름빵’으로 유명한 백희나씨의 한지인형들로 제작된 할머니와 호랑이를 비롯해서 전통적인 생활상을 그대로 재현한 듯한 정성어린 소품들이 눈에 띄고, 보리의 <팥죽할멈과 호랑이>는 우리의 옛이야기를 구어체 형식으로 맛깔나게 풀어내기로 유명한 서정오씨의 글이 입에 착착 감기는 매력이 있다. 여러 작품들 가운데 선택한 책은 보림의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다. 물론 최숙희씨의 그림이 마음에 들어서였다. 민화 속 호랑이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낸 듯한 호랑이의 모습은 할머니를 잡아먹겠다고 덤벼드는 장면조차 익살스러워서 무섭지 않고 친근한 느낌이 든다. 송곳에 찔려서 눈썹을 비롯한 온 몸의 털이 바짝 곤두선 모습이 압권이지만 알밤, 자라, 개똥, 송곳, 절구, 멍석, 지게에게 차례로 당하는 호랑이의 모습은 무섭기는커녕 불쌍하기까지 하다. 전래동화지만 그림은 아주 세련된 느낌이고 부드럽고 따스하고 정겹다. 특히 가을이 되어 팥을 수확할 무렵 호랑이가 할머니를 잡아먹으러 산에서 내려오는 장면은 폭풍 직전의 고요가 느껴지는 평화로움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밤하늘의 별자리도 세심하게 신경을 쓴 듯한데 초승달과 어우러져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이아를 비롯한 별자리까지 그려 넣은 밤하늘과 부드러운 곡선의 산등성이들과 감이 익어가는 감나무, 할머니네 오두막과 댓돌 위의 신발까지 긴장감보다는 오히려 따스함과 정겨움이 느껴져서 위험천만의 상황임을 잊게 해준다.
팥밭을 매고 있는 할머니 앞에 갑자기 나타난 호랑이가 승부의 결과가 빤한 밭매기 내기를 제안하고 할머니를 잡아먹으려는 순간 팥죽으로 가을까지 말미를 얻게 되는 할머니... 팥죽을 쑤는 날 호랑이한테 잡아먹힐 걱정에 눈물을 흘리는 할머니에게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하던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속의 호랑이처럼 “팥죽 한 그릇 주면 못 잡아먹게 하지”라고 속삭이는 알밤, 자라, 개똥, 송곳, 절구, 멍석, 지게가 차례로 나타난다. 그리고 드디어 등장한 호랑이...과연 이들이 어떻게 할머니를 지켜낼까? 비슷한 이야기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입으로 회자되고 첨삭되는 전래동화의 특징 때문일 것이다. 결말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이 책에서 펼치는 의성어와 의태어의 향연도 맘껏 즐기길...찰박찰박, 철떡철떡, 털썩털썩, 쿵덕쿵덕...참 맛나다.^^
권선징악의 주제가 뚜렷한 이야기, 해학과 기치가 돋보이는 이야기, 신기한 능력을 가진 초인(超人)의 모험담을 담은 이야기...모두 전래에서 더 매력을 발산하는 소재들이다. 아이는 이 책을 시작으로 줄기차게 전래동화를 읽고 있다. 보림의 옛이야기 시리즈 ‘까치 호랑이’를 한 달에 몇 권씩 야금야금 읽어나가고 있다. <재주 많은 다섯 친구>부터 가장 최근에 읽은 <사윗감 찾아 나선 두더지>까지 아직까지는 버림 받는 책이 없을 정도로 전래동화를 읽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