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거 한번 도전해 볼까?”


독서 포스터와 구름빵 스티커를 쫙 펼쳐놓으며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참여의지를 북돋울 말들을 쏟아냈다. 100권이 꽤 많다고 생각되지만 사실 평소 읽어내는 책을 가늠해 볼 때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라고 설득했다. 게다가 아직까지는 읽기책보다 그림책에 집중되어 있으니 100권 읽기가 수월할 테고, 하룻밤에 열권씩 쌓아놓고 읽으면서 괜히 엄살을 부린다며 용기도 팍팍 북돋워줬다. 그리고 결정적 한 방.

 

“이거 완성해서 뽑히면 10만원 준대. 그거 받으면 네가 요즘 꽂혀있는 ‘집요한 과학씨’ 시리즈를 적립금으로 살 수 있잖아.”

 

결국 이 마지막 결정적 한 마디가 아이의 심지에 불을 붙였다. 첫날 10권 가까이 폭풍 독서를 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50권을 넘겼다. 잠시 주춤할 때는 ‘집요한 과학씨’라는 말만 툭 던져주면 되었다. 드디어 100권을 완성하고 마지막 구름빵 스티커를 붙이던 날, 스스로도 무척이나 기뻤는지 자축의 댄스가 이어지고 포스터 앞에서 기념 촬영하는 표정에 즐거움이 넘쳐난다.


보상을 내걸고 책읽기 스티커판을 만들어 붙여두고 책읽기를 독려해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스티커 판 채우는 데만 급급해서 알맹이는 쏙 빠져버리는 시간낭비 독서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공기나 물처럼 마음이 호흡하는데 책이 그런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과도 엇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읽기 스티커 판도 없앴고 대가를 바라던 책읽기의 시절도 끝나고 자유로워졌다. 아이는 기분 내키는 날이면 대여섯 권의 책을 읽기도 하고 여러 날 책을 읽지 않고 넘어가는 날도 있다. 그러면서도 독서 편식 없이 다양한 분야를 골고루 읽는 편이고, 좋아하는 작가도 여럿 있어서 신간을 꼭 챙기는 편이고, 느낌이 좋았던 책에 대해서 독서기록을 남기는 일도 어려워하지 않는다. 책읽기를 거래의 수단으로도, 대단하고 특별한 일이라고도 여기지 않는다. 엄마인 내가 할 일은 다양한 분야의 양질의 책들을 아이 앞에 늘어놔 주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가끔씩 읽어달라고 들고 오는 두꺼운(?) 책들도 속으로는 흠칫 놀랄지라도 태연하고 의연하게 정성들여 읽어줄 뿐이다. 


책으로 흥미를 끌어당기기 위함이 아니라 아이의 현재 책읽기에 대한 점검으로 이번 어린이 독서왕에 도전했다. 엄마의 강요에 의해서도 보상을 바래서도 아니고 책 읽고 스티커 붙이고 제목 적어나가는 모습이 참으로 대견했다. 목표를 향해 도전하는 아이의 당찬 모습도 봤고, 목표를 이루고 스스로를 대견해 하는 모습도 봤다. 가끔 이런 자극도 필요하단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자신의 임무는 완수했으니 ‘집요한 과학씨’를 손에 넣을 수 있는 나머지 책임은 모두 엄마에게 전가시킨 우리 아들... 집요하게 ‘집요한 과학씨’를 물고 늘어질 것이니 글을 올리는 손이 떨린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도전 독서 100권’의 첫 번째 책으로 고른 <성냥팔이 소녀 알뤼메트>는 아이가 좋아하는 토미 웅게러의 신간이다. 변함없이 좋아하는 버지니아 리 버튼의 <작은집 이야기>, <케이티와 폭설>, <생명의 역사>도 목록에 올라있다. 읽기 쉬운 그림책들만 죄다 올려놨다고 한소리 했더니 “엄마, 잘 살펴보세요. 그럼 그림책 아닌 것도 보인다니까요.”한다. 정말 잘~살펴보니 글이 제법 많은 읽기 책도 보인다. <가방 들어주는 아이>, <킬러 고양이의 일기>, <책 읽어주는 바둑이>, <책귀신 솔봉이>, <책귀신 망태할아버지>... 즐겨 읽는 ‘새싹인물전’도 몇 권 보인다. <마리 퀴리>, <정약용>... 아래가 100권의 목록이다.


 

성냥팔이 소녀 알뤼메트/ 아르키메데스의 목욕/ 요한나의 기차여행/ 화물열차/ 밖에 나가 놀거야/ 배고픈 외투/ 우리집은 너무 좁아/ 거미 아난시/ 강아지똥/ 플로리안과 트랙터 막스/ 물웅덩이/ 사고뭉치 꼬마 개구리 플록/ 제랄다와 거인/ 고맙습니다 선생님/ 마리 퀴리/ 눈오는 날/ 빨간 버스/ 못된 개가 쫓아와요/ 줄줄이 꿴 호랑이/ 룸펠슈틸츠헨/ 캐스터와 페페의 엉뚱한 수리가게/ 아모스와 보리스/ 정약용/ 모기와 황소/ 비밀의 방/ 까마귀의 소원/ 생쥐와 태엽쥐/ 가방 들어주는 아이/ 킬러 고양이의 일기/ 쾅클왕글의 모자/ 오빠와 나는 영원한 맞수/ 작은집 이야기/ 케이티와 폭설/ 선생님 우리 선생님/ 꿀벌 나무/ 프레드릭/ 일곱 마리 눈먼 생쥐/ 나이팅게일/ 까만 아기 양/ 분수야 놀자/ 여섯 사람/ 보물/ 청동종/ S.O.S. 위기의 아이들/ 속옷이 궁금해/ 여섯 마리 까마귀/ 어리석은 판사/ 황소와 도깨비/ 황소 아저씨/ 버리데기/ 야쿠바와 사자/ 나무꾼과 선녀/ 쥐 둔갑 타령/ 아주 아주 많은 달/ 도시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구렁덩덩 새 선비/ 데이지/ 곰인형 오토/ 아기 돼지 세 마리/ 염소 시즈카/ 어머니의 감자밭/ 책 속의 책 속의 책/ 선녀와 나무꾼/ 괴물딱지 곰팡씨/ 돼지가 주렁주렁/ 미다스 왕과 황금 손길/ 책 읽어주는 바둑이/ 책귀신 솔봉이/ 책귀신 망태할아버지/ 생명의 역사/ 모자/ 영원히 사는 법/ 태양을 향한 탑/ 나무를 심은 사람/ 팥죽 할멈과 호랑이/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천둥 케이크/ 반쪽이/ 우렁 각시/ 재주 많은 다섯 친구/ 똥벼락/ 뭐든지 무서워하는 늑대/ 심술쟁이 버럭 영감/ 줄무늬가 생겼어요/ 비가 왔어요/ 으악 도깨비다/ 개구리 왕자/ 개구리네 한솥밥/ 해치와 괴물 사형제/ 할까 말까?/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 아리랑/ 동물원/ 청룡과 흑룡/ 쇠를 먹는 불가사리/ 방귀쟁이 며느리/ 해님 달님/ 도깨비 방망이 (이상 100권!!!)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기억의집 2012-03-13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승한이 대단하네요. 100권이라. 엄마도 많은 도움을 주었겠지만, 본인이 하기 싫어하면 책 정말 안 읽던데...승한이 넘 기특해요. 울 애들은 책대신 무한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