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떻게 해적이 되었냐면 킨더랜드 픽처북스 21
Melinda Long 지음, 데이빗 섀논 그림, 윤미연 옮김 / 킨더랜드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보고 있자면 “안 돼, 데이빗” 소리가 절로 나오는 그 유명한 말썽꾸러기 데이빗도 그렇고, 이 책 <내가 어떻게 해적이 되었냐면>에 등장하는 제레미 제이콥도 그렇고 데이빗 새넌이 그려낸 그림 속의 아이들은 지금 당장이라도 깃발 하나 꽂아 뗏목을 바다에 띄워 호기심 가득한 세상 속으로 모험을 떠나도 될 것 같은 거침없고 모험심 강한 아이들이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제레미 제이콥의 얼굴을 살펴보면 파란 눈동자 주위의 흰자위가 다 드러날 정도로 크게 뜬 눈은 세상을 향한 호기심으로 넘쳐나는 표정을 대변해 주는 듯하다. 독특하고 과장된 캐릭터들의 집합소인 댕기수염 해적단 속에 섞여 있는 제레미 제이콥의 모습이 전혀 도드라져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제레미는 이미 오래 전부터 해적단의 일원 이었던 것처럼 자연스럽다. 하긴 축구 연습 시간에 맞춰 돌아오면 된다고 생각하며 해적단을 따라 나서는 것만 봐도 그 용기와 기백은 벌써 세상에 두려울 게 없는 해적들의 그것을 따라잡고도 남는다.

바닷가 해수욕장에서 모래성 쌓기에 열중하고 있던 제레미 제이콥 앞에 카리브 해 연안으로 착각하고 보트를 내린 해적단이 등장한다. 댕기수염 해적단의 두목은 제레미 제이콥이 성 둘레에 파 놓은 물웅덩이를 보고 보물 상자를 땅 속에 묻어야 하는데 땅 파는 솜씨가 좋은 제레미에게 함께 떠나자고 제안한다. 그렇게 해적이 된 제레미 제이콥은 음식을 골고루 먹으라거나 양치질을 하라거나 일찍 잠자리에 들라고 잔소리 하는 사람도 없고, 갑판청소만 제외하고는 하기 싫은 건 하지 않아도 되는 해적들의 생활에 푹 빠져서 영원히 해적으로 남고 싶어한다. 하지만 깊은 밤 졸음이 밀려오자 이불 덮어주고 잘 자라는 뽀뽀도 해주고 이야기 책을 읽어 줄 사람이 없다는 현실을 보게 된다. 배를 집어 삼킬 폭풍우에도 제레미 곁에 와서 이 폭풍우가 금방 끝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따뜻하게 위로해 줄 누군가도 없으니 결국 해적을 그만두겠다고 결심하기에 이른다. 제레미 제이콥이 기지를 발휘해 다시 출발했던 해변으로 돌아오게 되고 제레미는 해적들의 보물을 지키고 있겠다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제레미는 막대기에 해적 깃발만 내걸면 언제고 달려올 댕기수염 해적단의 훌륭한 해적이며, 언젠가는 다시 해적이 되어 바다를 누비게 될 지도, 유명한 축구선수가 될 지도 모를 가능성을 활짝 열어 둔 멋진 소년이다.

댕기수염 해적단의 해적 깃발을 어린 시절 멋진 모험의 선물로 간직할 제레미 제이콥처럼 내 아이도 다소 황당할 지라도 아이 같은 천진난만한 꿈 하나 정도는 오래도록 가슴에 품고 사는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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