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끈으로 엮인 아빠와 아들

아빠 고르기 ㅣ 동화는 내 친구 59
채인선 지음, 김은주 그림 / 논장 / 2009년 5월

‘엄마들은 대부분 아이들을 대하는 마음이 크게 다르지 않은데 아빠들은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천차만별이다.’ 라고 서두에서 의견을 피력한 구름나그네란 아이의 말이 이 책의 탄생을 제대로 짚어준 문구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강철 체력으로 무한의 애정을 쏟아 붓는 엄마들과는 달리 아빠들의 모습은 말 그대로 천차만별이다. 물론 아이에 대한 사랑은 엄마 못지않겠지만 말이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부자 아빠, 얼짱 아빠, 공부제일주의 아빠, 술만 먹는 아빠처럼 시대상을 반영한 아빠들뿐만 아니더라도 아이에 대한 사랑을 그릇된 방식으로 표현하는 아빠, 아이와의 소통에 힘들어하는 아빠들이 꽤 많은 게 현실이긴 하다. 아빠와 아들 사이의 데면데면한 모습들이나 정반대의 다정한 이야기를 통해서 자기반성을 이끌어내는 책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 책은 특이하게도 아이가 직접 아빠를 골라서 태어난 아이들에게도 일부 책임을 묻는다. 넘치면 넘치는대로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운명으로 엮인 아빠의 모습을 조금은 이해하고 받아들이길 아이들에게 요구하는 듯도 하다.

아이가 세상에 나오기 전에 하늘 너머 구름 나라에서 미리 자신의 아빠가 될 사람을 고른다는 설정이 참 재미있다. 주인공 구름나그네는 아빠 고르기에 꽤 오랜 고민을 한다. 친구들은 모두 아빠를 결정하고 세상으로 나갔는데 구름나그네의 아빠 고르기는 어렵기만 하다. 보모 선녀도 꽤 까다로운 구름나그네에게 두 손 두 발을 다 든 상황이 된다. 하지만 아빠 후보들을 퇴짜 놓는 이유를 들어보면 현명하고 옳은 선택이라 동조하고 싶어진다. 결국 부자아빠, 얼짱아빠를 비롯해서 모든 아빠 후보들을 거절한 후 아주 평범하지만 아빠가 되는 것 말고 세상에 의미 있는 일이 뭐가 있겠냐고 소리치는 낭만주의자 아빠를 선택하게 된다. 한눈에 아빠를 알아보게 된 것이다. 이렇게 내가 고른 아빠니까 내가 책임져야 한다고 야무진 포부를 밝히는 구름나그네는 평범하지만 아이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아빠의 아들로 태어나 자신의 선택에 만족해하며 몇 달 후 아빠를 골라서 이 집에 태어날 동생을 기다리며 살고 있다.

이 책 속에 아빠 후보로 등장하는 어른들의 모습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좀 더 낭만적이고 기상천외한 모습들을 등장시키지 못하고 이렇게 부끄럽고 획일적인 모습을 갖출 수밖에 없었는지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부끄러워진다. 이 아이들이 자라서 나중에 아빠가 되는 세상에서는 구름나라 저편에서 선택할 수 있는 아빠 후보들의 면면이 좀 더 다양해지길 기대해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