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외투 비룡소 세계의 옛이야기 30
데미 글.그림 / 비룡소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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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겉모습으로만 판단하지 맙시다.’

이 글은 이 책을 읽고 나서 아이가 기록한 독서기록장에서 가져왔다. 일곱 살 아이에게도 책이 전하고자 하는 바가 직선적으로 전달되는 것이 옛이야기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권선징악이나 임기응변의 지혜, 유쾌한 유머와 익살을 담고 있는 옛이야기는 언제나 환영받는 편이다. 『배고픈 외투』는 서양의 옛이야기들에 비해 자주 접하기 힘든 터키의 옛이야기다. 그림책의 주인공 나스레틴 호카는 터키의 실존했던 민중 철학가이자 재담꾼으로 지혜롭고 상식이 풍부했으며 특유의 유머 감각으로 ‘호카(스승)’으로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인물이라고 한다. 나스레틴의 이야기는 700년이 넘는 동안 구전되면서 터키의 문화생활 전반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나스레틴의 묘소가 위치한 아크세히르에서는 해마다 국제 나스레틴 호카 축제가 열린다고 하니 터키에서 인기와 존경을 한몸에 받았음을 짐작할 만하다. 유쾌하고 지혜로운 이야기의 주인공이 실존했던 인물이었다고 하니 이 그림책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나스레틴 호카는 회색 당나귀를 타고 다니며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을 좋아했다. 어느 날 여관에 난입해 소란을 피우는 염소를 잡아주느라 부자 친구의 초대에 늦게 된 나스레틴은 외투를 갈아입을 시간이 없어서 너덜너덜하고 염소 냄새까지 풍기는 외투를 입고 잔치에 참석하게 된다. 하지만 입구에서 나스레틴을 맞이하는 부자 친구도 나스레틴의 초라하고 꾀죄죄한 외투 때문에 자신이 비웃음거리가 될까 걱정하고, 모든 손님들도 나스레틴에게 등을 돌렸다. 심지어 음식을 내놓는 하인들마저 나스레틴 앞에는 아무 것도 내놓지 않았다. 자리를 빠져 나와 집으로 돌아온 나스레틴은 향기 나는 비누로 목욕을 하고 분을 바르고 구두코에 장식술이 달린 새 구두를 신고 보석들이 박힌 터번과 금실로 수를 놓은 번쩍이는 외투를 입고 부자 친구의 집을 다시 찾았다. 부자 친구와 손님들의 환대가 이어지고 상석에까지 앉게 된 나스레틴은 기이한 행동을 하게 된다. 잔칫상에 올라온 음식들을 차례로 외투 안으로 집어넣는 것이 아닌가! “먹어, 외투야, 먹어라!”하면서 마지막으로 포도주 한 병을 통째로 외투 안으로 붓는 나스레틴을 보면서 부자 친구가 그 이유를 묻는다. 나스레틴의 대답이 걸작이다. “자네가 잔치에 초대한 것이 내가 아니고 이 외투가 아니냐.” 좌중들에게 제대로 한방 먹인 나스레틴의 대답이다.


사람을 제대로 보려면 그 사람의 외투가 아니라 마음을 들여다보라는 지혜와 함께 외투 하나 때문에 오랜 친구에게 결례를 범한 부자 친구에게 ‘외투는 새것이 으뜸이나 친구는 오래 사귄 벗이 으뜸이다.’라고 일침을 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준엄한 얼굴로 꾸짖는 일장연설을 늘어놓았다면 친구의 잔치 분위기도 망쳤을 것이고 훈계를 들은 손님들 또한 당장의 부끄러움이 지나가면 슬슬 부아가 치밀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외투를 배불리 먹이는 행동으로 각자에게 자기반성과 깨달음을 갖게 하며 현명한 ‘스승’의 지혜를 칭송하며 유쾌하게 잔치를 끝낼 수 있었으니 지혜와 교훈을 익살스런 유머 감각으로 전하는 나스레틴이 많은 존경과 사랑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700년쯤 전에 살았던 인물이 전하는 인생의 소중한 진리와 지혜를 들으며 인류는 발전과 퇴보 중에서 과연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인지 씁쓸해진다. 10년 가까이 입었고 요즘도 즐겨 입고 활보하고 다니는 나의 낡은 외투가 나를 대변하고, 나의 누옥(陋屋)이 사회 계층구조 안에서의 나의 자리를 결정해주고, 아이의 친구 사귐에 기준이 되고 있다는 안타까운 현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곧 그 사람이 되는 세상은 나스레틴 호카의 지혜를 수용하기엔 너무 멀리 와 버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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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터스 블랙 로맨스 클럽
리사 프라이스 지음, 박효정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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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로맨틱 스릴러 『스타터스』는 디스토피아 세계를 긴장감 있는 이야기로 들려준다. 태평양 연안국 전쟁이 생물학 포자 미사일로 종지부를 찍은 미래 세계... 중장년층은 생물학 무기에 희생당하고 백신을 미리 투여한 노년층 ‘엔더’와 미성년층 ‘스타터’들만이 존재하는 희한한 세상의 이야기다. 평균 수명 200세 시대..노령 인구는 점점 늘어나고 기득권 세력인 엔더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입안하고 자신들의 기반이 흔들릴 만한 요소는 싹을 잘라버린다. 노령 고용 보호법으로 자신들의 일자리를 보장 받고, 미성년자들의 취업은 불법으로 규정해 버린다. 엔더들은 점점 부유해지고 부모를 잃고 보호자가 되어줄 엔더가 없는 미성년자 ‘스타터’들은 거리로 내몰려서 ‘집행관’을 피해 도망 다니며 쓰레기를 뒤져 연명하거나 감옥과도 같은 보호소에 갇혀 지내며 강제 노역에 끌려 다니게 된다. 열여섯 살 캘리는 일곱 살 동생 타일러와 긴장감 연속의 거리 생활을 하고 있는데 동생 타일러는 선천적인 심장 질환을 앓고 있어서 가장의 책임이 막중한 캘리는 동생을 위해 다른 방법을 찾으려 한다.


일자리를 보장 받은 엔더들은 점점 더 부를 축적하게 되고 평균 수명은 200세를 넘기는 세상이지만 돈으로도 가질 수 없는 ‘젊은 육체’를 갈망하게 된다. 미스터리한 존재 올드맨의 바디 랜트 회사 ‘프라임 데스티네이션’은 이런 욕구에 발 빠르게 대처한다. 프라임 데스티네이션은 생존을 위해 돈이 필요한 스타터들의 젊은 육체를 돈은 넘치게 갖고 있지만 젊음의 에너지가 필요한 엔더들에게 대여한다. 불법적인 일에 가족이 없는 ‘스타터’가 적격이다. 캘리의 세 번째 렌탈 상대 헬레나는 실종된 손녀 엠마를 찾는 과정에서 알게 된 프라임 데스티네이션의 음모에 대항할 모종의 거사를 위해 캘리를 렌탈한 것이다. 하지만 캘리와 헬레나가 캘리의 몸을 통해 연결이 되고 헬레나의 계획을 공유하게 된 캘리는 프라임 데스티네이션을 찾는 스타터들은 당장의 생계를 위해 돈이 필요한 거리의 아이들뿐만이 아님을 알게 된다. 헬레나의 손녀 엠마처럼 부유한 아이들은 자신의 출신을 속이고 완벽하게 아름다운 외모를 갖기 위해 프라임 데스티네이션 찾기도 한다는 것이다. 어리석은 아이들의 비뚤어진 욕망의 발현이 영영 되돌릴 수 없는 실종 상태로 만들어 버렸음에 분노한다.


잠시 동안 빌린 몸으로 젊은 만끽하며 이른바 ‘남의 차로 폭풍 주행’을 하는 엔더들의 욕심은 영원한 렌탈의 욕망으로 옮겨가고 프라임 데스티네이션의 올드맨은 그런 욕망을 부추긴다. 10대 손자 증손자를 잃어버린 엔더들과 캘리를 돕는 헬레나의 친구들과 정계인사까지 합세해서 프라임 데스티네이션의 음모를 저지하기까지의 이야기가 숨 막히게 전개된다. 마지막까지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올드맨, 생물학 포자의 공격에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 않았음에도 끌려가서 죽은 줄 알고 있는 아빠의 메시지, 미스터리한 블레이크...열린 결말을 통해 후속작에 대한 여운을 강하게 남기고 있다.    


미래 공상 소설이지만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강렬하다. 가진 자와 기득권자, 모든 권리를 박탈당한 거리의 미성년들을 극명하게 대비시켜 멈출 수 없는 인간의 탐욕에 따끔한 일침을 가한다. 연거푸 디스토피아 소설을 읽으려니 이제 그만~~을 외치고 싶다. 보호소의 사라가 캘리에게 건넸던, 바디 뱅크 ‘프라임 데스티네이션’에서 캘리가 동생 타일러를 위해 몰래 챙겨왔던 초콜릿 슈퍼트뤼플이라도 입 속에 털어 넣으면 암울하고 꺼림칙한 뒷맛이 좀 가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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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목소리가 들려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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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꾼들은 하늘까지 닿을 듯 끝이 보이지 않는 밧줄의 끝을 올려다보며 올라간 지 한참이 지나도록 내려오지 않고 있는 마술사 조수인 아이를 찾으러 올라간 마술사를 기다린다. 잠시 후 아이의 사지가 뻘건 핏덩이가 되어 바닥으로 떨어진다. 마술사는 경악하는 사람들 앞에 투덜대며 아이의 조각난 몸뚱이를 양동이에 그러모아 거적을 덮어버린 후 뒤편으로 던져놓는데 잠시 후 거적 덮인 양동이 안에서 스르르 몸을 일으키는 아이. 죽음에서 환생하는 순간이다. 중국 황제 앞에서 이 마술을 공연하는 자리에서 마술의 신기함에 매료된 어린황제는 속임수를 철썩 같이 믿어버리고 환생을 당연시하며 시종을 칼로 벤다. 마술사의 환생 마법을 기다리는 황제를 남겨두고 하늘까지 올라가서 사라져 버린 마술사의 도주를 알리는 밧줄만이 스르르 추락한다. 시종의 핏빛이 선연한 현장에 홀로 남겨진 어린 조수는 어찌 됐을까. 끼니를 이을 거친 식사와 비바람을 피할 잠자리를 볼모로 마술사의 조수 노릇을 했을 수도 있는 어린 소년은 황제의 분노를 오롯이 그 작은 몸으로 받아냈을 것이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들어가는 말에 소개된 마술사의 조수 소년처럼 터럭 끝만큼의 구원조차 비집고 들어올 틈조차 없는 상황 속으로 내몰린 이 시대 아이들의 절규가 들린다. 책임의 소재는 잽싸게 발을 빼버린 상황에서 황망하게 고통을 떠안게 된 아이들의 일그러진 얼굴이 보인다.  


아빠가 탯줄을 잘라줄 경이로운 장면을 준비하고 있는 아늑한 가족분만실이 아니라 도시 군상들의 거대 집합소 같은 고속버스터미널의 공중화장실에서 저마다의 죄의식을 환기시키는 간절한 울음을 토해내며 자신의 존재를 알린 아이, 제이는 그렇게 세상으로 나왔다. 축복 받아 마땅한 순간이 영아살해와 영아납치로 얼룩졌다. 화장실의 북새통 속에서 제이를 데리고 나온 돼지엄마가 다세대주택으로 이사를 오면서 집주인의 아들인 동규와 제이는 자연스레 어울리게 된다. 동규는 다툼이 잦았던 부모를 보면서 ‘내가 없는데도’ 행복한 부모의 결혼식 장면을 떠올리며 ‘내가 사라져야 저들이 다시 행복한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며 스스로를 불청객이라 비하시키며 안으로 슬픔을 키워가던 아이였다. 선택적 함구증이라는 불안장애를 겪고 있는 동규의 마음속에 굳어가던 말들을 제이가 대신해주는, 제이는 동규의 ‘욕망의 통역자’였다.     


버려짐으로 세상에 존재를 알린 처음처럼 또다시 양엄마에게 버려져 보육원과 길에서의 생활을 계속하던 ‘태생적 고아’ 제이와 어느 날 갑자기 말문이 트였지만 부모님은 불편한 싸움을 끝내고 이혼했으며 아빠가 재혼한 새엄마의 노골적인 차별을 견디다 뛰쳐나온 ‘선택적 고아’ 동규는 과거의 그때처럼 함께 한다. 길과 길이 만나는 데서 태어나 계속 길에서 살아가게 될 운명임을 받아들인 제이는 ‘길 위를 달리는 게 아니라 길을 내 안으로 감아 들였다 다시 놓아주는’ 길 위의 생활을 하며 ‘도시의 거리에 굵고 힘찬 붓질을 하는’ 폭주의 세계로 스며든다. 공중화장실 바닥에서 시작된 순간부터 퇴화한 날개의 흔적기관인양 불룩한 어깻죽지 뼈를 운명처럼 지고 다니는 제이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영혼들의 고통을 감지하는 센서가 자신의 존재 이유임을 믿는다.    


“그 아이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느낌이었어. 성난 개떼처럼 으르렁거리기는 했지만 막상 내가 다가가면 꼬리를 내리고 받아줄 것 같았어. 그리고 어떤 목소리도 들었어. 가서 그들과 하나가 돼라. 그들을 이끌고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라. 뭐 그런 것이었어.” (153쪽) 


불편했다. 버스 뒷자리를 점령하고 앉은 여학생들의 욕이 태반인 걸걸한 말이 불편한 것처럼, 싱그러움을 칙칙함으로 가려버리는 짙은 화장과 천편일률적인 유행이 장악해 버린 십대들의 외양이 불편한 것처럼 폭주와 집단 난교와 폭력의 일탈에 무감각하게 자신을 내던지는 아이들 세계의 너무나 사실적이라 오히려 소설처럼 느껴지는 적나라함이 불편했다. 써놓고도 서랍에 처박혀 있으며 발표되지 못할 소설처럼 진실이 불편했다. 그 불편함은 십대 소녀가 공중화장실 바닥에 태아를 쏟아내 놓는 세상에 대한 개탄과 아이들을 위험천만한 상황으로 몰고 간 어른들의 자기반성마저 꿀꺽 삼켜버렸다. 하지만 그 불편함은 ‘닫혀 있지도 활짝 열려있지도 않은 반쯤 열린 문’을 슬쩍 지나쳐서 외면하고픈 내 마음의 발로였다. 저 너머 세계로 밀어 넣어 버리고 경멸의 시선을 던지고 그들의 간절한 목소리에 귀를 닫아버린 미안함이 슬픈 위로를 보낸다. 뒷좌석을 잔뜩 추켜올리고 굉음을 내며 도시의 거리에 힘찬 붓질을 해대며 온 몸으로 써낸 글자를 온전히 해독할 수 없으니 나의 위로는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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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거 한번 도전해 볼까?”


독서 포스터와 구름빵 스티커를 쫙 펼쳐놓으며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참여의지를 북돋울 말들을 쏟아냈다. 100권이 꽤 많다고 생각되지만 사실 평소 읽어내는 책을 가늠해 볼 때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라고 설득했다. 게다가 아직까지는 읽기책보다 그림책에 집중되어 있으니 100권 읽기가 수월할 테고, 하룻밤에 열권씩 쌓아놓고 읽으면서 괜히 엄살을 부린다며 용기도 팍팍 북돋워줬다. 그리고 결정적 한 방.

 

“이거 완성해서 뽑히면 10만원 준대. 그거 받으면 네가 요즘 꽂혀있는 ‘집요한 과학씨’ 시리즈를 적립금으로 살 수 있잖아.”

 

결국 이 마지막 결정적 한 마디가 아이의 심지에 불을 붙였다. 첫날 10권 가까이 폭풍 독서를 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50권을 넘겼다. 잠시 주춤할 때는 ‘집요한 과학씨’라는 말만 툭 던져주면 되었다. 드디어 100권을 완성하고 마지막 구름빵 스티커를 붙이던 날, 스스로도 무척이나 기뻤는지 자축의 댄스가 이어지고 포스터 앞에서 기념 촬영하는 표정에 즐거움이 넘쳐난다.


보상을 내걸고 책읽기 스티커판을 만들어 붙여두고 책읽기를 독려해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스티커 판 채우는 데만 급급해서 알맹이는 쏙 빠져버리는 시간낭비 독서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공기나 물처럼 마음이 호흡하는데 책이 그런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과도 엇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읽기 스티커 판도 없앴고 대가를 바라던 책읽기의 시절도 끝나고 자유로워졌다. 아이는 기분 내키는 날이면 대여섯 권의 책을 읽기도 하고 여러 날 책을 읽지 않고 넘어가는 날도 있다. 그러면서도 독서 편식 없이 다양한 분야를 골고루 읽는 편이고, 좋아하는 작가도 여럿 있어서 신간을 꼭 챙기는 편이고, 느낌이 좋았던 책에 대해서 독서기록을 남기는 일도 어려워하지 않는다. 책읽기를 거래의 수단으로도, 대단하고 특별한 일이라고도 여기지 않는다. 엄마인 내가 할 일은 다양한 분야의 양질의 책들을 아이 앞에 늘어놔 주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가끔씩 읽어달라고 들고 오는 두꺼운(?) 책들도 속으로는 흠칫 놀랄지라도 태연하고 의연하게 정성들여 읽어줄 뿐이다. 


책으로 흥미를 끌어당기기 위함이 아니라 아이의 현재 책읽기에 대한 점검으로 이번 어린이 독서왕에 도전했다. 엄마의 강요에 의해서도 보상을 바래서도 아니고 책 읽고 스티커 붙이고 제목 적어나가는 모습이 참으로 대견했다. 목표를 향해 도전하는 아이의 당찬 모습도 봤고, 목표를 이루고 스스로를 대견해 하는 모습도 봤다. 가끔 이런 자극도 필요하단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자신의 임무는 완수했으니 ‘집요한 과학씨’를 손에 넣을 수 있는 나머지 책임은 모두 엄마에게 전가시킨 우리 아들... 집요하게 ‘집요한 과학씨’를 물고 늘어질 것이니 글을 올리는 손이 떨린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도전 독서 100권’의 첫 번째 책으로 고른 <성냥팔이 소녀 알뤼메트>는 아이가 좋아하는 토미 웅게러의 신간이다. 변함없이 좋아하는 버지니아 리 버튼의 <작은집 이야기>, <케이티와 폭설>, <생명의 역사>도 목록에 올라있다. 읽기 쉬운 그림책들만 죄다 올려놨다고 한소리 했더니 “엄마, 잘 살펴보세요. 그럼 그림책 아닌 것도 보인다니까요.”한다. 정말 잘~살펴보니 글이 제법 많은 읽기 책도 보인다. <가방 들어주는 아이>, <킬러 고양이의 일기>, <책 읽어주는 바둑이>, <책귀신 솔봉이>, <책귀신 망태할아버지>... 즐겨 읽는 ‘새싹인물전’도 몇 권 보인다. <마리 퀴리>, <정약용>... 아래가 100권의 목록이다.


 

성냥팔이 소녀 알뤼메트/ 아르키메데스의 목욕/ 요한나의 기차여행/ 화물열차/ 밖에 나가 놀거야/ 배고픈 외투/ 우리집은 너무 좁아/ 거미 아난시/ 강아지똥/ 플로리안과 트랙터 막스/ 물웅덩이/ 사고뭉치 꼬마 개구리 플록/ 제랄다와 거인/ 고맙습니다 선생님/ 마리 퀴리/ 눈오는 날/ 빨간 버스/ 못된 개가 쫓아와요/ 줄줄이 꿴 호랑이/ 룸펠슈틸츠헨/ 캐스터와 페페의 엉뚱한 수리가게/ 아모스와 보리스/ 정약용/ 모기와 황소/ 비밀의 방/ 까마귀의 소원/ 생쥐와 태엽쥐/ 가방 들어주는 아이/ 킬러 고양이의 일기/ 쾅클왕글의 모자/ 오빠와 나는 영원한 맞수/ 작은집 이야기/ 케이티와 폭설/ 선생님 우리 선생님/ 꿀벌 나무/ 프레드릭/ 일곱 마리 눈먼 생쥐/ 나이팅게일/ 까만 아기 양/ 분수야 놀자/ 여섯 사람/ 보물/ 청동종/ S.O.S. 위기의 아이들/ 속옷이 궁금해/ 여섯 마리 까마귀/ 어리석은 판사/ 황소와 도깨비/ 황소 아저씨/ 버리데기/ 야쿠바와 사자/ 나무꾼과 선녀/ 쥐 둔갑 타령/ 아주 아주 많은 달/ 도시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구렁덩덩 새 선비/ 데이지/ 곰인형 오토/ 아기 돼지 세 마리/ 염소 시즈카/ 어머니의 감자밭/ 책 속의 책 속의 책/ 선녀와 나무꾼/ 괴물딱지 곰팡씨/ 돼지가 주렁주렁/ 미다스 왕과 황금 손길/ 책 읽어주는 바둑이/ 책귀신 솔봉이/ 책귀신 망태할아버지/ 생명의 역사/ 모자/ 영원히 사는 법/ 태양을 향한 탑/ 나무를 심은 사람/ 팥죽 할멈과 호랑이/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천둥 케이크/ 반쪽이/ 우렁 각시/ 재주 많은 다섯 친구/ 똥벼락/ 뭐든지 무서워하는 늑대/ 심술쟁이 버럭 영감/ 줄무늬가 생겼어요/ 비가 왔어요/ 으악 도깨비다/ 개구리 왕자/ 개구리네 한솥밥/ 해치와 괴물 사형제/ 할까 말까?/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 아리랑/ 동물원/ 청룡과 흑룡/ 쇠를 먹는 불가사리/ 방귀쟁이 며느리/ 해님 달님/ 도깨비 방망이 (이상 100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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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2-03-13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승한이 대단하네요. 100권이라. 엄마도 많은 도움을 주었겠지만, 본인이 하기 싫어하면 책 정말 안 읽던데...승한이 넘 기특해요. 울 애들은 책대신 무한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