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독립한 이야기 : 사람과 사물들 2 이제 막 독립한 이야기
거짓말쟁이 외 지음 / 푸른약국 / 2021년 1월
평점 :
절판


이제 막 독립한 이야기 : 사람과 사물들 2 (2021년 초판)

저자 - 거짓말쟁이 외

출판사 - 푸른약국

정가 - 15000원

페이지 - 179P



독자들이 만드는 책



앞서 참여한 [이제 막 독립한 이야기 : 사람과 사물들 1]에 이어 두번째 권의 리뷰이다. 1권이 첫번째 프로젝트 [이제 막 독립한 이야기 : 우연한 사랑, 필연적 죽음]에 참여했던 경험이 있는 기성(?) 작가들의 모음이라면 2권은 이번 프로젝트에 처음 참여하는 신진(?) 작가들의 모음집이다. 물론 몇 분은 이전 프로젝트의 필명을 버리고 새로운 필명으로 참여하여 2권에 배치된 분도 있는 듯 한데, 대체적으로 처음 참여하는 분들의 글들이 과반수 이상이라 생각된다. 결국 진짜 독자들이 만든 책이 이 2권이 아닐까 싶다는.



첫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책이 나오길 기다리고, 실제로 책을 받아보고 느꼈던 감회를 이번 2권에 참여한 작가들 역시 느끼리라 생각하니 덩달아 즐거워 진다. 뭐 나도 한 번 경험이 있다지만 이번 프로젝트 역시 설레이는 건 첫 참여 작가들과 마찬가인 것도 사실이랄까... ㅎㅎㅎ



1진실퀴즈 - 거짓말쟁이

언제나 나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고 갈망했던 내 앞에 불현듯 소설을 쓰고 있다고 고백하는 너. 나는 그런 녀석의 글이 궁금해 미칠지경이었다. 결국 호기심을 못이기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말고, 녀석의 글을 읽던 나는 소설속 사건들이 허구가 아닌 리얼이었음을 깨닫고 혼란에 빠지는데....



2. 사라지는 것들에 대하여 - BB

"너는 내 손에서 어떤 실이 보이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그러면 이제 곧 나도 너한테서 사라지겠다. 아마도."


끈으로 이어진 인연이라는 수 많은 실타래중 우리가 스치듯 지나는 끊어진 실들은 얼마나 많고 많을까.



3. 연애시대 - 금모래

고된 질병의 고통속에서 떠나버린 아빠. 그리고 그런 아빠를 눈물로 떠나보낸 엄마. 딸은 묻는다. 미처 자신은 몰랐던 엄마와 아빠의 풋풋한 연애시절을.



4. 운수 좋은 날 - S.J.Romi

첫 출근. 기대감과는 달리 허름한 회사 외관에 기분이 상하고, 퇴근 후 이어지는 꼰대 부장과 단 둘 뿐인 회식. 술 병은 늘어만 가고 부장은 고주망태가 되어 첫 출근한 여사원에게 추파를 던지는데..... 참으로 더럽게 운수 좋은 날이구나!



5. 플랫 어스 - 진수란

지구가 평평하나고 주장하는 엄마. 그런 엄마를 바라보는 딸. 딸은 엄마의 말도 안되는 주장 속에서 차츰 그녀가 짊어졌던 인생의 무게와 진실을 이해해 나간다.



6. 은밀한 계절 - G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이별의 잔상도 언제나 그러하 듯 시간이 해결해 준다. 마치 때가 되면 바뀌는 계절처럼....



7. 은영 - 새빛

관성으로 살아가는 것이 최선은 아님을 안다. '부디 평안하기를 바라.' 친구가 건넨 메모 한장과 네 권의 책에 은영은 용기를 내본다.



8. 우리는 겨울을 건너고 있다 - 겨울정원

홀로 사는 엄마에게 새로운 애인이 생겼다. 행복해 하는 엄마를 보며 심란한 마음의 연과 그녀의 마음을 헤아리고 다가와 주는 재신. 그렇게 온 우주의 생명이 소생하는 계절 봄을 기다리며, 그들은 겨울을 건너고 있다.



9. 너의 부재 - 해바라기

부가 행복의 조건은 아니건만, 열심히 살아가려는 희영 가족의 형편은 나날이 힘들어져만 간다. 기록적인 기나긴 장마. 낡은 용달을 몰고 일을 나간 정우.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무섭게 쏟아지는 폭우. 걱정하는 희영의 가족과 연락이 끊겨버린 정우..... 그 예상치 못한 부재가 앗아간 것은....



10. 구름 속의 범고래 - 복잡한농담 

그리 좋은 기억이 아님에도 작품에서 스치듯 그려지는 제주의 풍광은 그곳을 계속 찾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을 풍긴다.



몇몇은 본인에겐 난해했고, 몇몇은 풋풋하고 정제되지 않은 날 것의 느낌이 나는가 하면, 기발한 발상으로 소재를 따오고 싶은 작품도 있었다. 신선하고 새로운 느낌을 주는 작품들임에는 분명하다. 개인적으로 [진실퀴즈], [운수 좋은 날]을 꼽고 싶다. 특히 [운수 좋은 날]은 과한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거 다 무시하고 밀어붙이는 맛이 있는 웃픈 작품이었다. 이렇게 두 번째 프로젝트도 마무리 됐다. 기분 좋은 기획에 다시 한 번 참여할 수 있어 좋았고, 약국 대표님을 비롯해 이막이2에 참여한 모두들 수고하셨다고 전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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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머리 앤 Art & Classic 시리즈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설찌 그림, 박혜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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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앤 (2020년 초판)

저자 - 루시 모드 몽고메리

삽화 - 설찌

출판사 - RHK

정가 - 16500원

페이지 - 551p



아련한 기억속의 그 작품



'빨강 머리 앤 귀여운 소녀~ 빨강 머리 앤 우리에 친구~' 지금도 귓가에 들리는 듯한 유년시절 즐겨봤던 만화영화 [빨강 머리 앤]의 원작소설이다. 일본 원작 만화가 1979년에 방영 됐으니 나보다 나이가 더 많은데...ㄷㄷㄷ 최근에(이라지만 몇 년 전) EBS에서 다시 방영해서 반가웠던 기억이 나는.... 만화로만 봤던 그 원작 소설을 나이 마흔이 넘어서야 접했다. 페이지를 넘기며 펼쳐지는 앤 셜리의 조잘대는 모습들이 오래전 만화영화속 장면들과 오버랩 되면서 아련한 추억에 잠기게 만드는 책이었다. ㅠ_ㅠ (나도 나이를 먹긴 먹었구나...) 



천방지축 말괄량이면서도 당차고 할말은 하고야 마는가 하면 사소한 일에도 상처입고 눈물을 펑펑 쏟아내는 여리디 여린 감수성 풍부한 소녀 앤 셜리를 보면서 무럭무럭 자라나는 딸아이를 생각했다. 조울증에 가까울 정도로 오르락 내리락 거리는 감정변화와 다분히 연극적으로 보이는 과잉 감정들은 딱 우리 둘째 딸의 행동과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ㅎㅎㅎ 뭐랄까. 매슈 아저씨와 마릴라 아줌마가 바라보는 눈에 딸의 모습을 대비하여 앤 셜리를 바라보게 만든달까. 묘하게 감정이입 되는 건 내가 아버지가 됐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초반 줄거리는 만화장면이 선하게 떠오를 정도로 흡사하다. 

과묵한 매슈 아저씨는 농사일을 도울 남자 고아를 들이려 하지만 아이를 데리러 마중간 기차 역에는 남자 아이 대신 새빨간 머리에 주근깨 가득한 소녀가 앉아 있다. 그냥 돌려 보낼 수 없었던 매슈 아저씨는 그렇게 앤을 마차에 태워 초록 지붕 집으로 데려가고, 이를 본 마릴라 아줌마는 황당해 한다. 앤은 자신이 환영받지 못한 아이라는 걸 깨닫고 크나큰 실망과 좌절에 속사포 같은 하소연과 눈물을 쏟아낸다. 마릴라는 앤을 다시 돌려보내려 하지만 야물딱지고 맹랑한 앤 셜리의 매력에 어느새 빠져드는데.......



사실 만화를 완결까지 보진 못했기에 초반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했었는데 원작 소설로 그 궁금증을 떨쳐낼 수 있었다. 원작을 보지 않았다면 앤이 아슬아슬 지붕위를 걸어야 했던 이유를, 물이 줄줄 새는 보트를 타고 강 한가데에서 죽을 고비를 넘겼던 에피소드를 볼 수 없었으리라. 더불어 마릴라의 브로치를 훔친 도둑으로 몰리는 에피소드는 앤의 성격을 가장 잘 설명하는 장면이 아닌가 싶다. 어렵고 험하게 자라왔지만 자신을 거둬준 마릴라와 매슈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앤의 마음은 그녀의 행보를 흐뭇하게 바라보게 만든다.



쉴새 없이 떠들어 대는 앤의 이야기를 계속 볼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은, 세월은 책속에서도 기다려 주지 않았다. 언제나 말괄량이 소녀였던 앤도 나이를 먹고 더 많은 경험을 겪고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며 서서히 성장해 간다. 그렇다. 성인이 되는 것이다. 초록 지붕 집에서의 16년의 시간들. 당연하게도 매슈와 마릴라도 앤과의 추억 만큼 나이를 먹어간다. 영원한 것은 없다. 만남 뒤엔 필연적인 헤어짐이 오는 것이니까. 



대학 진학을 앞두고 마을을 떠나려 하는 앤과 노인이 되버린 매슈와 마릴라. 그리고 앤의 결단. 내 아이들 역시 언젠간 내 품을 떠날 것이기에 대견하면서도 아쉬운 감정이 밀려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저 청소년이 보는 동화같은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나이를 먹고 다시 보는 [빨강 머리 앤]은 그때는 느낄 수 없던 새로운 감정을 불어 넣는다. 그래서 명작은 세월의 영향을 타지 않고 명작이라 불리는 걸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유년시절의 향수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을 수 있는 좋은 작품이다. 물론 딸아이에게도 꼭 추천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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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블러드
임태운 지음 / 시공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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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블러드 (2020년 초판)

저자 - 임태운

출판사 - 시공사

정가 - 14300원

페이지 - 359p



좀비 아포칼립스페이스 오페라



흥행했던 작품들의 요소요소를 뽑아서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낸다면 과연 성공적인 재미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흥행의 법칙은 산술적인 1+1=2가 아니기에 어려운 것인데, 이번에 출간된 국내 SF장편이 여기에 도전장을 내미는듯 하여 눈길을 끈다. 이 작품 이전 [백혈]이라는 단편을 발표하고 긍정적 반응에 이야기를 늘려 이번 장편을 출간했는데 배경이 되는 설정들에서 여러 인기 SF작품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SF를 좋아하는 그대여. 여기엔 당신이 좋아할 것이 무조건 하나는 있다." 라고 말하는 '김보영'작가의 추천사가 이 작품에 대헤 명쾌하게 설명한 듯 하다. 크게는 좀비아포칼립스에 호쾌한 액션이 난무하는 스페이스 오페라를 접목했다. 그리고 좀 더 세부적으로 들여다 보면 더 많은 작품들과 마주하게 된다.



지구에 정체불명의 광견병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진다. 광견병에 걸린 인간들은 이성을 잃고 살아있는 고기를 뜯어먹기 위해 같은 인간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한다. 바로 좀비화 된 것이다. 좀비를 막아내는데 실패한 인류는 급히 우주선 방주를 짓고 선택된 사람들만이 우주 멀리 위치한 새로운 지구를 찾아 떠난다. 이후 첫번째 방주를 따라 출발하려 했던 두번째 방주는 여러 재난들이 겹쳐 출발하지 못하고 그렇게 몇 십년의 세월이 흐른다. 밖에는 좀비들, 안에는 무정부 주의의 불한당들이 점거한 약육강식의 지구에서 마침내 두번째 방주가 완성되고, 마지막 선택된 인류는 먼저 떠난 방주를 따라 우주로 나서게 된다. 


두번째 방주 엘리에셀에서 깨어난 이도는 자신이 목적지에 도착하여 깨어난 것이 아니라 방주를 책임지는 AI 마리에 의해 깨어났다는 것을 깨닫는다. AI 마리가 육체를 강화시킨 백혈인간인 이도에게 미션을 내리기 위해 깨운 것이니, AI의 미션을 이랬다. 앞서 떠난 첫번째 방주가 우주공간에서 표류중이니 방주로 넘어가 원인을 파악 하라는 것. 이도는 자신의 부하 2명을 깨워 첫번째 방주로 넘어가는데......



자, 이 작품을 읽으며 떠올랐던 작품들을 늘어놔 보련다. 우선 좀비아포칼립스로 인류가 우주로 탈출하는 설정에서 '정명섭'작가의 [그들이 세상을 지배할 때]가 연상됐다. 다만 '정명섭'작가의 작품은 우주로 떠났던 인류가 다시 지구로 귀환하는게 다른점. 이후 유령선 처럼 우주를 방황하는 우주선을 탐사하는 것에서 [라마와의 랑데뷰]가 떠올랐다면 무리수일까. -_-;; 여튼, 우주공간에서 미치광이 좀비때를 피해 도망치는 장면에서 [에일리언]을, 생체 과학으로 육체적 강화를 이룬 백혈인간은 [노인의 전쟁]을, 백혈인간에 맞서 파워 수트를 입고 전투를 벌이는 장면에서 [우주의 전사]를, 재난을 피해 방주를 만들어 지구를 떠난다는 설정에서 [원수성역]이나 [세븐 이브스]를 떠올리게 된다. 본인이 미처 떠올리지 못한 작품들도 있을지니 얼마나 많은 작품들의 소스가 이 작품에 녹아들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흥행의 공식은 기존의 설정에서 새로움을 찾아 내는 것.



언급한 작품들을 전면으로 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갔더라면 30부작 시리즈로 써도 모자랐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작가는 '설정'만을 따서 중심 스토리를 전개해 나간다. 결국 중심 배경은 좀비를 피해 먼저 출발했던 우주선이 표류중이며, 그 우주선에서는 상상못한 참혹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것 정도? 여기에 강화인간과 파워슈트를 향신료로 뿌려내 깊은 맛을 더했달까. 스포가 되어 언급하지 못한 설정까지 더한다면 정말 정신없이 흘러가는 스토리에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어딘가에서 봤음직한 이야기인데, 이렇게 광범위하게 믹스한 작품도 전에는 없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새롭게 다가오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중심을 잃고 표류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 수 있던 건 효율적으로 안배를 잘했기 때문인듯 싶다. 물론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부분도 없진 않다. 후반부 AI의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나 굳이 카난을 버리는 것은 감정과잉에 의한 전개같아 아쉬움을 줬다. 그럼에도 매력적인 짬뽕탕임은 분명하다. SF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재미를 느낄 요소는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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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독립한 이야기 : 사람과 사물들 1 이제 막 독립한 이야기
비타민 외 지음 / 푸른약국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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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독립한 이야기 : 사람과 사물들 1 (2021년 초판)

저자 - 엽기부족, 비타민, 조영주, 해사, 유혼, 박이서, 정차차, 8비트

출판사 - 푸른약국

정가 - 15000원

페이지 - 213p



이막이의 비상은 계속 된다



작년 중순경 정체를 숨기고 오직 이야기로 승부를 걸었던 독특한 컨셉의 블라인드 작가 프로젝트 [이제 막 독립한 이야기 : 우연한 사랑, 필연적 죽음]에 이어 드디어 두번째 이막이가 베일을 벗고 세상 앞에 드러났다. 이번 역시 약국의 약사이자 서점 '아독방' 사장이자 출판사 '푸른약국'의 대표인 휼륭하신 대표님의 거침없는 지휘아래 두 권의 소설로 엮인 이막이 Vol.2가 탄생했다. 



이번 앤솔러지의 주제는 '사람과 사물들'이다. 이전 Vol.1의 주제인 '우연한 사랑, 필연적 죽음'과 마찬가지로 소재를 제한하는 명확한 주제가 아닌 상상력을 자극하는 추상적 주제로 이번에도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낼 수 있던 것 같다. 물론 본인도 부담없이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좋았던 주제랄까.ㅎㅎㅎ 앞서 말했지만 이번 Vol.2는 두 권으로 나뉘어 출간됐는데, 1권은 Vol.1에 참여했던, 이막이 맛을 보고 잊을 수 없어 다시 참여한 작가들의 여덟 편의 작품을 모았고 2권은 새롭게 이막이에 참여한 작가들의 열 편의 작품을 모았다. 하여 우선 본인이 참여한 1권의 리뷰를 올린다.



1. 수저 - 비타민

잘 살지는 못해도 아쉬운 소리는 하지 않고 살던 수지네 집이 하루 아침에 어려워졌다. 부모님은 밤낮없이 일하며 무너진 집을 일으키기 위해 노력하지만 형편은 쉽게 나아지지 않는다. 철없는 동생은 이런 사정은 모르고 마냥 반찬 투정을 하지만 이제 초딩인 수지는 어느새 철이 들어 버렸다. 부모님이 싸준 온갖 반찬들이 즐비한 점심시간. 오늘도 어김없이 수퍼마켓 빵을 싸온 수지와 빵을 저멀리 치우고 수지에게 자신의 수저를 손에 쥐어주는 단짝 친구. 그런 친구를 보던 수지는 왈칵 눈물이 터져나오는데....

- 노년의 노파가 집을 떠나는 애틋한 상실을 이야기 했던 전작 [이사]에 이어 이번에도 초딩 소녀 수지가 겪는 상실의 아픔을 그려낸다. 친구들과 선생님의 선의가 더 없이 고마우면서도 그런 선의를 선의로 받아들일 수 없는 수지의 아픔과 혼란이 와닿는다. 아픔을 잘 극복하고 성인이 된 수지의 이야기도 좋았다.



2. 코로나 블루 - 조영주

안푸른약국에서 숍인숍 서점을 운영중인 안훌륭 대표는 장르소설가인 조영지와 친분을 쌓아간다. 그날도 구매하려던 책이 입고되어 조영지 작가의 휴대폰 카톡이 울린다. 보낸이는 안훌륭 대표. 책이 왔으니 어서 찾아가란 내용인데, 그날따라 우울감에 휩싸였던 조영지는 감정실은 톡을 보내고, 오가는 카톡속에 조영지의 감정은 점점 차갑게 식어가는데....

- 이번 Vol.2에서는 두 번째로 참여하는 작가에게 일종의 소소한 혜택을 줬는데, 기존에 썼던 닉네임이나 실명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하여 이미 유명 작가인 조영주 작가는 유일하게 실명을 선택했다. 작품은 작은 일에도 우울하고 성질이 뻗치는 작금의 코로나 시대에 딱 어울리는 코로나 블루 같은 단편이다. 박훌륭 대표 <-> 안훌륭 대표, 조영주 작가 <-> 조영지 작가. 평행우주 속 반대 세계를 그리는 듯한 이야기는 두 사람의 티키타카가 빛나면서 웃픈 폭소를 자아낸다. 



3. 사물과 사람들 - 해사

레스토랑에서 즐겁게 식사를 하는 손님들. 그리고 그들의 음식을 준비하는 분주한 직원들. 하지만 이야기의 주인공은 그들이 아니다. 유리컵을 집는 남자의 손목에 채워진 시계. 깨진 유리컵 조각을 집어 삼킨 쓰레기통. 언제나 활짝 핀 꽃을 머금고 있는 식탁위 화분까지....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사물들의 숨겨진 이야기가 그려진다.

- 사람과 사물들을 역으로 생각한 작품이면서 가장 주제와 맞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4. 공생 - 유혼

약사 유미는 오늘도 진상 손님들 덕에 기분이 상할대로 상한다. 매일같이 안하무인 손님들의 진상은 천태만상이니 치닫는 스트레스에 돌아가실 지경이건만..... 그녀에겐 한가지 위안이 있었으니. 바로 레어 기념주화를 모으는 일이었다.

- 기념주화 컬렉터인 약사인 유미, 은행원 수진. 그리고 세차 중독자 성진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매일매일 스트레스에 파묻혀 살아가는 그들의 일상에서 독자는 자신의 일상을 투영하고 취미생활에서 소소한 기쁨을 느끼는 그들의 모습에서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 Vol.1을 읽은 사람이라면, 아독방 인스타 팔로워라면.... 아니, 조금 눈치가 있는 독자라면 이 작가의 정체가 무엇인지 충분히 눈치 챌수 있으리라. ㅎㅎㅎ



5. 모로 누우면 - 박이서

죽은 엄마 대신 민서를 키우는 할머니는 민서도 죽은 엄마를 닮을까봐 절대 책을 읽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민서 주변을 얼쩡대는 소년 준호. 준호는 매일 같이 핏기가 하나도 없어 보일 정도로 얼굴에 분칠을 하고 나타난다. 화장하는 초딩 준호가 너무나 싫은 민서는 연거푸 다가오는 준호를 밀어내지만, 화장의 슬픈 비밀을 알아챈 순간. 민서는 준호를 받아들이는데....

- 자식을 두고 목숨을 끊은 엄마의 사연? 준호가 화장을 해야만 했던 원인? 그런 이유가 구구절절 설명되지는 않는다. 다만 민서와 준호의 모습을 통해 막연히 상상하게 만든다. 왜그랬을까? 왜 그래야만 했을까? 라고. 암울한 현실과 맞서 싸워 나가는 그들에겐 그저 하루를 이겨내는 것이 최선이 아니었을까.



6. 만두대첩 - 정차차

노모를 모시기 위해 잠시 집을 떠나 있는 아내에게 어느날 갑자기 전화가 온다. 남편이 퇴직금으로 다 함께 살 수 있는 빌라를 마련했다는 것. 내키진 않지만 이미 덜컥 집을 구해버린 남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빌라를 찾은 아내는 기겁한다. 집안의 구조가 너무나 조악했기 때문에. 열불이 나지만 꾹꾹 눌러담고 아내는 자식들과 함께 만두를 빚는다. 가족의 대소사에서 빠짐없이 함께 했던 만두를.....

- 이 가족에게 담긴 만두의 의미 만큼. 본인. 아니, 우리집에 얽힌 그런 음식은 없을까 생각해봤다. 그리고 퍼뜩 하나가 떠올랐다. 쇠주. ㅎㅎㅎㅎ 



7. 미안해 - 엽기부족

드디어 본인 작품이다. 1권에 담긴 작품중 가장 짧은 분량의 작품인데, 공교롭게도 가장 쎈 작품인듯 싶다. Vol.1의 [쓰쿠모가미]도 다소 잔혹하다는 평이 있었는데 과연 이건 어떨지...-_-;;;; 대체 뭐가 미안한지는 노코멘트하련다. 



8. 스트라디바리우스의 행방불명 - 8비트

대부호의 비공개 자서전을 집필하기 위해 회장의 집을 찾은 필자는 그곳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유독 클래식 음악에 조예가 깊은 회장이 500억짜리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대여받아 자신이 후원하는 음악가에게 빌려줬었는데, 그 음악가가 회장의 바이올린 반납 지시를 어기고 스트라디바리우스를 꿀꺽 하려했다는 것.....

- 클래식 문외한이라도 스트라디바리우스의 명성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으리요, 이 악기에 담긴 사연이 얼마나 무궁한지 말해 뭣하랴. 악기의 명성에 욕망을 팔아버린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처음 Vol.1에 참여한지 얼마 안돼 이렇게 두번째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수 있어 좋았다. ㅎㅎ 내방 컴퓨터 PC속에 잠들어 있을 글이 이렇게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은 내용이나 퀄리티를 떠나 기분좋은 일이니까 말이다. 꼭 본인이 아니더라도 이번 Vol.2에 참여한 기존 작가들 역시 비슷한 마음이리라. 세상을 향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낸 작가들의 작품들이 그대로 독자에게 가 닿기를 바라면서.... 다음은 신인 작가들로 이루어진 2권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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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미스터리 2020 가을.겨울호 - 68호
계간 미스터리 편집부 지음 / 나비클럽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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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미스터리 2020 가을, 겨울 합본 특별호(68호) (2020년 초판)

저자 - 정명섭, 한이, 황정은, 홍선주, 공민철, 장우석, 홍성호, 한새마, 정가일, 조동신, 반대인, 이상우, 백휴, 오혜진, 홍정기, 전건우, 황세연

출판사 - 나비클럽

정가 - 15000원

페이지 - 350p



한국 추리문학의 세대교체 선언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계간 미스터리 통권 68호이다. 지난호 부터 출판사 나비클럽에서 제작에 참여하면서 내실있는 내용과 함께 눈에 띄는 디자인이 잡지의 퀄리티를 한층 높이는 느낌이다. '젊은 소설가의 위험한 작업실'이라는 제목으로 일러스트레이터 '정민호'작가의 표지인데 추리 소설하면 떠올리게 되는 다양한 이미지를 녹여낸 감각적인 그림이라 여겨진다. 



지난호에서 은둔하고 있는 추리작가들을 세상밖으로 나오라고 도모했다면 이번 호의 화두는 한국 추리문학의 세대교체이다. 기존 작가들과 새롭게 등장한 작가들의 작품을 통한 교전을 통해 추리 문학이 발전하기를 바란다는 의미일까. 책을 여는 한국추리작가협회 한의 회장님의 출간사에 이어 '정명섭'작가님의 특별기고가 이어지며 치열하게 벌어질 추리 작품들의 경쟁이 성공적 이어져 질적 향상으로 모두가 윈윈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2020 가을겨울호를 펴내며
한국 추리소설 작가들의 세대 간 교전이 더욱 격렬해지기를


○ 특별기고
한국 추리문학의 세대교체, 어디까지 왔는가? / 정명섭
- 일본이나 서양 추리, 스릴러에 밀려 외면받던 한국 추리문학이 모두에게 사랑받는 그날이 오기를!!


○ 인터뷰
* 한국 추리문학의 신진 고수를 만나다 / 공민철, 박상민, 한새마
- 세대교체를 이끌어 나갈 기대되는 고수 세 분의 작가를 만나 인터뷰를 나눈 기사이다. 읽는 것으로 가슴이 따뜻해지는 휴머니즘 미스터리 작가 '공민철'작가와 현직 의사이자 메디컬 미스터리 작가 '박상민'작가, 그리고 본격을 써도 이야미스로 읽히는 이야미스 은둔고수 '한새마'작가까지....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 밖의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몰입하게 된다. 


공민철 - 시체 옆에 피는 꽃

박상민 - 차가운 숨결

한새마 - 계간미스터리 64호, 엄마 시체를 부탁해 

          미스테리아 28호, 죽은 엄마



○ 신인상
1. 가나다 살인사건 / 황정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ABC살인사건]을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이다. 세 명의 노숙자가 우연히 발견한 돈가방. 이들은 돈을 나누어 갖느니 차라리 보험에 가입하고 서로를 죽이자고 작당한다. 이른바 교환살인인 것.


2. G선상의 아리아 / 홍선주
트릭이 있는 추리라기 보다는 개인의 심리를 그려내는 싸이코 심리 스릴러에 가깝다. 부모로 부터 학대 받고 미쳐버린 이상심리 화자의 아슬아슬한 묘사가 그려진다. 


- 지난 20년 12월에 열린 한국추리작가 협회 총회에서 신인상 수상때 잠시나바 뵜던 분들의 작품을 읽으니 뭔가 동료애가 느껴졌달까. 동기 작가라고 할 수 있는건가. ㅋㅋㅋ 코로나 때문에 이야기 나누지 못해서 아쉬웠고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작품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 보고 싶다.



○ 중편소설
* 내일의 별빛 / 공민철
암으로 중환자실에서 죽음만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마지막 부탁은 더이상 고통없이 죽여달라는 것. 아들은 고민에 빠진다. 아버지는 너무나 간절히 죽음을 원했기 때문에.... 그러던중 같은 암병동에서 우연히 친구를 만나고, 자신의 고민들 들은 친구는 자신이 아버지를 죽여주겠다고 말한다. 대신. 아들도 누군가를 죽여줘야 한다는 것.

- 역시 교환살인이 소재인 작품이다. 다만 증오와 살의에 휩싸여 알리바이를 위한 교환살인이 아닌, 지극히 인간적이고 이해와 믿음이 뒷받침된 살인은 지금까지와는 상당히 다른 교환살인을 보여준다. 역시 휴머니즘 감성 미스터리랄까.


○ 단편소설
1. 특별 할인 / 장우석

만년필 덕후인 주인공은 당근마켓에서 엄청난 매물을 발견하고 흥분에 휩싸인다. 바로 직거래 약속을 잡고 거래장소에 나갔으나 아무리 기다려도 판매자는 나타나지 않고.... 한껏 상기됐던 주인공은 실망한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려던 주인공의 눈에 뭔가가 띄는데....

중고 직거래를 미스터리적 소재로 풀어나가는 이야기이다. 덕후의 눈에만 보이는 해법의 열쇠가 공감이 가는 단편.
 

2. 약육강식 / 홍성호

딸과 같은 이름에 한때 딸아이와 친하게 지냈던 소녀가 모텔방에서 숨진채 발견된다. 그리고 소녀의 시체 옆에 목이 메여 죽어있는 남성의 시체까지.... 딸 아이의 친구였던 소녀의 죽음을 수사하던 경찰 아빠는 착하디 착하던 소녀가 가출하고 나쁜길로 빠져든 것도 모자라 죽음까지 맞이한 상황에 착찹한 심경인데....

- 범죄의 도구로 사용되는 소외된 이들의 실상은 가슴 아프다.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약자와 함께 하는 세상은 한없이 멀게만 보인다. 


3. 어떤 자살 / 한새마
다쓰러져 가는 쓰레기장 같은 집에서 중년 남성의 시체 한 구가 발견된다. 밧줄에 목이 졸려 죽은 시신. 누가봐도 자살한 것 같은 시체 옆에 아사하기 직전의 노파가 발견되고 급히 병원으로 실려간다. 집안은 밀실. 정황상 중년 남성의 자살로 보이는 이 사건에 르포기자가 조사를 시작하고, 쓰레기 더미 집에 집나간 딸이 있었음을 알아 내는데....

- 르포 형식의 구성으로 현실감을 높이고 작품에 몰입하게 만드는 본격 작품. 르포기자와 소녀가 밝히는 사건의 전모가 반전에 반전이 되어 미스터리의 묘미를 충족시킨다. 본격임에도 이야미스로 읽히는 추리계의 세대교체를 알리는 신진작가 '한새마' 작가의 작품.


○ 초단편소설
1. 고백 / 정가일
2. 크리스티 여사의 취미 / 조동신
3. 얼굴 마사지 좋아하는 여자 / 이상우
4. 운수 좋은 날 / 반대인
5. 선생님은 항상 너희 편이야 / 공민철

- 개개의 리뷰보다는 짧은 페이지 안에서 반전의 묘미를 끌어내는 엽편 미스터리의 재미가 가득하다. 딱 엽편 분량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있는가 하면 좀 더 길게 보고싶다는 생각이 드는 엽편도 있었다.



○ 추리소설가가 된 철학자
* 사유하는 추리소설가 혹은 추리소설가의 사유 / 백휴


○ 평론
* 영토 확장의 모험자들 - 서미애, 송시우, 박하익을 보다 / 오혜진
한국 추리의 주류라 말할 수 있는 여성 작가 3인방의 평론이다. 각 작가들의 작품과 간단한 줄거리, 감상들을 읽으며 작품에 대한 호기심이 자극된다.


○ 리뷰
* 치명적 바이러스와의 공존 / 홍정기
- 본인이 참여한 코너이다. 대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여 치명적 바이러스와 공존하며 읽어볼 만한 추미스 작품을 선별했다. 


○ 미스터리 쓰는 법
* 어디서 죽이는 아이디어를 찾지? / 한이
- 직전 호에서 '김재희'작가의 추리소설 캐릭터 만드는 법에 이은 추리 작법 비기이다. 아이디어부터 소재와 트릭 만들기까지 미스터리 작가를 희망한다면 이 알찬 비기를 빠트리지 말 것.


○ 작가의 방
* 노트북만 있다면 세상 모든 곳이 작업실 / 전건우
- 호러, 미스터리를 넘나드는 인기 작가 '전건우'작가의 작가 이야기가 담겨있다. 전업작가로 접어들고서 아이디어 고갈로 고생한 경험담이나 난관을 극복하게 된 팁등을 볼 수 있던 코너였다. 


○ 프로파일링

* 사라진 돈다발 / 황세연
- 매호 빠짐없이 퀴즈를 던지는, 20년 황금펜상의 주인공 '황세연'작가님의 추리 퀴즈 코너. 역시 재미있다. 


○ 2020년을 보내며 - 장르문학 전문출판사 대상 설문조사
* 비대면 시대, 출판은 안녕하십니까?

-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장르전문 출판사의 20년 한해를 돌아보는 흥미로운 코너이다. 20년 가장 좋았던 작품. 아쉬웠던 작품. 21년 기대작과 추리 트렌드까지 각 출판사의 취향과 경향을 알 수 있는 코너였다.



본인도 리뷰 한꼭지로 참여하긴 했지만 역시 나만의 이야기로 독자들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68호였다. 21년에는 합본호가 아닌 4회로 출간할 예정인 [계간 미스터리]에 꼭 작품을 싣기를 희망하면서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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