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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ㅣ 아르테 미스터리 1
후지마루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평점 :
너는기억못하겠지만 (2019년 초판)
저자 - 후지마루
역자 - 김은모
출판사 - 아르테
정가 - 14000원
페이지 - 368p
시급 300엔짜리 사신 아르바이트
당신이 죽은 뒤에 일종의 추가 시간이 주어진다면?....당신은 그 추가된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사신과 사자...미련과 체념...후회와 회한...이 세상을 살아가고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할 모든 사람들에게 세상을 아름답게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전하는 희망의 이야기...[너는 기억 못하겠지만]이다. 몇 년전 종영한 드라마 [도깨비]에서 검은 양복을 입고 사자들을 저승으로 인도하던 회사원 스러운 현대식 저승사자들이 기억난다. 저승주식회사의 직장인의 애환을 그리던 이 작품이 기존의 저승사자의 이미지와는 색다른 모습이라 꽤 인상깊었었는데, 옆나라 일본인이 그리는 작품속 사신 역시 독특하고 색다른 모습이라 신선하게 다가왔다.
어느날 나에게 찾아온 동급생 하나모리
그녀가 내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안한다.
최저임금에도 한참 모자란 시급 300엔...근무기간 6개월의 사신 아르바이트....
장난같은 제안에도 응할 수 밖에 없던건,
밥한끼를 먹을 돈조차 없는 나의 어려운 경제적 상황 때문이었다..
그렇게 장난같은 사신으로서의 알바가 시작되고...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망자들의 사연을 듣고 그들이 성불하지 못하고 구천을 떠도는 이유...
이승에서의 미련을 풀어주고 저승으로 떠나 보내야 한다....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어머니와 이혼후 아버지와 어려운 생활을 꾸려나가는 어두운 성격의 사쿠라 신지가 활달한 성격과 미모로 인기있는 동급생 하나모리와 함께 사신으로서 일하면서 사자들의 기구한 사연에 공감하고, 그들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하면서 자신도 인간적으로 성장하게 되는 감동과 힐링의 성장스토리가
그려진다. 이 작품에는 여타의 사신 작품들과는 다른 독특한 설정이 등장하는데, 사람이 죽고 난뒤 사자가 되면 죽음 뒤의 일상이 이어지는 추가 시간이 주어 진다는 것이다. 세상에 미련 혹은 한이 남아있어 성불하지 못하고 사자가 되지만 일상의 삶은 계속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주변인들은 사자가 죽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사자는 자신의 미련을 해소하게 되면 마침내 성불하고 사자가 추가시간동안 있었던 일들은 모두 리셋되버린다. 아...말로 설명하기 어렵네..-_-;;; 작품속 사신과 사자의 법칙을 정리하자면...
[사신]
1. 6개월 사신 기간이 끝나면 사신으로 있었던 기억은 모두 지워진다.
2. 6개월 사신 기간을 완수하면 리워드로 소원 하나를 이룰 수 있는 '희망'이 주어진다.
3. 사자의 이승에서의 미련을 간파하고 해결해주면 사자는 저승으로 떠날 수 있다.
[사자]
1. 이승을 떠나지 못할 미련 혹은 한이 남게되면 성불하지 못하고 사자가 된다.
2. 사자가 되지만 추가시간으로 생활은 이어지기 때문에 자신만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주변 사람들은 죽은줄 모름)
3. 추가시간동안 미련을 해소하면 성불
4. 추가시간은 무한하지 않고 종료시간이 존재한다. 종료시간까지 미련을 풀지 못하면 사자는 그대로 소멸
5. 사자마다 종료시간은 다름
6. 대부분의 사자는 이승에서의 미련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7. 사자가 되면 미련을 기억해낼 힌트가 되는 특별한 능력을 부여받는다.
(시간정지, 거짓말을 구분하는 능력 등등)
8. 사자는 사자를 알아 볼 수 있다.
9. 추가시간부터 성불하기까지의 일들은 오로지 사신과 사자만이 기억하게 된다.
주변인들의 기억은 사자가 죽은 직후의 시간으로 리셋된다.
10. 사신이 사자의 미련을 풀어주지 못하면 다른 사신으로 대체 된다. 사신 역시 사자를 포기할 수 있다.
이런 여러 규칙으로 다양한 상황과 생각못한 반전의 이벤트가 벌어지며 이야기로서의 재미를 증가시킨다. 사자의 미련을 알아내야하고 그 미련을 풀어줘야 성불할 수 있는 중심설정을 통해 미스터리적 요소를 끌고 가면서 사자들의 사연에 깊이 공감하고 그들의 상처를 보듬고 이해하는...감성을 자극하는 오컬트 힐링계 미스터리라고 말할 수 있을것 같다.
사망 후의 추가 시간은 정말 신의 선물일까? 추가시간동안 사자의 기억이 남아있다면...주변인들의 삶이 어떻게던 영향을 받는다면, 그렇게 과거의 잘못을 바로 잡을 기회가 주어진다면 축복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추가시간동안 사자가 말했던, 행동했던, 변화시킨 모든것은 죽은 시점으로 초기화되버리고 만다. 오로지 사자의 미련을 풀기 위해 주어진 시간인것인데...그 미련이 어떤 종류의 것이던 하루하루 또다른 죽음을 준비하기 위한 추가시간일뿐...생전의 가족과의 갈등...친구와의 싸움...갈등과 후회...이 모든 미련들을 사자가 되고나서야 풀어낸들...성불과 함께 무효가 되버리니...사자의 추가시간은 또다른 의미의 연옥이나 마찬가지이리라...
표지나 설정만을 봤을땐 다소 경쾌하고 가벼운 에피들로 감동을 이끌어내는 작품으로 예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예상과는 달리 상당히 현실적으로 비정한 세상의 쓰리고 아픈 부분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작품이었다. 저승으로 떠나지 못하고 이승을 멤도는 사자들의 미련과 한은 얼마나 깊고 어둡겠는가...연이은 사업에 실패하고 가족마저 흩어져 혼자가 되버린 실패한 가장의 쓸쓸한 죽음...오로지 집안의 대를 이을 아이만을 위해 사랑없는 결혼을 하고 출산도중 쇼크로 사망한 임산부...엄마의 집요하고 지속적인 학대로 고통받아오다 결국 아파트 7층에서 엄마의 손에 떠밀려 떨어져 죽은 초등학교 2학년 소녀....상상을 초월하는 극도의 고통과 말할 수 없는 깊은 상처로 갈기갈기 찢겨진 사자의 마음들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그들을 위해 때로는 남겨진 사람들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초짜 사신의 노력의 과정이 잔잔하지만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현실은 너무나 잔혹하고 참혹한 세상이지만...그렇기에 더욱 세상을 바꾸는 구원의 열쇠는 누군가를 걱정하고 배려하는 작은 마음...이타심이라고 말하는듯 하다.
6개월의 끝...사신으로서 모든 기억을 잊어버리고....너는 기억 못하겠지만....니가 베푼 선의의 마음들이 모이고 모여 세상을 바꾸는 희망의 초석이 되는거야...알바의 끝에 사쿠라가 적은 '희망'이란 소원이 이루어지길 나 역시 바래본다. 이 겨울 사람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이 담겨있는 가슴 따뜻해지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