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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린
장래이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19년 12월
평점 :
홀린 (2019년 초판)
저자 - 장래이
출판사 - 고즈넉이엔티
정가 - 13500원
페이지 - 395p
미래의 샹그릴라 '홀린'
케이스릴러 시리즈로 국내 추리소설계에 재미와 작품성을 동시에 갖춘 신진작가들의 작품들을 내놓고 있는 고즈넉이엔티 출판사에서 경자년 2020년을 겨냥하여 새롭게 내놓은 6권의 신작 라인업중 본인의 눈길을 사로잡은 작품이 있었으니 바로 스릴러 신작들을 비집고 외로이 끼어있는 유일한 SF작품 [홀린]이었다. 처음 들어보는 작가의 작품이 생소하게 느껴졌는데, 앞 날개에 간략히 적혀 있는 작가 소개란을 보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무려 6개국어가 가능한 능력자에 S대 대학원에서 SF로 석사 학위를 준비중이라니...허허...뭐지? 이 사람은.....-_-;;;
일단 이 작품에서 주된 소재는 전뇌이다. 인간의 기억과 인격을 디지털화 하여 언제, 어디에서든 꺼낼 수 있는, 인간의 나약한 육체를 벗어나 광대한 디지털 네트워크에서 무한히 살아갈 수 있는 전뇌기술. 이제는 SF소설이라면 떼놓을 수 없는 사골소재라면 사골인 이 전뇌를 바탕으로 어떤 새로운 세계를 보여줄지 궁금했고 [공각기동대]를 필두로 다양한 애니, 소설에서 접해진 이야기인 만큼 우리의 뇌리에 자리잡고 있는 클리셰를 어떻게 피해갈지 궁금했다.
인간은 세대를 거듭하며 한정된 자원을 거침없이 써재꼈고 기술은 발전하지만 환경을 되돌리기엔 너무 늦어버리고 만다. 결국 자원은 고갈되고 지구의 환경은 급속도로 악화되어 보조장치 없이는 숨조차 쉴 수 없는 극한의 세계가 되어버린다. 과학자들과 정부는 오염된 지구를 정화 하는것 보다 인간을 척박한 환경에서도 살 수 있는 신인류로 개량하는 것이 싸게 먹힌다는 것을 깨닫고 생체 바이오 개량 기술에 남은 자원을 갈아 넣는다. 그렇게 정상적인 수태를 통해 생산된 1세대, 인공 수정을 통한 2세대, 마지막으로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인공 자궁에서 태어나 수조에서 길러진 만들어진 신인류 3세대가 탄생한다. 바이오 동력으로 수명을 초월하고 머리에 박은 고성능 CPU로 빠른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 3세대에 과학자와 정부는 높은 기대를 건다.
박민경 박사의 아들과 딸 범재와 재희 역시 3세대로 태어난 신인류이다. 모든 이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성장한 남매중 오빠 범재가 실종되고, 어느날 동생 재희의 앞으로 택배가 배달된다. 택배의 내용물은 차갑게 식어 버린 범재의 시신. 오빠의 시신과 마주한 재희는 충격을 받고, 그녀 앞으로 의문의 메시지가 도착하는데.....
지금도 미친듯 지구의 자원을 소비하고 한겨울에 제주도 기온이 20도를 웃도는 이상기온 현상을 마주하고 있는 지금, 작품속 설정인 2073년 황폐화된 지구는 그다시 낯설지도 않고 오히려 50년이나 버틸 수 있을지도 우려된다...과연 50년 뒤엔 소설속 3세대를 개발할 만한 기술이 개발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_-;;; 평범한 인간이 오염된 미래에서는 그나마도 모자란 자원을 축내는 인간 버러지 같은 존재로 전락한다는 이야기는 급격한 빈익빈 부익부로 하루하루 생존을 위해 투쟁을 벌이는 소외된 사람들이 부르짓는 복지나 최저생계비 인상등 지금의 우리의 현실에서 좀 더 극단적으로 나아간다면 어떻게 세상이 변하게 될지 상상되는...꽤 암울하고 우울한 이야기였다.
여기까지만 이야기하려 했지만 사실상 뒷표지에 적혀있는 줄거리가 거의 스포급이라 좀 더 이야기 해본다.
'몸에서 탈출해 가상현실 플랫폼으로 대이주가 일어나는 미래의 벽혁기.
인간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는데....'
뒷표지에 적혀있는 글을 그대로 가져왔다. 결국 3세대에 이어 새로운 4세대가 출현하니. 그것이 바로 가상현실 세계에서 살아가는 전자 신인류. 4세대이다. 앞서 언급했듯 전뇌를 통해 현실의 인간들이 열악한 세상을 피해 안전하고 광대한 넷세계로 이주하는 변혁이 이루어지는 것. 한마디로 우리가 게임을 하며 게임 속에서 성장시키고 꾸미는 아바타 대신 직접 자신이 게임속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이다. -_- 이른바 디지털 이상향이자 샹그릴라. 그 플랫폼이 '홀린'이다.
정부와 과학자들이 힘들게 완벽한 신체를 가진 3세대를 만들어 놨는데 생산활동이 결여된 '홀린'으로 대이주를 해버린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 아닌가...ㅎㅎ 그 혼란의 한가운데 떨어져 버린 3세대 재희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게 되는지. 그리고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가 이번 작품에서 그려지는 이야기이다. 작가의 말에서 알게되었는데 이 이야기를 3부작 시리즈로 기획했다고 한다. 어쨌던 [홀린]으로 그 대장정의 발걸음을 땠다. 개인적으로 인간의 존재론적 고찰을 SF장르로 이야기한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앞으로 나올 2, 3부에서는 조금은 힘을 빼면 좋겠다. SF적 스케일과 상상력이 돋보이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우주로 확장된 이야기가 펼쳐질 2부가 궁금해진다. 부디 시리즈의 성공적 완결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