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 웨이 다운
제이슨 레이놀즈 지음, 황석희 옮김 / 밝은세상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롱웨이다운 (2019년 초판)

저자 - 제이슨 레이놀즈

역자 - 황석희

출판사 - 밝은세상

정가 - 15000원

페이지 - 306p



복수하는 것


사랑하는 사람이 

살해당했다면


그들을 

죽인 사람을


찾아내어 

죽여라.


그것이 이 거리의 룰이다.



아버지는 죽었다.

어머니는 나약하다.

기댈 곳은 가족의 가장인 형 숀 뿐.

그런데 

어젯밤, 형이 살해당했다.


서랍안에서 발견한 형 숀의 권총 한자루.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리고 죽음에는 죽음!


동생 윌은 권총을 뒷주머니에 차고

엘리베이터에 탄다.

7

6

5

4

3

2

.

.

.

.

7개의 층.

1층의 문이 열리는 순간.

복수의 문이 열린다.

 

약 3분도 안되는 짧은 시간.

엘리베이터 안에서

생과 사의 수 많은 갈림길이 

교차한다......



정말로 독특하다. 만약 이 책의 평점에 신선도 항목이 있다면 100점 만점을 주고 싶은 신박한 구성이다. 매 페이지에 위와 같은 운문형식의 글로 이루어져 가독성을 높이고 최소한의 설명만으로도 캐릭터의 감정을 다양하게 표현해낸다. 스릴러 소설에서는 처음 보는 형식의 작품이랄까....지금 한창 유행하는 SNS의 의미심장한 단문을 소설로 보는 기분이었다.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면서 페이지 마다 장면 장면이 살아나는 영화 같은 작품 [롱 웨이 다운]이다.



스토리 역시 뒷표지의 설명만으로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직관적이다. 나와 가장 가까운 형이 총격으로 피습되고 거리의 룰은 복수를 종용한다. 가만히 앉아서 겁쟁이가 되느냐? 비록 자신의 목숨이 위험해 지지만 권총을 뽑아들고 비정한 해결사가 되느냐? 당신이라면 어떨까?....



권총이라고는 만져본 적도 없는 풋내기. 형의 그늘 아래 할램 거리에서 살아남은 나약한 존재. 그런 꼬맹이는 형의 죽음으로 이제 노모를 모셔야할 실질적 가장이 된다. 홀로 남은 윌의 가장 이상적인 선택은 무엇일까? 오래됐지만 영화 [비트]에서 정우성이 연기했던 '민'의 대사가 떠올랐다. 

'태수야. 난 냉면처럼 가늘고 길게 살고 싶어.' 

불나방 처럼 화려하게 자신의 목숨을 태우고 사멸한다면....거리에서 윌은 그럭저럭 강단 '있었던' 멋진 놈으로 기억되겠지....

그런데 그게 뭐?....



비정한 거리의 무질서와 총격이 난무하는 갱스터를 기대했다면 이 작품은 그런류의 작품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오히려 그런 피의 굴레속에서 채 꽃피워 보지도 못하고 스러져 가는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들에게 그 모든 것을 보고 자란 작가가 보내는 진심어린 충고 같은 작품이랄까....삶과 죽음의 기로에 놓인 소년의 갈등을 밀도있게 그려내면서 총격액션과는 다른 심리적 압박과 스릴을 선사한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한다. 

페이지 가득 빽빽하게 들어찬 글자들에 현기증 나는 사람.

바빠서 책읽을 시간이 없는 사람.

SNS 같은 패스트 문학이 맞는 사람.

성장소설. 스릴러. 갱스터. 휴머니즘 등등이 취향인 사람.



300페이지. 7층에서 1층까지. 불과 몇 분. 

복수. 분노. 야유. 고뇌. 용서. 심령.

모든 것이 녹아있다. 



장담하는데

이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당신도 

알 거다.

_184p



내가 한마디 덧붙이는데...

결말을 알더라도 상관 없다.

때로는 결말보다 그 결말에 이르는 

과정이 중요할때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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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카 할머니와 휠체어 탐정 시즈카 할머니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강영혜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시즈카 할머니가 돌아왔군요. 시치리가 펼치는 안락의자 탐정의 묘미!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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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SF #1
정소연 외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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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SF #1 (2019년 초판)

저자 - 김초엽 외

출판사 - arte

정가 - 15000원

페이지 - 319p



지금 한국의 SF



SF. 오로지 SF 장르만을 위한 무크지를 보는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그것도 arte라는 메이저 출판사에서 나오는 SF전문 잡지는 처음이 아닌가 싶은데...뭔가 SF덕후로서 감회가 새롭달까...과거 SF&판타지 도서관에서 [미래경]이라는 SF 무크지를 출간하기도 했었지만 넘버링을 늘리지 못하고 중단되었고 더 과거에는 한국 전문 장르 잡지라는 가열찬 포부를 갖고 [판타스틱]이라는 장르 잡지가 출간되기도 했지만 역시 빛을 보지 못하고 폐간된 전래가 있으니 역사적인 [오늘의 SF] 첫번째 볼륨도 일단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_- 정기 간행지가 아닌 비정기적으로 나오는 무크지로 출간된 이유도 역시 들쑥 날쑥한 SF팬덤을 우려해서 인것 같기도 하다만 어찌됐던 이렇게 첫번째 잡지가 나온것 자체가 고무적인 일임엔 분명한듯 하다. 



혜성같이 등장한 '김초엽'작가의 데뷔작이 순문학 상을 받는 쾌거를 이루면서 SF에 쏠리는 관심이 높아지는 지금 딱 적절한 타이밍에 나와준 무크지라고 생각된다. 더불어 현재 한국 SF계에서 가장 '핫'하다고 생각하는 '김이환', '김초엽', '해도연', '박해울', '김창규' 작가들의 따끈한 작품들을 한번에 만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으리라. 뿐만 아니라 장르 덕후로 알려진 '연상호'감독의 인터뷰와 신작 SF 리뷰들은 SF장르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내용들로 가득하다고 생각된다. 



바야흐로 지금은 항상 외면 받던 골치 아픈 SF가 대중들에게 다가가는 과도기적 단계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김초엽'작가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이유는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대중적이고 공감가는 이야기를 그려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솔직히 무크지에 실린 몇몇 단편들은 기대이하였다. 또한 장르 무크지라면 누구나 기대하는 '재미'를 충족시키고 신규독자와 덕후독자들을 아우르는 지점이 있어야 할진데 본인이 느끼기엔 전체적으로 무겁고 딱딱했다. -_- 



처음이라는 긴장감에 너무 어깨에 힘을 준건 아닌지 모르겠다. 과거 [판타스틱]같은 적당히 재미도 추구하는 유연한 SF 잡지를 바라는 마음이다. 덧붙여 소설 부분을 흑색용지에 백색 글자로 인쇄 했는데, 분위기는 있지만 눈이 금새 피로해지고 집중이 안돼서 힘들었다. 이건 좀 수정되었으면 좋겠다. 머...이제 처음이니 회를 거듭할수록 모두가 만족할 수 있고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리라 생각한다. 앞으로 한국의 SF를 이끌어 나갈 전문잡지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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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린
장래이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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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린 (2019년 초판)

저자 - 장래이

출판사 - 고즈넉이엔티

정가 - 13500원

페이지 - 395p




미래의 샹그릴라 '홀린'



케이스릴러 시리즈로 국내 추리소설계에 재미와 작품성을 동시에 갖춘 신진작가들의 작품들을 내놓고 있는 고즈넉이엔티 출판사에서 경자년 2020년을 겨냥하여 새롭게 내놓은 6권의 신작 라인업중 본인의 눈길을 사로잡은 작품이 있었으니 바로 스릴러 신작들을 비집고 외로이 끼어있는 유일한 SF작품 [홀린]이었다. 처음 들어보는 작가의 작품이 생소하게 느껴졌는데, 앞 날개에 간략히 적혀 있는 작가 소개란을 보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무려 6개국어가 가능한 능력자에 S대 대학원에서 SF로 석사 학위를 준비중이라니...허허...뭐지? 이 사람은.....-_-;;;



일단 이 작품에서 주된 소재는 전뇌이다. 인간의 기억과 인격을 디지털화 하여 언제, 어디에서든 꺼낼 수 있는, 인간의 나약한 육체를 벗어나 광대한 디지털 네트워크에서 무한히 살아갈 수 있는 전뇌기술. 이제는 SF소설이라면 떼놓을 수 없는 사골소재라면 사골인 이 전뇌를 바탕으로 어떤 새로운 세계를 보여줄지 궁금했고 [공각기동대]를 필두로 다양한 애니, 소설에서 접해진 이야기인 만큼 우리의 뇌리에 자리잡고 있는 클리셰를 어떻게 피해갈지 궁금했다.



인간은 세대를 거듭하며 한정된 자원을 거침없이 써재꼈고 기술은 발전하지만 환경을 되돌리기엔 너무 늦어버리고 만다. 결국 자원은 고갈되고 지구의 환경은 급속도로 악화되어 보조장치 없이는 숨조차 쉴 수 없는 극한의 세계가 되어버린다. 과학자들과 정부는 오염된 지구를 정화 하는것 보다 인간을 척박한 환경에서도 살 수 있는 신인류로 개량하는 것이 싸게 먹힌다는 것을 깨닫고 생체 바이오 개량 기술에 남은 자원을 갈아 넣는다. 그렇게 정상적인 수태를 통해 생산된 1세대, 인공 수정을 통한 2세대, 마지막으로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인공 자궁에서 태어나 수조에서 길러진 만들어진 신인류 3세대가 탄생한다. 바이오 동력으로 수명을 초월하고 머리에 박은 고성능 CPU로 빠른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 3세대에 과학자와 정부는 높은 기대를 건다. 


박민경 박사의 아들과 딸 범재와 재희 역시 3세대로 태어난 신인류이다. 모든 이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성장한 남매중 오빠 범재가 실종되고, 어느날 동생 재희의 앞으로 택배가 배달된다. 택배의 내용물은 차갑게 식어 버린 범재의 시신. 오빠의 시신과 마주한 재희는 충격을 받고, 그녀 앞으로 의문의 메시지가 도착하는데.....



지금도 미친듯 지구의 자원을 소비하고 한겨울에 제주도 기온이 20도를 웃도는 이상기온 현상을 마주하고 있는 지금, 작품속 설정인 2073년 황폐화된 지구는 그다시 낯설지도 않고 오히려 50년이나 버틸 수 있을지도 우려된다...과연 50년 뒤엔 소설속 3세대를 개발할 만한 기술이 개발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_-;;; 평범한 인간이 오염된 미래에서는 그나마도 모자란 자원을 축내는 인간 버러지 같은 존재로 전락한다는 이야기는 급격한 빈익빈 부익부로 하루하루 생존을 위해 투쟁을 벌이는 소외된 사람들이 부르짓는 복지나 최저생계비 인상등 지금의 우리의 현실에서 좀 더 극단적으로 나아간다면 어떻게 세상이 변하게 될지 상상되는...꽤 암울하고 우울한 이야기였다.



여기까지만 이야기하려 했지만 사실상 뒷표지에 적혀있는 줄거리가 거의 스포급이라 좀 더 이야기 해본다. 


'몸에서 탈출해 가상현실 플랫폼으로 대이주가 일어나는 미래의 벽혁기. 

인간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는데....'


뒷표지에 적혀있는 글을 그대로 가져왔다. 결국 3세대에 이어 새로운 4세대가 출현하니. 그것이 바로 가상현실 세계에서 살아가는 전자 신인류. 4세대이다. 앞서 언급했듯 전뇌를 통해 현실의 인간들이 열악한 세상을 피해 안전하고 광대한 넷세계로 이주하는 변혁이 이루어지는 것. 한마디로 우리가 게임을 하며 게임 속에서 성장시키고 꾸미는 아바타 대신 직접 자신이 게임속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이다. -_- 이른바 디지털 이상향이자 샹그릴라. 그 플랫폼이 '홀린'이다. 



정부와 과학자들이 힘들게 완벽한 신체를 가진 3세대를 만들어 놨는데 생산활동이 결여된 '홀린'으로 대이주를 해버린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 아닌가...ㅎㅎ 그 혼란의 한가운데 떨어져 버린 3세대 재희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게 되는지. 그리고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가 이번 작품에서 그려지는 이야기이다. 작가의 말에서 알게되었는데 이 이야기를 3부작 시리즈로 기획했다고 한다. 어쨌던 [홀린]으로 그 대장정의 발걸음을 땠다. 개인적으로 인간의 존재론적 고찰을 SF장르로 이야기한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앞으로 나올 2, 3부에서는 조금은 힘을 빼면 좋겠다. SF적 스케일과 상상력이 돋보이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우주로 확장된 이야기가 펼쳐질 2부가 궁금해진다. 부디 시리즈의 성공적 완결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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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걸 안전가옥 오리지널 2
김민혜 지음 / 안전가옥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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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걸 (2019 년 초판)

저자 - 김민혜

출판사 - 안전가옥

정가 - 15000원

페이지 - 190p

 

 

허상인줄 알면서도....

 

 

장르작가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안전가옥에서 나온 두번째 장편소설이 출간되었다.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이라는 기괴하고 독특한 장편에 이어 두번째로 나온 이 작품은 SF적 판타지 보다는 현실적 감각을 잃지 안으면서도 이 시대의 워너비에 대한 지극히 현실적인 세태를 가득 담고 있어 가장 트랜디한 작품으로 읽을 수 있을 작품으로 생각된다.

 

 

전문대를 나와서 그저 그렇게 사느니 힘들더라고 강남 바닥에서 살고자 하던 가비는 배운 기술로 네일 기술자로 일한다. 어느날 꿈에도 그리던 셀럽이자 인싸 가입자인 진주가 네일샵에 들르고 그녀의 한때를 공유한 가비는 이후부터 진주의 스포트라이트를 나눠받게 된다. 결국 그녀를 추종하는 사람들이나 가비가 부러워 마지 않던 사람들이나 실상은 추악할 뿐이니....그 추악함을 알면서도 따라 하려는 눈 먼 자들의 해프닝이 펼쳐진다....

 

 

이 작품은 지극히 여성적 작품으로 여성들의 수다스런 일상을 엿보는 작품이다. 일반 작품들과 다른 점이라면 대표SNS 사이트인 인스타그램을 기준이자 척도록 마련하여 인스타 팔로워수, 좋아여 하트수로 셀럽이 정해지는 현세태를 날카롭게 바라보면서 누구나 동경하는 인싸들의 생활을 현실적으로 그려내 색즉시공 공즉시생의 태도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라 느꼈다. 수없이 쏟아지는 명품 브랜드와 화장품 브랜들....이 모든것을 알아 듣는 당신이랴면.....어느정도 가비의 인생과 맞닿아 있다고 봐도 무방할듯....

 

 

사실 본인도 인스타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팔로워수, 공감수에 연연하는 입장에서 소위 인싸들의 수천 수만의 사람들의 호응이 얼마나 달한 유혹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그 팔로워, 하트에 한번이라도 목말라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미치도록 공감할만한 내용이란게 공감 포인트 이다.  

 

 

처음엔 동경하던 인스타 인싸에서 동경의 마음을 넘어 거짓된 이야기를 남발하고 그에 따라 겪게되는 이야기를 다루는.....뭔가 씁쓸한 현실새태를 반영하는것 같아 씁쓸한 입맛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었다.

 

 

마치 호숫가에서 미친듯이 발길질을 하지만 수면위로는 우아한 백조를 바라보는 느낌이 드는 작품이다. 아이를 키우는 가장으로서 노력한 만큼, 애쓴만큼 보답받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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