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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 사회보험노무사 히나코
미즈키 히로미 지음, 민경욱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병아리 사회보험노무사 히나코 : 매일매일 일과 마주하는 우리들에게 절실한 생활밀착 업무 미스터리 소설 (2020년 초판)
저자 - 미즈키 히로미
역자 - 민경욱
출판사 - 작가정신
정가 - 13000원
페이지 - 324p
오늘도 험난한 사회생활에 좌절한 '을'들을 위한 이야기
하루하루 밥먹고 살기 위해 오늘도 회사에 나갑니다. 꼭 정장을 입고 서류가방을 들고 나가는 회사원뿐만 아니라 각자의 이유로 험난한 하루를 헤쳐나가는 알바생들까지 하는 일은 다르지만 그들 모두 누군가에게 채용되어 그들을 위해 일하는 '을'이다. (물론 '병', '정'도 있겠지만) 그러니 '갑'보다는 '을'의 숫자가 훨씬 많을 것이고 '을'들이 모여 사회를 지탱해 나간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용자는 최저의 비용으로 최고의 수익 창출을 위해 '을'들을 쥐어짤 것이고, '을'들은 조금이라도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길 원하는데, 사실 노동자를 위한 법률은 '을'들에겐 멀게만 느껴진다. 아는 것이 힘이랄까. 뭘 알아야 내가 처한 상황이, 내가 받는 대우가 적정한지 아닌지를 알 것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노동자와 사용자간의 미묘한 관계와 미스터리를 통해 정상적인 노무생활을 일깨우는 독특한 미스터리 작품이다.
이십대 초반 단기 파견직으로 회사의 총무 업무를 보던 히나코는 정직원과 파견직의 머나먼 거리를 직접 느끼면서 뼈저린 상처를 받게 된다. 이후 계약연장이 좌절된 히나코는 굳게 마음먹고 노무사 공부를해 3년만에 노무사 자격증을 취득한다. 그녀의 나이 26살. 정식 노무사로 노무사 사무소에 취업한 히나코는 각종 기업의 사회보험노무사로 드디어 정식으로 회사생활을 시작한다. 아직은 어설프고 부족하지만 그녀가 겪었던 아픔을 상기하며 기업과 노동자간의 원활한 관계를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성장해나간다.
처음에는 억압받고 차별받는 노동자를 위해 분기탱천하는 히나코의 열혈 이야기가 펼쳐질거라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사회보험노무사는 기업과 계약을 맺고 각종 노무와 관련된 허가 및 대행업무를 수행하는 직업이란 사실을 알고 헛다리 한참 짚었다고 생각했다. 허나 기업의 돈을 받는 계약관계지만 히나코는 고민하고 또 고민하여 노사간의 올바른 관계를 이끌어낸다. 생활밀착형 미스터리라는 말이 이해되는 게 사실 집보다는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월등히 길기 때문인데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의 일을 다루는 작품이니 생활밀착형일 수 밖에.....
하여 직장생활을 하면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사건들이 작품의 소재로 등장한다. 상사와의 갈등으로 퇴사한 직원이 이직 지원금을 받기 위해 잘린 것으로 요청하는 경우, 식당 아르바이트생의 열정페이, 육아휴직 제도가 없는 회사에서 고통받는 임산부, 파견직원의 애환 등등등....때로는 억울하고 불합리한 일들 속에서 히나코는 따스한 시선으로 갈등을 종식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불의에 직접 맞서고 배로 갚던 [한자와 나오키]를 읽은 직후라서인지 한자와와 히나코 간에 문제를 대하는 방식이 너무나 극단적으로 차이가 있어 비교하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한없이 유약하고 여려 보이는 히나코지만 클라이언트에게 강단있게 법적 절차에 맞춰 조언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장면을 보면서 병아리에서 닭(?)으로 서서히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었다.
매 에피소드에 숨어있는 미스터리적 요소도 직장생활의 이면적 양면성을 부각시키면서 역시 직장은 정글이란 걸 상기시킨다. 겉으론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각자 계산기를 두드리고 잇속을 챙기는....흠...이러면 작품이 추구하는 따스한 분위기와는 상반되는 건가...업무로 만나는 직장생활이지만 역시 사람과 사람이 협업하는 인간관계의 연장이기에 더 어렵다는 걸 느꼈다. 비록 사람이 죽는 잔혹한 장면은 없지만 노무 미스터리라는 독특한 소재로 시선을 사로잡는 코지미스터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