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달장군 살인사건 - 을지문덕 탐정록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정명섭 지음 / 들녘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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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달장군 살인사건 (2020년 초판)

저자 - 정명섭

출판사 - 들녘

정가 - 14000원

페이지 - 286p



바보 온달은 정말 바보였을까?



라는 의문에서 시작되는 역사 팩션 [온달장군 살인사건]이다. 월간 '정명섭'이라 불릴 정도로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고있는 '정명섭'작가의 신작인데 작년 12월에 천안 독립책방 허송세월에서 열렸던 추리 장르 스테이션 작가와의 만남의 호스트가 바로 '정명섭'작가였고 좋은 기회라 생각한 본인 역시 참석하여 정 작가님에게 직접 설명 들었던 이 작품이 실제로 출간되었다. 



자세히 기억나진 않지만 고구려 전역에 용맹을 떨친 온달 장군이 정녕 바보는 아니었을 것이고 분명 귀족과 왕족간의 권력 다툼이 얽혔을 것이라고 말한 기억이 얼핏 나는 것 같다. 실제로 정 작가님의 말을 듣다보니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는데 울보 평강 공주에게 울음을 그치지 않으면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낸다는 전래동화, 이른바 야사와 정사는 엄연히 차이가 있지 않겠는가. -_- 그렇잖아도 작품을 읽고 나무위키를 뒤져보니 온달의 정체가 하급 귀족 설을 넘어 서역계 귀화인이 아닐까라는 추측도 쓰여있으니 그의 정체가 더욱 궁금해 졌다.



죽령 이서 땅을 되찾지 못하면 살아 돌아오지 않겠다!

신라 정벌의 강한 의지를 천명하고 전쟁에 나선 온달은 불시에 습격한 신라군의 쏟아지는 화살에 등을 맞아 장렬히 전사한다. 온달의 전사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을지문덕은 온달의 시신과 온달이 사망한 장소를 찾지만 현장에서 석연치 않은점을 발견하고 의아해 한다. 사망당시 그의 직속 가병이 자리를 비운 점. 사망한 온달의 사체 상태와 사망 장소의 핏방울이 균일하지 않은 점 등 조사하면 조사할 수록 의혹이 증폭되고, 급기야 아내 평강공주와 온달의 어머니 오씨 부인이 직접 찾아와 을지문덕에게 온달의 사망에 의혹을 제기하는데......



처음부터 온달을 사망시키고 죽음의 비밀을 파헤치는 임무를 을지문덕에게 맡기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온달이 항상 갖고 다니던 금함의 분실. 온달의 가병 보밀의 실종, 을지문덕을 습격한 괴인들, 위조 금괴 등등 온달의 사망에 여러 떡밥들을 던지고 종장에 이르러 떡밥들이 연결되면서 거대한 음모가 베일을 드러내게 된다. 온달과 평강공주, 을지문덕 조사관 등 역사에 관심 없더라도 익숙한 이름들이 등장하여 작품에 흥미를 자아내게 만든다. 



죽은 온달의 관이 땅바닥에 달라 붙어 옮기지 못하자 평강이 관을 쓸어 내리자 관이 움직였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는 이 소설에서는 전부 거짓부렁이다. -_-;;;; 희망찬 동화와 지독히도 계산적이고 냉혹한 현실 사이의 괴리랄까. ㅎㅎㅎ 극적반전은 덜했지만 역사적 팩트에 작가의 상상력을 덧입혀 창조해낸 새로운 온달 장군 이야기였다. 어른들의 사정으로 그려낸 온달 이야기가 색다르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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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 김희재 장편소설
김희재 지음 / CABINET(캐비넷)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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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2020년 초판)

저자 - 김희재

출판사 - 캐비넷

정가 - 12000원

페이지 - 246p



두 남자와 한 여자의 기묘한 동거



로맨스 스릴러 [소실점]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며 성공적으로 데뷔한 작가 '김희재'의 두번째 작품이 출간됐다. 혈흔이 낭자한 침대 위 배게 그리고 [하우스]. 이번 작품은 폐쇄적인 가정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여성의 서스펜스를 그리는 메리지 스릴러일까? 나름 그정도를 생각하며 책을 펴들었다. 



성공한 프로그래머 정진과 그의 아름다운 아내 서원. 그리고 태어난지 얼마 안된 아들 원우는 민가와 외따로 떨어져 있지만 최신식 자동화 IOT 시스템으로 설계한 저택에서 모자람 없이 생활한다. 누구보다 행복해 보이는 부부의 하루. 그러나 행복 이면에는 누구도 상상못할 경악할만한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남편 정진이 출근하고 나면 홀로 있는 아내 서원을 찾아오는 남성의 그림자.....

그리고 이어지는 격정적 섹스, 질투, 배신......그리고......경악과 공포!

부디 이 작품을 단순히 치정 로맨스 스릴러로 단정 짓지는 말길 바란다. 그렇게 결론 짓기엔 결말의 전개는 너무도 충격적이기 때문이다.

   


사실 최신식 집안에서 남편 몰래 정분난 남녀의 짐승처럼 헐떡이는 정사신을 보고 있자니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분노가 치밀었던 게 사실이다.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민하고 저울질 하는 우유부단의 극치를 보이는 아내 서원을 욕하고 멍충이 같이 일편단심으로 사랑을 갖다 바치는 남편 정진의 고통에 감정이입 됐던 것도 사실이다. '손예진'이 주연했던 [아내가 결혼했다]를 보고 굉장히 찝찝했던 기분이 다시금 떠올랐다. 금단의 사랑이 취향이 아닌 이들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 불륜 짓거리를 계속 봐야 하는 건가? 라고 말이다. 그런 이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조금만 참고 더 보라고....



뭐랄까. 폐쇄된 집안에서 벌어지는 이중생활, 서스펜스, 서서히 위기에 처하는 남편 정진을 보면서 비슷한 하우스 스릴러인 'JP 덜레이니'의 [더 걸 비포]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성별을 뒤바꿔 전개하는 아류쯤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아니다. 전혀 아니었다! 그저 그런 예측 가능한 변화가 아니었다. -_-;;;;;;;



하하하.....사실 결말을 보면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렇게 갈 수도 있는 거구나! '박해로'작가의 퓨전 공포 [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 살]을 봤을때의 충격을 다시 느꼈달까. 그당시 느꼈던 황당함을 다시 느끼게 될 줄이야.....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는 [상갓집의 저주 살]과 비견될 정도로 이 [하우스]역시 꽤 도발적인 장르 크로스오버를 시도한다. 마찬가지로 [상갓집의 저주 살]과 마찬가지로 상당히 논란이 예상되는 전개이고 분명히 극명한 호불호가 갈리리라 생각된다. 



다만, 이래저래 판을 벌려 놓고 수습을 못해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유체이탈 하는 게 아니라 꽤나 치밀하고 계산적으로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 막판에 뒷통수를 후려치는 수를 보이기에 '불호'보다는 '호'쪽으로 손을 들고 싶다. 개인적으론 자극적이고 신선해서 좋았다. 누군가에겐 말도 못하게 억지스러울지도 모르겠다. 허나 결말을 위한 사전 포석이 워낙 교묘했고 그림을 보는 듯한 묘사와 치밀한 심리묘사가 좋았던지라....ㅎㅎㅎ 



말했다시피 [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 살] 혹은 '도진기'작가의 [정신자살]이 취향에 맞았다면 이 [하우스]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것. 혹은 새로운 시도에 열려있는 도전정신 강한 독자라면 충분히 시도해볼만한 작품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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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심원단 변호사 미키 할러 시리즈 Mickey Haller series
마이클 코널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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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심원단 (2020년 초판)_미키 할러 시리즈 5

저자 - 마이클 코넬리

역자 - 한정아

출판사 - RHK

정가 - 16000원

페이지 - 511p



어둠에서 빛으로



'마이클 코넬리'의 미키 할러 변호사 시리즈는 처음이다. 그러나 수년전 동명의 원작을 영화화 한 '매튜 맥커너히' 주연의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는 감상했던 기억이 난다. 꽤 오래전인 듯 하여 찾아보니 2011년 개봉작이다. 어쨌던,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미키 할러의 다섯번째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워낙 오래전에 본 영화라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사전 스토리와 상관없이 바로 이 작품 [배심원단]을 읽어도 전혀 위화감이 들지 않는 걸 보면 역시 거장이라는 칭호가 그냥 붙는 건 아닌 듯 하다. -_-



어쨌던, 일본 미스터리로는 여러 개성있는 변호사들을 만나왔는데 천조국의 변호사 그리고 법정물을 접해보니 뭔가 스케일이 다르긴 다르더라. 거의 각개격파로 의뢰인을 변호하는 일본 미스터리와는 달리 이 쪽은 로펌급으로 여러 조력자들과의 합과 협력의 과정들이 색다른 맛을 내는 것 같았다. 어찌됐던, 땅속 끝까지 추락한 미키 할러가 다시금 정신을 차리고 본궤도에 오르려 노력하는 고군분투가 펼쳐진다.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가 영화화 되면서 인기를 구가하던 미키 할러는 권력욕을 보이며 검찰청장에 도전하였으나 자신이 변호하여 풀려난 의뢰인이 대형 사고를 치는 바람에 평판이 바닥에 떨어지고 선거에서도 죽을 쑨다. 게다가 전처와의 딸에게 까지 외면 받으니 진퇴양난, 사면초가의 상황에 빠지고 만다. 최악의 현실도 현실이지만 개인적으로도 의뢰인의 대형 사고로 인한 정신적 충격에 시달리던 미키 할러에게 새로운 사건이 접수된다. 인터넷으로 매춘부를 알선하는 디지털 포주가 매춘부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잡히고 사건의 변호를 미키 할러에게 맡긴 것. 미키 할러는 사건을 조사하면서 살해당한 매춘부가 과거 자신이 변호하고 도움을 줬던 여성임을 알아차린다. 드러난 그녀의 정체와 함께 매춘부 살해사건이 거대한 음모의 한 조각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



이건 뭐 블랙코미디 인가? 작가의 위트인가....소설 내에서도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가 영화화 되어 인기를 누린다는 설정이라니....ㅎㅎㅎ



한국도 이제 막 배심원 재판제를 도입하는 발걸음 단계이지만 미국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제도로 알고 있다. 인간이 저지른 죄의 판단을 판사에게 맡기지 않고 평범한 12명의 일반인에게 맡겨 여부를 가리는 배심원제도야 말로 민주주의 법치국가의 꽃이라 부를 수 있는 제도일지 모르지만 이런 법정물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검사던, 변호사던 이 문외한 12명의 마음을 사로 잡는 이가 바로 승자라는 사실이다. 잘 모르기 때문에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반면, 모르기 때문에 그들의 의도대로 좌지우지 될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키 할러의 좌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와 토씨 하나까지 배심원단의 반응 살피며 변론하는 소름끼치도록 치밀한 법정 공방이야 말로 이 작품의 백미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이 작품뿐만 니라 모든 법정 스릴러가 법정 공방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이겠지만 말이다. 전혀 길이 보이지 않던 사건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증거를 모으고 단서 하나하나를 짜맞춰 사건 당일을 재구성하는 과정은 형사 수사물과 유사하면서도 목적의식이 뚜렷하게 대비되어 법정물에서만 느낄 수 있는 짜릿한 쾌감을 자아낸다. 더군다나 이번 빌런은 꽤 막강한 인물이니 그런 빌런을 깨부수는 카타르시스 역시 꽤 볼만 하다.


돈되는 일은 뭐든지 하고 로펌 팸을 위해 비록 더러운 일도 마다않던 미키 할러가 전작에서 커다란 위기를 맞이하여 개과천선(?)하는 과정이 절실함을 느끼게 한다. 매춘부를 고용하여 수익을 챙기는 포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역시 죄를 짓지 않았다면 자유로울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미키 할러의 변호사 의식이 멋져 보였다. 긴장감 터지는 마지막 장면만으로도 이 작품을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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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 없는 검사 표정 없는 검사 시리즈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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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형사에이어 이번엔 검사군요. ㅎㅎ 어둠에 선 검사일지, 열혈 정의의 검사일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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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피안
하오징팡 지음, 강영희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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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피안 (2020년 초판)

저자 - 하오징팡

역자 - 강영희

출판사 - 은행나무

정가 - 15000원

페이지 - 418p



인공지능의 도래로 인간은 피안에 도달할 수 있을까?



아시아 최초 휴고상 수상작가 '류츠신' 이후 [접는도시]로 휴고상을 수상하며 중국 SF계의 혜성처럼 떠오른 작가 '하오징팡'의 신작이 출간됐다. 사실 앞서 출간된 단편집 [고독 깊은 곳]이 너무나 인상깊었고 좋았기에 이번 신작에 대한 기대감도 상당히 컸었다. [인간의 피안]이라니. 제목부터 철학적 Feel이 넘치는 다분히 관념적이고 어려울 것 같은 제목임에도 망설임 없이 선택한 이유는 현실의 이야기를 SF라는 장르에 녹여내는 재능이 무척이나 탁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녀가 그려내는 세계는 가공의 세계이지만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놀랍도록 현실과 맞닿아 있다. 그런 천부적 재능을 가진 작가가 이번에 주목한 것이 바로 인간의 본질에 대한 근원이다. 



얼마전 MBC에서 슬프지만 흥미로운 다큐를 방영했다.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엄마를 위해 생전의 딸에 대한 데이터를 인공지능에 입혀 3D로 구현해낸 것.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다큐를 보면서 안타까움과 동시에 격세지감을 느꼈다. 얼마전만 해도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던 그러나 바둑의 수읽기를 학습하는 수준에 그치던 AI기술이 어느새 인공지능 스피커등을 통해 우리의 생활속에 깊숙이 침투했고 급기야 SF소설에서나 봐오던 망자의 재생(아직 기술적 보강이 필요해 보였지만)까지 실현되는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작가가 상상한 인공지능과 인간의 공존은 어떤 세상일까? '인공지능 발전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프로젝트와 함께 사유한 글들의 결과물이 이 [인간의 피안]에 실려있는 여섯 편의 작품이라고 한다. 우리에게 익숙하다면 익숙한, 엄밀히 사골소재인 AI(인공지능)을 주제로 그녀가 보여준 세계의 가능성은 실질적으로 지극히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인공지능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사유하게 하는 생각의 장을 만들어 준다. 



첫번째로 만나게 되는 작품은 [당신은 어디에 있지]이다. 지금도 인공지능이 간단한 개인의 비서 역할을 하곤 하는데, 작품은 본인과 동일한, 한마디로 내가 둘이 되는 서비스를 개발한 회사원의 이야기이다. 다만 이 서비스는 물리력이 없는게 단점인데, 간단히 말하면 업무중인 날 대신해 전화 통화를 하거나, 화상회의를 하는 정도의 개념이다. 어쨌던, 실적을 내기 위해 부던히 노력하는 영업사원의 애환(?)이 느껴지는 작품. 


두번째로 만나는 단편이 [영생 병원]인데, 개인적으로 이 단편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고 가장 충격적인 작품이었다. 병원에 입원한 임종을 앞둔 어머니를 둔 아들은 집에계신 아버지께 그 사실을 어떻게 이야기 할지 고심한다. 이윽고 마음을 정하고 본가를 찾은 아들은 경악한다. 사경을 헤매던 어머니가 건강한 모습으로 계셨던 것. 조사끝에 아들은 어머니의 정체를 간파하지만 깊은 고민에 빠진다. 진실을 알리면 어머니나 회복한줄로만 알고있는 아버지에게 충격을 안길것이고, 묻어두자니 그동안 불치병을 고쳐 부를 쌓아온 병원의 불법행위가 걸린다. 아들의 선택은.... 인간을 규정짓는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작품인데 이 질문의 해답을 위해 나의 소중한 가족을 소환하니 깊이 고민할 수 밖에 없다. 이성과 감성의 첨예한 대립을 느꼈달까. 김초엽 작가의 [관내분실]이나 한낙원 과학소설상 당선작 남유하 작가의 [로이서비스]와 궤를 같이 하는 작품인데, 떠나간 사람의 빈자리를 과학기술로 메운다면 용인할 수 있을까?... 의미를 떠나서 마지막 반전에 소름 돋았다. 깊이와 재미를 동시에 잡은 수작이다.


세번째 단편 [사랑의 문제]는 추리SF의 형식을 띈다. 배에 창을 맞고 쓰러진 인공지능 과학자와 그런 아버지를 안고 있는 피투성이의 아들. 이 장면을 목격한 인공지능 가사도우미. 아들은 아버지에게 상해를 입힌 범인으로 인공지능을 지목하고, 인공지능은 아들을 용의자로 지목한다. 이윽고 재판이 열리고 가사도우미 제작 회사까지 나서면서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복잡해 지는데.... 가족간의 불화와 인공지능의 야욕(?)이 흥미롭게 펼쳐지다가 막판에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네번째 단편 [전차 안 인간]은 인공지능을 이용한 인간들의 전쟁이 배경이다. 역튜링 테스트로 인간을 구별하여 말살하는 기존의 배경과 정반대인 아이러니한 상황을 그려내는 작품.


다섯번째 단편 [건곤과 알렉]은 이 단편집에서 [영생 병원]에 이어 두번째로 인상깊었던 작품이다. 슈퍼컴퓨터와 연결된 인공지능이 꼬꼬마 알렉과 함께 하면서 꼬맹이의 순수한 목적의식, 직선적 욕망의 표출 등을 보며 깨달음을 얻는다는 내용인데, 아마도 작가의 딸과 함께 하면서 소재를 얻지 않았을까도 싶고 때론 지극히 단순한게 정답이 아닌가란 생각을 해봤다. 


여섯번째 단편 [인간의 섬]은 제 2의 지구를 탐사하기 위해 지구를 떠났던 탐사대가 120년 만에 지구로 귀환하여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120년 만에 만난 지구인은 어딘가 어색하고 인간의 감정이 결여된 로봇 같아 보이는데..... '닉 클라크 윈도'의 [피드]와 '조지 오웰'의 [1984]를 믹스한 듯 하다. 이미 코로나 사태로 중국정부는 중국민들의 빅데이터를 수집하여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있으니 여기서 더 나아가면 작품의 일들이 벌어지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을 듯. AI를 주제로 우리가 한번쯤 떠올렸을 법한 가장 익숙한 이야기다. 인간의 충동성, 비예측성을 부각시키는 작품.



베이징 빈민들의 삶을 바라보며 빈익빈 부익부의 명암을 그렸던 [접는도시]와 마찬가지로 이성과 감정, 죽음과 불사 그리고 차안과 피안까지.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인공지능을 통해 지극히 감정적이고 충동적인 인간의 휴머니즘을 자극한다. 국내에 휴머니즘 SF 돌풍을 몰고 온 '김초엽'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과 유사한 정서를 가져가면서도 이 [인간의 피안]쪽이 좀 더 날카롭다고 해야할까? 중국 특유의 전체주의적 설정들이 이채롭게 다가왔다. 그냥 놓치기엔 아까운 작품이다. 아시아에 단 둘 뿐인 휴고상 수상작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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