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즈믹 - 세기말 탐정신화 JDC 월드
세이료인 류스이 지음, 이미나 옮김 / 비고(vigo)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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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즈믹 (2022년)

저자 - 세이료인 류스이

역자 - 이미나

출판사 - 비고

정가 - 25000원

페이지 - 1056p



“올해, 1200개의 밀실에서 1200명이 살해당한다. 누구도 막을 수 없다.“



본격 미스터리 독자로서 밀실이란 단어는 마법의 단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가능 할 것만 같은 1200개의 밀실 살인 예고라니. 기대감을 갖고 책을 펴들면 정말로 연이어 벌어지는 불가사의한 밀실 살인들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게 된다. 확실히 추리소설계의 문제작임엔 분명하다. 더불어 이 작품이 국내에 정식 출간 된것 자체가 기적과 같은 일임에도 동의한다. 다만 이토록 마니악한 작품을 품기에 나의 짬바는 너무나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게 만들었다. ㅠ_ㅠ 



자신을 '밀실경'이라 지칭하는 자의 전대미문 살인 예고장이 공개되고. 실제로 하루에 최소 3건 이상의 밀실살인이 일어난다. 성별, 나이, 지역을 가리지 않고 피해자는 깨끗한 날붙이에 목이 잘린채 죽어나가고. 등뒤에는 피해자의 피로 쓰인 '밀실'이라는 글자가 쓰여있다. 연이어 벌어지는 끔찍한 살인에 일본 본토는 경악에 휩싸이고, 경찰과 JDC(Japan Detective Club)는 사건의 범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그러던중 1200개의 밀실살인의 힌트가 되는 책 '1200년 밀실전설'이 JDC에 도착하고 탐정들은 이 책을 토대로 범인 찾기에 나서는데....



연쇄 밀실살인을 보면 알겠지만 일반적인 사건 풀이를 기대하면 안 될 것 같다. 실제로 JDC의 풀이 과정은 기상천외 그 자체이다. 복잡한 일본어 에너그램과 사건과 무의미해보이는 통계학적 수치들이 난무한다. 게다가 영국에서는 '잭 더 리퍼' 사건 이후 100년만에 벌어지는 '재키 더 리퍼' 연쇄살인 사건을 밀실경 사건과 연관지어 더욱 복잡하고 난해하게 꼬아낸다. 



작품을 읽고 난 감상을 말하자면 '난해하다'이다. 뭐랄까. 추리소설을 포스트모더니즘으로 풀어냈달까. 엄청난 작품임엔 분명하지만 그만큼 엄청난 마니악함으로 대중들이 다가가기 힘든 작품이다. 하지만 '밀실경'의 살인예고에 호기심이 동한다면 한번쯤 도전해 볼만한 작품이랄까. 포스트모더니즘의 전설이자 극악의 난해함으로 구전되어온 '토머스 핀천'의 [중력의 무지개]가 국내 출간된바 있다. 1400여 페이지에 99000원이라는 마니악한 가격에 책정되었는데 결국 지금은 절판되었다. 그에 비하면 이 [코즈믹]은 충분히 합리적인 가격으로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뒤 밀려오는 허무함은 어쩔 수 없이 독자의 몫이겠지만 말이다...



막장도 이정도면 아트art다. 대체 어떻기에 '니시오 이신'이 '세이료인 류스이'를 신이라 부르는지. 1200년 밀실전설의 비밀은 무엇인지. 호기심이 동하지 않은가. 궁금하지 않은가. ㅎㅎㅎ JDC시리즈는 [코즈믹] 뿐만 아니라 후속으로 [조커]와 [카니발]이 있단다. [코즈믹]만으로도 정신을 못차리겠는데 그 뒤로 두 편이 더 있다고?!!! 이런 미친 세계관이 얼마나 더 확장되는지 궁금해서라도 속편의 출간을 기다리게 된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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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삼킨 여자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김재희 지음 / 몽실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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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삼킨 여자 (2022년 초판)

저자 - 김재희

출판사 - 몽실북스

정가 - 15000원

페이지 - 327p



팜므파탈. 악녀이지만 눈길이 간다



현대와 경성을 오가며 본인만의 이야기를 써내려 가는 '김재희'작가의 신작이 출간됐다. 전작 [경성 부녀자 고민상담소]로 경성 여성들의 억눌린 성에 대한 대담한 담론으로 화재를 모으며 드라마 판권까지 계약되었는데 이번 작품은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다시 현대물로 회귀했다. 이번 작품은 여성 픽업아티스트. 소위 꽃뱀(?)인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다. 미인계로 남자를 꼬시고 소액사기로 살아가는 미모의 여성 설희연과 그녀에게 꼼짝없이 당하는 남정네들. 설희연을 뒤쫓는 강아람 형사의 수사가 교차되어 숨가쁘게 펼쳐진다. 



일년에 2개월만. 2개월 동안 윌세비 천만원을 바짝 모은 뒤. 바람처럼 잠적하는 미모의 픽업아티스트 설희연. 그녀는 모자란 돈을 모으기 위해 오늘도 불철주야 돈이 될만한 남자들을 물색한다. 그런 그녀의 레이더망에 걸린 남자가 있었으니 경찰관 입사를 압둔 김민동이었다. 몇 번의 데이트 끝에 삼백만원을 갈취한 설희연은 안면몰수하고 김민동과의 관계를 끊으려 하지만 이미 설희연의 마수에 빠진 김민동은 그녀와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러던중 한 모텔방에서 차디찬 시체로 발견된 김민동. 강아람 형사와 사수 김선익은 사기꾼에서 살인용의자로 바뀐 설희연을 추적하는데....



유혹하려는 자와 넘어가지 않으려는 자의 밀고 당기기.

도망치는 자와 뒤쫓는 자의 치열한 두뇌싸움.



팜므파탈. 치명적인 여성 설희연은 작품 전체를 이끄는 주인공으로 악녀지만 미워할 수 없는 비련의 여주인공을 연기한다. 작품을 읽는 독자에게 동정심을 가질 수 밖에 없도록 조종하는 '김재희'작가의 노림수이기도 하지만 사회가 만든 피해자이자 가해자인 설희연의 매력에 차츰차츰 빠져들다 보면 정황은 그녀를 살인자로 몰고 있지만 심정적으로는 살인자가 아니길 바라게 되는 복잡미묘한 심리상태가 되고만다. ㅎㅎㅎ



설희연의 대척점으로 당차고 아직 뭣모르는 새내기 형사 강아람의 수사일기 역시 흥미진진하다. '김재희'작가의 전작 [서점 탐정 유동인]과 앤솔러지 [위층집]의 [506호의 요상한 신음]으로 만났던 여청과 강아람 형사의 프리퀼이랄까. 프로파일러로 현장 경험을 쌓기 위해 사수와 함께 설희연을 추적하는 이야기는 반가움과 함께 이제껏 몰랐던 초보 형사의 풋풋함이 어우러져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더욱 진하게 만들어준다.




이뿐만이 아니다. [표정없는 남자][청년은 탐정도 불안하다]에서 만난 감건호 프로파일러가 등장하는가 하면 '양수련'작가의 [커피유령과 바리스타 탐정]의 가상의 커피숍 '할의 커피 맛'이 등장하기도 한다. '김재희'추리월드가 동료 작가의 작품에까지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게 바로 문어발식 확장인 것인가. ㅎㅎㅎ 



형사들의 초동수사와 범인을 뒤쫓는 압박수사는 한눈에 봐도 얼마나 치밀한 사전조사와 자료수집을 했는지 가늠케 한다.(말미에 작가의 말에 참고한 서적들을 소개하고 있지만서도) 한순간도 안주하지 않고 언제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작가의 모습에 진심어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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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소크라테스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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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소크라테스 (2022년)

저자 - 이사카 코타로

역자 - 김은모

출판사 - 소미미디어

정가 - 14800원

페이지 - 308p



20년의 작가생활을 아우르는 이사카 코타로의 저력



[그래스 호퍼][마리아비틀][악스] 이른바 킬리시리즈로 팬이 된 작가이지만 킬러시리즈를 제외한 다른 작품은 또 취향에 딱 맞지는 않는 '이사카 코타로'의 작가생활 20년의 내공이 담긴 단편집이 출간됐다. 치밀한 트릭, 처절한 복수, 휘황찬란한 액션.....따윈 이 [거꾸로 스크라테스]에는 없다. 하지만 이 작품집에 작가의 짧지 않은 20년의 내공이 집약되어 있다는 것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아이가 주인공인, 아이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미스터리는 생각보다 쓰기 쉽지 않다. 더군다나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휴머니즘 장르는 더욱 어렵다. 아이가 너무 어른스러워도 실패, 그렇다고 너무 몰라도 무지해보이기 때문이다. 너무 교훈만 강조해도 꼰대처럼 보이며 행동에도 제약이 많다. 감동만 추구하는 잔잔바리는 재미면에서 흥미가 떨어진다. -_-;;; 소년 탐정단을 주제로 비루한 글을 쓰면서 앞서 언급한 제약 때문에 고생했던 기억이 이 작품을 읽으며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집에 실린 다섯 단편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퀄리티를 선보인다. 예측 불가능한 결말의 반전과 재미와 감동 그리고 의미를 놓치지 않는다. 아이들의 입을 빌리고 있지만 어른들에게 건네는 따끔한 충고이며 아이들의 작은 마음들을 보듬어준다. 



1. 거꾸로 소크라테스

은근히 학생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 선생님을 혼내(?)주기 위해 친구들이 뭉쳤다. 아이들의 명량한 계약은 과연 먹혀들까?


2. 슬로하지 않다

반에서 그림자 처럼 드러나지 않은 아이들이 모여 조별 달리기 주자가 된다. 그림자 아이들을 무시하는 소녀의 코를 납작하게 해 줄 수 있을까?


3. 비옵티머스

어딘지 모르게 열의가 없어 보이는 담임선생님. 우연히 선생님의 비극적 과거를 알게 된 아이들은 선생님의 뒤를 밟는데... 


4. 언스포츠맨라이크

학창시절 함께 농구시합을 뛰었던 우정으로 성인이 되고나서도 친구의 농구교실을 돕기 위해 체육관에 모인다. 그때 총을 든 괴한이 체육관에 침입하고....


5. 거꾸로 워싱턴

아버지의 벚꽃나무를 도끼로 자른 사실을 정직하게 고백한 링컨의 일화를 신조로 삶는 소년의 좌충우돌 모험기



이야기를 읽어가면서 올바른 어른이란 무엇인지, 부끄럽지 않은 아빠는 어떠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더불어 유쾌한 에피소드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마음이 리프레쉬 되는 기분이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힐링물이랄까. 나로선 도저히 흉내도 낼 수 없는 감성이기에 더욱 끌리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딸아이가 두꺼운 책을 읽게 된다면 주저없이 추천하고픈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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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아파트 특별판 빛의 뱀파이어와 어둠의 아이 애니북 - 티빙 오리지널
서울문화사 편집부 지음 / 서울문화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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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오리지널 특별판 신비아파트 빛의 뱀파이어와 어둠의 아이 (2022년 초판)

저자 - 서울문화사 편집부

출판사 - 서울문화사

정가 - 11000원

페이지 - 167p



신비아파트 팬들을 위한 스핀오프



OTT 플랫폼의 홍수 속에서 흥미로운 드라마로 어른들을 호객하는 줄 알았더니 아이들마저 유혹의 손길을 뻗치더라. 뭔말인고 하니 인기 애니시리즈 신비아파트의 스핀오프 겪인 [빛의 뱀파이어와 어둠의 아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여타 시리즈를 케이블 방송에서 공개하는 반면 이 작품은 티빙 오리지널로 오직 티빙에서만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신비아파트 팬인 아이들이 이 작품의 광고를 접하고 내게 보고싶다고, 보여달라고 졸라댔지만 보여줄 수가 없었다. 이미 넷플과 디플에 가입중이었고 티빙까지 가입하기엔 과다지출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이 작품의 종이책 출간 소식은 반갑기 그지없는 소식이었다. 종종 극장판의 장면을 캡쳐하여 책으로 내놓은 것을 보아왔는데 티빙 오리지널판도 캡쳐 만화책으로 나와주니 책도 읽히고 애니메이션으로 보지 못한 아이들의 니즈도 충족시켜주는 일석이조의 책이 아니겠는가. ㅎㅎㅎ



신비아파트 팬을 위한 특별판 답게 신비아파트 오리지널 캐릭터 미소년들의 멋진 전투가 가득하다. 주인공 하리와 두리가 아닌 리온과 강림 그리고 뱀파이어 족인 이안이 뱀바이어 왕국의 반역자 발로우의 음모를 막아낸다. 악마가 되었지만 자신의 스승을 헤칠 수 없는 리온과 악마를 무찌르려는 강림의 대립은 마치 마벨 히어로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의 캡틴과 아이언맨을 방불케 한다. ㅎ



TV시리즈나 극장판으로는 볼 수 없는 오리지널 스토리이기에 신비아파트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작품이다. 택배가 도착하자마자 손에든 책을 낚아챈 아이들이 순식간에 독파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ㅎㅎㅎ


* 서평단으로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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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토끼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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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토끼 (2022년 초판)

저자 - 와카타케 나나미

역자 - 문승준

출판사 - 내친구의서재

정가 - 18000원

페이지 - 533p



위기의 하무라 아키라. 역대급 고난의 롤러코스터



고난의 탐정 '하무라 아키라' 신작이 출간됐다. 그동안 넘버링되어오던 '살인곰 서점의 사건파일' 시리즈가 아니라 의아했는데 읽어보니 백곰탐정사로 활동하기 이전 시간대의 작품이라 그랬던 것.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는 [불온한 잠] 한 편만 읽은지라 이제까지의 히스토리는 알지 못한다. 하여 [나쁜 토끼] 작품의 출간시점은 고려치 않고 내 나름대로 백곰탐정의 프리퀼이라 생각하며 읽었다. 



내 이름은 하무라 아키라. 

국적은 일본, 성별은 여자. 서른한 살. 하세가와 탐정사무소라는 작은 탐정사무소와 계약한 프리랜서 탐정이다. 하세가와 탐정사무소에서 직원으로 3년간 근무한 후, 하세가와 소장의 권유도 있어서 프리랜서 계약을 맺는 형태로 이곳에 남은 지 몇 년 되었다. 프리랜서 탐정이라 하면 멋지게 들리기는 하나, 요컨대 아르바이트 심부름꾼이다. 바쁠때는 잘 시간도 부족하지만 일이 없으면 굶주린다.



서른살 초반의 하무라는 [불온한 잠]으로 만났던 마흔 살의 하무라와 마찬가지로 당장 탐정업을 때려치우라는 말이 입밖에 튀어나올 정도로 고난과 위기를 맞이한다. 칼에 찔리고 다리가 분쇄골절되는가 하면 퍽치기로 납치 감금에 조난까지.... 와일드하고 시크하지만 살짝 츤데레한 탐정 하무라 아키라의 넘치는 매력을 이 작품에서 접할 수 있다. 



사건의 시작은 귀족 여학생의 가출사건에서 시작된다. 

대기업 중역의 딸 열일곱 살 미치루를 찾아 달라는 의뢰를 받고 하무라와 심부름센터(?) 직원은 한 멘션을 들이 닥친다. 남자와 함께 있던 미치루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하무라는 칼에 찔리는 부상을 입고 입원. 퇴원과 함께 새로운 미션이 주어진다. 미치루의 친구인 미와를 찾아달라는 것. 미치루와 마찬가지로 단순 가출로 여기고 주변 조사를 시작하지만 미와의 가출은 그리 단순한 사건이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엘리트 부모의 지원을 받아 모자랄 것 없는 생활을 영위하는 귀족 여학교의 여학생. 그녀들의 은밀하고도 위험한 일탈. 초반만하더라도 여고생들의 은밀한 일탈을 파고드는 학원물로 예상하고 읽었다. 그러나 하무라 아키라의 눈물의 고생담이 이어지면서 십대 여고생의 일탈은 독자의 눈을 속이기 위한 떡밥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욕망과 과시욕에 찌든 어른들의 무자비한 폭력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가녀리고 힘 없는 토끼들이 우리에 가득 모여있다. 그중 몇몇 나쁜 토끼가 우리를 벗어나 우리 밖을 뛰어 돌아다닌다. 어둠속에서 우리를 벗어난 토끼를 노리고 있던 늑대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토끼 사냥에 나선다. 가출 여고생을 나쁜 토끼로, 늑대들을 아이들을 꾀어내는 어른들로 자연스럽게 치환된다. 명예와 성공에 가려진 어른들의 이중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파멸을 향한 치킨게임에 희생된 '나쁜 토끼'들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그와는 별개로 결혼을 앞둔 친구에게 핀잔을 받으며 여성으로서 안정된 생활에서 벗어나 위험한 사건에 몸을 던지는 하무라 아키라 역시 무리에서 일탈한 '나쁜' 토끼로 비쳐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을 읽는 누구나 알 수 있으리라. 모든 역경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임무를 수행하는 '나쁜' 토끼로 인해 구원받는 토끼들이 있다는 것을. 어둠의 공포에 전등을 켜지 않고는 잠을 이룰 수 없는 하무라 아키라의 인생에 언제쯤 광명이 찾아올까. 시리즈의 종장에서야 가능할까. 그렇다면 미안하지만 조금 더 그녀의 고생담을 지켜보고 싶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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