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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토끼 ㅣ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2월
평점 :
나쁜 토끼 (2022년 초판)
저자 - 와카타케 나나미
역자 - 문승준
출판사 - 내친구의서재
정가 - 18000원
페이지 - 533p
위기의 하무라 아키라. 역대급 고난의 롤러코스터
고난의 탐정 '하무라 아키라' 신작이 출간됐다. 그동안 넘버링되어오던 '살인곰 서점의 사건파일' 시리즈가 아니라 의아했는데 읽어보니 백곰탐정사로 활동하기 이전 시간대의 작품이라 그랬던 것.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는 [불온한 잠] 한 편만 읽은지라 이제까지의 히스토리는 알지 못한다. 하여 [나쁜 토끼] 작품의 출간시점은 고려치 않고 내 나름대로 백곰탐정의 프리퀼이라 생각하며 읽었다.
내 이름은 하무라 아키라.
국적은 일본, 성별은 여자. 서른한 살. 하세가와 탐정사무소라는 작은 탐정사무소와 계약한 프리랜서 탐정이다. 하세가와 탐정사무소에서 직원으로 3년간 근무한 후, 하세가와 소장의 권유도 있어서 프리랜서 계약을 맺는 형태로 이곳에 남은 지 몇 년 되었다. 프리랜서 탐정이라 하면 멋지게 들리기는 하나, 요컨대 아르바이트 심부름꾼이다. 바쁠때는 잘 시간도 부족하지만 일이 없으면 굶주린다.
서른살 초반의 하무라는 [불온한 잠]으로 만났던 마흔 살의 하무라와 마찬가지로 당장 탐정업을 때려치우라는 말이 입밖에 튀어나올 정도로 고난과 위기를 맞이한다. 칼에 찔리고 다리가 분쇄골절되는가 하면 퍽치기로 납치 감금에 조난까지.... 와일드하고 시크하지만 살짝 츤데레한 탐정 하무라 아키라의 넘치는 매력을 이 작품에서 접할 수 있다.
사건의 시작은 귀족 여학생의 가출사건에서 시작된다.
대기업 중역의 딸 열일곱 살 미치루를 찾아 달라는 의뢰를 받고 하무라와 심부름센터(?) 직원은 한 멘션을 들이 닥친다. 남자와 함께 있던 미치루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하무라는 칼에 찔리는 부상을 입고 입원. 퇴원과 함께 새로운 미션이 주어진다. 미치루의 친구인 미와를 찾아달라는 것. 미치루와 마찬가지로 단순 가출로 여기고 주변 조사를 시작하지만 미와의 가출은 그리 단순한 사건이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엘리트 부모의 지원을 받아 모자랄 것 없는 생활을 영위하는 귀족 여학교의 여학생. 그녀들의 은밀하고도 위험한 일탈. 초반만하더라도 여고생들의 은밀한 일탈을 파고드는 학원물로 예상하고 읽었다. 그러나 하무라 아키라의 눈물의 고생담이 이어지면서 십대 여고생의 일탈은 독자의 눈을 속이기 위한 떡밥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욕망과 과시욕에 찌든 어른들의 무자비한 폭력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가녀리고 힘 없는 토끼들이 우리에 가득 모여있다. 그중 몇몇 나쁜 토끼가 우리를 벗어나 우리 밖을 뛰어 돌아다닌다. 어둠속에서 우리를 벗어난 토끼를 노리고 있던 늑대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토끼 사냥에 나선다. 가출 여고생을 나쁜 토끼로, 늑대들을 아이들을 꾀어내는 어른들로 자연스럽게 치환된다. 명예와 성공에 가려진 어른들의 이중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파멸을 향한 치킨게임에 희생된 '나쁜 토끼'들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그와는 별개로 결혼을 앞둔 친구에게 핀잔을 받으며 여성으로서 안정된 생활에서 벗어나 위험한 사건에 몸을 던지는 하무라 아키라 역시 무리에서 일탈한 '나쁜' 토끼로 비쳐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을 읽는 누구나 알 수 있으리라. 모든 역경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임무를 수행하는 '나쁜' 토끼로 인해 구원받는 토끼들이 있다는 것을. 어둠의 공포에 전등을 켜지 않고는 잠을 이룰 수 없는 하무라 아키라의 인생에 언제쯤 광명이 찾아올까. 시리즈의 종장에서야 가능할까. 그렇다면 미안하지만 조금 더 그녀의 고생담을 지켜보고 싶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