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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초 후에 죽는다
사카키바야시 메이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9월
평점 :
15초 후에 죽는다 (2022년 초판)
저자 - 사카키바야시 메이
역자 - 이연승
출판사 - 블루홀6
정가 - 16800원
페이지 - 432p
짧기만 한 15초 안에 벌어지는 무궁한 이야기
제목을 보고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토록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이라니! 처음 이 책의 출간소식을 접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거짓말 하나 안보태고 바로 전날 [40초 뒤에 죽는다]라는 제목의 단편을 구상했었기 때문이다. 엄청난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단지 우연일 뿐이라 생각하며 80%의 구상을 끝냈을즈음 이 책을 읽어보았다. 그런데..... -_-;;;; 첫번째 단편을 읽고 경악에 빠져버렸다.
1. 15초
가슴에 구멍이 생겼다. 강렬한 통증이 시작될 무렵 주변이 멈추고 주마등 타임이 시작됐다. 인생을 반추할 무렵 느닷없이 나타난 고양이에 시선을 빼앗기고 가슴에 총을 맞았다는 자각을 느낄때즈음 고양이가 내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당신에게 남은 시간은 15초에요.'
그 순간 결심했다. 이 15초를 이용하여 날 죽인 범인의 정체를 남기기로...
2. 이다음 충격적인 결말이
누나가 즐겨보던 드라마의 마지막회가 시작됐다. 누나의 옆에서 드문드문 지켜보던 드라마는 어느덧 두 남녀의 해피엔딩을 향해 달려가는 것 처럼 보였다. 그때 퇴근한 아빠를 맞이하러 간 나. 15초 만에 돌아오니 여주인공이 사망한채 배드엔딩으로 끝나버린 것이 아닌가. 종잡을 수 없는 스토리에 당황한 날 보던 누나가 내기를 제안한다.
'네가 자리를비운 15초 동안 여주가 죽어버린 이유를 유추해봐.'
나는 OTT서비스로 드라마의 첫 회를 재생 시켰다.
3. 불면증
1년전 날 입양한 엄마와 단둘이 살아가던 난 자꾸만 같은 꿈을 꾼다. 엄마와 단둘이 승용차 안에 타고 졸고 있는 나. 잠에서 깨어 정면을 바라보면 어김없이 화물차가 중앙선을 넘어 우리가 탄 승용차로 돌진한다.
졸음에서 깬지 15초 뒤에 화물차와 들이 받는 꿈.
왜 반복해서 이런 꿈을 꾸는 걸까?.....
4. 머리가 잘려도 죽지 않는 우리의 머리 없는 살인 사건
작은 섬마을 적토도에는 마을사람들만 공유하는 비밀이 있다. 바로 머리가 몸통과 분리되어도 15초 안에 다시 이어붙이면 목숨을 잃지 않는 특이체질이라는 것. 머리를 때었다 붙이는 마을 전체의 종교행사가 있던 날. 창고 안에서 머리 없이 교복을 입은 몸뚱이가 불에 탄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CCTV확인결과 시신을 끌고 들어간 남자가 포착됐지만 그가 창고를 나온 영상은 없다. 출입구를 제외한 유일한 창문은 낭떠러지로 나있어 출입이 불가한 상황.
게다가 살인사건과 때를 맞춰 마을에 단 3명 뿐인 고1 학생들이 행방불명 되는데.....
과연 불에 타 사망한 이는 누구이며 범인은 어디로 갔을까?
처음 제목을 봤을 땐 막연히 첫번재 단편 [15초]를 표제작으로 따낸 제목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두 번째, 세번째, 네번째 작품을 연이어 읽으며 내 생각이 틀렸단 것을 깨달았다. [15초 후에 죽는다]는 이 작품집의 전제되는 기본 설정이다. 때와 상황을 달리한 15초 뒤에 죽는 상황들로 이루어진 단편집. 그렇다 특수설정 단편집인 것이다. [투명인간은 밀실에 숨는다] 역시 네 편으로 이루어진 특수설정 단편집이지만 각기 다른 개별설정으로 구성된 반면, 이 단편집은 '15초 후의 사망'이란 전제를 이어가는 단편집이기에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앞서 언급했던 [15초]는 독자의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키는 꽤나 강렬한 작품이다. 더불어 내가 구상했던 작품의 도입부와 너무나 유사해 눈물을 머금고 설정을 수정해야 겠다고 마음 먹은 뼈아픈 작품이기도 하다. 현실 시간과 주마등 타임을 섞어내 짧디 짧은 15초 안에 범인의 정체를 유추하고 나아가 반격까지 계획하는 반전의 반전의 반전을 담아낸 뛰어난 작품이었다.
두번째 작품은 드라마 작가와 시청자(독자)와의 추리 한판을 펼치는 독특한 이야기인데, 두 남매간의 내가와 시간여행이 가능한 여주와 남탕정의 액자식 스토리. 더불어 남매간 대화와 드라마 캐릭터 간의 대화의 경계가 불문명하여 더욱 더 복잡하고 정신없는 이야기를 선보인다. [불면증]은 현실과 꿈의 경계를 불분명하게 설정하여 반전을 꾀한다. 엄마와 입양한 딸아이의 슬픈 이야기... 반전의 결말까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마지막 제목이 아주 긴 [머리가 잘려도 죽지 않는 우리의 머리 없는 살인 사건]은 기나긴 제목만큼 이 단편집에서 가장 많은 분량의 중편 작품이다. 그리고 가장 독특하고 기발한 특수설정인데 15초 내로 머리를 땠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설정만으로도 이 작품에 대한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다는 생각이다. ㅎㅎㅎ 일본 미스터리만이 가질 수 있는 기발하고 독특한 설정과 반전의 묘미. 억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이미 특수설정이라 단정짓고 있으니 말이다. 작가가 뿌려놓은 떡밥들을 얼마나 캐치할지 그저 즐기면 되는 것이다. ㅋ
이번 [계간 미스터리 2022 가을호]에 오컬트 특수설정으로 [망령의 살의]란 작품을 개재했다. 현재 구상중인 작품 [40초]와 더불어 특수설정 단편집을 내고 싶은 목표가 생겼다. 신선한 자극을 주는 단편집이다. 치밀하고 기발한 미스터리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작품집이라 확신한다.
* 출판사 서평단으로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