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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 관내분실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TRS가 돌보고 있습니다 + 마지막 로그 + 라디오 장례식 + 독립의 오단계
김초엽 외 지음 / 허블 / 2018년 3월
평점 :
제2회한국과학문학상수상작품집 (2018년 초판)
저자 - 김초엽, 김혜진, 오정연, 이루카
출판사 - 허블
정가 - 12000원
페이지 - 292p
올해도 나왔다!!!
머니투데이에서 개최됐던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 6편을 묶어 출간된 이번 작품집은 재작년 수상작 3편에 비해 무려 2배나 많은 수상작을 배출하였으니 그만큼 좋은 작품들이 출품 되었다는 반증이리라. 게다가 대상을 수상한 '김초엽'작가가 대상에 이어 가작을 함께 수상하는 2관왕의 기염을 토하였으니...뛰어난 SF신인이 발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화학을 전공한 과학도 라고 하니..언젠간 국산 하드 SF를 보는날도 오지 않을까?..하는 작은 바램도 가져 본다...어찌됐던...1회와 2회의 작품을 비교하는건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1회보다 작품의 수준이 더 업그레이드 된 느낌이다.
1. 관내분실 - 김초엽 (대상)
얼마 지나지 않은 미래, 망자는 데이터베이스화 되어 생전의 모습과 기억을 갖고 도서관에 기억되어 서비스 되는 시대이다. 얼마 뒤 엄마가 되는 임산부 지민은 생전 자신을 정신적으로 학대하던 엄마에게 과거의 일들을 묻기 위해 도서관을 찾는다. 엄마를 불러내기 위해 망자 목록을 검색하던 직원은 데이터베이스에 엄마의 인덱스가 사라져 데이터가 삭제 된것은 아니지만 엄마를 불러낼수 없는 관내분실 상태라고 말한다. 오기가 생긴 지민은 엄마의 데이터를 다시 찾기 위해 엄마가 살았던 인생을 예비 엄마의 눈으로 되돌아 보는데....
- 얼마전 읽었던 '이츠키 유' 작가의 [무지개를 기다리는 그녀]가 생각나는 작품이었다. 작품속 망자 미즈시나 하루를 그대로 인공지능과 접목하여 넷상에서 무한히 살아가게 만드는 프로젝트를 그리는 이야기였는데, 그 프로젝트가 완전 성공하여 상업화 되면 딱 [관내분실]의 망자 재현 서비스가 될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무지개를 기다리는 그녀]에서는 인공지능의 접목으로 넷상의 망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체적으로 성장하지만 [관내분실]속 데이터화된 망자는 성장 없이 생전의 생각이나 말투를 흉내내는 수준에 그치는것이 다른점이랄까.. 산후 우울증 이후 제대로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히스테리 속에서 죽기전까지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지민이 자신이 엄마가 되면서 엄마의 눈으로 엄마를 바라보고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를 디지털 망자 서비스라는 SF적 소재에 접목한 이야기였다. 아무리 시대가 발전하고 기술이 가속화 된다고 해도, 엄마는 엄마 아니겠는가...아이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고 희생하며 사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따스한 시선으로 그려내는 작품이었다. 중심 소재인 망자 재현 서비스도 현재 웹상에서 서비스 하고 있는 사이버 추모 서비스등을 보면 조만간 현실화 되는 날이 올것도 같다.
2.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김초엽 (가작)
오래된 우주 정거장, 노년에 접어든 한 여성과 엔지니어의 대화로 시작된다. 냉동수면 기술을 연구하던 과학자인 노인은 가족들을 먼저 먼 우주 개척지에 보낸뒤 지구에서 딥프리징 연구를 마무리 지으면 따라 떠나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광속 비행이 불가능한 현실에서 오랜 시간동안 항해해야 하는 장거리 우주여행의 대안은 딥프리징 기술 밖에 없었던 것이다. 오랜 연구 끝에 드디어 결실을 맺을때쯤 우연한 계기로 우주의 웜홀이 발견되고...우주에 산개된 웜홀을 활성화 시켜 장거리 우주여행이 가능해 진다. 덕분에 먼거리를 단시간에 여행하는게 가능해 졌지만 웜홀이 없는 장거리 지역의 우주비행은 고비용, 고위험을 이유로 운행이 없어져 버린다. 결국 가족이 머물고 있는 애매한 거리의 우주 개척지를 찾아갈 방법이 없어져 버린것이다....
- 대상 작가의 또다른 가작 단편이다. 대상작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 이면서도 뭔가에 대한 그리움이란 공통된 감정을 공유하는 작품 같기도...냉동수면, 웜홀, 워프항해, 우주 엘리베이터 등등 SF덕후라면 반가워 할만한 이야기들이 언급된다. 작가가 SF덕후로서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걸 이 단편을 통해 알 수 있었다.
3. TRS가 돌보고 있습니다 - 김혜진 (가작)
로봇이 간병을 돌보는 시대...지치지 않고, 꾸준히 환자를 간병할 수 있는 로봇 간병인 TRS가 큰 인기를 끈다. 10년이상 식물인간인 엄마를 돌보는 TRS는 함께 돌보는 아들의 정신 건강이 위험수위에 와있다는걸 계산하고 아들을 지키기 위해 로봇 나름의 결심을 하게 된다....
- 가치판단을 통해 사람을 해하는 결정을 내리는 AI로봇?...작품에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알겠으나 무턱대고 엄마가 죽어야 아들이 산다는 논점 자체가 납득이 잘 되지 않는 작품이었다. 마지막 결말도 약간 엉성한 느낌...다만 기독교 목사와 로봇간의 대화나, 사건 이후 로봇 회사에서의 흐름은 [레디메이드 보살]이 떠올랐다.
4. 마지막 로그 - 오정연 (가작)
안드로이드를 이용하여 안락사를 하게되는 미래 시대의 풍속도를 그린다. 일정 기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안락사 도우미인 안드로이드와 함께 생활하면서 의뢰자는 죽던가, 아니면 죽음을 유예 할 수 있는 결정권이 주어지고, 안드로이드는 프로그램에 의해 이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한 남성의 안락사 도우미로 배정된 초기 버전의 안드로이드는.....
- 3번 단편과 마찬가지로 자체적으로 가치 판단을 내리고 마음대로 결정을 내리는 AI를 그린다. 안드로이드가 오동작을 내리게 된 계기에 대한 언급은 빈약했던것 같다.
5. 라디오 장례식 - 김선호 (가작)
대재난 이후 벙커안에서 홀로 라디오만 듣던 로봇은 라디오가 고장나자 드디어 자기발로 벙커 밖 세계로 발을 내딛는데....
- 딱 여기까지만 좋았다...이후 노인과 청년의 생존 장면, 노인과 로봇의 장면은 익히 알고 있는 대재난 장르로서 그닥 신선할것 없는 진부한 이야기였다.
6. 독립의 오단계 - 이루카 (가작)
불의의 사고로 신체를 잃고 뇌의 일부만 남은 아들에게 로봇의 몸과 인공지능 뇌를 연결하여 확장 시켜 생명을 연장 시키는 수술을 받게 한다. 그렇게 아들은 되살아 나지만, 아들의 인격과 인공지능의 인격이 함께 공존하게 된다. 자신을 살린 엄마의 학대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아들은 인공지능의 인격에게 자신의 인격을 죽여달라고 명하고, 인공지능 인격은 아들의 인격을 말살한다. 이에 분노한 엄마는 안드로이드를 살해 혐의로 법정에 세우는데.....
- 독특한 소재에 법정 논쟁이 접목되어 좋았던 작품이다. 인간의 몸이 아닌 독립된 인격을 가진 인공지능을 인간이라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물음을 던지는 작품이었다. 하나의 몸에 두가지 인격이 대화하고 하나의 인격을 말살하는 장면은 인상깊게 다가왔다.
이번 작품집엔 인공지능 로봇을 소재로 하는 작품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던것 같다. -_- 문학상에 따로 주제를 정해준것 같지는 않고, 그만큼 현재의 대세 이슈는 인공지능과 안드로이드라고 봐야 하는것인가?...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격돌 이후 1년이 지난 2017년에도 인공지능의 열풍은 계속 됐던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SF의 정석적인 이야기를 보여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 더욱 빛나 보이는것 같기도 하다. 근간으로 제2회 한국과학상 수상작 장편 대상이 쓰여있는것을 보니 1회와는 다르게 장편도 출간해주나 보다. 어떤 이야기를, 어떤 세계를 보여줄지 기대하면서...올 3회 과학상도 출간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