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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등사
다와다 요코 지음, 남상욱 옮김 / 자음과모음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헌등사 (2018년 초판)
저자 - 다와다 요코
역자 - 남상욱
출판사 - 자음과모음
정가 - 13800원
페이지 - 304p
동일본 대지진 이후의 디스토피아 SF
1. 헌등사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이후 어느덧 7년의 시간이 지났다.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7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핵 연료봉은 여전히 멘틀을 뚫고 지구 중심으로 침하중이고, 방사능에 오염된 냉각수는 태평양 바다로 연일 쏟아지고 있다. 인간의
힘으로는 수습하지 못할 전 지구적인 방사능 재해...소리없는 살인자 방사능 피폭으로 인한 일본의 피해는 아직까지는 크게 가시화
되고 있지 않지만 세슘의 반감기가 30년인 만큼 오랫동안 노출되어 피폭된 피해는 언제 치솟을지 모를일이고, 도쿄 내 유소년들의
갑상선 암 발생율이 대지진 전후로 크게 치솟았다는 데이터만으로도 후손들의 방사능의 공포는 옆나라인 한국에서도 피부에 와닿
을 정도로 심각하게 느껴진다.
대지진 이후....원전 사고 발생 후 3 세대가 지난 뒤의 일본의 모습을 그리는 이 작품은 그래서 더욱 무섭게 다가온다. 일본이 언젠가 맞이할 모습을 그리는 청사진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웃과의 담소, 친구들과 함께 하는 학교생활...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등장 인물들의 잔잔한 모습들...그러나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끔찍하기 이를데 없다...작품속 방사능의 확산을 막기 위해 일본 밖으로의 여행이 금지된 쇄국정책과 함께 방사능에 대한 언급은 정부로 부터 엄격하게 통제되는 절망의 디스토피아 일본...원전 사고 이전의 생존자인 108세의 노인이 오염된 토양에서 오염된 음식을 먹고 자란 소년 보다 더 건강한 아이러니함...그저 이땅에서 태어 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빨이 모두 뽑혀나가고, 미열을 동반한 구토증에 시달리고, 숨이 차 뜀박질 조차 하지 못하는...평범한 일상을 아예 경험해 보지 못하는 아이들....페이지를 읽는것이 너무나 고통스러울 정도로 비극적이고 참혹하다. 어찌 손써보지도 못할 대재난에 따른 재앙으로 인한 이 피해를 왜 죄 없는 아이들이 떠안아야 하는것인가...
일본의 참혹한 미래를 그리고 있지만 현재의 여론만을 의식한채 보도 통제에 나서는 일본 정부를 날카롭게 비판하면서, 일본 땅에서나고 자라 삶의 터전을 버리고 떠날 수 없는...공포를 안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손쓸 수 없는 절망의 공포를 담담한 어조로 묵직하게 그려내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작가의 상상으로 그려낸 픽션이다...(이렇게 공포스러운 디스토피아는 처음인것 같다...) 하지만 단순한 픽션으로치부할수없는 이유는 이미 체르노빌이라는 재앙적 선례가 있었고, 후쿠시마의 사고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2020년 하계 올림픽을 위해 후쿠시마에서 불과 8키로 떨어진 마을과 지나는 역들을 정상화시키고 있다고 한다. 마냥 공포에 떨며 위축된채 살수는 없지만 현재의 일본정부의 행동은 '먹어서 응원하자'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후쿠시마 농산물을 먹어 치우고 내부피폭된 유명인을 보는 듯이 성급하고 위험해 보인다. 그런 답답한 짓거릴 보고 있으니 자연스레 이런 자포자기 심정의 디스토피아가 나온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
대지진 전 이미 이민을 통해 일본 밖에서 일본인으로서 솔직한 시각으로 바라본 진짜 일본의 미래를 목도할 수 있는 작품이다...평면으로 펼쳐 놓은 세계지도와 같이 지금이야 일본에 국한된 문제로 보이지만..지구는 둥근법...시간이 지나면 방사능은 흐르고 흘러전 세계에 퍼지게 될 것이다...젠장...서쪽엔 중국 황사....동쪽엔 방사능...재난의 샌드위치 한국이여....ㅠ_ㅠ..시간이 흘러...현실이 이 픽션대로 흘러 갈지 아닐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부디 이런 식으로 현실화 되지는 않기를 두 손 모아 진심으로 기도할뿐이다...
2. 끝도 없이 달리는
꽃꽃이 회에서 만난 이치코와 텐짱..커피숍에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던중 지진이 발생한다. 웨이터는 식당 밖으로 도망치고 상황을살펴보던 이치코와 텐짱은 밖으로 사뿐 사뿐 뛰어나간다. 건물이 흔들려 금이 가고, 전신주들의 인사하는 혼돈의 상황, 서로에게 달리기 호흡법을 코치하며 가벼운 뜀박질 이후 어느 학교 운동장에 피난을 가고, 준비된 이불과 지원된 옷가지들을 바라보며 소꿉장난, 코스프레하는 기분으로 즐기는 두 커플....
앞선 중편 [헌등사]와 비슷한 분위기의 단편이다. 현실은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인데 반해 작품속 등장 인물은 너무나 평온하고 안정적인 극명한 현실과의 괴리감....
3. 불사의 섬
[헌등사]의 세계관이 이어지는 단편이다. 원전사고 이후 일본은 고립되고, 먼저 이민 나왔던 작가가 작품에 등장하여 원전사고 전후의 일본정세와 세계 국가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변소설이다.
"젊다고 하는 형용사가 젊음이었던 시대는 끝나고, 젊다고 하면 설 수 없다. 걸을 수 없다. 눈이 보이지 않는다. 먹을 수 없다. 말할 수 없다는 의미가 되고 말았다. '영원의 청춘'이 이렇게나 고통스러운 것이라고는 앞 세기까지는 누구도 예상치 못하고 있었다."
"아무리 열심히 간호해도 젊은 사람들 순으로 모습이 사라진다. 미래를 생각할 여유 따위 없는 사이에 다음 대지진이 엄습해왔다. 새롭게 부서진 4개의 원자로로부터는 아무것도 세지 않았다고 정부는 발표했지만, 아무튼 민영화된 정부가 말하는 것이므로 신용해도 좋을지 어떨지는 모른다."
4. 피안
원전사고 이후 미련한 사람들은 다시금 원자력 발전소를 건립하고, 전투기 조종사는 하필 이 발전소로 떨어진다. 다시한번 하늘을 수놓는 버섯구름...몇 만명이 방사능에 피폭당하고, 외교부 정치가 '세대'는 배를 타고 국외로 피난을 떠난다. 정치가는 통일된 조선연방으로 무사히 이민갈 수 있을까?...
원전 사고는 지진이나 해일 같은 자연 재해로만 발생할 수 있는것이 아니다. 얼마든지 인재로도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그렇기에 인류 최악의 재난을 야기 시킬 수 있는 가장 위험한 건축물인 것이다. 원전에 반대 입장을 갖고 있는 작가의 줄기찬 외침이 들리는듯 하다.
5. 동물들의 바벨
대홍수 이후 노아의 방주에 타지 못한 인간을 멸종되고, 살아남은 동물들이 인간의 삶을 재해석하는 연극
작품 전반에 원전에 대한 우려와 중단을 요구하는 작가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멜트다운 이후 아이를 지키기 위해 교토로 피난을 간 가족의 기사 밑에 달린 "자기만 도망치는 것은 비겁"이라는 댓글에 충격을 받고 이 소설집을 쓰게 되었다고 하는데, 뭐지?..그럼 다같이 죽자는 말인가?...'먹어서 응원하자'와 다를 바 없는 우매한 대중의 비뚤어진 비겁한 생각에 할말을 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