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심
고은채 지음 / 답(도서출판)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사모하는 마음, 그리운 이여 연심 (2018년 초판)

저자 - 고은채

출판사 - 도서출판답

정가 - 13000원

페이지 - 295p




치명적이고 독이 된 사랑...



1930년대 일제치하라는 어두운 암흑의 시대 속에서 격변의 격랑에 휘말려 처절하고 비참한 인생을 살다간

한 평범했던 여성의 사랑과 일생을 그린 작품이 출간되었다. 비탄에 잠긴 한 인생의 선명한 자취를 깊이

있는 통찰과 서정적 묘사로 뼈아픈 시대적 상황에 절묘하게 녹여낸 수작이라 평하고 싶은 이 작품이 작가의 

데뷔작이자 18살 고등학교 문학시간에 선생님 몰레 교과서에 끄적였던 습작이었다는것에 실로 커다란 충격

을 받았다. -_-;; 식상한 얘기지만 내가 그 나이땐 몰래 친구들과 술집서 술마시다 걸려 남들 수업받는 

동안 학교 운동장의 돌을 고르던 시기 였으니 작가와 나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차원의 벽이 존재하는 듯한

수준차이가 있다는 말이다..-_-;;;; 어쨌던...18살때 처음 시작된 작품을 3년의 시간을 거쳐 21살의 나이에

이렇게 번듯한 정식 장편으로 출간하였다고 하는데, 솔직히 나이 얘기를 하지 않는 이상 전혀 데뷔작의 어설

픔이나 나이가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수준 높은 문장을 선보인다. 문학적 안목이나 식견은 전무 하지만 딱

첫 페이지만 읽어도 문장 안에 숨겨진 내공이 느껴질 정도랄까...



부유한 자산가의 딸로 태어난 심은휘는 어릴적 엄마를 여의고 아버지와 오빠, 세식구가 생활한다. 어머니를

따라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서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은휘는 예쁜 외모와 지적 분위기로 사교계에 주목

받는 처녀로 자라난다. 어느날 아버지로 부터 망나니 오빠의 친구로 오래도록 어울려오던 부유한 망나니 

박동빈과 정략 결혼을 하라는 말을 들은 은휘는 동빈을 매정하게 거절하고 그대로 집을 뛰쳐나와 전부터

만난 가난한 신문사 기자 장재우와 비밀결혼을 하고 재우의 셋방에서 신혼살림을 차린다. 재우와 은휘는

가난하지만 하루하루 행복한 생활을 하며 미래를 꿈꿔보지만...독립운동을 의심받아 신문사로 쳐들어온

순사에게 재우가 잡혀가고....오랜 기간 모진 고문을 받고 가까스로 풀려나지만 재우의 상태는 영혼이 빠져

나가 숨만쉬는 시체와 다를바 없는 상태로 돌아온다.....



자신의 진정한 연인을 찾아 소신있게, 소박하게 사랑을 키워가던 은휘는 한순간 정말로 끝없는 나락에 잠식

되고...이후 은휘가 겪는 참상은 정말 제대로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그려진다...18세의 나이에

이렇게 암울한 시대에 이렇게 비극적이고 극렬한 지옥의 수렁에 빠지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그것도 문학

시간에..) 생각해낸 저의는 모르겠으나 은휘가 점점 더 깊은 불지옥을 걸어 갈수록 작품을 읽는 나 역시

점점 더 작품에 빠져들게 만드는 마력을 발산해낸다. 



은휘, 재우, 동빈...세 남녀의 엇갈리는 사랑, 집착과 착취, 굶주림...인간성을 짓 밟는 폭력....그리고 

산산이 조각 나는 한 여인...너무나 아픈 사랑이다. 누가 그녀에게 돌을 던지랴... 이야기는 익숙한 클리셰를 

답습하지만 그 익숙한 이야기를 통해 전달되는 고통은 너무나 생생하다. 18세라는 소녀와 어른 그 어딘가의 

아슬아슬한 내적 감수성을 작가의 깊이 있는 문체로 표현해낸 작품이라 생각된다. 오로지 살아 남기 위해, 

연인을 살리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간 한 여성의 가슴 시린 사랑에 절로 숙연해 지는 작품이었다.



굳이 나이를 따지지 않더라도 다음 차기작이 기대되는 작가인것 같다. 그녀가 그리는 다음 작품은 어떤 빛깔

을 띌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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