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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를 기다리는 그녀
이쓰키 유 지음, 김현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2월
평점 :
무지개를기다리는그녀 (2018년 초판)
저자 - 이쓰키 유
역자 - 김현화
출판사 - 소미미디어
정가 - 14800원
페이지 - 454p
죽은 그녀를 되살려라..
바로 직전에 봤던 작품 [포제션]이 망자를 빙의로 되살리는 내용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망자를 인공지능화 하여
되살리는 내용의 작품이다. 어쩌다 보니 연이어 죽은 누군가를 되살리는 내용의 작품을 보게 되는것인데, 같은
목적을 가졌지만 두 작품의 온도차이는 확연하다. [포제션]은 오컬트 심리 미스터리, 이 작품은 SF 미스터리
이니 말이다. AI(인공지능)는 과거 막연하게 '필립 K 딕'의 [스크리머스]같은 작품들이나 [매트릭스]와 같은
디스토피아 영화에서 단순 소재로 쓰이던 것이 이제는 아이폰의 시리나 요즘 유행처럼 가정에 보급되고 있는
인공지능 스피커까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수준에 까지 이르게 됐다. 하여 작품속 이야
기의 배경이 되는 멀지않은 미래 2020년, 망자를 인공지능으로 되살리려는 작품의 프로젝트가 그리 허황되게
느껴지지 않는건 그 때문일 것이다. 작품에서 나오는 것처럼 수준 높은 인공지능은 아니더라도 이미 실생활에서
접하고 있는 소재이기 때문에 작품은 굉장히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따분한 일생을 사느니 죽는게 낫다 싶어 고등학생 시절 자살기도까지 했던 뇌섹남 인텔리 구도는 그나마 자신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분야인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작은 게임 회사에서 사용자의 친구이자 연인을 자처하는
인공지능 '프리쿠토'를 개발하는 연구원으로 일한다. 온갖 노력 끝에 프리쿠토의 런칭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이후의 개발 행보를 논의하던중 사망하여 사라진 유명 연애인을 인공지능으로 되살리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동하고, 첫번째 프로토타입으로 6년전 화려하게 자살한 소녀 '미즈시나 하루'를 인공지능화하기로 한다.
6년전...자신이 만든 액션 게임 '리빙데드 시부야'로 게임을 하는 유저의 드론을 현실과 연동하여 옥상위에서
드론이 쏘는 권총탄에 맞아 자살한 하루. 미모와 더불어 이색적인 자살로 인하여 일부 덕후들에게 여신으로 추앙
받던 하루의 삶을 조사하던 구도는 그녀에게 인간적으로 빠져드는데....
공개된 플롯만 보고 인공지능을 이용한 굉장히 스펙터클한 SF작품일거라 생각하며 읽었는데, 작품 자체는 AI라는
소제를 이용하여 인간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드는 소소한 작품이었다. 근미래 인공지능 프렌드가 대중화된
세계답게 야기 될 수 있는 여러 문제점들을 담고 있는데, 인공지능 프렌드 때문에 현실의 연인과 헤어지고, 심지어
이혼까지 하게되어 배우자가 구도의 게임 회사로 소송을 걸거나 히키코모리가 프리쿠토와만 소통하다 자살해버리는
등 실제로 인공지능으로 야기 될 수 있는 웃지 못할 헤프닝들을 보여준다. 또한 구도가 개발한 바둑 인공지능과
일본 바둑 기사가 대결하는 에피소드가 꽤 비중있게 다뤄지는데, 보자마자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알파고 VS
이세돌'의 세기의 대국이 연상된다. 작품이 발표된 시기가 2016년 이니 실제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을 소스로
작품을 썼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작품과는 달리 현실에선 2016년 이세돌의 1승이 인공지능을 인간이 이긴
마지막 1승이 아닐까 싶다...) 현재 프리랜서 웹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작가의 이력만큼 AI개발에 대한 세세하고
체계적인 설정과 함께 AI가 대중화된 세상에 대해 많은 고심의 흔적이 보이는 작품이었다.
미즈시나 하루를 조사하면서 베일에 휩싸인 그녀의 비밀같은 일생과 조사를 진행하는 구도에게 조사중단을 요구하며
협박하는 '아메'의 정체...그리고 조사를 진행할수록 드러나는 하루의 기행들...하루와 아메의 관계 등등 AI를
통한 현실적 SF배경과 더불어 추리적인 요소는 작품을 집중하게 만드는 주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리고 드러나는
하루에 얽힌 놀라운 충격적 비밀....무지개가 그 무지개였던 거냐?!!! 이렇게 중의적 의미로 쓰인 단어였다니....
작품은 아무리 AI가 실생활에 젖어들고 테크놀러지가 발전해도 결국엔 인간의 본질과 진실된 사랑임을 말한다.
차갑게 식어있던 구도를 움직인건 하루를 향한 진실된 사랑, 그리고 하루가 했던 진실된 사랑인 것이다. 발전하는
기술로 인해 점차 인간성을 잃어가는 현실이지만 기술로 채워지지 않는 그것...자신과 동류라 생각했던 하루에게서
찾은 사람의 온기를 통해 다른세계를 살듯 어딘가 결여 돼있던 구도는 변화하게 된다.
그녀가 기다리던 무지개는 하늘에 걸릴 수 있을까?...당장 내일이라도 망자를 되살리는 인공지능 서비스가 출시
되도 이상할 것이 없기에 더욱 흥미로운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