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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7번째 기능
로랑 비네 지음, 이선화 옮김 / 영림카디널 / 2018년 3월
평점 :
언어의7번째기능 : 누가 롤랑 바르트를 죽였나? (2018년 초판)
저자 - 로랑 비네
역자 - 이선화
출판사 - 영림카디널
정가 - 15800원
페이지 - 606p
본격 학술 미스터리...
롤랑 바르트 (1915~1980) : 프랑스의 대표 구조주의 철학자이자 비평가로 프랑스 국립과학센터에서
어휘학과 기호학을 연구했다.
내가 작가 '롤랑 바르트'를 만난건 [사랑의 단상]이었다. 사실 '롤랑 바르트'를 좋아하거나 그의 학설에
관심이 있어서는 아니었고, 단지 국내 출간된 그의 저서들([사랑의 단상], [카메라 루시다])이 절판레어로
통하기 때문에 한창 절판본을 사냥하던 시절에 호기심에 [사랑의 단상]을 구하여 잠시 들쳐 봤다가 다시
고이 책장에 꽂아 놨더랬다...-_-;;; 그렇게 기억속에서 잊혀진 작가를 미스터리로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나치에 대항하여 히믈러 암살작전을 펼치고 장렬히 사그라져간 레지스탕스의 이야기를 다뤘던 논픽션 소설
[HHhH]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작가 '로랑 비네'의 두번째 작품 [언어의 7번째 기능]이다. '로랑 비네'는
데뷔작 [HHhH]로 공쿠르상을, 두번째 작품인 이 소설로 FNAC상과 엥테랄리에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물론
무슨 상인지는 모르겠다..)
사실 SF는 하드 SF를 좋아하지만 그외의 장르는 어려운 책읽기는 좋아하지 않는다...하다못해 '움베르토
에코'의 그 유명한 [장미의 이름]도 마의 100페이지 장벽을 넘지 못하고 포기 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실로 오랜만에 읽는 오지게 어려운 작품이었다. (하지만 다 읽었으니...진입 장벽은 낮다고 봐야
하는건가..) '롤랑 바르트'가 사망했을 당시인 1980년대의 격변하는 정치, 문화, 학술적 이슈들을 전부
다루고 있는 전방위적 학술 미스터리 였는데, 등장인물들의 자유로운 학술적 토론을 이해하기 위해 틈틈이
생소한 단어들을 검색하다 나중엔 지쳐 포기했지만, 작품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롤랑 바르트' 죽음의 이면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쳐 가는 스토리 자체는 꽤 흥미로운 부분이라 마지막 페이지까지 붙들고 있게 만드는
힘을 가진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실제 '롤랑 바르트'의 사망사건과 이후의 실제 사건들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하여 만들어진 이 작품은 작가의 풍부하고 해박한 기호학과 수사학의 지식과 함께 최고의 지적 사유를
선사하는 미스터리였다.
프랑스 대통령 후보 미테랑과의 점심 후 돌아오는길에 세탁소 차량과 충돌한 롤랑 바르트는 충돌 직후 병원
으로 이송된다. 교통사고를 수사하던 경찰 바야르는 사고 직후 롤랑 바르트의 지갑이 분실된 사실을 발견하고
단순 교통사고가 아닌 음모의 의혹을 갖고 바르트의 주변인물을 탐문한다. 괴짜 기호학자들로 포진된 바르트
의 주변인들을 손쉽게 수사하기 위해 대학에서 기호학을 가르치는 교수 시몽을 수사 조수로 영입하여 함께
수사를 하면서 바르트가 사고 당시 언어의 7번째 기능이 적혀 있는 쪽지를 함께 분실했다는 것을 밝혀낸다.
언어의 7번째 기능이 적힌 쪽지로 말미암아 바르트 뿐만 아니라 여러 관련자들이 사망하게 되고...과연....
언어의 7번째 기능은 무엇인가?........
러시아 언어학자 '로만 야콥슨'은 언어의 6가지 기능을 정리한다.
1. 지시적 기능
2. 감정 표현적 기능
3. 능동적 기능
4. 친교적 기능
5. 메타언어적 기능
6. 시적인 기능
그리고 구색을 맞추기 위해 7번째 기능을 서술하는데 바로
7. 마법적 혹은 주술적 기능
이다. 자..그렇다면 이 작품에서 줄기자체 언급되는 7번째 기능은 마법적 주술적 기능인가?....(지금부터는
스포일러 포함이니 원치 않으면 뒤로 가기를...)
작품속 언어의 7번째 기능은 언어의 수행적 기능...발화와 동시에 행위가 일어나는 기능을 일컫는다. 한마디로
예수의 첫번째 발화 언어 "빛이 있으라"와 같은 가공할만한 힘을 지닌 기능인 것이다....이 기능을 얻는 사람은
실로 모든 이를 자신의 의지로 주무르며 세계를 얻는 지배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하여 이 기능을 얻기 위해
혈안이 된 사람들과 배후의 거대한 음모가 작가의 언어로 육백여 페이지에 걸쳐 펼쳐진다. 언어의 7번째 기능을
보고 있자니 불현듯 '이토 케이카쿠'의 [학살기관]이 떠오른다. 언어학자이던 빌런이 언어의 숨겨진 7번째 기능
을 간파하여 사람들의 내재된 학살기관을 일깨워 무차별 쿠테타와 학살을 일으키던 설정...물론 이 작품은 [학살
기관]처럼 SF로 흘러가진 않지만 작품 말미에 7번째 기능을 통해 가공할 만한 힘을 보여준다.
언어 기능과 더불어 작품 내내 언급되는 기호학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데 그동안 [셜록]이 짧은 관찰을
통해 상대에 대한 과거와 현재를 추리를 해내던 것이 바로 기호학을 바탕으로 관찰한 것이었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
이었다. 비밀 결사 로고스 클럽도 흥미로운 소재였는데, 급진적 지식인들이 한데 모여 논리 배틀을 펼치고 배틀에서
지게되면 손가락 한마디를 잘라야 하는 살벌한 비밀 클럽....뭔가 랩배틀을 보는듯한 느낌이랄까...-_- 그리고
독자를 농락 하는듯한 메타픽션으로 쓰여진 결말은 꽤 여운을 남기는것 같다. 여하튼 어렵긴 하지만 이런 저런
설정들은 상당히 흥미로운 미스터리 였달까....100% 이해하고 읽었더라면야 더 좋았겠지만...머..어쩌랴..ㅎㅎ.-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