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다가 이혼할 뻔
엔조 도.다나베 세이아 지음, 박제이.구수영 옮김 / 정은문고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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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다가이혼할뻔 (2018년 초판)
저자 - 엔조 도, 다나베 세이아
역자 - 박제이, 구수영
출판사 - 정은문고
정가 - 13800원
페이지 - 272p



피터지는 독후 배틀



사실 책덕후로 십수년간을 살면서 [책 읽다가 이혼할 뻔]까진 아니더라도 책 때문에 생긴 아내와의 불화는
꽤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항상 작은 방은 책장 가득 책들로 가득찬 서재로 사용하기 때문에 아내는 항상
저 서재를 옷방으로 쓴다면 얼마나 넓게 집을 쓸 수 있겠냐는 볼멘소리를 내뱉었고, 이사를 다닐때도
책 때문에 견적가가 올라가는 금전적 손실도 유발한다. 게다가 아내는 독서보단 TV덕후라 아내에게 내 책들은
그야말로 쓰잘데기 없는 종이뭉치 덩어리로 보일 것이다...-_-;;; 그래서 이 작품을 봤을때 오히려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던 두 부부가 독서 취향은 다르지만 책에 애정을 갖고 있어 서재의 존재에 불만은 없을것
아닌가...(하긴 부부 둘다 소설가이니 당연한거겠지만...)


쨌든...제목만으로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데다, 작가 '엔조 도'는 '이토 케이카쿠'와 공저한 SF [죽은자의
제국]으로 이름을 알게된 장르SF 작가였고, '다나베 세이아'는 국내 출간된 작품은 없지만 일본의 인기 호러
작가라고 하니 그들이 벌이는 본격 독후 배틀은 얼마나 마니아적이고 깊은 내공을 지닌 장르소설 배틀일까
기대하며 책을 펴들었다...


만....일단 보편성을 벗어난 마니악한 도서들이 소개된다는건 맞는데, 정작 기대했던 장르소설들이 아닌
장르의 경계를 벗어난 거의 모든 출간물이 대상이었다는 것이 달랐다...ㅠ_ㅠ 소설가들이라 그런가 종이접기책,
요리도서, 실용서, 경제도서, 만화책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스펙트럼의 도서들이 총 망라된다. SF소설가와 호러
소설가가 한달에 한권씩 서로가 지정하는 도서를 읽고 그에 대한 독후감과 소회를 웹진에 올린다. 절판되지 않은
지정 도서를 정해주면 15일내로 읽고 독후감 작성과 함께 다음 지정도서를 정해주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총 40회,
40권의 도서가 20개월에 걸쳐 진행되었고, 이를 단행본으로 묶어 나온게 이 책인것이다.


솔직히 자신의 취향이 아닌 책을 억지로 읽는다는게 얼마나 고역이고 힘든 시간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것
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상대에게 책선물을 하는건 당사자가 직접 지정한 책이 아닌이상 자신이 아무리 감동적
이고 빅재미를 느낀 책이라 해도 상대는 겉표지 조차 들춰보지 않고 책장에 고이 모셔놓는 책이 될지도 모른다는
게 내 생각이다. SF와 호러...얼핏 공통분모가 많은 장르라고 생각되지만 이들의 지정도서가 이미 장르를 초월하다
보니 이들이 겪은 20개월의 시간은 인고의 시간이었으리라...-_-;;; 나라면 당장 집어던지고 이혼 서류를...
(은 농담이고..) 좌우간...참 대단한 인내력이랄까...


이런 서평 모음집의 재미 포인트는 소개되는 작품이 내가 읽은 작품이라 그들의 서평을 보면서 내 경험과 비교하며
공감하는 재미....혹은, 그들의 서평을 보고 기대감이 충만하여 그 작품을 직접 찾아 읽어보려 하는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책에 소개되는 작품들은 다시한번 말하지만 '매니악'하여 일본 내에서도 절판되기 직전의
작품들이다 보니 (국내 출간은 언감생심 꿈도 못꾸는..) 공감할만한 작품이 거의 없어 아쉬웠다...ㅠ_ㅠ
40권의 작품중 나와 겹치는 작품은 단 6편뿐...그나마 다행인건 단순히 책만 소개하는 서평이 아니라 부부의 교환일기에 가까운 서평이다보니 모르는 책이라도 이들이 서평을 통해 오가는 대화를 보는 재미가 있었다는 것이다. (사실 이
대화가 이 작품의 진짜 재미포인트라고 봐도 무방할듯...)


우리는 배우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정말 속속들이 알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여기 이 소설가 부부는 정말 서로에 대해 단 1도 모르고 결혼한 사람들이란걸 알 수 있다. 기호 음료가 뭔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조차 모르던 부부는 자신의 취향이 반영된 지정 도서를 읽으며 느낀점들을 통해 그동안 오해하던,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고, 서로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다. (그냥 말로하면 될텐데 말이다...-_-;;;;) 물론 작품 안에서도 서로에 대해 모든것을 아는것이 행복으로 가는길은 아니라고 말한다. 대체적으로 나도 동의하는 바인데, 솔직히 부부로 함께 살면서 어느정도 모르고, 달라야 그냥 넘어가는 일들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좌우간...40권의 도서중 그나마 내가 읽은 책과 겹치거나 읽고 싶은 작품들을 소개해 본다.



1. 쿠조 - 스티븐 킹 (엔조 도)
- 나와 마찬가지로 '스티븐 킹'입문은 거의 단편집이 아닌가 싶다. 내가 처음 읽었던 단편집은 정식 판본이
아닌 해적판으로 킹의 여러 단편들을 짜집기한 단편집으로 기억된다. ('엔조 도'는 [스켈레톤 크루]로 처음 접했
다고 한다.) 광견병에 걸린 개와 차에 갇힌 모녀라는 소재로 이렇게 긴 장편을 써냈다는것에 놀라는 '엔조 도'의
말에 진심 동감한다. 그래서 스토리 텔링의 왕 아니겠는가...하지만 킹의 작품중 베스트라고 하기엔 부족한 작품인듯...



2. 마무리 인법첩 - 야마다 후타로 (다나베 세이아)
- 제목이나 작가이름만 보고는 감이 안잡혔는데, [와이주엠 야규인법첩], [바질리스크]를 보니 바로 감이 오더라.
변태 색기 가득하고 잔혹무지한 일본 만화 [바질리스크]의 원작 작품이었다. 만화는 꽤 재미나게 봤었는데....
소설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듯...국내 출간되다면 읽고 싶은 작품이다.



3. 공포 신문 - 쓰노다 지로 (엔조 도)
- 학생시절때 국내로도 출간되어 봤던 만화였는데, 몇십년만에 여기서 다시 보게되었다. 매일아침 신문이 날라
오고 그 신문 내용엔 앞으로 일어날 사고가 기록되 있다... 설정은 독특했는데 재미는...음...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엔조 도'의 서평이 꽤 골때리는데, 아침에 저승의 신문이 날라오는 심령 현상?을 토대로 과학적 분석을 거쳐
원인과 결과를 펼쳐놓는 작가의 해석이 골때렸다.



4. 기억파단자 - 고바야시 야스미 (엔조 도)
- [앨리스 죽이기]의 작가의 작품인데, 단기기억 상실증에 걸린 사람과 남의 기억을 조종하는 사람이 얽힌
미스터리물이라고 한다. '엔조 도'가 소개하는 플롯을 보자니 [앨리즈 죽이기]뺨칠 정도로 독특하고 엄청 재미
있을것 같은데....국내 미출간 작이다..ㅠ_ㅠ 으....출간해주세요!!~~



5. 솔라리스 - 스타니스와프 램 (다나베 세이아)
- 드디어 읽은 SF작품....ㅠ_ㅠ '다나베 세이아'는 읽는 내내 호러 작품이 아닌가 싶었다는데, 나도 느꼈던 감정
인지라 놀라웠다. 역시 남의 서평은 공감하는 맛이랄까....그런 의미에서 SF작품이 몇권 없어 아쉬웠다....



6. 배틀로얄 - 다카미 고슌 (엔조 도)
소설로는 못보고 만화책으로 본 작품인데, 한때 이 작품이 흥행하면서 [배틀로얄]식의 서바이벌 물이 쏟아져 나오
던게 생각난다. 참...일본은 이런 서바이벌을 상당히 좋아하는듯...작품 자체는 여러 개성있는 인물들과 잔인한
장면으로 도배되 즐기며 봤던 기억이 난다.



서평으로 싸우고, 이해하고, 화해하는 독특한 소설가 부부의 소통 방식은 내 입장에선 부럽기도 하고, 어떤 느낌일
지 궁금하기도 했다. 의도한건지는 모르겠지만 두 소설가 부부의 에세이를 두 부부가 번역한것도 합을 맞추기 위한
배려였을까?...말미의 부부의 서평배틀 후기도 재미있었지만 부부 번역자의 후기도 못지않게 재미났다. 어찌됐던
여러모로 궁금증을 유발하는 책임에는 틀림 없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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