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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의 길
존 하트 지음, 권도희 옮김 / 구픽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구원의길 (2017년 초판)
저자 - 존 하트
역자 - 권도희
출판사 - 구픽
정가 - 15800원
페이지 - 이북
처절한 인생의 끝에 비친 한줄기 구원의 빛
에드거 상, 배리 상, 대거 상 수상작가 '존 하트'의 최신작인데 작가의 작품은 커녕 이름도 이 작품을 통해
처음 접했다. 아무런 정보 없이 이북으로 짬날때마다 틈틈이 볼 요량으로 시작했다가 아무것도 못하고 핸드폰
만 죽도록 붙들게 만든 작품이다. ㄷㄷㄷ 어쩜 이리도 등장인물들을 최악의 극한상황으로 몰아 붙이는지...
읽는 내내 조마조마 심장 쪼들리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캐릭터들마다 처절하고 기구한 사연을 가진 독한
사람들인데 그 독한 사람들이 한데 모이니 그야말로 아비규환 지옥 불구덩이가 따로 없다. -_- 초반만 해도
감정과잉의 문체나 캐릭터들에 적응이 힘들었는데 페이지가 넘어 갈수록 작가의 능수능란한 감정의 흐름과
개성으로 살아 숨쉬는 캐릭터들에 감정이입 하면서 각잡고 몰입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엘리자베스]
미모의 엘리자베스 리즈 블랙 형사는 선망하던 선배 형사 에드리안 월이 살인범으로 기소되고 큰 충격에
휩싸인다. 에드리안 월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현장 증거는 명백히 월이 범인이라
지목한다. 월이 투옥되고 13년이 흐른뒤....실종된 소녀를 수색하던중 외딴 건물의 지하실에서 수상한
소리가 난다는 제보를 받고 리즈형사는 홀로 어두컴컴한 지하실로 향하는데.....
[에드리안 월]
한때 엄청난 성과로 모두에게 존경받고 사랑받던 형사 월은 사랑하던 여인을 잃고 그녀를 죽였다는 누명을
뒤집어 쓴체 교도소장과 교도원들의 폭력과 억압을 꾿꾿이 13년을 버텨낸다...마침내 가석방되어 자유의 몸이
된 에드리안은 입소되기 전 살던집에 가지만 집은 까맣게 불에 타있고, 임신했던 아내는 사라져 아무도 아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 곧이어 월이 누명을 썼던 여성의 죽음과 동일한 방법으로 살인사건이 다시 발생
하고...월은 또다시 경찰들의 추적을 받게 되는데....
[채닝]
부유하지만 부모로 부터 억압받고 자유를 갈망하던 18세 소녀 채닝은 마약을 파는 두 형제에게 납치되 인적이
드문 지하실에서 견디기 힘든 강간과 폭력에 노출된다. 더이상 살아남을 수 없음을 깨닫고 포기하려는 찰나..
권총을 들고 지하실 계단을 내려오는 엘리자베스 형사를 보게 되는데.....
[기드온]
갓난아기때 월이 자신의 엄마를 죽인죄로 감옥에 갇혔다. 엄마가 죽고 난뒤 성실하던 아빠는 술독에 파묻혀
개망나니가 되었고 자신의 인생 또한 시궁창이 되버렸다. 13살의 기드온은 엄마를 죽인 원수이자 가족을 망친
월이 출소했다는 사실을 듣고 술에 취한 아빠 몰래 권총을 훔쳐 월을 처단하기 위해 교도소로 향하는데.....
이 외에도 리즈의 아버지 블랙목사, 리즈의 동료형사 배켓, 월의 변호사 등등등등...
한명 한명의 사연만 따로 이야기 해도 웬만한 책한권은 나올 법한데 이 기구한 인간들이 한데 모여 강렬한
사건들로 휘몰아 치니 스토리를 따라가는데 만도 힘에 붙여 범인의 정체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결말부에서 밝혀지는 범인의 정체에 적잖이 놀랐고 어안이벙벙해 질정도로 의외의 인물이었다. (머..그런맛에
추리소설을 읽는거 아니겠는가..) 사람답게 살고자 노력하는 리즈와 월은 떠밀려 오는 고난과 역경을 그들만의
믿음으로 이겨내고 극복하려 하지만 신은 그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굳건한 믿음 자체를 뒤틀어 버린다. 구원의
길이라 믿었던 사람들에게 제대로 통수 날리는 반전의 미학이 담긴 작품...읽고 나면 제목 자체도 이중적 의미
였다는걸 알게 된다.
앞서도 말했지만 변태 성욕에 따른 도착적 연쇄살인 사건, 폭행 강간, 숨겨진 보물찾기 등 스릴러를 위한 종합
선물세트 같은 작품이다. 이렇게 많은 사건이, 이렇게 많은 사연이, 캐릭터가 등장함에도 시작부터 끝까지 삐걱
거리는 부분없이 완벽한 완성도를 보여주니 추리소설계의 권위있는 상들을 수상했다는게 절로 이해가 간다.
보통의 작품들은 강약중강약의 적절한 힘의 안배를 보이는데 이 작품은 시종일관 강강강강!!!으로 밀어 붙인다.
똥통같은 나락에서 한번 더 똥통 밑바닥까지 떨어트리는 인생들을 보며 읽는 나도 우울함과 피로감에 침잠되지만
그래서 대단원의 지리는 결말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빤쓰 한장 준비하고 봐야 할것 같은 카타르시스.....)
책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여운에 잠길것 같다. 살면서 겪게 되는 고난속에 각자가 선택하는 결정과 그에 따른
처절하리만큼 잔인한 결과에 대해, 나비효과 처럼 주변에 미치는 파급효과에 대해...파멸과 구원 그 엇갈리는
선택의 대가가 이 작품에 모두 녹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