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지키려는고양이 (2018년 초판)
저자 - 나쓰카와 소스케
역자 - 이선희
출판사 - arte
정가 - 14000원
페이지 - 295p

 
얼룩 냐옹이와 함께 떠나는 신비하고 기묘한 책세계 모험


냥덕후와 책덕후 모두를 만족하는 마음 따뜻해지는 힐링계 소설이 출간되었다. "우리는 왜 책을 읽는걸까?"
라는 의문과 함께 책읽기라는 행위를 통해 우리가 얻게 되는것이 무엇인지, 책을 읽는 사람들의 다양한 유형과
그로인해 변해가는 책읽기 트랜드, 책읽기의 진정한 의미 등등등 우리가 한번쯤 느껴봤을 법한 독서의 모든
궁금증과 느낌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고심한 작가의 고뇌의 흔적이 담겨있는, 책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듬뿍 
담겨 있는 작품이었다.


고서점을 운영하는 할아버지와 함께 단둘이 사는 고등학생 나쓰키 린타로는 무뚝뚝한 성격으로 친한 친구 없이
고서점에 틀어박혀 책만 읽는 소년이다. 어느날 갑자기 돌아가신 할아버지로 인해 고서점을 정리하고 고모의
집에 얹혀 살게 된 나쓰키는 폐점 전까지 몇일동안 홀로 할아버지의 고서점을 지키게 된다. 할아버지를 잃은
슬픔 속에서 책을 정리하던 나쓰키 앞에 갑자기 말을 하는 얼룩고양이가 나타나고....다짜고짜 건방진 얼룩
냐옹이는 나쓰키에게 이렇게 말한다.

"갇혀 있는 책을 구해야 해. 나를 좀 도와줘."

나쓰키는 냐옹이를 따라 책을 구하기 위해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르는 위험을 무릎쓰고 미궁으로 향하는데.....


온갖 절판된 희귀한 문학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오래된 책으로 둘러 쌓인 낡은 책냄세가 나는 고요하고 적막
한 고서점 그리고 말하는 야옹이와 함께 떠나는 기묘한 책의 미궁...일본에는 고서점과 오래된 고서적에 
관해 뭔가 판타지적 로망? 같은게 있는것 같다. 오래된 물건에는 영혼이 생긴다는 일본의 전통적 미신과 연관이
있는건지 모르겠지만 작품을 읽으니 '모로호시 다이지로'작가의 [시오리와 시미코]시리즈에 나오는 마법걸린
책들이 가득한 고서점이 떠올랐다. 그 마법걸린 책들로 인해 시오리와 시미코는 온갖 이세계로 모험을 떠나게
되는데 이 작품에도 그런 책에 얽힌 신비한 세계를 엿본것 같아 나도 나쓰키와 야옹이와 함께 신나는 모험에
동참 한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국내에는 고서점은 냉혹한 시장경제에 의해 도태되고 깔끔하고 정돈된 알라딘 
중고샾 같은 서점이 늘어가는데 가끔은 은은한 분위기가 풍기는 고서점에서 숨겨진 보물같은 레어를 만나보고 
싶은 생각도 든다....지금은 고서점은 커녕 헌책방도 씨가 말라가는 상황이라 아쉬울 따름이다...) 
 

이 작품에서는 4개의 미궁을 여행하며 갇혀있는 책들을 해방하게 되는데, 첫번째 미궁에서는 오로지 독서의 양으로 
지식을 책정하는 다독가를, 두번째 미궁에서는 빨리 빨리 세태에 따라 두꺼운 책을 단번에 읽은것 처럼 만들어
주는 속독법과 요약 줄거리에 대한 책을 집필하는 연구가를, 세번째 미궁에서는 안팔리는 고전문학을 버리고 
오로지 돈이 되는 자극적이고 퇴폐적인 장르물이나 실현불가능한 방법만 늘어놓은 자기개발서를 출간하는 출판사
사장을, 네번째 미궁은 궁극의 끝판왕과 만나 그들과 박진감 넘치는 대결을 펼치며 책들을 해방하게 된다. 미궁의 
미션을 해결함과 동시에 비극적 사고로 인해 어둡고 소극적이던 나쓰키도 점차 마음을 열고 세상과 소통하는 청년
으로 성장하게되는 성장소설로도 볼 수 있을것 같다.


작품속 미궁들의 책읽기에 대한 비뚤어진 세계관들을 보고 있자니 괜스레 얼굴이 뜨거워진다...-_-;;
나는 왜 책을 읽는걸까?...SF소설을 좋아해서 책읽기에 빠져들고 절판된 SF소설들을 하나,둘 모으면서 때로는 
정가의 배이상의 금액을 지불하며 SF소설들로 책장이 빽빽하게 들어차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내킬때마다 
소장중인 책중에서 기분에 따라 읽고 싶은 책을 골라보는걸 나만의 사치라 생각하는 과시욕과 허세가 들어찬 나를 
보고 있자니 내 모습 자체가 새로운 다섯번째 미궁의 보스가 아닌가!...ㅠ_ㅠ..한번 읽은 책은 다른 책을 읽을 
시간이 모자라 더이상 거들떠 보지 않고 책장에 전시해 놓고 있는 나의 책읽기는 첫번째 미궁의 다독가와 다를바 
없었고, 고전 문학은 거들떠도 않보고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장르소설만 보는 난 세번째 미궁의 출판사 사장과 
다를바 없었다. -_-;;; 머...그렇지만 취향은 편향되었을 지언정 책을 사랑하는 마음은 뒤지지 않는다고 나홀로
자위해야 하려나...작품을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미궁안의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보고 자신과 비교
해보며 공감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책을 읽고 좋아하는 책덕후라면 꼭 읽어봐야할 작품...나의 책읽기는 무엇이었는지 돌아보게 만드는 책. 사람과 
사람사이, 사람과 책사이 관계에 대한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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