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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시의 음악욕
운노 주자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18시의음악욕 (2016년 초판)
저자 - 운노주자
역자 - 주자덕
출판사 - 아프로스미디어
정가 - 14000원
페이지 - 365p
일본 SF계의 시작이자 아프로스미디어의 시작
[철완아톰]의 '데즈카 오사무'가 즐겨보던 작가, '마츠모토 레이지'가 [캡틴하록]에 작가의 이름을 딴 캐릭터를
등장시킬 정도로 좋아하던 작가, 지금의 일본 SF 빅3인 '츠츠이 야스타카'(망언 영감탱이), '호시 신이치'(쇼트
SF의 창시자), '고마츠 사쿄'([일본침몰]의 직가)를 있게 만든 SF계의 아버지!! '운노 주자'의 SF,미스터리
단편집이 국내 초역 되었다. 사실 일본 SF 빅3이야 SF입문때부터 알고 있던 작가들이고 특히 '호시 신이치'나
'츠츠이 야스타카'의 작품들은 취향에 맞아 즐겨 읽었었는데 '운노 주자'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다.
1928년에 처음 소설가로 데뷔했으니 2차세계대전을 직접 겪은 세대이자 일본에 SF라고 부를만한 작품을 써낸
시조격인 SF작가인 것이다. 이 작품에 실린 단편들은 거의 70~80년전의 작품들인데 그 낙후된 시대였음에도 작품에
그려진 미래세계는 놀랍도록 현재와 비슷하거나 앞서 있어 작가의 상상력과 참신한 발상에 놀라울 따름이었다.
일본 SF작품들은 특유의 독창성과 기괴한 상상력이 매력이라 생각한다. 쇼트SF라는 깜찍발랄한 상상력이나
'츠츠이 야스타카'의 날선 풍자가 가미된 비틀린 블랙 코미디 SF가 일본SF에서 두드러지게 볼 수 있는 매력이라
생각했는데, 이런 매력의 원형을 이 작품집에서 찾아 볼 수 있었다. 워낙 오래전에 쓰인 작품들이라 근래 쓰인 SF처럼 세련되고 정돈된 매력 보다는 정제되지 않은 투박하고 날것의 느낌이 강하지만 거의 무에서 유를 창조할 정도로 새로운 세계를 그리는 기발한 상상력만은 SF 소설로서 인정할만 한것같다.
뒷표지 날개에 간단 줄거리가 소개되어 있으니 각 단편의 간단평만 해보자면
1. 18시의 음악욕
음악을 통해 뇌파를 조정하여 인류를 노예로 만드는 독재주의 정권의 묘사는 [1984]의 빅브라더 뺨치게 으스스
하다. 게다가 독재자는 허수아비였고 실권을 가진 여성 장관의 꼭두각시 노릇이었다는 설정은 현실의 '503'을
떠올리게해 더욱 공포스러웠다. -_-;;; 어쨌던 로봇이라는 단어 자체도 생기기 전에 작가가 상상한 안드로이드
왕국은 독특하게 다가왔다.
2. 투명 고양이
'운노 주자'식 [투명인간]의 변주다. 투명 바이러스가 전염된다는 설정이 이색적이었고 투명 고양이로 크게 한탕
하려는 한탕주의가 깊게 베어 있다.
3. 장기 재생 실험
인간의 내장 한부분을 지속적으로 살아있게 하고 그 장기 자체가 단일 생명체로서 생존하게 되는 설정은 뇌를
끄집어내 실험하는 내용이 담긴 '레이몬드 F 존스'의 [인공괴물]과 닮아 있는것 같다. 역시 독특한 작품이었다.
4. 로봇 박사의 죽음
본격 SF미스터리 작품으로 '아이작 아시모프'의 [강철도시]처럼 로봇에 의해 목숨을 잃은 박사의 이야기이다.
탐정의 활약으로 범인을 잡는 기지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운노 주자의 로봇은 로봇 3원칙을 가르쳐야 할듯...
5. 외계 전송
전기를 이용해 물질을 원소단위로 분해하고 재조립하여 물체를 이동시키는 텔레포테이션(양자전송) 설정은 지금
이야 [스타트랙]등의 SF영화에서 빈번히 나오지만 당시에는 굉장히 새로운 개념이었을것 같다. 텔레포테이션에
대한 단순한 언급이 아니라 과학적 설명이 수반되어 더욱 놀라웠다.
6. 1,000년 후의 세계
냉동수면으로 천년후에 깨어나 보게되는 미래세계....환경오염으로 지하의 인공도시에서 살게되고, 움직이는
도로로 이동하는 미래세계는 '하인라인'이나 '아시모프'의 작품에서 빈번히 봤던 바로 그 세계였다...ㄷㄷㄷ
7. 사차원의 남자
이 작품을 보며 다른 차원으로 사라지는 '카미카쿠시'가 떠올랐다. 독특한 발상의 작품
8. 공중 묘지
역시 SF미스터리 작품이다. 반전이 뜬금포였던 작품...
9. 우주 밀항
역시 SF미스터리 작품인데, 이 작품에서도 텔레포테이션이 다시 등장한다. 그런데 텔레포테이션중 작은 문제가
발생하여 정상이었던 사람이 괴물의 몰골로 변하는 설정인데 보자마자 '데이빗 크로넨버그'감독의 [플라이]가
떠올랐다.
10. 꿈속의 살인
꿈과 현실이 교차되며 어디까지가 꿈이고 현실인지 분간되지 않는 몽환적 작품이었다.
11. 지구 도난
이 단편집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중편이다. 외계의 광선을 받고 거대화 괴물이 되는 지구의 생물들..
운석을 통해 지구를 도둑질한다는 설정이 어디서도 본적없는 참신한 설정이었다.
냉동인간, 안드로이드, 무빙워크...게다가 거울앞에 서는것 만으로 자신의 바이탈사인 상태가 표시되는 장면등등
현재 구현하려는 최신 기술들을 작품에 담아내는 작가의 상상력은 작가가 타임슬립하여 현재의 모습을 엿본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놀라운 통찰력이었다. 그런가 하면 거의 모든 작품의 설정에서 현재의 SF작품들이 떠오를 정도
이니...대박 아닌가!!! 작가의 기발한 이야기에 빠져들어 정신없이 몰입하게 만드는 SF단편집이었다. 더불어 일본
SF계의 조상격인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것 만으로도 소장가치 100%의 작품집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