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외의 사탄
버트런드 러셀 지음, 신혜연 옮김 / 김오 / 2017년 6월
평점 :
품절


교외의사탄 (2017년 초판)

저자 - 버트런드 러셀

그림 - 아우스게르 스코트

역자 - 신혜연

출판사 - 김오

정가 - 11800원

페이지 - 267p



이곳에서 공포를 제조해 드립니다!



20세기 최고의 지성. 위대한 철학자. 노벨 문학상을 받은 문필가. 사상가. 수학자. 70여권의 저서를 남긴 저술가...

그를 일컫는 수많은 수식어가 붙는 작가 '버트런드 러셀'의 장르 단편소설집이 국내 최초로 초역되었다. 노벨상

수상작가의 장르란 어떤 작품일지 궁금하기도 하고 작품에 소개된 플롯도 흥미로워 읽었는데 SF이긴 하지만 과학

이론이 언급되는 하드SF는 아니고 설정상으로 봤을때 SF로 분류 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과학자는 아니라서 그런건가?) 철학자 답게 인간의 본성에 대해 다루고 있는 작품들이었고 극단적이면서 위트 넘치는 풍자적 성격이 강한 단편집이었다. 여든을 넘어서 쓴 이 작품집은 표제작인 SF, 미스터리 중편 [교외의 사탄]을 비롯해 다섯편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실려있다.



1. 교외의 사탄

과학자인 나는 우연히 거대한 저택앞에 놓인 동판에 쓰인 글귀를 보고 관심을 갖게된다. 머독 말라코 박사가 운영하는

이 저택에서 원하는 자에게 공포를 제공한다는것이다. 궁금증에 관심을 갖던중 이웃들이 말라코 박사의 집에서 연이어

나오는 것을 발견하고 그들에게 다가가지만 이웃들은 모두 공포에 휩싸인체 말을 잇지 못한다. 이후 말라코 박사에게

공포를 제공받았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불행하고 끔찍하게 생을 마감하는것을 본 나는 경악을 금치 못하고 말라코 박사의 악마같은 본성에 실망하여 지구상의 모든 물을 없애버려 인류를 말살시킬 장치를 개발한다. 장치를 정오에 작동하도록 예약하고 10시에 의기양양하게 말라코 박사를 찾아가는데.....

- 사탄의 하수인 말라코 박사는 그를 찾아간 사람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간파하여 인간에게 내재된 탐욕과 욕망을 부추겨 결국 파탄에 이르게 만드는 악마로 그려진다. 심리에 능한 매드사이언티스트를 보고 있자니 얼마전 읽었던 '도진기'작가의 [정신자살] 속 광기에 미쳐버린 이탁오 박사가 떠올랐다. 매스사이언티스트와 대척점인 정의로운 과학자 '나'는 어떻게든 말라코 박사를 막고 그 때문에 피해를 입은 이웃들을 도우려 하지만 모두 실패하고 현실을 바꿀 수 없는 자신에게 실망한 마음에 인류 말살장치를 만든것 같기도 하다. 흔한 소재인데 이 인류 말살 계획으로 뭔가 색다른 SF가 된것도 같다.  



2. 미스 X의 시련

고대 미술사를 연구하는 N교수의 비서로 일하는 미스 X는 코르시카 여행을 다녀온 뒤로 계속 말없이 우울감에 빠져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나는 그녀가 여행했던 발자취를 따라가며 코르시카 섬에서 의문의 귀족을 만나고 그 귀족에게서 비서에게 전해달라는 서신을 전해 받게 된다. 영국으로 돌아와 N교수와 미스X와 함께 서신을 전달한 나는 그녀에게서 코르시카 섬에서 있었던 기묘한 일을 전해 듣게 되는데.....

- 세계 전복의 비밀 회의와 이를 엿듣게 된 여인의 비극....-_-;; 코르시카 섬에 이런 커다란 음모를 품은 비밀 결사가

암약하고 있을 줄이야....뭔가 거대한 음모와 비밀이 벗겨 지려는 찰나 끝나 버리는 이야기였다.



3. 적외선 - 방사선 탐사기

광고가와 재력가 과학자가 만나 전인류를 상대로 희대의 사기행각을 벌이니 단순한 기계장치를 만들어 적외선-방사선

탐사기라는 이름을 붙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화성인의 침입을 대비하려면 이 기계장치를 사라는 광고를 대대적으로 

벌인다. 화가인 과학자의 아내 밀리센트에게 공포스러운 화성인의 이미지를 그리게 한후 그녀에게 실제로 화성인과 

조우했다는 거짓 진술을 하게 만들어 전세계는 화성인의 침공이라는 공포에 떨게 만들고 그 계략으로 적외선-방사선 

탐사기는 날개 돋힌듯 팔려나간다. 단순히 기계를 팔기위해 시작된 거짓말은 점차 인류를 광기로 몰아넣어 화성인의 

침공에 회의적인 과학자나 학자들은 사형당하거나 감옥게 갇히는 사태가 발생한다. 모두 미쳐버리는 와중에 젊고 

바른 과학자가 밀리센트와 비밀리에 만나 그녀에게 진실을 묻게 되고....정의로운 과학자에게 호감을 느끼던 밀리

센트는 그에게 진실을 얘기하는데......

- 전혀 말도안되게 극단적으로 치닫는 상황에 쓴 웃음이 나지만 우메한 민초들을 조종하는데 불가항력적인 공포만큼 

효율적인 선동 방법은 없기에 어느정도 공감이 되는 단편이었다. 그리고 블랙코미디 끝에 드러나는 결말의 반전도 

마음에 들었다.



4. 파르나소스의 수호자들



5. 정식 결혼

엄한 성직자 아버지를 둔 페넬로페는 자유를 박탈당한체 자린고비 아버지에 의해 노동을 착취 당하며 스무살을 맞이

한다.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이웃 부인의 도움으로 멋진 옷과 머리를 하고 사진을 찍어 광고지에 혼인 광고를 올린다.

'절대로 성직자는 안된다'는 조건을 걸고 남자를 찾던 페넬로페는 여러 편지중 한남자의 편지를 선택하고 만남 끝에

결혼에 성공하게 된다. 아버지를 벗어나 꿈같은 신혼여행 후 막상 다다른 곳은 또다른 수도원...남편은 부사제로서

장난스러운 마음에 편지를 보냈지만 아름다운 페넬로페를 보고 첫눈에 반해 성직자의 신분을 숨긴 것이다. 이에 분노

한 페넬로페는 남편에 복수하기 위해 수도원의 여러 성직자들과 비밀 데이트를 하며 염문을 퍼뜨리기 시작하는데.... 

- 기구한 페넬로페의 운명...그리고 홀로서기...역시 운명은 자신이 개척하는것이란걸 보여주는 결말이었다.   



지금으로 부터 100년전의 작품이라 투박하고 딱딱한 느낌은 있지만 그다지 시대적 배경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독특

하고 흥미로운 작품들이었다. 특히 [적외선-방사선 탐사기]는 골때리는 풍자의 끝을 보여주는데 '조지 웰스'의 

[우주전쟁]중 화성인들이 지구를 침략하는 상황을 아무런 사전 공지 없이 라디오에 생방송하여 실제로 시민들이 

아비규환적 공황상태에 빠졌던것을 생각해보면 풍자가 아니라 진지 빨고 리얼로 쓴 작품이 아닐까 생각해 보기도 한다. 환상소설풍의 이야기와 독특한 삽화가 더해져 기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니 이 작품집에 매료되 버린것 같다. 이 작품집과 함께 '러셀'의 다른 작품집 [악몽]도 출간되었으니 다음은 [악몽]을 읽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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