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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우딴루 지음, 쩡수치우 옮김, 에드워드 양 시나리오 원작 / 북로그컴퍼니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2017년 초판)
원작 - 에드워드 양 시나리오 원작
저자 - 우딴루
역자 - 쩡수치우
정가 - 15000원
페이지 - 280p
폭력에 서서히 젖어든 15세 소년의 핏빛 첫사랑
26년만에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온 대만 영화가 얼마전 개봉했다. 대만 뉴웨이브의 거장 감독 '에드워드 양'의
장장 4시간게 걸친 기나긴 런닝타임도 화제지만 평단의 극찬을 불러일으키는 높은 작품성으로도 화제가 된 영화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의 원작 소설이 영화 개봉에 맞춰 새롭게 출간되었다. 영화는 26년만에 개봉했지만 사실
원작 소설은 영화가 만들어진 1992년에 동명의 제목과 동일한 역자로 먼저 출간 됐었다. 허나 현재는 절판되었고
지금은 되팔이들에 의해 높은 프리미엄 가에 판매되고 있으니 이번 신판의 출간은 영화 팬으로서나 대만 작품의
팬으로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1961년 6월 15일밤 10시 타이페이시 고령가 길거리에서 한 중학교 소년은
동급생 소녀를 비수로 무참히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소녀를 사랑했다는 소년의 주장과는 달리 소년은
일곱번의 칼자국을 소녀에게 남기며 참혹하게 살해했고, 이 사건은 대만에서 최초로 발생한 미성년자 살인사건
이었다. 사건 당시 소년과 같은 나이였던 '에드워드 양'감독은 이 실제 살인 사건을 토대로 소년이 소녀를
살해했던 이유에 대해 상상을 덧붙여 재구성 했다고 한다.
나도 지금에서 회상해 보면 학창시절 가장 거침없고 무차별적으로 적의를 드러내고 내일이 없는 것처럼 덮어놓고
행동하던 시절이 중딩이었던것 같다. 초딩에서 갓 졸업하여 머리는 어린 반면 몸은 부쩍 커버리니 앞뒤 생각
않고 일단 저질러 버리는 것이다...지금이야 중2병 이라는 고유명사도 있다지만 내가 다녔던 20세기의 중학교는
그야말로 약육강식의 법칙으로 움직이는 정글 그 자체였다. 서울에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위성도시의
학교도 그정도였으니 다른 곳은 오죽했으랴...수업시간중에도 책걸상을 밀치고 쌈박질을 하는가 하면 샤프를
흉기로 휘둘러 머리에 샤프가 박혀 응급실로 실려가는 경우도 횡행했고 본드를 흡입하고 수업에 들어오는 양아
치도 있었다. 그런데.....작품속 1960년대 대만의 중학교는 그야말로 아비규환 무간지옥이더라...허허...-_-;;;;
아직 젖살도 빠지지 않은 어린이들이 폭력써클을 조직하고 집단 패싸움에 치청문제로 살인까지 벌이는 쇼킹한
모습들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절대 굽히지 않는 신념을 가진 공무원 아버지 아래 올곧은 성품을 지닌 샤오쓰는 아버지의 기대와는 달리 중학교
입학 시험을 망치고 야간반 중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야간반에서도 열심히 공부하려던 처음의 의지는 어느새
무뎌지고, 소공원을 나와바리로 활동하는 소공파 조직원들과 친분을 쌓고 어울리게 된다. 점차 조직의 활동에
얼굴을 내밀던 샤오쓰는 소공파 조직의 보스의 여자 샤오밍을 보고 그녀의 고결한 매력에 반하게 되고...그녀를
만나면서 소공파와 난민촌 조직과의 대립 한가운데 휘말리게 되는데......
부모님 말씀 틀린거 하나 없다...학교에 등교할때 항상 하시는 말씀..."불량한 애들과 절대 어울리지 말아라!"
착하고 올곧던 샤오쓰가 서서히 폭력에 노출되면서 가랑비에 옷젖듯 그 자신도 폭력적 성향으로 서서히 바뀌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미래를 대비하고 부모님의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 공부하던 아들이 어느날 갑자기
내일 없이 남은 삶을 전부 불태우는 하루살이가 되버리는 것이다. 물론 샤오쓰의 경우 잔혹한 폭력과 함께
좋아하는 소녀를 소유하고 싶다는 소유욕과 정복감 + 비참한 처지에 대한 탈출욕구 + 질투심..그리고 결정적인
배신감이라는 다양한 감정들이 소용돌이 치듯 휘몰아쳐 결국 살인이라는 커다란 비극적 상황을 맞이하게 하지만
말이다...
15세 중딩들의 파벌싸움이라고 하여 단순히 주먹다짐으로 싸우는 싸움이라 생각하면 경기도 오산...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지역 깡패를 불러들여 일본도를 들고 쳐들어가 팔 다리를 잘라 버리고 무참히 살해하는 피의 살육이
자행된다...ㄷㄷㄷ -_-;;; 정말 15세 맞는거냐...가오 때문에 자존심 때문에 피끓는 청춘의 피를 주체 못해
인생을 망치는 학원 잔혹사를 보면서 웬지 비슷한 시기의 살벌한 학원을 소재로 그렸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도 떠올랐는데, 나라는 다르지만 뭔가 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느꼈다. 소설을 읽고 났지만 무참히 살해된 소녀
샤오밍이 과연 샤오쓰에게 그렇게 칼침을 맞을 정도로 잘못을 한건지에 대한 사실 여부는 작품에서도 밝혀 지진 않는다. 작품을 읽는 독자들 각자의 판단에 맡기는듯 하다. 런닝타임도 런닝타임이지만 개봉관이 적어 아직 영화를 보지
못했다. VOD로 나오면 꼭 시청하고 파멸을 향해 치닫는 아이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보고 싶다.
덧 - 원작과 더불어 4K로 리마스터링한 스틸컷을 수록하여 캐릭터에 대한 틀을 쉽게 갖춰주고, 영화 평론가 정성일
의 평론도 영화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볼 수 있어 좋은 부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