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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시스터즈 키퍼
조디 피코 지음, 이지민 옮김, 한정우 감수 / SISO / 2017년 11월
평점 :
마이 시스터즈 키퍼 (2017년 초판)
저자 - 조디 피코
역자 - 이지민
출판사 - SISO(시소)
정가 - 14800원
페이지 - 555p
나를 살게 해주는 동생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가 감기라도 걸려 열이라도 오르면 온 집안 식구들은 아픈아이에게 신경이 집중되고 집안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 앉는다. 한낱 감기에도 이렇게 어쩔줄 모르고 전전긍긍 하는데 불치병에 걸려 서서히 죽어가는 아이들 둔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솔직히 상상하고 싶지도 않을 정도로 참담하고 끔찍한 심경일 거라 생각한다. 여기 불치병에 걸린 언니에게 신장이식 수술을 거부하기 위해 부모를 고소한 13세 소녀의 이야기가 있다. 처음 이 작품의 플롯을 봤을땐 불치병에 걸린 언니에게 필요시 제대혈을 비롯해 골수와 장기등을 이식하기 위해 언니의 유전자에 딱 맞는 유전자를 가진 아이를 선택적으로 임신하여 길러진 동생에 대한 비인간적 의료행위에 대한 고발적 성격을 띈 SF작품으로 생각하였다. 하지만 막상 작품을 읽으면서 크게 착각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아픈 아이를 살리기 위해,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면 정상적인 아이에게 어느정도의 아픔을 감수하고 서라도 희생해 주기를 바라는건 어느 부모든 마찬가지 일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아이의 희생을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나...더이상 상처받는것을 원하지 않는 아이의 마음이나 모두 누가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려운 지극히 공감가는 감정이기에 법정까지 가게 되는 모녀의 대립은 숨막히는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13살의 안나는 불치병에 걸린 언니 케이트를 위해 태어나면서 부터 제대혈을 기증하고, 다섯살에 골수를...이후로도
수많은 고통과 아픔을 감내하며 언니의 생명줄을 이어준다. 하지만 거듭되는 치료에도 케이트의 상태는 악화되고
급기야 신장 이식 수술을 해야하는 상태에 놓인다. 의사 조차도 신장이식으로 병세의 호전을 바랄 수 없는 회의적
의견이 나오고 더이상 언니를 위해 희생하는 몰모트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 안나는 그동안 틈틈이 모아놓은 백달러를
들고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 이렇게 말한다. "제 몸을 지키기 위해 보모님을 고소하고 싶어요."......
13살 아이의 주장을 들어주고 소송을 거는 미국이란 나라의 약자를 존중하는 인권의식이 역시 소송의 나라라는 생각도 들면서 부럽다는 생각도 든다...우리나라 였다면 어땠을까...-_-;;;; 앞서도 말했지만 열손가락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은 없다지만 더 아프고 덜 아픈 손가락은 있는것 같다. 두 아이의 아빠지만 선천적으로 허약해 잔병치레를 달고 사는 첫째에게 마음이 더 쓰이는건 어찌보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한다. 불치병에 걸린 세 자녀를 둔 가족의 중심이 아픈 케이트에게 맞춰져 있고 건강한 아들 제시는 방치되어 비행청소년이 되고, 언니의 생명줄인 안나는 케이트의 위급 상황을 위해 24시간 대기를 해야만 하는 상황은 아픈 아이를 둔 가정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흔한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개별적으로 자신만을 생각 한다고 여겨지는 아이들의 모습속에서도 역설적으로 끈끈한 가족의 사랑이 느껴지는것은 그들의 희생으로 여태껏 케이트가 살아 남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법정에서 만나게 되는 부모와 안나는 단순히 신장 이식 수술을 거부하느냐 마느냐란 문제를 떠나 가족이라는 태두리 안에서 추구하는 안녕과 자식에서 하나의 인격체로 꿈꾸는 행복권이 엇갈린 훨씬 복잡한 감정의 대립을 보여준다. 불치병과 투쟁하여 싸우는 가족들의 일상을 담담하게 사실적으로 그리며 안나와 엄마의 갈등이 서서히 고조 되다가 법정을 통해 폭발하는 과정은 엄청난 흡입력을 보이며 몰입하게 만든다. 모든 갈등이 해소되고 나서 에필로그가 나올 거라고 예상했지만 이어지는 충격적 반전은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만드는 멍~한 쇼크를 준다.....이건..뭐...-_-;;;; 미스터리 스릴러를 넘어서는 예상치 못한 충격적 결말이라...ㅠ_ㅠ
이 작품은 2008년 [쌍둥이별]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고, 2009년 [마이 시스터즈 키퍼]로 영화로도 개봉된 작품인데, 이번 판본은 새로운 매끄러운 번역과 구판의 의학적 오류를 수정한 개정판이라고 하니 이 판본이 완전판이라는 의미!...선택적 출산에 대한 인권 문제가 논란이 되는 이 시기에 딱 맞는 소재와 가족의 사랑과 감동을 느낄 수 있는...억지 신파가 아니라 저절로 가슴이 미어지고 눈가에 눈물이 맺히는 슬프고 가슴 아프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이야기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