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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이니
배영익 지음 / 네오픽션 / 2017년 8월
평점 :
내가 보이니 (2017년 초판)
저자 - 배영익
출판사 - 네오픽션
정가 - 13000원
페이지 - 448p
감투쓴 투명인간
전통 설화 도깨비 감투와 싸이코패스의 연쇄살인이 복합된 독특한 작품이 출간되었다. 현대 범죄물에 감투라니....뭔가
안어울리는것 같으면서도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설정임에는 분명한것 같다. 해외 유명 동화들을 변주한
작품이야 쌔고 쌨지만 우리나라 전통 설화 도깨비 감투를 현대식 스릴러에 들이밀은 작품은 내가 알기론 이작품이 최초
이자 유일한것 같으니 한국에서만 나올 수 있는 독창적이고 유니크한 작품 아니겠는가...이 작품은 작가의 두번째 장편
이라고 하는데 첫번째 장편이 JTBC에서 드라마화 했던 [세계의 끝]의 원작 [전염병]이었으니 SF와 스릴러의 장르 경계를 모두 아우르는 스펙트럼의 장르작가인듯 하다. 작품의 독특한 소재인 도깨비 감투와 더불어 눈에 띄는 소재가 작가가 만들어낸 '직선의 범죄학'이라는 범죄이론이다. 작품속 연쇄살인범이 신봉하고 신조로 삼는 이론으로 멀리 돌아갈것 없이 자신의 목표로 도달하는 직선의 길에 가로막는 장애물이 생기면 가차없이 제거해버리는 것이다. 그것이 인간일지라도 말이다....여태껏 범죄작품에 등장하는 연쇄 살인마는 살인의 행위 혹은 시체(혹은 머...신체 부위라던가) 같은것에 희열과 도착을 느끼며 반복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데 이번 작품의 살인마는 단지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서 살인을 저지르기에 피해자들의 공통점이 없어 가해자 특정도 어렵고 살인도 최고의 효율을 위해 최단시간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진행된다는 차이점이 있다. 음....목표를 위해 효율적 방법으로 연쇄적 살인을 저지른다...불현듯 떠오르는 이가 있었으니..[그것이 알고 싶다]의 레전드편...보험금 때문에 일가족을 잔인하게 살해한 엄여인이 떠올랐다...-_- 죄책감 없이 효율적 상해와 살인을 저지른 싸이코패스의 전형적인 모습이 겹쳐 보인다고 할까....
성기담 : 학원을 운영하다 영업 부진으로 문닫을 위기에 처한 기담은 그로인해 부채가 가중되고 어떻게든 돈을 구해 학원을 되살려 보려고 한다. 그에겐 매일밤 여자귀신이 찾아와 괴롭히는데 이 귀신을 쫓기 위해 이혼한 장인어른이 운영하는 골동품점에 들러 귀신쫓는 장승과 오래된 무명으로 짠 감투를 얻어 오는데......
류PD : 전직 경찰 프로파일러였던 류PD는 형사 사건 현장을 찍어 TV프로그램으로 만드는 PD이다. 어느날 서해바다 외딴
섬에서 큰 가방들이 줄줄이 떠오르고 가방속에서 부패한 시체들이 발견되는 현장을 우연히 목격한 류PD는 심상치 않은
연쇄살인 사건의 냄새를 맡고 본격적으로 가방속 시체 유기 사건에 뛰어드는데......
기담과 류PD의 개별적으로 보이는 사건들이 페이지를 거듭하면서 싸이코패스로 귀결되고 그 싸이코패스로 인하여 여러 갈래의 물줄기는 하나의 큰 믈줄기로 이어지게 된다. 진지한 연쇄 살인 스릴러에 여자 귀신이나 장승, 감투등의 오컬트적 소재로 인해 진지한 분위기가 저해되는 비현실적 장면들이 다소 연출되기도 하지만 감투씬은 강강강의 강한 사건들의 반복속에 간간이 긴장을 풀어주는 반전의 재미를 주는 요소로 작용하는것 같다. 뭐니뭐니해도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타인의 모습을 관찰한다는 인간에게 내재된 관음증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니 감투씬은 감투 나름대로의 재미를 선사한다. 투명인간으로 악당에게 혼쭐을 내릴땐 통쾌함까지 느끼게 한다. 어차피 초중반 감투와 싸이코패스의 사건들이 별개로 일어나지만후반부로 치달으며 서로 맞닥뜨리게 되니 아비규환의 난장판이 벌어질 것이라는건 불보듯 뻔한일. 쫓고 쫓기고, 뺏고 뺏기는 아수라장 속 치킨런 게임은 도깨비 감투이기에 줄 수 있는 유희라고 생각된다. 소재도 좋고 가독성도 좋고 캐릭터도 좋은데 폭주기관차 처럼 달리던 이야기가 종점에 도착할 무렵 힘이 약간 달리는것 같아 아쉬웠다. 마무리를 어떻게 할까 내심 기대도 하고 어떻게 수습할지 걱정도 됐는데 역시 비현실적 소재이기에 감투의 행방은 그렇게 처리 할 수 밖에 없었나....-_- 머...결말이야 개인적 아쉬움이고...전통 설화를 바탕으로 현대적 감각으로 독특한 범죄 심리학과 프로파일링 기법을 버무려 이정도의 완성도와 재미를 뽑아낸 작가의 스토리 텔링은 하나만큼은 인정할 수 밖에 없는것 같다. 작가의 세번째 작품은 어떤 장르적 세계관을 보여줄지 벌써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