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쇼
임요희 지음 / 답(도서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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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쇼 _다음, 작가의 발견 7인의 작가전 (2017년 1판 3쇄)
저자 - 임요희
출판사 - 답
정가 - 13500원
페이지 - 267p




을,병,정



얼마전 도서출판 답에서 [눈쇼]이벤트를 걸었다. 직장에서 겪은 황당하거나, 억울하거나, 어이 없었던 경험을 댓글로
적는 것이다. 하여 내가 예전에 직장서 경험했던 일을 적었고 감사하게도 당첨되어 이 책을 받게 되었다. 그때 적은
글은 이거다.


전직장에서 모 IT회사의 하청을 받아 엔지니어로서 일을 했었습니다. 새로운 서비스 런칭 시기라서 다들 바쁘고 정신
없는 와중에 마감 시간을 맞추기 위해 연일 밤을 새며 갑 회사 장비실에서 박스 깔고 쪽잠을 자고 그랬던 시기였죠....
아무래도 피로가 쌓이고 잠이 모자라다 보니 머리가 멍~해지고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와중에 장비실 바닥 케이블 철거 
작업을 감독을 했죠... 저희 회사에서 또 하청을 준 철거 업체와 함께 철거를 하다가 무심코 장갑을 벗고 작업을 하다가 손이 깊이 베였어요...ㅠ_ㅠ 급하게 작업 중단하고 응급실에가서 새끼 손가락을 8바늘 꿰메고 다시 왔는데 갑 회사의 담당자 분들의 차가운 눈초리...저 때문에 작업 중단되고 시간 촉박한데 일정이 미뤄진 것에 대한 원망의 눈길을 그대로 받아내야 했죠... 다쳐서 그런거라 다들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그 눈길 때문에 을의 서러움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ㅠ_ㅠ 지금도 손가락의 흉터를 볼때면 그때 생각이 나네요...



직장 안에서든, 업체던 사회생활에서 자연스레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상하 수직관계인 갑과 을의 관계....이런 갑을
관계에서 비롯되는 여러 감정들이 이 단편집에 실려있는 작품들과 궤를 같이 한다. 내가 겪었던 을의 설움이...치열
하게 살아가고 있는 직장인들의 애환이...이 작품을 통해 때로는 화나게, 때로는 웃프게 다가온다. 이 작품에 담긴 10편의 이야기들중 대부분이 사회생활을 하며 남의 돈을 벌어오는데 따르는 압박과 애환 담겨있고 쓸모없는 무직자들은 가차 없이 도태되버리는 냉정한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1. 조개가 된 남자
36도의 수은주를 넘나드는 불타는 더위 속의 사무실...사장은 에어컨을 들여놨지만 가동 시키는것은 금지 시켰다.
어제 먹은 비브리오균에 절은 조개구이의 조각들이 위속에서 부패하기 시작하고 도저히 못참겠다. 자리를 비운 
사장의 자리에서 서랍을 뒤져 리모컨으로 에어컨을 가동 시킨다. 순식간에 끈적한 기온은 내려가고....기분도
상쾌해지려는 찰나...문이 벌컥 열리고 사장이 격노하며 에어컨을 가동 시킨자가 누구인지 다그치는데.......
- 규모가 작은 회사의 자린고비 사장이라면....머...가능한 에피소드 인것 같기도....-_- 타는듯한 더위와 위장속
부패하는 조개로 인해서인지 나는 냉장고가 터지고 씹었던 껌이 부풀어 오르는 공상? 망상의 나래를 활짝 편다.
그래도 어쩌랴...남의 돈으로 먹고 살려면 더러워도 참고 버텨야하는 것을....ㅠ_ㅠ 앞만보며 달려가는 샐러리맨들
의 비애를 현실과 망상의 경계 붕괴를 통해 처절하게 그린다. 더위 때문에 회사를 때려치려 하던 내가 직위가 올라
가면서 어느새 이해하지 못하던 워킹머신이 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



2. 눈쇼
직장에서 변변찮은 업무실적으로 그림자 생활을 하던 C는 어느날 전무와 함께한 회식에 노래방 자리에서 사람들의
권요로 마이크를 건네 받지만 자신이 노래 실력이 없다는걸 아는 C는 노래를 거부한다. 한순간 C의 노래거부로
인하여 찬물을 끼얹은 듯한 적막이 흐르고...뭐라도 해야 겠던 C는 아버지가 자신에게 항상 보여주던 눈쇼를 시작
하는데...
- 정말로 개그맨 '이경규'씨의 주특기 눈알 굴리기와 같은 눈 쇼이다. 살기 위해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어지
러움을 참고 처절하게 눈알을 굴리는 C의 치열함은 회사생활을 하는 내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이어
지는 C의 참혹한 행동의 결말은 냉혹한 사회라는 현실속 내 가슴을 아프게 한다. 



3. 딸기의 밤
남편과 이혼 후 절반이 되버린 재산 탓에 반지하에 살게된 여성....반지하에 살면서 1층 쌍둥이집 부부와 빨래, 
주차등의 문제로 끊임없이 불화를 겪는데....
- 여자의 적은 여자....가난한 자의 적은 가난을 아는자 인가?...반지하 여성을 향한 이유없는 적의는 무섭기 까지
하다....나라면...벌써 살인 날듯...[스트로베리 나이트] 건졌다...



4. 집에 가기 싫어
스물다섯 한창 청춘인 나이의 여성 둘....유난히 집에 가기 싫어 하던 그녀들은 우연히 만난 서른다섯의 유부남
둘을 만나 술도 먹고, 노래방도 가고, 모텔도 가고.....
- 아...이십대의 자유로움이란....흐릿한 미래의 불안감을 떨치기엔 술퍼먹고 원나잇이 최고....하지만 24시간
해장국 집에서 일탈로 잠시 떠났던 현실은 다시 돌아오게 된다...



5. 그린 플라스틱
대필작가로 근근이 벌어먹는 나와 잘나가던 소설가 여동창과의 우연한 만남...그리고 의문의 죽음.....



6. 루어
낚시에 도가 튼 외삼촌의 꿈은 태국 민물에 서식하는 대형 가오리를 잡는 것이다. 그런 외삼촌이 보이스피싱에
당해 큰 금액을 날렸다는 사촌동생의 전화를 받고 직접 만나보기 위해 외삼촌 댁을 찾는데.....
- 외삼촌의 목표이자 꿈이던 월척에게 매몰되버린 인생...



7. 문상
행시준비중인 남편을 위해 아내는 책값으로 문화상품권을 건넨다...남편은 퇴폐 햄버거 가게에서 받은 문상을
학생인 서빙녀에게 건네고....서빙녀는 오빠에게...오빠는.......
- 그렇게 사람들의 손을 타던 문상은 다시 아내에게로 오고....주는 사람들은 마음 편하게 주는데 받는 사람들의
마음은 그렇게 편하지만은 않은 아이러니함..-_- 그렇게 각기 다른 마음을 품은 사람들의 문상이 흘러가는 이야기
이다. 문상을 통해 서로 얽혀 있는 인간관계를 보는 재미가 있는 단편이었다.



8. 바이오매트 여인
신제품 바이오매트를 구매하시면 정력이 세집니다. 못믿으시겠다구요? 그럼 저희 회사에서 일주일간 정력을 시험
해볼 여직원을 보내드리겠습니다!!!!
- 잉?..-_- 신개념 접대 마케팅에 일환인가?...아내를 사별하고 미모의 여인과 바이오매트에서 한판승을 펼치며
사도마조히즘에 눈뜨게 되는 노년의 황금빛 회춘 프로젝트!! 



9. 부러우면 지는 거야
치킨을 뜯으며 고교 동창 모임에서 맥주를 마신 나는 실직 후 아내에게 쫓겨났다. 자신의 아이인지 남의 아이인지
모를 아기를 임신하더니 이내 유산 됐다는 아내를 향해 손찌검을 한것이 퇴출의 결정적 원인인것...맥주를 마시고
아무렇지 않게 집에 귀가했는데...아내는 출산을 했단다...
- 다른 단편들과 마찬가지로 우스꽝스럽지만 과장된 상황들 속에서 실소가 새어 나오는 웃픈 블랙 코미디이다.
역시 다른 단편들과 마찬가지로 실직하고 힘못쓰는 남편이 가정에서 도태되는 이야기...



10. 예술가의 탄생
유여사와 한씨 사이에서 태어난 킴벌리는 유여사가 다니는 휴지공장에서 빼돌린 휴지더미들을 이용해 생리대를 
만들어 팔정도로 손재주가 뛰어나다. 킴벌리는 태어난 이후로 아버지 유씨를 단 두번 봤는데 두번 모두 한밤중
유씨와 섹스중인 모습 이기에 아침을 기다려 한씨를 제대로 보고 싶지만 아침이 밝아 눈을 뜨면 한씨는 가출해
버린 상태....화가난 유여사는 한씨에게 복수하기 위해 행동을 계시한다....
- 유한 킴벌리.....작명 센스 만으로도 골때리는 단편이었다. 역시 가장으로 아무런 쓸모 없는 변변찮은 한씨를
향한 적의가 가득한 단편이다.



굉장히 직설적이고 상당히 과장되고 극한으로 내모는 상황들 속에서도 이시대를 살아가는 을로서 어떻게든 살아
보겠다고 발버둥치는 사람들의 모습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캐치한다. 망상과 현실의 적절한 균형과 처절한 현실을 
웃픈 블랙 코미디로 승화하는 작품집이었다. 이 작품이 작가의 첫 소설집이라는데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작가인듯....
(미모도 겸비한 작가님이더라..>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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