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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 이유 ㅣ 버티고 시리즈
이언 랜킨 지음, 최필원 옮김 / 오픈하우스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치명적 이유 (2017년 초판)
저자 - 이언 랜킨
역자 - 최필원
출판사 - 오픈하우스
정가 - 14000원
페이지 - 431p
현실적 공포
전 컬렉션이 출간된지 3개월 안에 50만부 이상 팔려나간다는 유럽 범죄문학의 초인기작이자 '존 리버스' 탄생
30주년이 되는 해에 시리즈 여섯번째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벌써 여섯번째 이야기지만 '존 리버스'시리즈는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다. 고로 리버스 경위의 명성도, '이언 랜킨'이 얼마나 인기 작가인지도 전혀
모른채 접하게 되었는데, 강력 범죄에 대한 투박하면서도 끈질긴 수사 방식과 중요한 순간에 긴장을 풀어주는
듯한 리버스의 영국식 조크에 빠져드는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특히 주인공인 리버스 경위는 여타 범죄 소설에서
보여주는 독불장군식 마초형 주인공과는 달리 여자친구 몰래 매력적인 여성에게 흔들렸다가 호되게..아주 오지게
호되게 봉변당하고 막상 따지러 가서는 꿀먹은 벙어리가 되버리는 인간적으로 약간은 빈틈이 있는 사람으로 그려져
뭔가 친근한 매력이 들게 만드는 캐릭터였다. 작은 단서들을 끈질기게 파헤쳐 점차 거대한 음모와 배후를 파헤치는
리버스의 수사 방식은 탄탄하고 치밀한 구성과 잘짜여진 얼개식 구조와 맞물려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유지한채 집중
하여 보게 만드는 마력을 가진 작품이었다.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에서 벌어지는 국제페스티벌로 정신없는 와중에 숨겨진 지하 거리에서 참혹하게 살해
당한 남성의 시체한구가 발견된다. 양쪽 팔꿈치, 양쪽 무릎, 양쪽 발목 그리고 머리에 총격을 받아 사망한 소위
식스팩이라 불리는 고문을 당한 남성의 수사를 위해 리버스 경위가 스코틀랜드 수사반으로 파견되어 차출되게 되지
만 기존의 수사반 맴버들은 리버스 경위를 적대시 하며 대놓고 수사를 방해하기에 이른다. 리버스 경위는 같은
경찰 동료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동료인 농부 왓은, 홈스, 쇼반 클락 경찰의 도움을 받아 차근 차근 단편적
단서들을 짜맞춰 거대하게 도사린 음모의 진실을 향해 다가간다. 리버스는 수사중 잔인하게 죽은 남성이 자신이 직접
체포한 갱단의 두목 캐퍼티의 숨겨진 아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감옥으로 캐퍼티를 만나러 가는데.....
다른 시리즈도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이번 작품은 영국의 역사를 조금은 알아야 손쉽게 즐길 수 있을것 같다.
초반부터 영국과 스코틀랜드의 파벌주의와 교파 분열에 따른 내전 등으로 점철된 역사와 그로 인한 영국, 스코틀랜드인
간의 반목과 적대감의 이유를 알아야 사건의 진상을 따라갈 수 있다. 또한 내전으로 파생된 수많은 과격단체들(IRA,
로열리스트, 얼스터, SaS 등등)이 쉴새없이 튀어나와 용의선상에 오르니 하나씩 언급될때마다 검색질을 하긴 했는데,
방대한 영국의 역사와 종교분쟁과 관련된 급진과격 단체들에 대해 쉽게 이해하기 힘든 어려움이 있었다. ㅠ_ㅠ 전혀
몰랐는데 영국도 엄청난 혼란과 혼돈의 역사를 가진 복잡한 나라 더라는...(초반에 잘 파악해 둬야 후반까지 헷갈리지
않고 즐길 수 있다...)
좌우간....잔인하게 고문당해 죽은 시체를 필두로 그야말로 현재 유럽 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는 과격분자의
대테러 사건으로 발전되어 가는 사건의 양상을 보고 있자니 무고한 시민을 이용해 자신들의 신념을 이루려고 하는
또라이 기질을 가진 인간이 얼마나 위험한가를..사회적 안전에 얼마나 치명적 이유가 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
준다. 신념은 일반적인 개인이 이루기 어려운 일을 해내게 만드는 동력이기도 하지만 유년시절부터 주입받은 정교
분쟁에 대한 과격주의 성향과 만나게 되면 가난한 떠돌이 청년을..정의감 넘치는 경찰을...평범한 프로그래머를....
평범하게 살아가는 일반 시민들을 한순간 테러리스트로 만들어 버리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멀리 중동까지 갈것도
없이 영국이라는 작은 땅덩어리 안에서도 이런 뿌리깊은 종교 갈등이 있을 줄이야....-_- 바로 내옆의 나와 가까운
직장 동료가 올여름 테러 위협 때문에 스페인 여행을 취소하는걸 보고 있자니 이런 종교적 대의에 의한 허울뿐인
명분이 얼마나 위험험할 수 있는지 현실적 공포로 다가온다.
치명적인 테러 진압을 위해 범죄자의 손까지 빌리는 리버스의 의지나 실적을 위해 동료 경찰에게 까지 함정을 파놓고
덫에 걸리길 기다리는 특수부 요원, 목표를 위해 빈민가 소년들도 서슴없이 범죄에 이용하는 어른들, 자신의 나와바리
를 지키기 위해 폭탄 테러를 계획하는 청년, 아들을 잃고 피의 복수를 맹세하는 갱단 두목 등등...하나같이 읽는것
만으로도 피로해질 정도로 광기에 휩싸인 인물들이 한트럭은 등장하면서도 서로 조화를 이루며 이야기의 완급을 조절
하니 타탄 누아르 제왕이라 불리는 작가의 명성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 진다. 암울하고 어두운 영국에 치명적 음모가
도사리는 에든버러 '크라임' 페스티벌에 흠뻑 빠져들게 된것 같다.
그나저나 한달에 한권씩 출간되는 것 같은 버티고 시리즈는 정말 추진력이나 기획력에서 여타 스릴러 시리즈를 압도
하는 행보같아 놀라울 따름이다. 엄선된 컬렉션 모두 재미와 작품성을 지닌 높은 퀄리티를 보여주니 다음 작품은 어떤
명작이 초이스 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