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과 천둥
온다 리쿠 지음, 김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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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과 천둥 (2017년 초판)
저자 - 온다 리쿠
역자 - 김선영
출판사 - 현대문학
정가 - 17800원
페이지 - 699p




글로 읽는 클래식



구상 12년, 취재 11년, 집필기간 7년이라는 작가의 혼신의 힘을 쏟은 역작으로 일본 서점대상과 
나오키 상을 동시에 거머쥔 작품 [꿀벌과 천둥]이다. (자꾸 누구 때문에 [벌꿀과 천둥]으로 헷갈
린다는....-_-;;;) 사실 EDM, ROCK, JAZZ등 여러 장르의 음악들을 거의 가리지 않고 듣는 편인데,
유일하게 안듣는 음악이 판소리와 클래식이다. 물론 어릴적 학교 방학 숙제로 공연장에 찾아가 
클래식 오케스트라 연주를 라이브로 들었던 기억도 있고, 당시 큰 감명을 받았던 적도 있었지만
그 감동도 그때뿐 머리가 굵어지면서 반항의 상징인 메탈,락에 심취해서 락 보컬 처럼 금속 장신
구를 주렁주렁 달고 다니면서 클래식 음악과는 담을 쌓고 살았더랬다. 락 스피릿은 숭배했지만
클래식 스피릿은 전혀 찾을 수 없는...그런 고상한 음악을 듣는 사람은 날때부터 클래식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여 피아노 클래식 콩쿠르를 주제로한 칠백여 페이지의 
방대한 작품에 대해 처음엔 약간의 거부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출판사에서 웹상에 
진행했던 사전 연재를 보면서 우려는 부지불식간에 사라져 버리는걸 느낄 수 있었다. 방대한 
작품의 일부분만을 봤을 뿐이지만 그 짧은 분량에도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과 실감나는 연주에 
대한 묘사, 그리고 귀로 듣는 음악을 마음으로 느끼고 머리속으로 장면을 그릴 수 있게 만드는 
아름다운 수식과 묘사는 독서로서 여태껏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만든 신비한 체험 
이었다. 그렇게 기대감은 증폭 되었고 사전 연재 이후 출간된 본책의 페이지를 넘긴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보니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있었다. -_- 그리고 클래식에 대한 
문외한도, 콩쿠르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작품에 빠져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품속에 
언급된 클래식 음악을 직접 찾아 듣고 등장인물들이 느낀 감동을 함께 느껴 보고 싶어지는 
공감의 필력을 지닌 걸작 중의 걸작이라는 결론을 내려버렸다.



클래식 음악을 그린 작품이기도 하지만 이야기의 주축을 이루는 4명의 등장인물들이 저마다 
드라마틱한 사연을 갖고 콩쿠르를 통해 성장해 나가는 휴머니즘 성장 드라마이기도 하여 읽으
면서 나약했던 그들에게 감정이입도 하고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과정을 보며 그들을
통해 위로받는 힐링 드라마 이기도 하다. 신이 주신 기프트(재능)을 갖고 태어나 날것의 느낌을 
지닌 진성 천재 가자마 진과 빼어난 외모와 균형을 갖춘 인성과 실력을 통해 빛나는 마사루, 
과거의 아픔을 딛고 가자마 진을 통해 음악적 소통을 하며 다시금 피아노의 매력에 빠져드는 
잊혀진 천재 아야 그리고 가족을 위해 음악을 접고 사회에 뛰어들었지만 피아노의 매력을 잊지 
못하고 마지막 도전으로 콩쿠르에 참가한 아카시까지....이들이 일본에 하마마쓰시에서 실제로 
3년마다 열리고 있는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 예선부터 본선을 거쳐 수상에 이르기까지의 각자의 
기나긴 사연과 여정이 칠백여 페이지에 녹아있다. 아무래도 작품을 읽는 나도 사람이다 보니 
4명의 참가자들에 대해 좀 더 신경 쓰이고 응원하게 되는 참가자가 생기게 마련이더라....개인적
으론 다른 등장인물도 매력적이지만 아카시에게 감정이입이 되면서 그의 선전을 기대하게 되는데,
자신의 한계를 명확히 알고 가족을 위해 꿈을 포기하고 산업전선에 뛰어들지만 가슴속 꿈에 
대한 열망을 지우지 못하고 아내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자는 시간마저 쪼개면서 연습을 하여
콩쿠르에 참가하게 되는 아카시의 사연은 마음속 꿈을 숨겨놓고 가족을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같은 가장으로서 좀 더 마음이 가게 되더라....4명의 주인공 외에도 주변 인물들 모두
개성 넘치는 캐릭터로 모난 사람 없이 전부 매력적이고 인간적인 여운을 남긴다. 



아무래도 클레식이나 콩쿠르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다 보니 실제 분위기가 어떤지는 전혀 모르
지만 작품속에 그려지는 분위기만 보면 치열한 경쟁속에 벌어지는 운동 경기 못지 않게 박력
넘치고 자신들의 꿈을 피아노 건반에 녹여 주어진 짧은 시간동안 심사위원에게 선보이는 만큼
절박하고 애달프다. 어쨌던 골때리는 비교지만 자꾸 [슬램덩크]의 전국대회 편이 연상되면서
날때부터 천재인 가자마 진은 강백호와 매치되고, 근성의 노력꾼 세일즈맨 아카시는 정대만이,
남성미 뿜는 균형잡힌 천재 마사루는 서태웅으로 치환해서 읽으니 더 재미있게 읽히 더라는..-_-;;;
결국 클래식에 클자도 모르고 읽어도 전혀 무방한 최고의 가독성과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 이라는
것이다. 작품 전반에 걸친 클래식 연주에 대한 느낌을 글로써 표현한 자유분방하고 상상의 나래를 
활짝 펼친 개성적 묘사만으로도 신기하고 기묘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후반 클라이막스 
부분에서의 묘사는 다소 과한 감도 없지 않아 간혹 [미스터 초밥왕]에서 초밥을 먹고 놀라는 
심사 위원들의 과장된 맛 표현을 보는듯한 느낌이 들때도 있는데 이런 과장된 표현은 보는 음악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장치로서 감동의 극대화를 위한 선택이라 생각되기도 했다. 어쨌던 적어도 이 
작품을 통해 그들만의 리그라는 클래식 음악에 대한 편견은 어느정도 씻어버리는 재미와 감동을
모두 갖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덧 - 인터넷에 조금만 찾아봐도 작품속 연주된 음악을 순서에 맞춰 정리한 자료를 찾아 직접 들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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